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0화 궁금증에 대한 대답을 얻다
소문에 절세대능(?世大能)이 있으면 사람의 본질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절세대능이 있다 해도 청궁의 주인의 본질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는 아직 선천혼돈체를 각성하지 못했고 그의 영혼에 있는 선천혼돈지화(先天混沌之火)도 불이 붙지 않았다.
진환이 청궁의 주인이 선천혼돈체인 것을 알고 있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첫 번째, 진환도 선천혼돈체이고 대성경지에 도달하였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진환이 미래에서 온 자라면 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절대 불가능하다. 선천혼돈체가 한 명 나타나면 주천만계에 두 번째 선천혼돈체가 나타날 수 없다. 그렇다면 두 번째 가능성인데 너무 이상하고 믿기 어렵다. 하지만 두 번째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있을 거다.'
청궁의 주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오면 엄청난 제약을 받기에 이자는 나와 접촉할 기회가 없었을 거다. 어떻게 선천혼돈체를 알게 된 거지? 이상하다! 너무 이상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큰 인물도 아니고 대세력의 사람도 아닙니다. 우연한 기회에 선배님의 사연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미래에서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선배님을 만난 것은 의외입니다."
사실 진남도 의아했다.
그는 선천무체를 각성하려고 했을 뿐인데 큰 장면에 휩쓸리고 청궁의 주인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선천무체가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가 너무 대단하잖아?'
"이번에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석 달 정도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사이에 반드시 해야 될 일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제가 선배님을 찾아온 것은 도움이 필요해서입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경지가 낮아서 선배님에게 도움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진남은 청궁의 주인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선배님에게 악의가 없습니다. 제 말을 믿습니까?"
진남은 가지고 있는 선검으로 청궁의 주인과 천천히 친해지고 청궁의 주인의 수단을 이용하여 목적을 이룰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남은 잠깐 고민하더니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이것은 엄청 좋은 기회였다.
청궁의 주인이 아직 최고급 거물이 되지 못했지만, 진남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청궁의 주인은 똑똑한 사람이라 속일 수 없었다. 그리하여 진남은 솔직하게 다 털어놓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궁의 주인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진남이 한 행동에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
"믿는다."
청궁의 주인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시원시원하게 대답하여 오히려 진남이 의아했다.
"제 말을 믿는다는 말씀입니까?"
"그럼. 미래에서 온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나에 대해 알겠느냐? 다만 너는 나를 만났고 선천혼돈체에 대해 말했는데 시공규칙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청궁의 주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오만하게 말했다.
"네가 나를 해칠 가능성은 더욱 없다. 미래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대단해지고 다른 선천지체들보다 강할 거다. 시공규칙이 방해하지 않아도 너에게 열 개의 용담(龍膽)을 먹여도 나를 해칠 배짱이 없을 거다."
패기가 밀려오자 진남은 살짝 충격을 받았다.
청궁의 주인은 아직 천존 경지인데도 자신감이 넘쳤다.
역시 주천만계 최고의 거물이 될 인물다웠다.
"다시 말해서."
청궁의 주인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는데 좀 전의 패기가 사라졌다.
"네가 나를 알고 있다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알겠지?"
진남은 이마를 짚고 말했다.
"그럼요."
진남은 손을 휘둘러 청궁의 주인에게 선검을 절반 나눠줬다.
"겨우 이 정도야? 신왕부적 세 장과 신황부적 한 장으로 이것밖에 바꾸지 못했을 리 없다."
"저는 선배님이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열 마디 말에 아홉 마디는 거짓말을 하는 분입니다. 그러니 일이 끝나면 나머지를 드리겠습니다.
선배님도 제가 선배님의 미움을 살 짓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똑똑하구나."
진남과 청궁의 주인은 한담을 나누면서 친해졌다.
그들은 잃어버렸던 형제를 만난 것 같았다.
강씨 가문의 제자들과 다른 무인들은 그 모습을 보자 진남을 더 무시하고 조롱했다.
'끼리끼리 노는군.'
"너 고제인 때문에 이곳에 온 거냐?"
청궁의 주인은 한담을 하다 말고 호기심이 생겨 물었다.
"아닙니다. 저는 고제인에 관심이 없습니다. 선배님도 더 이상 묻지 마십시오. 자세한 사항은 선배님이라고 해도 추측할 수 없을 겁니다. 대신 저는 계기지쟁에 참가할 겁니다."
진남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계기지쟁에 참가하겠다고? 네 실력으로?"
청궁의 주인은 깜짝 놀랐다.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 미리 수단들을 준비했느냐?"
"준비한 건 없습니다. 이제 선배님께서 도와주실 거잖습니까?"
진남은 미소가 더 짙어졌다.
"와, 동생. 나도 겨우 무상천존밖에 안 된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자들은 신왕들이다. 내가 수단을 다 사용해도 그자들을 막을 수 없다!"
청궁의 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진남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바꾸어 떠보듯이 물었다.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선배님은 왜 이곳에 왔습니까? 대연세계산에서 무상천존으로 진급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습니까."
청궁의 주인은 눈꺼풀이 뛰었다.
'이 녀석이 그렇게 은밀한 일까지 알고 있었어?'
"하하. 구체적인 것은 알려줄 수 없다. 너는 미래에서 오지 않았느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직접 알아보거라. 이건 알려줄 수 있다. 나의 일은 계기(界器)와 큰 연관이 있다."
