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9화 너는 대체 누구냐?
젊은 청궁의 주인은 축원비를 보았다.
그는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축씨 가문의 선배님, 축씨 가문의 사람이 얼마나 건방지고 포악한지 보십시오. 제가 이자에게 판 건 운절선궁의 핵심지의 삼 분의 일 되는 지도입니다. 그리고 저는 오 품 선검 한 개를 받았습니다. 엄청 싸게 팔았습니다."
그의 말에 주위의 무인들은 순식간에 과정을 떠올렸다.
이 무인이 기이한 물건으로 축원비를 속인 게 분명했다.
축원비는 잠깐 사이에 물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오 품 선검을 한 개 내놓았을 것이었다.
오 품 선검은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에게는 소중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축원비가 왜 이토록 화가 났는지 이해가 되었다.
물건을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눈도 깜빡이지 않고 운절선궁의 삼 분의 일 되는 지도라고 하니 이건 일부러 사람을 화나게 하려는 것이 아닌가?
오 계의 준제들은 갖은 방법과 수단을 써 운절선궁의 후손들을 전부 조사했다.
하지만 운절선궁 외부의 지도조차 얻지 못했다.
핵심지의 지도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축원비는 더 화가 났고 기세가 더 강해졌다.
이때, 축씨 가문의 준제가 싸늘한 눈빛으로 청궁의 주인을 힐끗 보더니 낮은 소리로 호통쳤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거라.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들어간 후에 다시 보아라!"
축원비는 길게 숨을 들이쉬었고 화를 눌렀다.
"도우들, 미안하다. 너희들에게 우스운 꼴을 보여줬구나."
축씨 가문의 준제는 사방을 향해 공수했다.
무인들을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라 준제들을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여러 세력의 준제들은 모두 참견하지 않았다.
축원비는 제대로 공격을 하지 않았기에 규칙을 어긴 것이 아니었다.
배경이 강한 인재들은 작은 특권이 있었다.
축씨 가문의 준제는 축원비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청궁의 주인은 불만이 있는 듯 중얼거리더니 자리에 앉아 검은 천을 펼쳤다.
천 위에는 옥간들이 가득했다.
청궁의 주인은 목청껏 소리쳤다.
"어서 와 보시오, 운절선궁 핵심지의 삼 분의 일 되는 지도요! 천재지보나 전승, 공법이 없어도 되오. 오 품 선검 한 개면 되오!"
무인들은 청궁의 주인의 행동에 웃음을 터뜨렸다.
'참 웃기는 녀석이다. 방금 축씨 가문의 준제와 천재에게 위협을 당하고도 뻔뻔하게 계속 사기를 치는구나. 죽는 게 두렵지 않은 건가?'
청궁의 주인에게 흥미를 가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평소였다면 그들은 핵심지가 표시되어 있다는 삼 분의 일의 지도를 보기 위해 오 품 선검을 지불하는 것도 개의치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축원비는 청궁의 주인에 대한 분노를 명확히 드러냈다.
비록 자리를 떴지만, 축원비는 청궁의 주인에게 신념을 남겼을 게 분명했다.
때문에, 그들이 청궁의 주인과 접촉을 시도하면 나쁜 놈을 도와 나쁜 일을 성사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행동은 축원비의 불만을 살 수도 있었다.
일부 무인들은 청궁의 주인을 주의 깊게 살폈다.
법선대회가 시작된 후 축원비가 손을 쓸 겨를이 없으면 그들이 대신 청궁의 주인을 혼내주기 위해서였다.
그렇게라도 축선비와 인연을 맺으면 좋은 점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진남은 흥분을 겨우 가라앉히고 말했다.
"도우들, 미안하다. 오늘은 너희들과 겨룰 시간이 없으니 다음 날에 다시 겨뤄보자."
육조와 여화일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시선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에는 조롱의 기색이 더 짙어졌다.
'진씨 가문에 너 같은 후계자가 나타나서 안타깝구나.'
강명과 강소성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창피해도 어쩔 수 없지. 우리 체면을 깎은 것도 아니잖아. 정말 싸우면 우리 둘이 난감해질 거다.'
그들이 말릴 새도 없이 진남은 앞으로 걸어가더니 지도를 파는 청년 앞에 섰다.
강명과 강소성은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진환이 또 무슨 사고를 치려는 거지?'
"형씨, 물건 고르는 안목이 있구나. 저 녀석은 물건을 볼 줄 모른다. 지도가 가짜면 책임지고 바꿔줄게. 이 지도를 얻으면 반드시……."
청궁의 주인은 눈을 반짝거리며 진남에게 신념을 전했다.
"됐습니다. 지도를 사겠습니다.
진남은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참, 몇 가지 여쭤봐도 됩니까?"
청궁의 주인은 눈을 굴리더니 말했다.
"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면 다 말해줄 수 있다. 하지만 대가는 좀 비싸다. 충분한 선검을 지불해야 대답해줄 수 있다."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진남은 그제야 자신에게 선검이 없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는 흥분해서 이 사실을 잠깐 잊고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말을 마친 진남은 강명과 강소성에게 전음했다.
"선검을 가지고 있느냐?"
강명과 강소성은 안색이 변했다.
강명은 정중하게 말했다.
"진환, 허튼짓은 하지 마십시오. 저자가 파는 지도는 가짜입니다. 진짜일 리 없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데 축원비의 미움까지 받으면 처지가 난감해질 것입니다."
진남은 그의 말을 무시했다.
'축원비의 미움을 사는 게 뭔 대수냐? 청궁의 주인과 인연을 맺을 수 있다면 축원비가 아니라 축씨 가문 준제의 미움을 받는 짓도 할 수 있다.'
