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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오성그룹 본사 부회장실의 박영준은 오늘 하루도 평상시처럼 갑질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특별했다. 바로 오성그룹의 적자이자 장남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부회장인 지금 그는 회장인 박규철의 모든 걸 물려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승계 절차는 작년부터 조금씩 더 빨라지고 있었다. 박규철 회장이 작년에 쓰러진 뒤 말이다.
“그러게 작작 좀 하시지. 나이도 생각하셔야지. 이거야 원. 나보다 더 밝히시니.....”
외부에 알려지기론 과로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고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워낙 여자를 좋아했던 박규철 회장은 복상사를 당할 뻔 했던 것이다. 아무튼 그 일 뒤 이전과 달리 몇 배는 빠르게 그에게 회사의 권리와 지분이 넘어 오고 있었다. 그래서 더 바빠지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재계 최고 권력자가 되기 위해서 인걸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작년 연말과 올 연초에 그를 가장 기쁘게 만들어 준 건 한 여자였다.
그의 이복동생이자 오성 자동차의 전무이사이기도 했던 차성준의 여자. 민예린!
모친의 비서였던 그녀가 자신이 아닌 차성준을 선택했을 때 박영준은 태어나서 처음 패배감을 맛봤다. 그랬던 그녀가 차성준이 교통사고로 죽고 나자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취해 온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 걸 그에게 바쳤다.
박영준은 너무 신이 났지만 그 사실을 숨겼다. 그리고 민예린을 자신이 관리하는 여자 콜렉션의 맨 위로 올리고 감시까지 붙였다. 그렇게 오늘까지 박영준은 민예린을 충분히 가지고 놀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지금껏 그가 겪어 온 여자들과 달리 섹스 후에도 허무, 허탈감을 주지 않는 유일한 여자였다.
그래서 박영준은 민예린을 아예 자신의 첩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 중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오늘 갑자기 그에게 이걸 내밀었다.
“뭔데?”
“사직서요.”
“뭐?”
“이걸로 우리 관계도 오늘로 끝이네요. 그럼.....”
민예린을 만난 이후 이렇게 황당한 일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이런 종이 쪼가리 하나로 그녀와의 사이가 이대로 끝이란 게 너무 허무했다. 그제야 박영준은 깨달았다. 자신이 소중한 사람을 그 동안 어떻게 대해 왔는지 말이다.
박영준은 항상 떠받드는 삶을 살아왔기에 배려란 걸 몰랐다. 그래서 민예린이 그의 여자가 되었을 때 그는 좋았지만 막상 그녀에 대한 대우는 다른 여자와 똑같았다.
특별한 여자는 특별한 대우를 해 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니 민예린이 삐져서 이런 유치한 짓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박영준은 꽃다발과 샴페인, 그리고 그녀가 좋아할 만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그녀에게 보내고 사과를 했다.
평소의 박영준이라면 있을 수 없는 퍼포먼스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바로 다음날 되돌아왔다.
“이게 진짜......”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갑자기 그의 말을 듣지 않으니 박영준은 화가 났다. 그러면서 딴쪽으로 머리가 돌아갔다.
“이년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혹시 그 사이 딴 놈이 생긴 거 아냐?”
그래서 박영준은 감시자를 더 붙였고 민예린을 철저히 살피고 수시로 그에게 보고를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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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에게 장난감은 많았다. 그리고 외모로 봤을 때 민예린을 능가할 정도의 여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들은 잠깐 그의 육체적 쾌락을 위해 필요할 뿐 그 뒤엔 귀찮은 존재들일 뿐이었다.
툭하면 뭘 사달라, 해 달라 졸라 대는. 하지만 민예린은 달랐다. 그녀와 얘기는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지만 늘 바빴던 박영준은 그녀와 오랜 시간 함께 있을 수 없었다. 그녀와의 시간 중 절반은 같이 자야 했고 나머지는 씻고 옷 챙겨 입고 먹고..... 그러니 그녀와 얘기할 시간은 줄어 들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그녀와 자신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민예린은 그랬을지 몰라도 박영준은 아니었다.
