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175화 (175/248)

00175 재벌에이스 =========================

[‘가면 노래왕’ 1라운드를 통과하셨습니다. 마스터의 인지도가 앞으로 확 올라 갈 것이기에 미리 보상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어째 방송에만 출연하면 세나는 최민혁에게 포인트를 지급하지 못해서 환장한 것처럼 굴었다. 물론 이 프로가 방송에 나가고 나면 최민혁의 인지도야 올라 갈 테니 미리 보상 포인트를 지급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사업과 야구에서 미리 보상 포인트를 지급한다는 얘긴 세나에게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최민혁이 그런 세나의 차별에 대해 불만을 토로 할 때 세나는 그의 눈앞에 간결한 창을 띄웠다.

[획득 포인트 +5,000. 사업가 총 포인트: 14,500]

무려 5천 포인트가 들어왔다. 최민혁은 씹던 햄버거를 꿀꺽 삼키고 한 동안 사업가 총 포인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런 그의 머릿속으로 세나가 말했다.

[앞으로 2, 3라운드를 통과해서 노래왕이 되세요. 그럼 50,000 포인트를 보상 포인트로 지급합니다.]

“뭐?”

세나의 5만 포인트란 말에 최민혁이 입이 떡 벌어졌다. 이렇게 되면 노래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내가 노래왕이 되면 그 다음은?”

최민혁은 다음 주 주중에 괌으로 전지훈련을 떠나야 했다. 그리고 그 사이 최민혁이 국내로 돌아와서 ‘가면 노래왕’에 출연할 여유 따윈 없었다. 최민혁의 그 생각을 읽은 세나가 말했다.

[마스터. 저의 미션은 오늘에 한 한 겁니다. 그리고 마스터께서 ‘가면 노래왕’에 계속 출연해야 할 이유도 없지 않나요?]

세나의 그 말에 최민혁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세나의 말처럼 자신가 ‘가면 노래왕’ 측 사이에는 아직 출연 계약도 맺지 않았다. 단지 출연자로서 우승했을 시 다음 회에도 출연해 줘야 할 의무 같은 건 있었다. 하지만 막말로 최민혁이 연예인도 아닌 바에야 그런 의무 같은 걸 지킬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면 노래왕’에 출연하게 된 것도 사실 MC윤봉규 때문이 아니던가? 그가 최민혁을 기만하지만 않았어도 그와의 인간관계 때문이라도 최민혁은 이런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을 터였다. 이제 MC윤봉규와 자신은 남남이었다. 아까 장기자랑 때 보니까 MC윤봉규가 자신을 어떡하든 디스 하려는 걸 보니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거 같았다.

“그렇다면..........”

최민혁은 앞으로 ‘가면 노래왕’이 어떻게 되는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노래왕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5만 포인트!”

보상 포인트가 무려 5만이었다. 이런 기회를 걷어 찰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최민혁은 대기실 안에 있던 남은 2장의 악보를 챙겨 들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를 집중해서 살폈다.

최민혁이 2라운드에서 부를 노래는 바로 임재호의 ‘고백’!

최민혁이 그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고 곧장 문이 열리면서 FD가 고개를 대기실 안으로 드밀며 말했다.

“‘천하무적 대왕 쥐’님. 곧 2라운드 무대가 시작 됩니다. 무대로 나갈 준비 해 주십시오.”

그 말 후 FD는 곧장 문을 닫고 사라졌다. 최민혁은 이미 다 외우고 있던 악보를 내려놓고 대왕 쥐 가면을 챙겨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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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석PD는 2라운드에 진출한 출연자들이 부를 노래 리스트를 살피다 눈살을 찌푸렸다.

“임재호의 ‘고백’?”

