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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그런 차성국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의 눈앞 상태창이 확 바뀌었다.
-기본 정보
이름: 최민혁(男)
나이: 27세
신장: 185cm
몸무게: 87kg
직업: 야구선수(좌투우타)
포지션: 투수
컨디션: 최악
포인트: 0
[상세 능력을 볼 수 있습니다. 보시겠습니까? Y/N]
“하아. 이번엔 최민혁이야?”
세나 시스템은 처음 언급했듯이 차성국뿐 아니라 최민혁에 대한 기본 정보창을 그의 눈앞에 홀로그램으로 띄웠다.
“그래. 보자. 봐.”
차성국이 예스를 선택하자 최민혁의 상세 능력이 그의 눈앞에 쫘악 펼쳐졌다.
-야구선수(투수)
주 포지션: 선발 투수
유형: 좌완 에이스
제구력: 77
구위: 85
수비력: 55
구종1: 포심 - 75
구종2: 투심 - 78
구종3: 슬라이더 - 88
구종4: 체인지업 - 74
보유능력: 무쇠팔(1단계), 강심장(1단계), 타구안(1단계)
아이템: 아이싱 붕대
차성국은 그다지 최민혁의 상세 능력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세나 시스템은 앞서 차성국 때처럼 최민혁의 보유 능력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무쇠팔은 경기에서 공을 던질 때 지치지 않고 또 부상의 염려 없이 같은 구속의 공을 계속해서 던질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 능력에 따라 단계가 있는데 1단계는 한 회에 한해서 그 회 동안 지치지 않고 또 부상 없이 같은 구속의 공을 계속해서 던질 수 있습니다.]
차성국은 투수는 아니지만 야구를 알기에 세나 시스템에서 말하고 있는 무쇠팔의 능력이 얼마나 사기 적인지 알 수 있었다.
“허어!”
차성국이 기가 차 할 때 세나 시스템의 설명은 계속 되었다.
[다음으로 강심장은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평정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능력입니다. 1단계는 한 회에 한 해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또한 타구안은 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으로 1단계는 10초 동안 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차성국처럼 세라 시스템은 보유 능력 설명 후 바로 아이템 설명을 해 주었다.
[끝으로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아이템으로는 투구를 끝내고 아이싱 때 감으면 근육 회복 속도를 10배까지 늘려 주는 아이싱 붕대가 주어집니다.]
차성국은 투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상태창 만큼이나 최민혁에게 주어진 상태창의 능력과 아이템도 엄청나다는 거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이런 세세한 능력치를 제시하는 시스템이 그의 정신 질환 때문에 생길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의 생각을 읽은 듯 세나 시스템이 말했다.
[저는 당신의 신분이나 직업을 업그레이드 시켜주게끔 설계 된 시스템입니다. 특이하게 당신의 경우 두 가지 시스템이 동시에 적용 되고 있지만, 이곳 인간의 능력치가 딴 차원의 고등 인류와 수준 차이가 크게 나고 또 저의 서버 상태가 두 가지 시스템을 동시에 운영해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 하에 차성국과 최민혁의 발전을 다 같이 돕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저는 세나라 불러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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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의 말을 듣고 난 차성국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그럴 것이 차성국이 최민혁이 된 것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인데 거기다 시스템이 등장해서 자신을 발전, 성장 시켜 주겠다고 하니 말이다. 그것도 하나도 아닌 두 개의 시스템으로 말이다.
“세나. 내가 미친 건 아니란 거지?”
차성국의 물음에 바로 세나의 대답의 그의 머릿속을 울려왔다.
[그렇습니다. 차성국, 최민혁님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그 말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정상이란 소린가?”
[맞습니다.]
“날 부를 때 그렇게 계속 두 사람 이름을 다 부를 건가?”
세나는 차성국의 불만을 바로 캐치했다.
[따로 듣고 싶으신 호칭이 있으시면 그렇게 불러 드리겠습니다.]
“으음.....”
잠시 생각하던 차성국이 불쑥 말했다.
“주인님! 아니지. 그건 너무 통속적이야. 마스터! 그래. 마스터라고 불러.”
