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3화 구천일인자
전에 창은 비월여제의 전생인 계근자를 이용해 진남을 청궁의 중현경천의 깊은 곳까지 유인했다.
그리고 엽소선과 연합하여 동황태허련 등 지보들을 끌어다 절세의 대진을 쳤고 호룡정천인을 가뒀다.
때문에, 진남은 한 번에 동황태허련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다만 앞에 있는 동황태허련은 한 개의 의지일 뿐이고 본체처럼 웅장하고 대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개의 의지라도 위력은 대단했다.
'청궁 안의 모든 것들은 절대 대상계에 들어올 수 없었다. 그런데 동황태허련은 어떻게 들어왔지?
설마 청궁에 변고가 생겼나?'
"호룡정천인의 주인이 되다니, 제법이구나! 아쉽게도 청궁에서 너를 죽이지 못했다."
동황태허련은 싸늘하게 말했다.
그는 제황이라도 되는 것처럼 위엄이 있었다.
갑자기 동황태허련은 진남을 공격했다.
공격은 매우 간단하고 현묘함이 없었으며 아무런 위력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진남은 천지를 덮는 무형의 대세가 그에게 날아와 그를 파묻으려는 것 같았다.
"깨거라!"
위기의 상황에 진남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
단천도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와 앞을 내리쳤다.
쿠쿠쿠쿵-!
방원 몇십만 리의 허공이 순식간에 부서졌고 강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진남은 엄청난 반탄지력을 받고 연거푸 뒤로 밀렸고 혈기가 꿈틀거렸다.
통천도수는 먼 곳에 있었지만, 영향을 받고 만 리 정도 밀려났다.
진남은 똑바로 서서 앞을 바라봤다.
동황태허련과 창, 엽소선의 형상은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방원 삼백만 리의 하늘도 색을 회복했다.
"진남, 주천불사산에서 기다리거라. 곧 너를 찾아가겠다."
창의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렸다.
소리는 점점 낮아지다 사라졌다.
* * *
같은 시각, 신비한 곳.
한 사람이 호수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자는 호수를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고 대단한 기운을 풍겼다.
호수 전체가 기운에 눌려 가라앉았다.
"역시, 그렇구나!"
그는 한마디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서 빛이 반짝거렸다.
"움직일 때가 되었다……."
그는 손에 든 낚싯대를 내려놓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계현이었다.
계현이 문도지지에 있을 때의 가명은 '지'였다.
상고시대에 다른 사람들은 그를 계씨 가문의 사람이고 계창의 동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계씨 가문의 모든 것을 혐오했다.
또한, 그는 창을 혐오하고 원망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계씨 가문과 연관이 없고 창과는 더욱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을 임효지의 형제이고 천극방의 영의 후계자이고 고비의 형님이며 용도천존의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만 년이나 칩거했으니 이제 세상에 나갈 때가 되었다.
* * *
그 시각, 남극지.
황운천존, 단목천존, 이백성천존 등 천존 거물들은 모든 것이 평온해지고 세상이 원 상태를 회복하는 걸 보고 크게 놀랐다.
'방금 나타났던 쇠사슬은 무엇이지?'
'한 방에 진남을 격파했나?'
'쇠사슬은 창이나 엽소선과 어떤 관계지?'
'구천에 언제 이렇게 대단한 존재가 나타났지?'
이번 싸움의 결과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창과 엽소선이 이기고 창과 엽소선이 구천선역을 차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진남이 이기고 구천선역이 진남의 것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진남은 이겼음에도 창과 엽소선을 죽이지 못했다.
신비한 형상이 엄청난 힘으로 창과 엽소선을 구했기 때문이었다.
황운천존, 단목천존, 이백성천존 등 천존 거물들은 문득 자신들이 구천선역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걸 느꼈다.
"갑시다."
황운천존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잠깐 생각하더니 앞으로 날아갔다.
이를 본 육방천존, 영야천존 등 거물들 중 영야천존이 안색이 변하고 고민했을 뿐 나머지 거물들은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황운천존을 따라갔다.
"진남, 좀 전에 나타났던 것은 무엇이냐?"
통천도수는 정신을 차리고 무거운 표정으로 물었다.
주심도와 가엽도 주천불사산과 무주궁도에서 걸어 나와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표정이 무거웠다.
"진남 도우 무적천존이 되고 창과 엽소선을 누르고 명실상부한 구천일인자가 된 걸 축하한다."
황운천존 등이 다가와 공수하고 축하했다.
진남은 그들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안색이 어두웠다.
그는 숨김없이 말했다.
"좀 전의 형상은 청궁의 상현경천에서 온 지보인 동황태허련입니다."
그의 말은 우레 같았다.
"청궁의 지보라고?"
"저들이 어떻게 대상계에 들어왔지?"
천존들 일부는 눈에 두려움이 드러났다.
청궁 안의 모든 것은 구천선역보다 더 강했다.
청궁 안의 모든 것이 구천선역에 내려올 수 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재난이 일어날 것이었다.
"구체적인 건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쁘지 않습니다."
진남은 말했다.
"구천선역에는 전에 없던 큰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다들 준비하십시오."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여러분은 우리 진남 연맹을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입장을 유지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는 손을 젓더니 통천도수와 가엽과 함께 주천불사산으로 들어갔다.
"지난번에 구룡석인을 가둔 것이 동황태허련입니까?"
주심도는 물었다.
"맞습니다."
진남의 대답을 들은 주심도는 헛숨을 들이켰다.
'지난번에 구룡석인을 공격한 지보는 동황태허련뿐만 아니라 두세 개의 지보가 더 있었다.