어려운 노래다. 사실 이 노래를 2라운드에서 부른 출연자가 있긴 했었다. 하지만 큰 표 차이로 상대에게 졌다. 그 이후 이 노래를 다시 들고 나올 출연자가 있을 줄 몰랐다. 이 노래는 남녀 사이에 호불호가 갈리는 곡인데 특히 여자들이 싫어했다. 그리고 남자들 역시 다른 남자를 통해 이 노래를 듣는 데에는 거부감이 있었다. 때문에 투표를 하면 폭망하는 것이다.

“하필.......”

그런데 문제는 이 노래를 딴 출연자도 아닌 최민혁이 부른단 점이었다. 좀 전 휴식 시간에 노우석PD는 방청석을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몰래 들었는데 다들 ‘천하무적 대왕 쥐’ 얘기뿐이었다. 간혹 노우석PD가 노래왕으로 밀고 있는 ‘훨훨 나는 귀뚜라미’ 얘기도 있었지만 사실상 ‘천하부적 대왕 쥐’의 인기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관객들의 관심을 받는 최민혁이 임재호의 ‘고백’을 부른다?

“이거 불길한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2라운드에서 ‘천하무적 대왕 쥐’와 ‘훨훨 나는 귀뚜라미’가 붙지 않는다는 점. 하지만 그 얘기는 그들이 3라운드에서 격돌한단 소리기도 했다. 물론 그 둘이 각자 상대를 이긴다는 전제 하에.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지만 노우석PD는 그래도 모른다 싶어서 FD를 불렀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너. 이번 2라운드를 최민혁이 통과하면 바로 출연 계약서 들고 가. 그리고 무슨 수를 쓰든 계약서에 사인하게 만들어. 알았지?”

“네. 감독님.”

FD는 별거 아닌 거처럼 태평하게 대답했다. 그럴 것이 지금껏 그가 내민 출연 계약서에 바로 사인하지 않은 출연자는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FD는 몰랐다. 그들은 자의에 의해서 다를 ‘가면 노래왕’에 출연했기에 그가 내민 출연 계약서에 바로 사인을 한 것이고 최민혁은 다르단 걸 말이다.

“그래. 부탁 좀 하자.”

FD는 노우석PD가 어깨까지 두드리며 부탁이란 말까지 다 하자 좀 이상하다 싶긴 했다. 하지만 2라운드 무대 때문에 그는 너무 바빴다. 그래서 거기에 대해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자자. 곧 2라운드 무대가 시작 됩니다. 관중 여러분들께서는 각자 자기 자로로 돌아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FD는 양떼 몰이를 하듯 촬영 무대 밖에 각자 흩어져 있던 관중들은 다른 스테프들과 같이 무대 안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곤 후다닥 출연자 대기실로 달려가서 먼저 2라운드 무대에 오를 ‘천하무적 대왕 쥐’와 ‘한 떨기 할미꽃’에게 무대로 나설 줄 걸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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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무대가 시작되기 전 방청객들이 다시 자기 자리를 찾아가서 앉았다. 최민혁은 2라운드 첫 무대에 서야 했기에 무대 뒤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런 그 옆에는 통통한 외모의 꽃 가면을 쓴 여자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얘기를 나눠서 안 된다는 FD의 말에 침묵한 채 서 있었다. 그때 함성과 박수 소리가 무대에서 났고 MC윤봉규의 외침이 두 사람에게 들려왔다.

“나가시죠.”

그때 두 사람 옆의 보디가드들이 동시에 두 사람에게 말하며 앞장을 섰고 두 가면을 쓴 출연자들은 그들을 쫓아 무대 위로 나섰다.

“와아아아아!”

무대와 현란한 조명과 함께 관중들의 우렁찬 외침이 최민혁의 가면 속 귀를 쩌렁쩌렁하게 울려왔다. 그러자 최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흥분이 되었다.

‘이거 나도 은근 무대 체질인 건가?’

최민혁이 잠깐 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MC윤봉규가 간단히 두 사람을 인터뷰했다.

“..........어떻습니까? 할미꽃님을 이길 수 있을 거 같습니까?”

