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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차성국은 오성그룹의 주계열사인 오성 자동차의 전무이사로 있으며 비자금을 조성했다. 그가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정말 개처럼 일한 것도 다 비자금을 빼돌리기 위함이었다.
그의 부친인 박규철 회장이 왜 그를 오성그룹으로 끌어 들였는지 차성국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남보다 그나마 핏줄이니 믿을 만 하단 거다. 하지만 핏줄도 다 같은 핏줄이 아니었다. 박규철에게 차성국은 언제든 쓰다 버릴 수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 이에 차성국은 분노했다. 하지만 오성그룹의 힘, 아니 박규철 회장의 힘을 알게 된 순간 그 분노는 삭혀야했다.
대신 자신도 박규철 회장과 같은 위치에 올라야겠다는 야망이 생겼다.
“그래. 재벌! 그거 나라고 못할 게 뭐야.”
그리고 그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게 있었다. 그게 바로 돈이었고 그 돈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는 비자금을 조성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아무나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차성국은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일했고 그 위치에 오르자 은밀히 비자금을 조성해 나갔다.
전무이사인 그에게 비자금을 마련하는 건 쉬웠다. 박규철 회장과 그 일가들이 늘 해 오던 짓을 그대로 답습하면 됐으니까.
계열사끼리 물품과 서비스 등을 납품하면서, 다른 기업들에 할 때와 달리 납품가를 높여 웃돈을 주고 계약을 한 뒤, 그 차익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차성국은 빠르게 비자금을 조성해 나갔다.
이 같은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은 한국 기업 대부분이 주식회사라는 점에서 가장 심각한 기업범죄였다.
이는 기업 총수 일가가 기업의 실제 주인인 다수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었지만 과연 그걸 범죄로 여기는 재벌들이 있을까?
실제 십여 년 전 모대기업이 비자금 의혹으로 특검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1,200개의 차명 계좌를 찾아냈고 그 안에서 4조원이 넘는 돈이 대기업 회장의 차명자신임이 밝혀졌다. 임직원의 계좌에 비자금을 넣어 놓고 재산을 불리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 대기업 회장이 무슨 처벌을 받았는가?
한국 경제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면죄부를 받은 그 대기업 회장은 지금도 재계에서 큰소리치며 잘 살고 있었다. 이런 마당에 재벌 개혁은 무슨......
차성국의 시선이 병실 한쪽 벽에 걸려 있는 달력으로 향했다. 달력 맨 위쪽 2018년이 보였다. 그리고 그 밑으로 붉은 12와 月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사고 났을 때가 12월 20일이었다. 그러니까 12월 19일 차성국은 강원도 한 별장에 있었다. 박규철 회장이 은밀히 그를 그곳으로 부른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선 회장 측에서 비밀로 했기에 차성국은 퇴근 후 그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조심성 많은 차성국은 곧바로 별장에 가지 않고 그 근처에서 차를 세웠다. 그리고 별장 주위를 살펴 본 결과 뭔가 석연찮은 점을 발견했다.
“저 놈은.....”
특히 그 곳 별장에서 차성국은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자를 보았다. 바로 박규철 회장이 은밀히 사람을 없앨 때 이용하던 조폭 두목 나국철을 본 것이다. 나국철은 박규철 회장의 사냥개로 불리는 인물로 오성그룹의 임원들은 다들 그를 보면 치를 떨었다. 그리고 박규철 회장이 그를 자신들에게 보내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젠장....”
박규철 회장이 은밀히 부른 곳에 저 자가 있다는 건 차성국이 몰래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는 걸 박규철 회장이 알아챘단 소리였다.
아마 박규철 회장은 그 비자금을 회수하고 차성국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 버릴 요량으로 이곳으로 부른 모양이었다.
만약 박규철 회장이 조용히 차성국을 본사로 불러서 좋게 얘기를 했다면 차성국은 자신이 조성한 비자금을 토해 냈을 터였다. 하지만 박규철 회장은 차성국에게 사냥개를 풀었다. 당장 죽게 생긴 차성국으로서는 순순히 박규철 회장에서 비자금을 내어 줄 이유가 없었다.
