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6화 촌놈들!
"시공규칙이 나를 배척해? 설마……."
진남은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시공지력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무예 재능이 뛰어났고 천존정상급이 되었으며 스스로 규칙지도를 만들어냈다.
때문에, 그는 바로 추측해낼 수 있었다.
그는 후세에서 시도족의 비법을 사용하여 상고시대로 왔다.
시도족은 오랜 세월 실천을 하면서 규칙을 터득했다.
상고시대에 성공적으로 가게 되면 백 년 동안 머무를 수 있었다.
백 년이 지나고 시대를 거슬러 온 사람이 죽지 않으면 시공지력은 그를 다시 후세로 돌려보냈다.
백 년은 시공규칙이 참아줄 수 있는 한계치인 것 같았다.
그들이 후세에서 상고시대로 오는 것은 시공규칙을 어긴 행동이었다.
일 년, 십 년, 몇십 년 동안 시공지력은 그들을 쫓아내지 않았지만 백 년이 되면 시공규칙은 더 참아줄 수 없었다.
전에 진남은 무슨 일을 하건 시공규칙의 방해를 받았다.
하지만 오늘처럼 시공규칙에게서 배척하는 힘을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진남이 시공지광에 들어섰고 신비한 변화들이 일어났기에 시공규칙이 참아주는 시간이 앞당겨진 것 같았다.
"내 추측이 맞는다면 시공지력이 나를 후세로 돌려보내는 시간이 앞당겨질 거다……."
진남은 탄식했다.
모든 일이 그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갈 수 없었다.
그와 천극방의 영이 시공지광 안에서 무상천존으로 진급을 하게 되면 진남은 남은 몇십 년 동안 상황을 만들고 청궁을 잘 알아보며 더 강한 힘을 장악할 것이었다.
그래야만 후세에 돌아가 창과 엽소선을 상대할 때 승산이 있었다.
"십 년, 아니 이십 년을 앞당겨 돌아가도 무방하다."
진남은 곧 평온해졌다.
이번에 시공지광에 들어온 것도 엄청난 수확이었다.
그는 이번 기회를 잘 잡아야 했다.
* * *
시간은 흘러 어느새 열흘이 지났다.
진남을 배척하는 힘이 더 강해졌을 때 어떤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지고 그는 의식을 잃었다.
꿈속에서 진남은 어떤 목소리들을 들었다.
"어라? 이곳에 사람이 쓰러졌다."
"실력이 약한 것도 아니다. 세 천존정상과 주재정상 한 명이다."
"외딴곳에 있던 무인들인 것 같구나. 규칙을 모르고 진법 같은 곳을 통과하다가 산 중턱에 온 게 분명하다."
"허허. 바로 산 중턱에 왔으니 기절만 한 것도 다행이지 뭐."
진남은 정신이 들어서 눈을 번쩍 떴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대동천결 등 공법에 힘을 전부 끓어 모으고 싸울 태세를 취했다.
"하하하. 도우, 긴장하지 말거라. 대연세계산의 현기가 열리기 전에 누구도 무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무력을 사용하면 대연세계산이 너를 죽일 거다."
앞쪽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이 소리를 따라서 보니 열 몇 명의 무인들이 있었다.
무인 중에는 사내도 있고 여인도 있으며 늙은이도 있었고 어린이도 있었다.
그들이 입은 옷은 진남이 본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들 중 둘은 천존대성의 기운을 풍기고 나머지 사람들은 주재 경지였다.
진남은 포권을 하고 말했다.
"도우들,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진남은 긴장을 풀고 고개를 들어 살펴보았다.
앞쪽에는 오래된 선궁이 떠 있었다.
선궁은 눈부신 노을빛을 날름거리고 있었고, 웅장한 성들이 용과 봉황들처럼 허공에서 헤엄쳤다.
사방에서 무지개가 날아와 안에 주입되었다.
번화한 성세의 그림처럼 진남의 앞에 펼쳐졌다.
이 밖에도 천지에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순수한 기운이 가득했다.
이런 기운은 낯설었고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순간 진남의 대동천결이 꿈틀거리며 이 기운들을 흡수하려고 했다.
"이건 무슨 기운이지?"
진남은 깜짝 놀랐다.
대동천결은 근원의 힘으로 수련한 것이었다.
