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1383화 (1,383/1,498)

1383화 꿈이 야무지구나

"너도 일당이니 같이 죽어라!"

진리공자와 연아 등은 화가 나서 신통법을 펼쳐 그들을 가두었다.

천극방의 영은 속으로 욕설을 퍼붓고 무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너희들 실력으로 내 목숨을 취하려고 하다니 어림도 없다. 썩 물러가거라."

진리공자, 연아 등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주제파악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만계방에 이름을 올린 자들이었다.

그들이 연합을 하면 평범한 무상천존과도 대적할 수 있었다.

'우리 실력으로 네 목숨을 취하기 부족하다고?'

천극방의 영은 상황을 보자 고개를 젓고 빠르게 날아갔다.

쿵-!

천극방의 영은 엄청난 기세를 드러내고 공격을 했다.

그는 순식간에 진리공자 등의 앞에 다가가 신통법도 사용하지 않고 바로 주먹을 날렸다.

펑펑펑-!

진리공자 등이 사용한 신통법은 모두 부서져 사라졌다.

그들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커다란 강이 덮쳐오는 것 같았다.

"부숴라!"

진리공자는 호통을 치고 금술을 펼쳤다.

그는 무형규칙을 검으로 변화시켜 눈부신 검기를 휘둘렀다.

검기는 보이지 않는 진기를 찢었다.

연단청도 진남에게 날아가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창으로 찌른 곳마다 용의 형상이 나타나 진남뿐만 아니라 천지를 다 찢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대동천결!"

진남은 근원으로 변해 주먹을 휘둘렀다.

쿵-!

진남과 연단청은 뒤로 몇 걸음씩 밀려났다.

연단청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이렇게 대단한 힘이 있을 줄 몰랐다. 내가 너를 얕잡아봤구나. 그래도 나와 대적할 실력은 아니다!"

연단청의 몸에서 보라색 기운이 솟구치더니 몸을 감았다.

"황조파(皇朝破)!"

연단청이 다시 창을 휘두르자 수많은 빛들이 상고의 황조(皇朝)를 찌를 듯이 날아왔다.

진남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연단청은 역시 실력이 강했다.

진남은 연단청의 공격에서 엄청난 압력을 느꼈다.

"마침 얼마 전에 배운 초식을 사용해볼 수 있겠구나……."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응?"

연단청은 동공이 작아졌다.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진남이 어느새 그의 위쪽에 날아와 연단청의 초식을 피했다.

게다가 진남의 위쪽에는 흐릿한 산 모양이 우뚝 서 있었는데, 만물이 그 앞에서 빛을 잃었다.

"성산이여, 다시 나타나 주천을 진압하라!"

진남이 우렁차게 외치자 산이 쿵 내려앉았다.

연단청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산에 진압당한 것 같았다.

그가 장악한 무상의 둔술로도 막을 수 없었고 억지로 버텨야 내야 했다.

"만물은 깨어나라!"

연단청은 고함을 지르고 하늘 높이 창을 찔렀다.

그의 초식은 멸망에서 생으로 진화했다.

초식의 의지 등이 모두 진화했고 힘도 최강이었다.

진리공자 등은 천극방의 영과 몇십 차례 맞붙었고 엄청난 파동을 일으켰다.

"자네가 응천천존일 줄은 몰랐소."

진리공자는 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 저 나쁜 놈들을 꼭 감싸줘야겠소? 저자들은 우리 서른여 명을 속였소. 그런데도 우리와 맞설 생각이요?"

천극방의 영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저자들이 자네들을 속인 것은 나도 부끄럽소. 하지만 효지는 내 사람이오. 효지를 죽이려면 나를 넘고 가야 하오."

진리공자는 냉소를 짓고 말했다.

"그렇다면 더 할 말이 없소. 나는 자네와 대적할 실력이 못 되오. 하지만 자네가 아무리 응천 경지라고 해도 우리 넷이 연합을 하면 이길 수 없을 거요."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자네가 잘못 아는 게 하나 있소. 나는 응천 경지가 맞소. 하지만 평범한 응천 경지와 나를 비교하지 마시오. 넷이 아니라 열이 연합을 해도 나를 이길 수 없소."