청궁의 주인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우리 둘은 진짜 인연이 있으니 네 계위가 되어줄 수 있다."
진남은 사실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그는 청궁의 주인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만 해도 만족했다.
진남은 잠깐 고민하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선천혼돈체에 대해서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선천혼돈체를 원만 경지까지 수련하면 아무리 큰 재난을 만나도 영혼만 부서지고 육신은 죽지 않습니까?"
청궁의 주인은 표정이 굳었다.
한참이 지나서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미래의 세계에 원만 경지를 이룬 선천혼돈체가 나타났느냐? 그게 내가 맞느냐?"
'역시 치밀한 놈이다!'
진남은 속으로 감탄하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나의 선천혼돈체가 언젠가 원만 경지를 이룰 줄 알았다!"
청궁의 주인은 표정이 활짝 피었는데 살짝 으스대는 것 같기도 했다.
진남은 묘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선배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었습니까? 선배님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왜 신경 쓰지 않습니까?"
"어떤 결말이겠느냐? 죽기밖에 더 하겠느냐? 사람은 아무리 높은 경지에 도달해도 결국은 죽게 되겠지. 하지만 평범하게 살다가 죽는가 하면 다채롭게 살다가 죽을 수도 있다. 나는 다채롭게 살다가 죽으면 만족한다!"
청궁의 주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손을 저었다.
"그럼 본론을 말씀해주십시오."
진남은 얼른 말했다.
그는 청궁의 주인과 인생을 논하고 싶지 않았다.
"네 말이 맞다. 선천혼돈체는 원만 경지에 이르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육신이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도만큼 오래 살 수 있다."
청궁의 주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또 하나, 원만 경지에 이른 선천혼돈체의 육신을 많은 사람들은 절세의 보물이라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사실은 엄청난 저주이고 재앙이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저주? 재앙?'
"동생, 알아듣기 쉽게 말해줄게. 세상에 원만 경지를 이룬 선천혼돈체가 나타났다고 했을 때 세상의 창생들을 생각하는 자라면 최선을 다해 선천혼돈체를 감추고 봉인할 것이다."
청궁의 주인은 진남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미래에 누군가 원만 경지를 이룬 선천혼돈체의 육신을 노린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아니면 엄청 비참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진남은 심호흡을 했다.
이제 진남은 궁금한 것에 대한 대답을 얻었다.
"선배님은 선천혼돈체를 원만 경지까지 수련하게 되면 육신을 봉인하겠습니까?"
진남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청궁의 주인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이 세상이 별로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수많은 중생들과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 왜 그들을 해치겠느냐?"
진남은 이제 팔 할의 확신이 생겼다.
진남은 대상계 청궁의 깊숙한 곳에 있는 혼돈궁에 청궁 주인의 육신이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아차! 설마 내 육신을 누가 노리는 거야?"
청궁의 주인은 이를 갈았다.
진남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선배님의 육신을 노리는 자는 선배님의 부하들입니다. 우리 시대에서 선배님의 부하들이 우세를 차지했습니다."
청궁의 주인은 차가운 미소를 짓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 마음이지 않느냐? 배신하는 자가 있다는 것도 놀랍지 않다."
청궁의 주인은 말을 멈추고는 진남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치 진남의 모든 것들을 꿰뚫어보려는 것 같았다.
"부하들이 내 육신을 쟁탈하고 있다면 너희들은 무엇을 했느냐? 그들과 대항하고 내 육신을 가져가려고 했느냐?"
진남은 진지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들과 싸웠습니다. 선배님의 육신은 엄청난 기연이긴 하지만 우리들이 육신을 얻는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선배님의 육신이 그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진남이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건 청궁의 주인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고 해도 부하들이 배신을 했고 그의 육신을 쟁탈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은 환상의 세계였다.
청궁의 주인이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해도 결말은 바뀌지 않을 것이었다.
진남은 청궁의 주인이 어떤 방법을 찾지 않을까 기대하고 사실대로 말했다.
아주 작은 작용이라도 일으킬 수 있으면 좋았다.
청궁의 주인은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알겠다. 아직은 방법이 없으니 잘 생각해보겠다. 걱정 말거라. 손 놓고 구경만 하지 않을 거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화제를 돌렸다.
"참, 도움을 청할 일이 있습니다. 제가 들어온 육신의 신분을 아십니까?"
"나도 자세히는 잘 모른다. 신분 높은 귀족 자제라는 것밖에 모른다."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육신은 요광계 진씨가문의 가주……"
진남은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목소리를 더 낮췄다.
"이 몸에 절법선제의 제신과 제기가 있어서 어떤 일들은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선배님께서 도와주십시오. 징천령을 어떻게 반포하는지 알아봐 주십시오."
청궁의 주인은 눈빛을 반짝거리며 진남의 어깨를 팍 내리쳤다.
"그건 정말 좋은 물건이다! 징천령이 있으면 많은 일들이 쉬워진다."
청궁의 주인이 문득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참 나쁜 놈이구나! 다른 사람이 소중하게 감춰둔 것까지 다 사용하려고 하다니!
하지만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한다. 제신과 제기가 목숨 걸고 달려들 수도 있다."
"그건 저도 생각이 있습니다."
진남이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