00196 재벌에이스 =========================
그 물약이 효과가 있는지 잠든 이주나의 얼굴이 한결 편해 보였다. 그걸 보고 흡족한 얼굴로 최민혁은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10시 30분이었다. 그때 세나가 반응을 보였다.
[김관영이 이동 중에 있습니다. 그 위치는................]
세나가 트래킹(Tracking)중이던 김관영의 현재 위치를 최민혁에게 얘기해 주었다. 김관영은 차로 이동 중이었다. 그것도 혼자. 그렇다는 건 지금 퇴근 중이란 소리였다.
최민혁은 이럴 때 자신이 차를 가져 오지 않은 게 아쉬웠다. 차만 있어도 바로 김관영을 쫓아 움직였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최민혁은 여유가 있었다. 그럴 것이 오늘 그가 거액의 포인트로 구입한 특수 능력인 텔레포트가 있었으니까.
최민혁은 이주나의 베드룸의 냉장고에서 탄산수 한 병을 꺼내서 마시며 기다렸다. 그렇게 10여분 뒤 세나가 말했다.
[김관영이 그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말에 최민혁이 웃으며 말했다.
“드디어......”
최민혁은 김관영의 집의 위치를 세나에게 알아 낸 뒤 그곳으로 텔레포트를 시도했다.
스르르!
최민혁의 모습이 이주나의 베드룸 안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뒤 덩그러니 남은 탄산수 병에서 기포가 올라 올 때 이주나가 더운지, 아니면 갑갑해선지 뒤척거렸다.
휙!
그러자 이불이 걷어지고 그 안에 늘씬한 그녀의 나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나체에는 최민혁의 거친 손길과 키스 자국으로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때 그녀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어렸다. 그리고 살짝 벌어진 그녀 입술 사이로 옹알거림이 있었다.
“......민혁아......그만....... 아아........”
그러다 끝에 다소 충격적인 말이 그녀 입에서 흘러 나왔다.
“.........사랑해........”
아무래도 이주나가 최민혁에게 넘어 간 거 같았다. 그런 이주나가 하는 잠꼬대를 최민혁이 듣기라도 한 것일까?
“헉!”
최민혁이 어둠 속에서 기겁한 체 잠깐 꼼짝도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순간 이동 때와 달리 텔레포트를 할 때는 그 시차가 확연히 느껴졌던 것이다.
그걸 처음 접하는 최민혁이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그건 그의 몸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뒤 텔레포트의 후유증에서 벗어난 최민혁이 눈앞의 빌라를 올려다보았다.
한남동의 UN빌리지. 과거 부유층이 많이 살았던 곳이었다. 그곳 3층이 오성그룹 경호 3팀의 부 팀장인 김관영의 집이었다.
운 좋게 김관영의 집에는 그 혼자만 있었다. 독신인지 몰라도 그는 아직 결혼을 한 거 같진 않았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그야 최민혁이 벌써 그의 집안에 들어 와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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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텔레포트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자 바로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그리고 김관영의 거실에서 뒷짐을 진체 그의 집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 동안 김관영은 안방 욕실에서 샤워 중이었다. 아마 오늘 하루 묵은 피로를 샤워를 통해 다 씻어 낼 여산 인 거 같았다.
최민혁이 순간이동해서 집을 둘러 본지 10분이 지났는데도 김관영은 욕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걸로 미뤄 김관영이 상당히 꼼꼼한 성격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최민혁은 인내심은 그리 많지 않았다.
“슬립(Sleep)!”
최민혁은 욕실 안에 있던 김관영을 잠재워 버렸다. 그리고 욕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욕실 한쪽에 쪼그리고 앉은 채 잠들어 있는 김관영이 보였다. 그런데 그의 한 손에는 때수건이 끼워져 있었다. 그걸 보고 최민혁이 중얼거렸다.
“안 기다리길 잘했군.”
