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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89화 (1,389/1,498)

1389화 이백 등급

"나는 육신을 버리고 사람도 귀신도 아닌 존재로 변해 이곳에서 몇백만 년을 기다렸는데 팔십 등급 이상에 도달한 자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쉽소!"

한 노인은 절망하듯 말했다.

"노제(老齊), 내가 말했잖소. 팔십 등급 이상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선천무체라면 모르겠소! 하지만 선천지체는 주천만도가 허락하지 않소. 백만 년에 한 명도 나타나기 어렵소."

한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는 결과를 알고 있었다는 듯 말투가 평온했다.

명도자도 어이가 없고 내키지 않았다.

"그러게 말이요. 선천무체인 자가 나타나면 전설 속의 십전선단(十轉仙丹)을 만들 수 있을 거요! 십전선단은 역천, 역도, 역중생이오……"

그는 십전선단이 나타나는 광경을 상상하고 저도 모르게 흥분했다.

다른 노인들은 침묵했다.

그들도 같은 광경을 상상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평범한 무인과 달랐다.

그들은 단약을 만들기 위해 태어났고 평생을 단약을 만들었다.

그들이 애타게 몇백만 년씩 기다린 것도 단약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그들은 십전선단이 나타나는 걸 볼 수 없었다.

'후세에는 십전선단이 나타날 수 있을까…….'

"이상이 일어나기 시작했소."

명도자 등은 진남을 바라봤다.

선천무도석은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현묘한 무늬가 생겼고 더 밝고 신기하고 범상치 않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무형의 힘이 선천무도석에서 나와 사방으로 퍼졌다.

웅-!

선천무도석이 떨리더니 위쪽에 불꽃들이 타올랐다.

자세히 관찰하면 불꽃의 깊은 곳에 손바닥만 한 청련이 흔들거리는 걸 볼 수 있었다.

화중종청련(火中種?蓮)이었다!

석중생신후(石中生神?), 신왕입구천(神王入九天), 구룡구봉무(九龍九鳳舞) 등 이상들이 연거푸 나타나 사람들은 정신이 없었다.

무형의 대세가 휘몰아쳤다.

이상들은 희미했지만 그것들이 대표하는 뜻은 엄청났다.

"서른 개의 이상을 일으켰소."

"음, 이 속도라면 오십 개의 이상을 일으키는 건 문제 없겠소. 육십 개의 이상을 일으킬 수 있을까……."

명도자와 노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선천무도석으로 많은 사람들의 무예천부를 시험했었기에 경험이 있었다.

그들은 처음에 이상이 일어나는 속도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선천무도석에서 나타난 쉰다섯 개의 이상들이 겹겹이 허공에 섰다.

이상들은 큰산처럼 장관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상이 일어나는 속도가 많이 느려졌고 처음처럼 한 번에 몇 개씩 나타나지 못했다.

"역시……."

노인들은 한탄했다.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 진남은 기껏해야 육십 등급에 도달할 것이고 더 높은 등급에 도달할 수 없었다.

명도자는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그는 진남에게 삼십삼 등급에 도달하면 된다고 했다.

진남이 이미 육십 등급에 도달했으니 요구를 훨씬 초월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조금 실망했다.

"내가 아직도 포기하지 못했단 말인가?"

명도자는 스스로를 비웃었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선천무도석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들이 시뻘게지더니 봉황이 우는 것 같은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명도자 노인들은 어리둥절했다.

엄청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나타나지 않던 이상들이 무상의 법력의 자극을 받은 것처럼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육십오 개!

칠십 개!

칠십오 개!

칠십구 개!

모든 이상들은 살아난 것처럼 엄청난 대세를 풍겼다.

팔십 번째 이상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어……."

명도자와 노인들은 깜짝 놀랐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팔십 번째 이상이라고? 이자는 선천무체인가?'

"내, 내가 잘못 본 거요? 이…… 이거 이상이 맞소?"

