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4화 계기지쟁에 참여할 거다
"강곡!"
강성과 사이가 좋은 강씨 가문의 천재는 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호통쳤다.
"너 간이 부었구나. 화범제지는 강씨 가문의 핵심인데 어찌 외부인을 들어가게 할 수 있느냐? 화범제지에 들어가는 규칙은 시조가 정한 것이다. 맘대로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 하다니, 너는 시조를 무시하는구나!"
강곡은 피식 웃고 말했다.
"외부인? 누가 외부인이냐? 진환은 우리의 매형이고 강씨 가문의 사람이다! 시조가 전에 화범제지에 들어가는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주면 안 된다고 말한 적 있느냐?"
좀 전의 강씨 가문의 천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손가락으로 강곡을 가리켰는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강회명과 강광도 아무 말 없었다. 강곡이 이런 행동을 한 건 강씨 가문의 규칙을 어기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러나 화범제지에 들어갈 기회를 양보할 자가 있을 거라고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강곡은 이글거리는 두 눈으로 진남을 보며 말했다.
"매형, 화범제지는 저의 성의입니다. 법선대회가 끝나면 저는 최선을 다해 매형이 무상천존의 경지에 도달하고 진씨 가문의 힘이 첫 번째 단계를 장악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진씨 가문은 후계자가 한 명이었다.
다른 사람이 가문의 저력을 빼앗아 가는 걸 방지하고 방탕한 자제가 나타나는 걸 막기 위해 진씨 가문에서는 규칙을 세웠다.
무상천존에 도달해야만 첫 번째 단계의 저력을 열 수 있었다.
선황 경지는 두 번째 단계를 열 수 있다.
준제 경지에 도달해야만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다.
강회명은 뭔가 말하려 했다.
그는 옆에 있던 강광이 눈을 조금 뜬 걸 보고 아무 말 하지 않고 속으로 한탄했다.
얼마 전에 그는 좋은 점을 차지했는데 강광 등이 연합하여 그를 상대했다.
그는 가주의 명의나 장인의 명의로 진환더러 강홍수를 도와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강광 등은 더 세게 반발할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강홍수 자신이었다.
그녀는 진환에 대한 미움을 감추지 않았고 강광 등의 꼬임에 걸려 진환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강성과 강곡은 진짜 패기 있구나.'
만약 진정한 진환이라면 열을 받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진남이 몸에 들어왔다.
이 모든 건 환상이었다.
법선대회가 끝나면 진남은 현실로 돌아와야 했고 주천성인석이나 화범제지를 느낄 기회가 없었다.
진남의 표정 변화를 본 강성은 진남이 마음이 흔들렸다고 생각하고 마음이 무거워졌고 말했다.
"매형,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할 말이 있습니다. 강곡의 말은 맞습니다. 천재지보들은 매형에게 매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강곡이 굳게 결심을 내린 걸 아는 그는 미리 다른 걸 준비를 했었다.
다른 젊은 인재들은 강성의 말을 듣고 그가 어떤 엄청난 좋은 점을 내놓을지 알 수 있었다.
강곡을 따라서 좋은 점을 내놓을 것이었다.
그들은 질투가 나고 진환이 미웠다.
'이 자식은 운이 좋구나. 진짜 좋다!'
그러나 그들은 강성과 강곡의 행동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진환이 있으면 계기를 장악할 가능성이 더 컸다.
계기를 장악하면 앞날이 창창하고 강씨 가문의 큰 자원을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진환을 이용하면 운절선제의 전승을 노릴 수 있고 좋은 점이 많았다.
강성의 말이 끝나기 전에 진남은 손을 젓고 그의 말을 잘랐다.
그는 모든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말을 했다.
"더 말하지 말거라. 나는 계기지쟁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커다란 전당은 조용해졌다.
진남의 말은 무상의 신위가 있는 것처럼 귀를 트이게 했다.
'진환이 계기지쟁에 참가하겠다고? 장난하나!'