저대로 뒀으면 30분은 더 기다렸어야 했을 테니 말이다. 최민혁은 헐벗은 남자와 좁은 공간에서 오래 동안같이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잠재운 김관영에게 바로 다른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잠들어 있던 김관영의 번쩍 두 눈을 떴다. 그런 그에게 최민혁이 물었다.
“이름이 뭐야?”
“김관영!”
최민혁은 김관영이 제대로 자백하는 걸 듣고 궁금한 걸 바로 물었다.
“누가 최민혁이를 잡아오라고 시켰나?”
그 물음에 김관영이 바로 대답했다.
“윤재욱!”
“윤재욱?”
최민혁은 당연히 몰랐다. 교통사고로 죽은 차성국의 뒤처리를 오성그룹 미래전략기획 3팀장인 윤재욱이 한 걸 말이다. 김관영을 통해서 윤재욱이 누군지 알아낸 최민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미래전략기획 3팀장이라고? 유태국 비서실장이 아니라?”
최민혁은 자신을 잡아오라고 시킨 자가 유태국일 거라 생각했었다. 오성그룹의 경호원들을 시켜 납치 하듯 사람을 잡아다 오성그룹의 본사 자기 방으로 데려오게 할 정도로 대범한 인물은 유태국 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미친놈이 오성그룹에 한 명 더 있는 모양이었다.
“이상하군.”
최민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성그룹의 미래전략기획실이 오성그룹의 핵심부서인 건 맞았다. 하지만 거기 팀장 따위가 오성그룹의 경호원들을 움직인다는 건 오성그룹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의 입장에서 확실히 상식 밖의 일이었다.
물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팀장이라도 특별한 일을 맡게 됐다면 말이다. 그런데 그 특별한 일을 맡길 사람은 한정적이었다.
“박규철 회장과 박영준 부회장, 그리고.......... 유태국 비서실장.”
그 세 사람 중 누군가 윤재국 팀장에게 특별한 일을 시킨 게 분명했다.
“그 중에 박영준은 빼고........박규철 회장도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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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부회장은 지금 견책을 당해 국외에 있었다. 그리고 박규철 회장은 자신을 사윗감으로 찍은 상황. 어차피 낼모레 만나기로 되어 있는 자신을 경호원을 시켜 잡아 오라는 지시를 내렸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하나.
“유태국!”
유태국 비서실장이 윤재국 팀장에게 뭔가 특별한 일을 시켰고 그 일에 자신이 연루 되어 이런 일이 벌어진 모양이었다.
“의외군.”
최민혁이 아는 한 유태국 비서실장은 자신이 맡은 일을 나누는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어떡하든 자신의 통제 하에서 그 일을 풀어나가지 말이다. 그런데 이번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자기 일을 뚝 떼어서 윤재국 팀장에게 넘긴 모양이었다. 그러니 한낱 팀장 따위가 이렇게 멋모르고 설치고 있는 것이고.
“가만.......”
그때 최민혁은 뇌리에 떠오른 게 있었다.
“성동격서(聲東擊西)!”
바로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는 뜻으로, 동쪽을 치는 듯이 하면서 실제로는 서쪽을 치는 병법을 말한다.
상대를 기만해서 공격하는 이 수법을 유태국은 즐겨 썼다. 그렇다는 건 윤재국 팀장은 유태국의 미끼일 공산이 컸다.
“설마........”
최민혁은 창가로 가려다 발걸음을 멈췄다. 만약 그의 생각대로라면 이 집 역시 감시의 대상일 터. 다행히 김관영의 안방은 커튼이 쳐져 있었다. 최민혁은 자신의 생각이 맞는 지 확인할 가장 확실한 방법인 능력빙의를 유태국을 상대로 쓰려 했다. 그랬더니 세나가 말했다.
[오늘 쓸 수 있는 능력빙의를 전부 다 쓰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서울역 지하보도에서 소시오패스 이경철에게 한 번, 장현석 서울경찰청장에게도 능력빙의를 사용한 게 생각났다.
“쳇!”