“씨발. 내가 어떻게 모은 돈인데......”
차성국은 일단 사지에서 벗어나고 보자 싶어 바로 자신이 세워 둔 차로 향했다.
“헉!”
그런데 그곳은 이미 나국철의 수하들이 쫘악 깔려 있었다. 그 중 한 녀석이 무슨 탐지 장비를 들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의 차에 박규철 회장 측에서 무슨 수작을 부려 둔 모양이었다.
“이 근처에 있을 거야. 빨리 찾아 내.”
나국철의 수하들이 눈에 불을 켜고 그를 찾아 나섰고 차성국은 그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근처 산을 올랐다. 그러다 산에서 길을 잃은 그는 밤에 몇 시간 째 산길을 헤맸고 더 이상 놈들이 그를 쫓아오지 않는 다는 확신이 들자 그제야 산을 내려갔다.
그렇게 무턱대고 산 아래로 내려 간 차성국의 눈에 운 좋게 그가 박규철 회장을 만나기로 한 별장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그가 내려 온 그 산길이 이곳 별장으로 내려오는 지름길인 모양이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나국철과 그 수하들이 그를 찾느라 거의 비어 있는 그 별장으로 몰래 들어간 차성국은 나국철의 차로 보이는 외제차로 접근했다.
철컥!
오늘 죽을지도 모를 사지에 온 차성국의 운만큼은 정말 대박이었다. 외제차 문이 열려 있었고 거기다 차키까지 꽂혀 있었던 것이다.
차성국은 차등을 밝히지 않고 시동을 걸었다. 외제차는 비싼 값을 했다. 거의 소음 없이 시동이 걸린 것이다.
차성국은 최대한 천천히 외제차를 몰고 별장을 나섰고 어느 정도 별장에서 벗어나자 그제야 라이트를 켜고 냅다 도망을 쳤다. 하지만 혹시 몰라 고속도로로 차를 올리지 못하고 국도로 차를 몰아 서울로 향하다 새벽 무렵 사고가 난 것이다.
그렇게 그는 죽었지만 또 이렇게 살아 있었다. 차성국이 아닌 최민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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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든 사고가 난 그 날로부터 이틀이 지났다고 했으니 오늘은 12월 22일이었다. 사흘 뒤 퇴원하는 날이 하필 성탄절이라니. 뭐 오롯이 일에 치여 살던 차성국에게 있어서 크리스마스라고 해 봐야 다를 건 없었지만.
“아! 맞다.”
생각해 보니 그날 개인적인 볼 일은 있었다. 바로 그날 저녁에 한 여자를 만나기로 한 것이다. 그 여자는 바로 박규철 회장의 본가에 심어 둔 첩자이자 그의 정부였다.
“민예린! 내가 죽었단 사실에 꽤 놀랐겠지. 하지만......”
민예린이 암사마귀 같은 여자란 걸 아는 차성국은 그녀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아마 그녀라면 벌써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됐을 터였다. 자신이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돈과 권력을 가진 남자로 말이다.
원래 차성국이 조성한 비자금의 일부는 민예린의 몫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녀에게 비자금은 떼어 줄 필요는 없었다. 아니 괜히 그랬다가 괜히 그 돈의 출처가 노출 될지 몰랐다. 오성그룹의 정보력은 국가 수준을 넘어섰다. 민예린 때문에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 필욘 없었다. 때문에 차성국은 머릿속에서 아예 민예린을 지워버렸다. 그게 서로를 위한 일이었다. 그 뒤 병상에 편하게 누운 그가 중얼거렸다.
“근데 이제 어째야 하나.......”
자신은 차성국이다. 그런데 그의 몸은 최민혁이었다. 당연히 차성국은 야구하는 최민혁으로 살 생각은 전혀 없었다.
“투수라니.....”
차성국의 고개가 절로 절레절레 옆으로 돌아갔다. 지금의 그가 야구를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그동안 정말 힘들게 조성한 비자금이 있었다. 그 액수가 무려 5천 억 원에 달했다. 이는 오성그룹 측에서 예상한 비자금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었다.