이번의 계기지쟁은 선황이나 준제 경지의 거물까지 연루되지 않고 오 계의 인재들만 참가했다.
그러나 계기지쟁에 참가할 수 있는 인재들은 강홍수, 강성, 강곡과 같은 단계의 신왕 경지여야 했다.
진환은 고작 주경이었다.
진환에게는 제신과 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잘 알았다.
그는 지금은 이 두 가지 절세지보의 신위를 발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깨울 수도 없었다.
진환이 죽을 위기에 부딪혔을 때 이 두 가지 절세지보가 임시로 깨어난다 해도 다른 사람들은 진환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구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의 법선대회에 다른 세력의 인재들이 제신이나 제기를 갖고 오지 않을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다.
"매형…… 포부가 크네요!"
진환에게 핀잔을 주었던 강미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대전 안의 다른 젊은 인재들은 큰소리로 웃었고 경멸하는 눈빛으로 진환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진환에게 부탁할 것이 없기에 신경 쓸 필요 없었다.
강성과 강곡은 안색이 기이했다.
그들은 진환이 이 정도로 미련한 줄 몰랐다. 진환에게 부탁할 것이 없었다면 그들은 진작에 웃었을 것이었다.
강회명은 난감했고 뭔가 말하려 했다.
이때 줄곧 침묵하던 강광이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진환, 진씨 가문의 외동아들이고 강씨 가문의 사위라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말거라. 함부로 말하지 말고 생각 좀 하거라."
진남은 강광을 힐끗 보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강 숙부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마지막에 진남은 단호하게 한마디 했다.
"저는 진씨 가문의 조상들의 명의로 맹세합니다. 저는 계기지쟁에 꼭 참가하겠습니다. 이를 어긴다면 벼락을 맞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대전 안의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이 자식이…… 진짜였어?'
선제 거물이 나왔던 최고급 가문의 제자가 조상의 명의로 맹세를 하는 건 장난이 아니었다.
맹세를 어기면 가문이 창피를 당할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고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며 진짜로 징벌을 받을 수 있었다.
강광은 정신을 차렸고 안색이 새파래졌으며 호통쳤다.
"진짜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구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맷자락을 날리며 떠나갔다.
그는 마지막까지 준제의 기운과 위압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커다란 압박감을 느꼈다.
강성과 강곡 그리고 다른 젊은 인재들은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강성과 강곡은 말할 필요 없었다.
그들은 진환을 얻기 위해 기분 나쁘지만 억지로 참으며 좋은 말만 했고 엄청난 좋은 점을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결정을 하다니!
다른 젊은 인재들은 마음이 복잡했다.
강씨 가문의 젊은이들이 파를 나눈다면 강홍수, 강성, 강곡 세 명이었다.
진환이 누구를 선택하든 한 명은 마음이 편안할 것이고 나머지 두 명은 불만이 가득할 것이었다.
그런데 진환은 아무도 돕지 않고 스스로 하겠다고 했다.
이는 강씨 가문의 사람들의 미움을 크게 샀다.
진환은 매우 방탕하고 폐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가 강씨 가문의 여인과 혼인하고도 자신이 망가질지언정 강씨 가문을 도와주지 않겠다고?
"진 가주는 진짜 박력 있습니다. 진 가주가 주경의 경지로 어떻게 계기지쟁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이기고 계기를 장악하는지 봅시다."
강성과 강곡은 안색이 싸늘해졌다.
이렇게 되었으니 더 말할 필요 없었고 진환의 체면을 봐줄 필요 없었다.
그들은 한마디하고 강회명과 인사하고는 돌아서 떠나갔다.
다른 젊은 인재들도 싸늘한 눈빛으로 진환을 힐끗 봤다.
강회명이 없었다면 그들은 진환에게 핀잔을 주었을 것이고 심지어 제대로 혼내주었을 것이었다.
잠시 후 대전 안에는 강회명과 진남 두 명만 남았다.
진남은 강회명을 힐끗 봤다.