금요일 밤. 일과를 마치고 친구 녀석들 몇 놈 불러서 자신의 아방궁에서 파티를 열었다. 그 파티는 뜨거웠고 화끈했다. 모텔과 탤런트 뺨치는 여자들의 광란의 스트립쇼와 그에 이어진 난잡한 섹스. 그 섹스를 구경하며 박영준도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뒤에 밀려오는 공허함은 박영준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꺼져!”
아침부터 그의 죽 끓는 변덕에 그의 친구들과 여자들이 우르르 아방궁을 빠져 나갔다. 그렇게 혼자 화려한 그만의 공간에 남은 박영준이 넋을 놓고 혼자 앉아 있을 때였다.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응?”
지극히 자신만의 개인적인 시간을 즐길 때 박영준은 핸드폰 같은 걸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핸드폰이 울린다? 혹시 좀 전까지 있었던 그의 친구와 여자들이 떨어트리고 간 핸드폰인가?
소리가 나는 대로 향한 박영준은 그 핸드폰이 자신의 핸드폰임을 알 수 있었다. 핸드폰이 놓여 있는 곳이 거실의 대형 TV 옆이었고 그는 이곳에 오면 자신의 핸드폰을 꼭 그곳에 놓아두었으니까.
아방궁에 올 때면 어떤 전화도 받지 않는 박영준 이지만 예외는 있었다. 꼭 받아야 할 전화가 있을 경우 말인데 그때는 이렇게 자신의 핸드폰을 거실에서 가장 눈에 잘 띠는 대형 TV 옆에 둔 것이다. 확인하니 부친에게 걸려 온 전화는 아니었다.
“왜?”
-부회장님. 민예린이..... 어떤 남자의 차에 탔습니다.
“뭐?”
화들짝 놀란 박영준이 눈알을 굴렸다.
“그 새끼 누군지 신상 파악해서 보고하고 뒤쫓아.”
-네. 부회장님.
역시 그의 생각이 맞았다. 민예린은 다른 남자가 생겼기 때문에 자신을 버린 것이다.
“이 년이 감히......”
부르르!
박영준이 치를 떨었다. 그럴 것이 자신이 잘 가지고 놀 던 장난감을 딴 놈이 채가 보라? 기분이 좋을 리 있겠는가?
박영준은 생각했다. 그놈이 누구든 자신의 여자를 건드린 값을 톡톡히 치르게 해 주겠다고 말이다. 박영준은 그 핸드폰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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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가족들과 거실에 모여서 과일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부모님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금요일 밤에 이렇게 가족끼리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물론 최민혁은 이런 자리에 몇 번 있지 않았지만.
그래선지 최민혁과 달리 여동생 다혜는 부모님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녀의 일상을 부모님께 얘기하며 인생 선배인 그들에게 좋은 조언도 얻으며 말이다. 그때 모친이 최민혁에게 불쑥 물었다.
“넌 오늘 같은 날 밤에 약속도 없니?”
“네?”
“불금이라잖아? 네 나이 때 이 엄마는 이때 쯤 광란의 밤을.....”
“크음.”
부친의 제동에 움찔하며 하던 말을 멈춘 모친이 최민혁을 보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연예도 좀 하고 살아라. 평생 야구만 할 생각이니?”
그 말에 여동생 다혜가 바로 끼어들었다.
“오빤 야구랑 결혼할 거라니까요.”
자신에 대해 뭘 안다고 저러는지. 최민혁은 그때 내일 주말에 민예린과 드라이브 가기로 한 게 생각났다.
“내일 아침에 여자랑 드라이브 가기로 했어요.”
“뭐?”
“진짜?”
“말도 안 돼!”
최민혁의 그 말에 가족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부친의 놀란 얼굴은 아마 최민혁도 처음 보는 거 같았다.