[알겠습니다. 마스터!]
차성국은 세나로부터 마스터란 말을 듣고 절로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하지만 이내 입가에 웃음을 지우고 고심에 잠겼다. 세나가 그를 차성국과 최민혁으로 같이 부른 게 원인이었다. 세나는 정신은 차성국이지만 몸은 최민혁인 둘이면서 하나인 그를 이원적인 시스템의 잣대를 가져다 댔다. 그렇지만 그는 복잡하게 자신을 둘로 나눌 생각은 없었다.
“으음...... 어째든 지금의 난 최민혁이야. 차성국은 죽었어. 그러니 철저히 최민혁으로 살 필요가 있어.”
물론 자신이 최민혁이 되었다고 해서 야구를 계속 하고 살 생각은 없었다. 아니 하고 싶어도 차성국의 자아를 가진 자신이 어떻게, 무슨 수로 야구를 한단 말인가?
“그래. 투수 최민혁이 아닌 사업가 최민혁으로 사는 거야.”
세나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야구를 하지 않는 한 야구 선수 최민혁의 시스템이 쓰일 일은 없을 터였다. 그렇게 최민혁은 차성국을 버리고 오롯이 최민혁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그런 그의 결정을 세나가 간파 한 듯 말했다.
[마스터가 내린 결정을 세나는 존중합니다. 따라서 이미 죽은 차성국은 시스템에서 제외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단 마스터의 냉철한 사업가의 능력까지 없앨 수 없기에 같은 최민혁의 이름하에 두 개의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세나의 말에 최민혁은 한손으로 ‘스윽’ 가슴을 쓸었다. 그럴 게 세나가 차성국을 시스템에서 제외시킨다고 했을 때 그의 능력까지 다 없애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 만큼 냉철한 사업가의 상태창은 앞으로 최민혁이 사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어 줄 터였다.
그때 최민혁은 궁금한 게 생각났다. 차성국의 상태창과 달리 최민혁의 상태창에서는 상세 능력 수치가 나왔다. 그 수치가 뭘 의미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러자 그 생각을 읽은 세나가 바로 대답했다.
[최민혁의 상태창 상세 능력 수치는 그의 현재 능력을 백분율로 표시 한 것으로 그의 신체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 능력을 100으로 봐서 나타낸 것입니다. 모든 수치는 훈련이나 노력, 혹은 포인트로 상승이 가능하며 맥시멈은 100입니다.]
투수로서 최민혁의 상세 능력 수치는 수비력을 제외하곤 전부 70%를 넘고 있었다. 하지만 평균 능력치가 80%가 되지 않는 그가 올해 한국시리즈 MVP였다. 그렇다는 건 그가 능력치를 전부 90%로 끌어 올릴 수 있다면 한국이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는 투수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이건 지금의 최민혁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쉽게 그는 야구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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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최민혁이 포인트로 능력 수치 상승이 가능하다고 한 세나의 말에 대해 묻고 있을 때였다. 병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나더니 바로 문이 열렸다.
“식사 왔어요.”
주방 모자를 쓴 아줌마가 배식 카트를 밀고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 아줌마는 딱 봐도 맛없어 보이는 병원식을 병상식탁 위에 놓고는 휑하니 사라졌다. 그가 싫어하는 두부와 콩나물, 거기에 이상하게 생긴 튀긴 생선. 최민혁은 홍합과 조개가 같이 들어간 미역국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으음....”
국 맛은 좋았다. 의식이 깨고 사실상 첫 끼라 그런지 입맛도 돌았다. 그래서 최민혁은 허겁지겁 병원식을 먹어치웠다. 그가 싫어하던 반찬들도 최민혁의 입맛엔 맞는지 먹을 만 했다.
“쩝.....”
하지만 병원식은 최민혁의 주린 배를 채워 주지 못했다. 입맛을 다시던 최민혁은 병실 전화기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가 더 달란다고 더 줄 병원식이 아니기에 최민혁은 입맛을 다시며 빈 식판을 치웠다.
그때 그의 눈에 TV리모컨이 보였고 바로 전원을 켰다. 그리고 시간 날 때 늘 보던 뉴스채널을 찾아보았다.