동황태허련은 창과 엽소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지보들도 창과 엽소선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까?'
"공주 등 사람들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가엽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들은 위험하지 않을 겁니다."
진남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창과 엽소선은 이번에 중상을 입었습니다.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게다가 동황태허련도 저를 죽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했습니다.
제 짐작이 맞는다면 동황태허련 등 지보들은 어떤 이유 때문에 구천선역의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그들의 힘으로 진작에 저를 죽였을 것이고 저를 천존으로 진급하지 못하게 했을 것입니다.
아마 동황태허련이 이번에 나타난 것도 엄청난 대가를 치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심도는 냉정을 되찾고 생각하더니 말했다.
"주인님의 분석하신 것이 맞습니다. 아니면 모든 것이 끝났을 것입니다."
진남은 마음이 무거웠다.
"지난번에 상고시대에 갔을 때 저는 오적에게서 지보들은 후계자가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창과 엽소선 중에 한 명이 동황태허련을 얻은 것 같습니다. 제가 호룡정천인을 얻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오적의 말대로라면 지보들은 후계자가 생기면 드러낼 수 있는 힘이 후계자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동황태허련이 창과 엽소선 중에 한 명을 후계자로 들였다면 한 개의 의지가 이렇게 강할 수 없습니다."
가엽, 주심도, 통천도수는 머리가 아팠다.
그들이 얻은 소식은 너무 적었다.
청궁 안의 상황이 어떤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진남은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천극방의 영의 죽음이 청궁과 큰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창의 힘으로 천극방의 영을 죽일 수 없었을 것이었다.
이번에 동황태허련이 나타난 것이 이 점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저는 상황이 그 정도로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니면 우리는 진작에 죽었을 것입니다."
진남은 한참 동안 생각하더니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창이 스스로 우리를 찾아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엽, 주심도, 통천도수는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허, 이 자식들을 죽이기 진짜 어렵구나."
통천도수는 안색이 시커메졌다.
몇만 년 전의 싸움에서 창과 엽소선은 죽지 않았다.
이번 싸움에서도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었는데도 죽지 않았다.
"됐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맙시다."
통천도수는 마음을 추스르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기뻐해야 하오. 진남은 진정한 거물이 되어 혼자서도 창과 엽소선을 충분히 누를 수 있소."
주심도와 가엽은 안도했다.
이번 싸움에서 진남은 그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진남은 주제나 황보절을 초월하여 자신만의 신화를 만들었다.
진남은 마음이 평온했다.
그는 자만하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았다.
그는 잘 알았다.
이번에 박천대술을 드러내지 못해 창과 엽소선을 죽이지 못했기에 다음번에 창과 엽소선을 죽이려면 더 어려울 것이었다.
"진남, 너는 어떻게 임효지의 전승을 얻었느냐?
임효지는 보통이 아니다. 나는 상고시대에 그와 함께 비경을 찾았던 적 있다. 그때 그자는 나중에 진씨 성의 천재를 만나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라고 당부했다."
통천도수는 감탄했다.
"솔직히 말해 그의 당부가 없었다면 나는 너를 도와주지 못했을 것이다."
"네? 그렇습니까?"
진남은 얼굴이 뜨거워지고 난감했다.
그는 '놀란' 척했다.
주심도와 가엽은 우스웠다.
'임효지가 바로 진남이라는 걸 알게 되면 통천도수는 기분이 어떨까?'
"진남, 부탁이 있다. 나는 오랫동안 식지 경지에 머물러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응천 경지로 돌파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와 싸우면서 가르쳐주겠느냐?"
통천도수는 물었다.
진남은 서둘러 말했다.
"선배님,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제가 어떻게 선배님을 가르치겠습니까? 겨루면서 무학을 증명하는 건 가능합니다."
진남은 가엽에게 말했다.
"가엽 선배님, 번거롭겠지만 청궁에 가서 능황 선배님을 도와주십시오. 의외의 상황이 생기면 제가 쫓아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가엽이 간 후 진남은 통천도수와 함께 제구중산으로 가 싸움을 시작했다.
* * *
진남이 혼자 창과 엽소선을 물리친 소식이 폭풍처럼 구천선역 전체에 퍼졌다.
구천선역은 시끌벅적해졌다.
많은 청년들은 진남을 전설, 신화, 꿈으로 생각했다.
진남에겐 구천일인자라는 첫 번째 도호가 생겼다.
도망간 두 명의 천존은 휘하의 세력들을 거느리고 다른 소선역의 금지에 숨어 신분을 감추고 지냈다.
커다란 엽창연맹은 파멸되기 시작했다.
엽창연맹에 속했던 무인들과 작은 세력들은 불안해하며 도망갔다.
황운천존, 육방천존 등 거물들과 중립을 지키던 큰 세력들은 마음이 무거웠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진남이 이긴 건 서막이 열린 것 같았다.
진남의 말대로 구천선역은 전에 없던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세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 * *
같은 시각, 청궁, 상현경천.
대단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신마지음이 울려 퍼졌다.
이곳은 한 개의 세상 같지 않고 많은 재난들이 모인 것 같았다.
아무도 이곳에서 살 수 없었다.
신비한 무덤 안에서 예쁜 여인이 피가 묻은 치마를 입고 절세의 술법을 드러내어 커다란 시골과 싸우며 엄청난 파동을 일으켰다.
여인은 안색이 창백하고 기운이 약했다.
그러나 두 눈은 빛이 반짝거렸고 날카로웠다.
그녀의 눈에서 두려움과 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바로 비월여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