근원의 힘은 세상에서 가장 가장 순수하고 모든 힘의 근원이었다.
이곳에 가득한 기운이 대동천결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면 이 기운은 근원지체에 적합했다.
"됐다. 깊이 생각하지 말자."
진남은 옆을 살펴보았다.
천극방의 영, 용도천존, 계현이 바닥에 누워 편안한 표정으로 깊은 잠에 빠졌다.
진남은 손가락을 튕겨 그들에게 세 개의 빛을 주입했다.
그리고 그는 포권하고 말했다.
"도우들, 우리가 실수로 상고 유적에 들어왔고 이곳까지 보내졌습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도우들이 대답해줬으면 합니다."
진남의 말이 끝나자 열 몇 명의 무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우, 너 대연세계산을 모르느냐?"
먼저 입을 연 것은 두 천존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붉은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이었고 진남에게 무력을 쓰면 안 된다고 알려준 사람이었다.
천극방의 영, 용도천존, 계현이 깨어났다.
그들은 진남이 금방 깨어났을 때처럼 경계심이 가득하고 공격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눈앞에 상황을 파악하자 그제야 그들도 긴장을 풀고 주변을 살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붉은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그들을 보자 웃으며 말했다.
"도우들은 엄청 외딴곳에서 왔나 보구나. 대연세계산도 모르는 것을 보니 말이다."
노인의 옆에는 금사 치마를 입은 주재초급의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귀찮은 기색을 드러내고 말했다.
"장로, 미개한 야만인들과 무슨 말을 섞어요. 얼른 갑시다."
그러자 붉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표정이 굳었다.
소녀는 얼굴이 상기되어 화를 내려고 했지만, 노인의 신분 때문에 꼬리를 내렸다.
그녀는 콧방귀를 뀌고 고개를 돌려 진남 일행을 보지 않았다.
"도우, 수아가 나이가 어려서 철이 없다. 그러니 원망하지 말거라."
붉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공수하고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진남은 손을 저었다.
그는 이런 일을 적지 않게 겪었기에 이제는 신경 쓰지 않았다.
"도우의 이름을 물어도 되겠느냐?"
"저는 임효지라고 합니다. 이들은 제 벗입니다."
"임 도우였구나. 나는 홍언존자(紅言尊者)이다. 홍로(紅老)라고 불러주면 된다."
홍언존자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대연세계산은 상고시대 대연천종(大衍天宗)의 진종지보이자 상고시기의 제일성산이다.
대연천종은 엄청 대단했다. 한 개 종문에 선제(仙帝)가 열이나 있었고 주천만계(諸天萬界)를 우습게 여겼지.
열 명의 선제는 모두 대연세계산에서 진급했다. 하지만 대연천종은 한동안 흥성하더니 결국 쇠퇴하고 파멸하는 결말을 피하지 못했다. 상고시기에 신비한 재난이 일어나 주천만계를 휩쓸었다. 종국엔 대연천종은 멸망이 되고 대연세계산만 남았다."
홍언존자는 탄식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 뒤로 대연세계산은 주천만계를 떠돌아다녔다.
대연세계산의 움직임엔 변화가 많아서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지. 하지만 대연세계산은 어디로 가든 잠깐 멈춰있는데 삼십 일씩 현기를 열어두곤 한다. 삼십 일 동안 무상천존 아래의 무인들은 현기로 들어와서 조화를 찾을 수 있다.
대연천종이 멸망할 때 도통과 선제 열 명의 도통을 전부 대연세계산에 남겨뒀다는 소문이 있다. 대연세계산이 주천만계에서 떠돌아다니는 것은 후계자를 찾기 위해서라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백 명도 되지 않는 사람들만이 도통을 얻고 대연천종의 후계자가 되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백여 명의 후계자면 많은 거 아닙니까?"
수아는 진남을 무시했다.
"무식하기는!"
홍언존자는 웃으며 말했다.
"도우가 잘 몰라서 그렇다. 대연천종이 멸망한 지도 이제 백만 년이 더 지났다."
그 말을 들은 진남 등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특히 진남은 충격이 더 컸다.
그가 태어났을 때 대상계는 고작 몇만 년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대연천종이 주천만계의 모든 세월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대연천종이 멸망하기 전에 주천만계는 또 얼마나 오랜 세월을 존재했을까?