한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맞소! 선천무체요, 이자는 선천무체요!"

명도자는 정신을 차리고 흥분하며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선천무체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다른 노인들도 매우 흥분했다.

"하하하!"

"백만 년 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소!"

명성이 자자한 연단사들은 아이들처럼 기뻐했다.

진남은 아무것도 몰랐고 여전히 변화무쌍한 상태였다.

그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는 그가 들어본 적 없는 말을 했다.

처음에는 소곤거리는 것 같았지만 마지막에는 점점 커졌고 천둥 같았다.

마치 매우 중요한 일을 당부하는 것 같았다.

명도자 등은 침착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매우 흥분했다.

"선천무체가 나타났소! 이제 우리는 신수십전대단전(神秀十轉大丹典)을 이자에게 전수해야 하오!"

"맞소! 저자는 선천무체요, 십전선단을 만들 수 있을 거요!"

"우리는 신수각에 남은 모든 걸 이자에게 가르쳐야 하오!"

"후, 잊지 마시오. 전에 우리는 구십구 등급에 도달한 사람이라야만 신수각의 모든 걸 줄 수 있다고 규정을 세웠소!"

"에잇! 그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소! 저자에게 팔 할밖에 줄 수 없겠소!"

"태현대라궁(太玄大羅宮)은 저자에게 줄 수 없소! 이 궁전이 없으면 십전선단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오!"

명도자 일행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

그들은 좀 전의 기쁨은 사라지고 우울해졌다.

이때 거의 멈춘 것 같던 이상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팔십오 개!

구십 개!

구십오 개!

명도자와 노인들은 깜짝 놀랐다.

"이자는 설마……."

명도자와 노인들은 호흡이 가빠졌다.

이상은 구십구 개가 되었다.

이상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시커먼 어둠 속에서 훨훨 타오르는 신화 같았다.

명도자와 노인들은 몸이 떨리고 기뻐했다.

'구십구 개의 이상을 일으켰다!

가장 최고의 무예천부다!

우리의 모든 걸 이자에게 줄 수 있겠다.

이자는 주천만계의 첫 번째 십전선단을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이때 선천무도석은 커다란 자극을 받은 것처럼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들은 절세의 검처럼 먼 곳의 어둠 속으로 날아갔다.

"이건……."

명도자 등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영원히 잊지 못할 광경을 보았다.

선천무도석은 부서져 수많은 빛으로 변했고 한데 모여 커다랗고 희미한 형상을 이루었다.

형상은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인 것처럼 모든 것들이 빛을 잃었다.

형상은 살아있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가부좌를 틀고 앉은 진남을 내려다봤다.

형상은 높은 소리로 말했다.

"진짜……."

형상은 더 말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진남의 미간을 찍었다.

구십구 개의 이상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백 개!

백오 개!

백십 개!

명도자 등이 보지 못했던 이상들이 나타났다.

이상들은 어둠을 환하게 밝힐 것 같았다.

기이한 광경은 한동안 계속되다 멈추었다.

하늘 가득하던 이상과 커다란 형상은 모두 사라졌다.

선천무도석은 조용히 땅 위에 서서 옅은 금색 빛을 풍겼다.

사방은 조용했다.

잠시 후 한 노인이 정신을 차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 여러분, 내가 잘못 본 거요? 환…… 환상이오?"

방금 발생한 일들은 그들이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선천무도석은 구십구 등급까지 측정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이백 등급까지 나타났지? 그리고 좀 전의 커다란 형상은 누구지? 불행하게 죽은 선천무체인가?'

"환상이 아니오. 환상이 아니오!"

명도자는 정신을 차리고 기쁨을 누르며 확고하게 말했다.

"이자의 무예천부가 선천무도석이 측정할 수 있는 범위를 초월했기에 이런 광경이 나타났소. 아니면 이자가 선천무체이기 때문에 선천무도석을 움직였을 거요!"