강회명은 안색이 어둡지 않았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진남은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강회명은 화를 내는 게 맞았다.
그는 딸을 강제로 진환에게 시집 보냈다.
강씨 가문의 이익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진환의 행동이 소문난다면 강씨 가문의 비난을 받을 것이고 다른 세력들의 웃음거리가 될 수 있었다.
강회명은 미간을 만지고 진남을 보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
"다음부터는 먼저 나에게 말해주겠느냐? 나는 몸이 좋지 않다. 놀라게 하지 말거라!"
진남도 미안했다. 그의 말은 '장인어른'에게 해가 되었다.
그는 잠깐 생각하고 말했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생각해봤는데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해보고 싶습니다."
강회명은 진남을 한참 보더니, 눈길을 돌리고 한숨을 쉬었다.
"네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기쁘다.
너는 진씨 가문의 가주이다. 너의 체내에는 선제의 혈맥이 흐르고 있다. 그러니 너는 자질이 약하지 않다. 즉, 네가 노력하기만 하면 성과를 이룰 것이다."
강회명은 화제를 돌렸다.
"네가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다니 잘됐다. 그러나 잘 생각하거라, 충동적으로 행동하면 안 된다.
이번에 계기지쟁에 참가하겠다고 했지. 그럼 넌 네 경지가 주경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았느냐?
너는 제신과 제기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고 너의 목숨이나 지킬 수 있다. 또 너는 소문이 나빠 너를 보호해줄 계위(界衛)를 열 명 모을 수 없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네가 계기지쟁에 참가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빠르게 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뿐만 아니라 법선대회가 열리면 누군가에게 맞아 기절하고 밖으로 던져질 것이다."
강회명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진남은 머리가 아팠다.
강회명의 말은 맞았다.
그는 진환의 몸에 들어왔지만, 진환은 기초가 너무 약했다.
법선대회 전에 수련을 통해 주재 경지에 도달한다 해도 천존 거물 정도밖에 상대할 수 없었다.
반면, 다른 세력의 인재들은 신왕경지라 진남을 쉽게 쫓아낼 수 있었다.
"진씨 가문의 가주이고 강씨 가문의 사위인데 시작하자마자 바로 쫓겨나면 체면이 깎인다. 네가 조금은 버티고 너무 창피를 당하지 않도록 요즘 방법을 찾겠다."
강회명은 엄숙하게 말했다.
"한 가지 명심하거라. 어떤 조롱을 당하거나 어떤 모욕적인 일을 당하더라도 절대 징천령을 발동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징천령? 그게 뭐지?
강회명의 말투로 보아 징천령은 엄청난 물건인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진남은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가 얼버무렸다.
"아버님, 나중에 얘기합시다. 사내대장부로서 큰일을 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회명은 정색하고 호통쳤다.
"환, 소란 피우지 말고 심술부리지 말거라! 징천령은 한 번만 발동할 수 있다. 네가 일정한 경계에 도달하기 전에 요광계의 세력들은 예전의 규칙에 따라 네가 징천령을 세 번 발동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명심하거라. 세상에서 정이 가장 값이 없다. 진씨 가문의 몇몇 계주들이 요광계의 세력들을 많이 도와줬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또 너는 명성이 좋지 않다!"
진남은 속으로 기뻐했다.
대략 짐작되었다.
'진씨 가문의 시조인 절법선제(?法仙帝)부터겠다. 그는 저주를 완전히 풀 수 없고 후손을 한 명밖에 남길 수 없다는 걸 발견한 후 여러 세력들과 어울리며 세력들이 그에게 빚을 지게 했을 것이다.
후에 진씨 가문의 준제들도 시조를 모방했을 것이고 진씨 가문은 징천령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징천령은 요광계의 모든 세력들이 진씨 가문의 사람들을 도와주도록 호령할 수 있겠다. 물론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마음대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진환은 운이 좋구나."
진남은 감탄했다.
진환의 성격이 방탕한 것이 이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