"선배님, 앞에 있는 도우들이 모두 대연세계산에 도통을 찾으러 온 겁니까?"
진남은 차분하게 질문했다.
"아니다."
홍언존자는 고개를 젓고 씁쓸하게 말했다.
"대연천종과 십 대 선제가 남긴 도통을 평범한 사람은 얻을 수 없다. 우리와 같은 무인들 대부분은 대연세계산에 있는 다른 기연을 얻으려고 온 것이다.
대연천종과 선제들이 남긴 도통 외에도 대연세계산은 각종 기연과 전승이 가득하다. 또, 대연세계의 현기에서 무상천존이 되면 좋은 점도 많다."
천극방의 영은 얼른 물었다.
"도우, 그게 무슨 말이요?"
홍언존자는 고개를 젓고 말했다.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 나도 모르오. 하지만 대연세계산이 나타날 때면 그 세상의 천재들과 다른 세상의 천재들이 모두 모여와서 무상천존으로 진급하려고 하오."
홍언존자는 감탄했다.
"세 분은 운이 참 좋소. 대연세계산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도 천존정상의 경지로 대연세계산에 왔으니 마침 무상천존을 돌파할 수 있겠소."
진남 등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들은 잘 알지 못했지만, 일부러 이곳에 왔다.
"홍언 도우, 대연세계산의 현기가 언제 열리는지 아시오? 어떻게 열리오? 우리는 어떻게 현기에 들어가야 하오?"
천극방의 영은 얼른 물었다.
"대연세계산의 현기는 산꼭대기에 있소. 그리고 우리는 지금 산 중턱에 있소."
홍언존자는 말했다.
"산 중턱? 산 중턱이라고?"
진남 등은 어안이 벙벙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산 중턱 같지가 않았다.
이것은 분명 하나의 작은 세계였다.
"촌놈들!"
수아는 콧방귀를 뀌었다.
다른 소년들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대놓고 진남 일행을 무시했다.
홍언존자는 그들을 노려보고 돌아서서 허허 웃었다.
"현기는 열흘 후에 열린다. 그때가 되면 수많은 신의 빛들이 내려오고 금룡대도(金龍大道)가 나타난다. 우리는 대도를 따라 현기에 들어가 기연을 쟁탈하면 된다."
진남은 그의 말을 듣고 시름을 놓았다.
현기에 들어가는 일이 그리 쉽다면 그들은 많은 힘을 절약할 수 있었다.
"임 도우, 대연세계산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우리와 동행하겠느냐?"
홍언존자는 진남 일행을 요청했다.
"우리는 마침 대연세계산의 승천성(勝天城)에 갈 계획이다. 수많은 천재들, 심지어 다른 세상의 천재들도 올 것……."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아라는 소녀가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로, 야만인들을 초대해서 같이 가겠다는 거예요? 우리 이번에 나(羅) 오라버니를 찾으러 가는 거예요. 저들을 데리고 가는 게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에 홍언존자는 어색한 표정을 짓고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천극방의 영은 포권을 하고 말했다.
"홍언 도우,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줘서 고맙소. 동행은 하지 않겠소. 나중에 우리가 알아서 가면 되오."
말을 마친 그는 용도천존을 바라보았다.
용도천존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저장주머니에서 귀한 용혼지석 백 개를 꺼내 홍언존자에게 주었다.
"도우, 고맙소. 마음에 비해 선물이 작소."
수아와 다른 사람들은 용혼지석을 힐끗 보더니 입을 삐죽거렸다.
"이렇게 조잡한 것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꺼내다니!"
그녀는 진남 일행을 보지도 않고 돌아서서 걸어갔다.
홍언존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용혼지석을 받았다.
그는 진남 일행에게 공수하고 말했다.
"도우들, 미안하오. 수아가 어려서부터 곱게 자라서 예의를 잘 모르오. 마음에 두지 마시오.
이것을 받으시오. 그저께 그린 지도요. 대연세계산의 상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소. 광천계(光天界)와 다른 세계의 대세력들은 산 중턱에 자신들의 도장을 만들었소. 대연세계산에서 무력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함부로 들어가면 그들이 기분 상해하고 사고가 일어날 수 있소."
홍언존자는 진남 일행과 몇 마디 인사를 더 나누고 수아 등이 사라진 방향으로 쫓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