조금 전까지 진남은 법선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불안하고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청궁의 주인의 출현으로 바뀌었다.
그의 출현은 진남에게 큰 기회였다.
청궁의 주인은 무상천존 경지밖에 되지 않았지만, 천재들과 비교도 안 되게 대단한 수단들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청궁의 주인은 성격상 이유 없이 오 계에 올 사람이 아니었다.
진남은 강명과 강소성의 태도도 이해할 수 있었다.
강명과 강소성은 청궁의 주인을 모르기에 진남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었다.
"됐다, 너희들에게 부탁하지 않겠다."
진남은 두 사람에게 손을 저었다.
그는 주변을 살펴보더니 체내의 힘을 움직여 우렁찬 목소리로 물었다.
"도우들, 나에게 신왕(神王)부적 세 장과 신황(神皇)부적 한 장이 있다. 필요한 사람이 있느냐? 가치가 비슷한 선검으로 바꾸면 된다."
강명과 강소성은 충격을 받았다.
'미쳤나?'
주변에 있던 무인들도 어안이 벙벙했다.
'진환은 축원비를 안중에 두지도 않는 거야? 게다가 저자의 지도를 사려고 신왕부적과 신황부적을 선검으로 바꾸겠다니!'
육조와 여화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들은 이곳에 더 머무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진환은 나중에 혼내주면 그만이었다.
그들은 방금 강홍수가 같은 선자인 몽요 선자와 싸웠다는 신념을 받았기에 그곳에도 가봐야 했다.
"능력이 안 되는 놈은 이끌어줘도 쓸모가 없구나!"
강성과 강곡 등은 진환의 처지를 고소하게 생각했다.
그들은 진환이 오기를 부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다.
* * *
"강홍수, 참 훌륭한 부군을 얻었구나."
축원비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홍수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빛은 음침하기 그지없었다.
강홍수 때문에 진환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지만, 축원비는 관심이 없었다.
강홍수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자신과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축원비는 강홍수가 누구에게 시집가든지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고 호강스럽게 자란 귀족 자제가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행동한다는 사실에 축원비는 화가 났다.
강홍수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자는 나와 아무 상관 없다."
다른 방향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회명, 좋은 사위를 얻었구먼. 역시 안목이 있소! 자네 사위가 곧 핵심지의 지도의 삼 분의 일을 얻을 거요. 완전한 지도를 얻어서 큰 수확을 얻을 수도 있지 않겠소?"
강회명은 표정이 평온했지만 속으로는 고민했다.
'내 추측이 틀린 걸까?'
* * *
시끄러운 사건의 주범인 진남은 주변의 시선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진남은 이십여 개의 신념을 받았고 가격흥정을 하는 중이었다.
뒤에 있던 청궁의 주인은 생각에 잠긴 듯 한참이나 진남을 바라보다가 눈빛이 점점 밝아졌다.
'신왕부적 세 장과 신황부적 한 장으로 엄청 많은 선검을 바꿀 수 있어!'
흥정 끝에 진남은 무상천존 경지를 초월하고 온몸이 연기에 휩싸인 무인과 거래를 했다.
진남은 부적으로 쉰여섯 개의 선검을 바꿨다.
그중 가장 훌륭한 선검은 칠 품이었고, 가장 약하더라도 사품이었다.
고개를 돌린 진남은 눈이 빠져라 기다리는 청궁의 주인을 발견했다.
진남은 미소를 살짝 짓고는 말했다.
"오 품 선검으로 지도 조각 하나를 바꾸는 게 맞습니까? 다섯 개의 오 품 선검을 드리겠습니다. 대신 이 지도를 이제 다른 사람에게 팔면 안 됩니다."
청궁의 주인은 기뻐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진환 도우, 방금 묻고 싶은 게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물어보거라. 아는 것은 숨김없이 솔직하게 다 말해주마. 진환 도우는 오랜만에 만난 벗 같아서 다 해주는 거다."
다른 무인들의 대화에서 청궁의 주인은 진남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
청궁의 주인은 더 기뻤다.
'돈 많은 놈을 만났구나!'
진남은 그의 모습을 보자 몰래 웃었다.
'검을 목숨처럼 아끼는 녀석이 미래에 주천만계에서 최고의 거물이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진남은 잠깐 고민하더니 청궁의 주인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려고 마음먹고는 그에게 전음 했다.
"혹시 진짜 이름이나 아니면 전에 사용했던 이름이 조신진 아닙니까?"
청궁의 주인은 몸을 흠칫 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알았느냐? 우리 전에 만난 적이 있느냐?"
진남은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아는 건 이름뿐만이 아닙니다. 가짜를 진짜처럼 꾸미는 재능이 있으시고 특별한 수단으로 평범한 물건을 희귀한 천재지보로 보이게 하는 능력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아느냐? 설마 내가 다른 곳에서 너를 속인 적이 있느냐?"
청궁의 주인은 얼른 사과를 했다.
"동생, 정말 미안하구나. 예전에는 그 수단으로 입에 풀칠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너와 이렇게 인연이 있을 줄 알았더라면 그때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속이지 말 걸 그랬다."
청궁의 주인은 살짝 후회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후련했다.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저를 속인 적은 없습니다. 우연히 몇 번 구경할 기회가 있었을 뿐입니다. 우리가 인연이 있다고 했으니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선천혼돈체 맞으십니까?"
청궁의 주인은 표정이 굳었다.
그는 진남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한참 동안 진남을 노려보던 그는 부드러운 말투로 전음했다.f
"너는 대체 누구냐?"
청궁의 주인은 침착해 보였지만 마음속에는 파도가 일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