‘내가 여자가 있다는 게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해 오던 부친까지 놀라게 할 일이던가?’
그때 부모님의 말이 최민혁의 얼굴을 와락 일그러지게 만들었다.
“거 봐. 그건 아니라니까.”
“그러게요. 전 올해도 여자가 안 생기면 병원에 데리고 가려 했는데.”
“와아. 충격! 대 반전! 여자가 있었어? 그래 놓고 여태 모태 솔로 인거처럼 행동 한 거야?”
여동생 다혜의 말에 최민혁이 발끈하며 말했다.
“누가 모태 솔로란 거야?”
“그럼 아니야?”
“아니니?”
순간 가족들의 시선이 최민혁에게 집중이 되었다. 그리고 그 중 부친의 눈이 제일 이글거렸다.
“아니에요.”
최민혁의 단호한 대답에 가족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셋의 반응이 각기 달랐다.
“아아! 이제야 조상 뵐 면목이 서겠구나.”
“난 손주도 못 보고 죽는 줄 알았는데 그럴 일은 없겠네. 호호호호.”
“헐! 이 사실을 하나가 알면.......대박 사건!”
좋았던 가족들과의 시간은 거기서 끝났다. 뭐가 그리 흥분이 되는지 최다혜가 제일 먼저 핸드폰을 챙겨 들고 그녀 방으로 뛰어 들어갔고 그 뒤 장어 꼬리를 양껏 드신 부친과 모친이 다정하게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그 뒤 혼자 남게 된 최민혁은 깎아 먹은 과일을 음식물 처리기에 넣고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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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오늘 쓰지 않은 능력빙의를 자신에게 썼다. 그러자 그가 진짜 모태 솔로였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그렇다면......”
그랬다. 얼마 전 이주나와 저지른 불장난이 그의 첫 경험이었던 것이다.
“맙소사. 그럼 처음 했는데.....”
이주나를 아주 뿅 가게 만든 것이다. 아마 이주나도 몰랐을 터였다.
“아니. 알 수가 없지. 그렇게 잘 했는데......”
당연히 처음 하는 남자가 그렇게 능수능란하게 여체를 가지고 놀 수는 없었으니까. 이주나는 최민혁이 그때가 처음이었단 사실을 알 수 없었을 터였다. 거기다 당시 최민혁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의 보유 능력인 정욕의 화신이 발동 된 것 같았다. 그러니 이주나를 그렇게 혼절까지 시켜 버렸겠지.
“크음. 이거 쑥스럽군.”
가족들이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이해가 되면서 최민혁은 앞으로 좀 더 절제된 생활을 해야겠다 싶었다. 저번처럼 분위기에 휩쓸려서 섹스를 해 댄다면 바람둥이가 되는 건 순식간일 테니 말이다.
차성국에게도 사실 여자는 많았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연애를 한 여자는 민예린 하나뿐이었다. 사업하다보면 접대는 필수고 그 접대 자리에 여자가 있는 건 당연했다.
차성국은 그 업계 여자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별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쿨 하게 만나고 자고 헤어지는 게 마음 편하기 까지 했다. 그 여자들과는 돈 문제 말고 엮일 게 전혀 없었으니까.
그 때문인지 몰라도 최민혁의 잠자리 능력을 꽤나 훌륭했다. 업계 여자들도 진심으로 칭찬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최민혁은 달랐다. 일단 공인이고 운동선수였다.
스캔들이나 염분설이 나서 그에게 좋을 게 하나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최민혁은 최대한 연애를 자제하며 하더라도 몰래 할 생각이었다.
“근데 내일 어딜 가자는 거지?”
어제 아침에 마트에서 잠깐 만났을 때 민예린은 멀리 드라이브 가자고 했다. 그 멀리가 어디까지인지 모르지만 그 말은 하룻밤을 자고 오자는 말이었다. 예전 차성국 때 민예린이라면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