천극방의 영은 성큼 앞으로 나섰다.

사방에서 엄청난 강풍이 휘몰아쳤다.

진리공자 등은 몸을 흠칫 떨었다.

마치 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가 자신을 누르는 느낌을 받았다.

천극방과 주천불사산은 근원의 힘이 가장 먼저 만든 천재지보였다.

천극방의 기영인 천극방의 영은 주천불사산의 산령 주심도와 달랐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구속을 받지 않고 천극방을 완전히 장악했으며 천극방의 힘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었다.

때문에 천극방의 영은 힘이 매우 강했고 대상계의 규칙이나 진리 등을 꿰뚫고 있었다.

대상계의 무도가 흥행하고 다들 무예를 배우자 그도 겸손하게 배웠고 공법과 신통법에 대한 연구를 한 번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몇만 년이 지났고 그가 수련한 공법과 신통법들은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그는 응천 경지의 천존이지만 초식마다 대상계 전체의 대세와 융합되어 마치 대상계 전체가 그를 도와주는 것 같았다.

평범한 응천 경지의 천존은 그와 비교가 안 되었다.

그는 지도 경지의 천존보다도 강했다.

만약 대상계에 있고 천극방을 움직인다면 그는……

"어떻게 일계의 대세를 장악했소? 자네 전설 속의 계자(界子)요?"

진리공자 등은 깜짝 놀랐다.

'계자, 일계의 아들, 오래된 전설이 아닌가? 설마 진짜 존재하나?'

그들은 깊이 생각할 새도 없이 전에 없던 위기감을 느꼈다.

그들은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자신들의 비장의 수를 드러냈고 오래된 선기들과 선부들을 움직였다.

쿠웅-!

선기가 부서지고 선부도 찢어졌다.

진리공자 등은 피를 토했고 남은 대세에 맞아 멀리 날려갔다.

쿠웅-!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진남은 성산의지로 연단청의 최강의 일격을 격파하고 중상을 입혔다.

"다…… 다들 졌어?"

대연천종의 후계자는 깜짝 놀랐고 믿을 수 없었다.

대연궁전에 왔을 때 그는 진리공자 등을 시험했기에 그들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았다.

그런데 지금 진리공자 등은 상대방을 한 명도 이기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건 진리공자 등이 아주 짧은 시간에 패배했다.

게다가 상대방은 힘을 다 쓰지 않은 것 같았다.

'이자들은 최고급 세력의 관문제자들인가?'

그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구자와 소자가 새겨진 대문은 크게 떨렸다.

엄청난 기운이 흘러나왔고 무늬들은 빛을 반짝거렸다.

마치 대문이 살아난 것 같았다.

"아차!"

동양, 진리공자, 연단청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문들이 되살아났다는 건 다른 천재들이 서른세 개의 증거물을 전부 파괴했고 구소선제가 남긴 전승지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어? 문이 스스로 열렸네? 하하하, 우리는 운이 좋구나. 어서 안으로 들어가 보자!"

잘생긴 소년은 무언가 발견한 듯 눈을 반짝거리며 무지갯빛으로 변해 앞으로 날아갔다.

진남과 천극방의 영은 마음이 흔들렸고 앞으로 날아갔다.

"꿈 깨거라!"

동양은 크게 소리치고 선제의 영패를 거두어들였다.

태고이종들은 속박에서 벗어나 포효했다.

몇 마리의 태고이종들은 진남 등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자들을 막아라!"

진리공자 등은 크게 외치고 다시 수단을 드러냈다.

그들은 졌지만 어렵게 연 전승지를 순순히 빼앗길 수 없었다.

"허무계(虛無界)!"

천극방의 영은 엄청난 신통법을 드러내어 큰손으로 아래를 눌렀다.

대전에 우르릉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무형의 세상이 나타나 무인들과 태고이종들을 눌렀다.

그들이 어떤 수단을 드러내도 무형의 세상을 깰 수 없었다.

"천극방, 잘했소!"

잘생긴 소년은 감탄하고 먼저 문 안으로 들어갔다.

천극방의 영과 진남도 안으로 들어갔다.

잘생긴 소년은 문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바로 신비한 법인을 만들었다.