MC윤봉규는 아직 노래도 부르기 전 최민혁에게 자극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것만 봐도 최민혁은 MC윤봉규가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참았다. 방송 중이었고 또 그 복수는 곧 할 수 있을 테니까.

“노래를 해 봐야 알겠지만...... 제가 이길 거 같습니다.”

이런 승부를 요하는 경우 자신감이 중요했다. 그래서 상대가 나이가 있는 중년의 여자 출연자였지만 최민혁은 예의 따윈 차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네에. 아주 자신만만하군요. 대왕 쥐가 자기가 이길 거 같다는 데 할미꽃님은 어떠십니까?”

MC윤봉규가 대 놓고 두 사람을 도발하는 걸 보고 노우석PD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 형 왜 저리 오버 해?”

물론 그렇다고 NG사인을 내리진 않았다. 어차피 편집할 때 잘라버리면 될 장면이니까. 평소보다 좀 더 길게 인터뷰 시간을 잡아먹은 MC윤봉규가 ‘한 떨기 할미꽃’ 쪽으로 아예 몸을 돌린 체 말했다.

“그럼 ‘한 떨기 할미꽃’님부터 노래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굳이 할 필요도 없는 격려의 말과 대 놓고 관중에게 박수까지 유도하는 MC윤봉규를 보고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물론 그렇게 웃는 다고해서 그가 웃은 건 아무도 몰랐다. 그의 대왕 쥐 가면이 그걸 가려 주었으니까.

최민혁은 일단 무대에서 물러났고 ‘한 떨기 할미꽃’이 무대 한 가운데에 섰다. 그리고 전주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밝고 경쾌한 댄스곡의 전주가 관객들을 절로 흥분케 만든 것이다.

“다들 일어나세요!”

거기다 ‘한 떨기 할미꽃’이 부추기기까지 하자 관객들은 난리가 났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 떨기 할미꽃’의 폭발적인 가창력!

“흐흐흐흐. 이거 모르겠는 걸.”

그걸 지켜보던 노우석PD의 입이 귀에 걸렸다. 잘하면 골칫덩어리를 2라운드에서 잡을 수도 있을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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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떨기 할미꽃’의 정체는 바로 중견 가수 혜미였다. 혜미는 서울 시스터로 데뷔했다가 그 뒤 팀이 해체 되면서 솔로 가수 생활을 했었다. 그러다 일본으로 건너가서 일본에서도 활약 했었고. 하지만 크게 성공은 하지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대한민국 가요계에 그녀가 설 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나이와 연륜에 밀려 트로트 가수가 되어서 나름 인기를 끌다가 결혼을 하면서 가수 생활을 접었다. 그렇게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육아에 전념하던 혜미에게 갑자기 우울증이 찾아왔다.

병원에 가서 치료도 받았지만 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에 그녀의 우울증은 호전 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남편이 말했다.

-당신 무대에 다시 서 보는 게 어때?

-무대요?

혜미는 무대란 말에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가면 노래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왕년에 가창력하면 여자들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그녀였기에 ‘가면 노래왕’ 측에서는 그녀의 출연을 반겼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가식적인 말로 나를 위로 하려고 하지 마. 이제.........”

3년 전만 해도 남편과 같이 우연히 간 노래 방에서 쉽게 불렀던 노래가 이제 버거웠다. 그리고 최절정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혜미는 자신이 생각한 만큼의 고음을 뽑아내지 못했다. 물론 티 나지 않게 고음 처리를 잘 하긴 했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걸 관객들도 느낀 것일까? 계속 박수를 치고 호응은 하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희열의 빛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무대에 오른 가수로 하여금 제대로 된 감동을 받지 못한 것이다.

“..............다시는 나도 널 보지 않을 거야~”

“와아아아아!”

짝짝짝짝짝!

혜미의 노래가 끝나자 일어서 있던 관객들이 열화와 같은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혜미도 관객들도 느끼고 있었다. 이 무대가 10% 부족한 무대 였단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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