“흐흐흐흐.....”
그걸로 차성국은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해 빠른 시일 내 재벌이 될 자신이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차성국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의 자아는 차성국인데 몸은 최민혁이라. 이거 골치 아픈데요? 뭐 어쩔 수 없죠. 일단 두 개의 시스템을 가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지하철 안내방송에서 나오는 목소리와 흡사한 여자의 말이 울려온 것이다.
‘뭐, 뭐야?’
[세나 시스템이 작동 됩니다.]
이어 차성국의 눈앞에 알 수 없는 홀로그램들이 순차적으로 떠올랐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하지만 홀로그램의 내용은 천재인 차성국은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떡 하니 그의 눈앞에 떠오른 것은 한글로 표시 된 홀로그램 창이었다.
-기본 정보
이름: 차성국(男)
나이: 33세
신장: 175cm
몸무게: 72kg
직업: 냉철한 사업가
직장: 오성 자동차
직위: 전무이사(현재 퇴직상태)
포인트: 0
[상세 능력을 볼 수 있습니다. 보시겠습니까? Y/N]
“세나 시스템이라더니? 그리고 상태창이 다 뜨고....... 무슨 게임 시스템 같은 건가?”
차성국은 혼자 중얼거리며 바로 눈앞에 떠 있는 상태창을 보고 예스를 선택했다.
-냉철한 사업가
총 자산: 533,576,578,420원
투자처: 없음
보유 능력: 선견지명(1단계), 능력빙의(1단계), 매력 덩어리(1단계)
아이템: 저용량 아공간 주머니(1m X 1m X 10m)
그때였다. 갑자기 그의 자산이 줄어들었다. 533,576,578,420원에서 516,641,072,390원으로 말이다.
“뭐, 뭐야?”
놀란 차성국에게 지하철 안내 방송의 여자 목소리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당신의 국내 보유 자산을 오성그룹에서 정리해 그들에게 계속 귀속 시키고 있습니다.]
“쳇!”
오성그룹에서 나섰다면 아마 차성국 소유의 재산은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다 찾아 낼 터였다. 보아하니 이미 그의 소유 부동산과 동산은 다 처분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차성국도 보통 인간은 아니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현금과 무기명 채권, 그리고 금괴를 그만 하는 곳에 숨겨 둔 것이다. 그 금액이 대략 16억 쯤 되었다. 그러니까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그의 비자금 5천 억 원과 합치면 세나 시스템에서 말한 총 자산과 실제 차성국이 보유한 돈의 금액이 거의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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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국은 눈앞에 뜬 세나 시스템의 상태창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유 능력이란 건 뭐지?”
그러자 바로 지하철 안내 방송의 여자 목소리가 그의 머리를 울려왔다.
[보유 능력이란 당신이 시스템을 이용해서 쓸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선견지명? 1단계?”
[선견지명은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 능력에 따라 단계가 있는데 1단계는 일주일 앞의 미래를 10분 간 볼 수 있습니다.]
“뭐?”
세나 시스템의 말에 차성국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래를 볼 수 있다니? 이 무슨 사기 같은 능력이란 말인가? 그때 세나 시스템이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능력 빙의는 자신이 아는 사람의 능력을 자신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1단계로는 원하는 사람의 능력을 10분 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허어!”
세나 시스템의 말에 차성국은 그저 고개만 내저었다. 말도 안 된다는 듯 말이다. 그러던 말든 세나 시스템은 계속 하던 설명을 했다.
[매력 덩어리는 원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매력을 발산시키는 능력입니다. 상대가 누구든 이 능력을 사용하면 당신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1단계로는 상대의 관심을 살 수 있는 수준입니다.]
[끝으로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아이템으로 10㎥의 저용량의 아공간 주머니가 주어집니다.]
“............”
그 뒤 세나 시스템은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조용했고 차성국은 기가 차다는 듯 눈앞의 상태창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내 머리가 이상해 진 건 맞는 모양이야. 이거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나?”
차성국은 지금 보이는 상태창과 목소리가 다 교통사고로 인해 생긴 정신질환으로 봤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환상과 환청이 생겨 날 리 없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