대문 위에 네 마리의 귀신들이 나타나 눈을 부릅뜨고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제길! 저들이 문을 막았다!"

동양 등은 안색이 시커메졌다.

쿠웅-!

천재들과 태고이종들의 공격이 드디어 천극방의 영이 만든 허무계를 뚫었다.

"진리 도우, 너희들은 태고이종들을 막거라. 다른 사람들은 봉인을 해제하자!"

동양은 기분이 매우 나빴지만 이성을 잃지 않고 소리쳤다.

"좋다!"

진리공자 등은 일제히 몸을 움직였다.

동양은 네 개의 귀신봉인을 보며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는 저장주머니 안에 있는 영패에 신념을 전하고 씁쓸하게 말했다.

"대인, 제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다른 사람들이 먼저 들어갔습니다."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건 따지지 않겠다. 아직은 돌이킬 여지가 있다. 너는……"

* * *

같은 시각, 진남 등은 다른 세상에 도착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은 어두컴컴하고 빛이 조금도 없었다.

먼 곳에 높이가 삼십 장, 방원 몇만 장 되는 혈색제단이 우뚝 서 있었다.

제단의 변두리에는 돌기둥들이 가득했다.

돌기둥에는 요수들이 새겨졌고 악기가 가득했다.

가운데의 백옥으로 만든 제단 위에 두 가지 물건이 놓여 있었다.

"태…… 태상현황석?"

잘생긴 소년은 무언가 발견하고 흥분했다.

"진짜입니까?"

진남 등도 마음이 흔들렸고 두 가지 물건을 바라봤다.

왼쪽에는 손바닥만 한 수정 영패가 있었다.

영패는 어둡고 흔적이 많았을 뿐 다른 특이한 점은 없었다.

영패의 옆에는 주먹만 한 노란색 돌이 있었다.

돌의 주위에는 옅은 안개가 감돌았다.

태상현황석이었다.

"구소선제는 진짜 좋은 사람이구나! 진짜 이곳에 태상현황석을 남겼구나! 크지는 않지만 충분하다……"

잘생긴 소년은 손을 비비며 말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칭찬해주어서 고맙다. 나는 좋은 사람이 맞다."

진남 등은 소름이 끼쳤고 저도 모르게 소리 나는 곳을 바라봤다.

그들 뒤에 흰 두루마기를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사내는 긴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드리우고 입가에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 찬 청동고검은 마치 세속을 벗어난 오래된 선검 같았다.

"구…… 구소선제?"

잘생긴 소년은 침을 삼키고 떠보듯 물었다.

"맞다."

구소선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진남 등은 한숨을 내쉬었다.

구소선제는 이미 죽었고 지금 여기 나타난 건 전에 전승동굴을 만들 때 남긴 의념일 뿐이었다.

이 세상에서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구소선제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그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선제 대인, 마침 잘 나타나셨습니다. 대인께서 남기신 태상현황석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선제 대인, 전승을 어디에 남기셨습니까?"

잘생긴 소년은 뻔뻔하게 말했다.

"저는 출신이 대단하고 앞길이 창창합니다. 선제 대인의 도통을 널리 알리고 주천만계에 위세를 떨칠 것입니다."

구소선제는 웃음을 터뜨렸다.

"꿈이 야무지구나. 한마디 말로 나의 전승을 얻으려는 거냐? 너는 실로 대단하다. 하지만 너는 나와 인연이 없다. 내가 남긴 전승을 얻을 생각을 하지 말거라."

잘생긴 소년은 포기하지 않고 눈알을 굴리더니 진남과 천극방의 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들은 대인과 인연이 있습니까?"

구소선제는 고개를 저었다.

"후, 됐습니다. 됐습니다. 그럼 대인의 전승을 욕심내지 않겠습니다. 동생, 천극방, 태상현황석을 가졌으니 떠납시다."

잘생긴 소년은 관심이 없다는 듯 제단으로 날아갔다.

그가 제단에 들어가려는 순간 이상한 무늬들이 빛을 반짝거리더니 무형의 힘이 뿜어져 나와 막았다.

구소선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녀석, 꿈이 야무지구나. 이렇게 쉽게 태상현황석을 가져가려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