아쉽지만 지금 능력빙의를 쓸 순 없었다. 하지만 지금 시간이 벌써 11시 30분을 넘기고 있었다. 30분만 지나면 능력빙의는 다시 쓸 수 있었다. 조급하게 굴 필요는 없었다. 최민혁은 일단 욕실로 들어가서 김관영을 들어다가 침대에 던져 놓았다. 자백 능력의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김관영은 두 눈을 시퍼렇게 뜬 체 누워 있었다. 다 벗은 남자가 한 손에는 때 수건을 끼운 체 두 눈 뜨고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은 그리 봐 줄만한 광경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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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오성그룹 경호 2팀장인 주민성을 비서실장인 유태국이 직접 호출했다. 보통은 비서실장실에서 만났는데 이날 둘은 본사 옥상에서 만났다.
유태국 비서실장이 종종 어려운 일을 부탁할 때 부르곤 했던 장소인지라 주민성은 살짝 긴장한 체 그 앞에 섰다.
“무슨 일입니까?”
주민성이 사무적으로 나오자 유태국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번 일로 아직 삐쳐 있는 건가?”
“삐친 적 없습니다.”
“하긴. 아끼는 수하를 잃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은 그리 위험한 일은 아니야. 대신 비밀리에 그리고 확실하게 놈을 잡아야 해.”
유태국의 말에 주민성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우리 일이 언제 비밀스럽지 않은 적이 있었습니까? 그리고 누군지 몰라도 저희에게 포착 된 이상 저희 손을 빠져 나갈 순 없습니다.”
“잘 알지. 주 팀장의 실력이야. 그래서 이 일을 맡기는 거고.”
그 뒤 유태국과 주민성은 10여 분간 얘기를 나눴다. 주민성은 자신이 잡아야 할 자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가운데 그저 유태국이 파 놓은 함정에 그 자가 걸려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이번 작전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얻을 수 있는 게 너무 컸다.
“이번 일만 잘 해결 해 주게. 그럼 여태까지 임무 수행 중 죽거나 다친 자네 수하들의 보상금과 치료비 문제를 내가 깨끗하게 해결해 주도록 하지.”
유태국의 그 말로 그와 그의 팀원들이 나설 이유는 충분했다.
“알겠습니다.”
그 뒤 주민성은 본사 미래전략기획 3팀장인 윤재욱을 24시간 감시했다. 당연히 도청은 기본이고 그가 전화하는 곳은 바로 추적을 해서 누구랑 연락을 취했는지 파악했다. 그러다 윤재욱이 자신이 새로 맡은 일 때문에 경호 3팀을 움직이게 한 걸 알고 주민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것이 경호 3팀의 부 팀장이 팀장에게는 보고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수하들을 움직인 것이다.
주민성은 당장 그 사실을 경호 3팀장에게 알리려다 말았다. 이번 일은 반드시 비밀 엄수해야 한다는 유태국 실장의 말이 생각나서 말이다.
“그런데 야구선수는 뭐 하러 잡아오란 거지?”
주민성은 윤재욱 팀장이 3팀의 부 팀장에게 내린 지시가 영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운동을 좋아하는 주민성이야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 최민혁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최민혁과 윤재욱 팀장 간에 접점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일단 주민성은 그 사실을 유태국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
-지금 최민혁이라고 했나?
“네. 그렇습니다만....”
-옳지. 걸려들었다. 그렇다면 3팀 경호원들을...... 아니지. 그 일의 책임자가 3팀의 부 팀장이라고 했었지?
“네. 3팀 부 팀장 김관영입니다.”
-그 김관영이란 자를 지켜 봐. 그럼 그 놈이 그 자 앞에 나타날 테니까. 그자가 만약..... 아니야. 일단 그 자를 잡게. 그 다음 내게 연락을 주고. 혹시나 해서 말인데 그 자는 절대 죽여선 안 되네. 실수라도 그런 일이 벌어지면........너흰 바로 폐기 조치 될 테니까.
유태국 실장의 폐기 조치란 말에 주민성의 얼굴이 바로 일그러졌다. 그들에게 폐기 조치란 곧 죽음을 의미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