반 시진 후 진남은 눈을 천천히 떴다.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좀 전에 심사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며칠 동안 푹 잔 것처럼 피로가 사라졌다.

하지만 진남은 의문이 가득했다.

'내가 들은 목소리는 누가 말한 것이지? 나에게 뭘 말해주려는 거지? 반 시진 후에 나의 체내에 들어온 신비한 힘은 무엇이지? 왜 지금은 느낄 수 없지?'

그는 길게 생각할 새도 없었다.

눈을 뜬 그는 코앞까지 다가온 명도자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선배님……?"

"축하한다!"

명도자는 빙그레 웃었다.

"너의 무예천부는 대단하구나. 칠십 개의 이상을 일으켰고 심사를 통과했다."

반 시진 전에 명도자와 노인들은 기쁨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진남에게 이번 심사의 진실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은 진남이 오만하거나 건방을 떨까 봐 두려웠다.

선천무체라야만 십전선단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그들은 진남에게 말하지 않으려 했다.

"칠십 개요?"

진남은 놀랐다.

'주천만계는 대단하구나!'

선천무도석이 구십구 개의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건 누군가 일으킨 적 있다는 것이었다.

진남은 자신의 무예천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다.

"네가 심사를 통과하면 신수각의 단술과 단방 중에서 임의로 세 개를 가질 수 있고 단약은 절반을 고를 수 있다고 했다.

너는 기준을 훨씬 초월했으니 단술, 단방, 단약을 전부 가져가도 된다!"

명도자는 환하게 웃었다.

"전부 가져가도 된다고요?"

진남은 기뻤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너에게 큰 기연을 주겠다. 태현대라궁이다. 네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명도자는 정중하게 말했다.

"네? 태현대라궁이요?"

진남은 옆에 있는 신비한 흰색 탑을 힐끗 봤다.

"아니다. 이 탑은 신수각이다. 대연천종의 중요한 종지이다. 이건 너에게 줄 수 없다."

명도자는 고개를 젓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태현대라궁은 신수각보다 힘이 약하지 않고 신수각과 같은 등급의 지보이다. 하지만 십 년을 기다려야 한다. 십 년이 되면 태현대라궁은 허공을 뚫고 너를 찾아갈 것이다."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신수각과 같은 등급의 지보를 얻을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 십 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몇 달 후면 나는 이곳을 떠난다. 태현대라궁을 쓸 기회가 없다.'

"마음에 들지 않느냐? 몇백만 년 전에 태현대라궁은 우리 대연천종의 지보 중 한 개였다. 부종주라도 그것을 움직일 자격이 안 되었다."

명도자는 눈을 흘겼다.

진남은 고개를 젓고 떠보듯 말했다.

"선배님, 다른 요구는 없습니까?"

심사를 통과했을 뿐인데 명도자가 이렇게 많은 좋은 점을 주는 것이 진남은 왠지 이상했다.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신수각의 다른 장로들도 마찬가지다."

명도자는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네가 나타났으니 모든 걸 너에게 맡기려고 한다. 네가 우리 신수각의 명성을 주천만계에 널리 알리길 바란다.

물론 이뿐만이 아니다. 네가 십전선단을 만들기를 바란다."

진남은 물었다.

"십전선단이요? 어떤 물건입니까?"

명도자는 설명했다.

"주천만계의 선단들은 구전으로 나뉜다. 일전이 가장 약하고 구전이 가장 강하다. 우리 신수각은 이 세상에 전설속의 십전선단이 있다고 믿고 있다. 아쉽게도 대연천종이 재난을 겪어 우리도 십전선단이 세상에 나타나는 걸 볼 수 없게 되었다."

명도자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진남에게 사실의 전부를 말하지 않았다.

지금의 진남은 아직 너무 약했고 그들이 기대하는 등급이나 신수각을 짊어지려면 거리가 멀었다.

때문에, 말할 필요가 없었다.

말해주면 진남에게 큰 압력을 줄 수 있었다.

"그렇군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명도자의 말을 전부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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