“하아!”
뉴스를 보던 최민혁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 나왔다. 차성국은 죽었건만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잘 만 돌아가고 있단 사실이 최민혁의 기분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뉴스를 보던 최민혁은 꾸벅 잠이 들었고 그가 다시 깼을 땐 벌써 시간이 저녁 10시를 넘기고 있었다.
“아아하아암!”
병상 위의 최민혁이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있을 때 병실 문이 열리고 큰 캐리어 가방을 끌고 최다혜가 안으로 들어왔다.
“오빠. 나 왔어.”
“어. 그래. 어서 와.”
안 그래도 심심하던 터라 최민혁은 최다혜가 온 게 진심으로 반가웠다.
“이제 생각 좀 나?”
“어? 뭐 조금......”
“아까 엄마한테서 전화 왔었는데. 그냥 오빠 잘 있다고 했어.”
“엄마?”
“왜? 아빠, 엄마도 기억 안나?”
“아, 아니. 두 분이야 기억나지. 잘했어. 괜히 걱정하시게 뭐 하러 내 얘길 해. 이렇게 사지 육신 멀쩡한데.”
최민혁은 억지로 웃으며 얘기했지만 사실 기분은 좋지 않았다.
최다혜와 얘기하다보니 알게 되었다. 최민혁은 부모님이 전부 있단 걸 말이다. 그에 비해 차성국은 고아나 마찬가지였다. 생물학적 부친이란 작자는 그를 실컷 이용만 해먹다가 죽이려 했고 모친은 재작년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
모친이 고아였기에 외가 쪽으로 친척이 없는 차성국은 모친 사후 사고무친 홀로였다. 그러니 그가 죽어도 그의 죽음을 슬퍼해 줄 사람 하나 없었을 테고. 이래저래 급 우울해진 최민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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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짐 정리를 끝낸 최다혜는 환자인 최민혁은 이제 안중에도 없는 지 잠옷까지 갈아입고선 병실 소파에 편하게 누워 잠을 잤다. 나름 피곤했던지 눕자마자 잠든 최다혜는 새근거리며 잘도 잤다.
반면 아까 저녁 먹고 한 잠을 늘어지게 잤던 최민혁은 두 눈을 멀뚱히 뜨고 있었다. 11시가 넘어서 잠깐 병실에 들어 온 간호사도 더는 최민혁에게 신경 쓰기 싫은 지 큼직한 수액을 달아주고 나갔다.
그때 병실 불까지 끄고 나간 탓에 최민혁은 어둠 속에서 혼자 넋 놓고 누워 있었는데 문득 생각 난 게 세나였다.
“어이. 세나.”
최민혁이 불렀지만 그의 머릿속에 세나의 목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뭐, 뭐야? 그럼 그 모든 게 환상과 환청이었던 거야? 난 미친 거고......”
순간 최민혁이 쫄아 사서 걱정을 해대자 그제야 세나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려왔다.
[저는 마스터의 능력을 키워주는 시스템이지 심심할 때 마스터를 상대해 주는 존재는 아닙니다.]
세나의 어투에는 한심하단 느낌과 차가운 느낌이 뒤섞여 있었다. 그런 세나의 말을 듣고 최민혁이 중얼거렸다.
“미, 미안. 앞으로 조심할게.”
그때 최민혁의 머릿속에 아까 세나에게 포인트에 대해 묻다가 만 게 생각이 났다. 그 생각을 읽은 세나가 말했다.
[포인트로 능력 수치 상승이 가능하다고 한 제 말말이로군요. 맞아요. 포인트를 획득하시면 그 포인트로 능력 수치를 상승 시키는 건 물론 보유 능력의 단계도 더 윗 단계로 끌어 올릴 수 있어요.]
최민혁은 세나의 보유 능력의 단계를 향상 시킬 수 있단 말에 눈빛을 빛냈다.
[또 새로운 아이템도 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고요.]
한마디로 그 포인트란 걸 많이 끌어 모아야 한단 소리였다. 그래야 세나 시스템의 능력을 더 유용하게 많이 쓸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