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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48화 (1,348/1,498)

1348화 자네보다 잘생겼잖소

진남과 진봉화는 동시에 몸을 떨었다.

어둠 속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신비한 느낌들이 흘러왔다.

진남과 봉화는 어느새 둘의 심신이 합쳐진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공동체가 되었다.

"이건……."

두 사람은 어안이 벙벙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심의가 같이 움직이는 경지에 이른 거야?'

둘은 무척 기뻤다.

어찌 된 일인지 몰라도 이제 그들은 전처럼 대화를 주고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교류하고 함께 공법을 연구할 수 있어 속도가 전에 비해 몇십 배는 빨라졌다.

천극방의 영은 그 모습을 보더니 말했다.

"대동천결을 완성하는 일은 쉽지 않소. 나는 하루빨리 음월의 소원을 이루려고 봉화를 도와주는 거요."

천극방의 영은 손가락을 튕겼다.

엄청난 힘이 은색 섬에 주입되자 흩날리던 흰 눈에 금빛이 더해졌다.

자호천존의 두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천 형은 큰 공을 들였네. 방금 그 힘은 분명 천극방의 근원의 힘이 변한 것이다. 천 형은 말은 그렇게 해도 임효지를 엄청 중시하는구나."

자호천존은 웃고 싶었지만, 짐짓 화를 내는 척했다.

"천 형, 어쩔 수 없이 임효지도 덕을 보게 했소."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그자가 덕을 봤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요."

천극방의 영은 얼굴이 상기되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 자호. 오늘 일은 내 생각에는…… 그러니까. 임…… 진봉화에게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소. 너무 건방지게 굴 수도 있지 않소?"

자호천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 형, 시름 놓소."

"그럼, 나는 먼저 가보겠소. 무슨 일이 있으면 나에게 연락하시오."

"천 형, 어디로 가는 거요?"

"허허, 자네에게는 솔직하게 말하겠소. 얼마 전에 심약을 찾아갔을 때 이상한 여인을 만났소. 여인은 천선 경지밖에 되지 않았는데 엄청 아름답……. 아, 아니 여인은 금동이었소. 금동의 내력과 힘을 나는 들어본 적이 없고 그 여인을 꿰뚫어 볼 수도 없었소. 다시 가서 잘 살펴봐야겠소."

* * *

시간은 흘러 어느새 오 년이 지났다.

창, 주제, 황보절, 엽소선 등은 동시에 출관했다.

역사는 예정대로 흘러갔다.

사 대 천존은 자신만의 공법과 체질을 완성하고 실력이 최고치에 달해 다른 천존들을 한참이나 따돌렸다.

사 대 천존은 각각 큰일을 벌였다.

창은 십 대 세력을 연합하고 스스로 도호를 천자(天子)라고 봉했다.

주제는 주천불사산을 얻고 영항지군을 건립했다.

황보절은 소선역 하나를 독점하고 마역이라고 이름 지었다.

엽소선은 청궁에 은거하며 세상사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외에도 천존 거물들이 충격을 받을 만한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

신비한 청궁에 이상이 일어났다.

청궁의 깊숙한 곳에 신비한 비석이 나타나 엄청난 위압을 뿜었는데 위에는 주선이라는 두 글자가 있었다.

천존 거물들과 다른 거물들은 청궁으로 가서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았다.

밖은 변화무쌍하지만 봉도서는 조용했다.

진남과 진봉화는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그들은 너무 조용해서 깊은 잠에 든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사실 두 사람의 마음에는 거친 파도가 일었다.

오 년 동안 진남과 진봉화의 생각은 두 개의 불처럼 끊임없이 부딪혀 수많은 불꽃이 튀었다.

불꽃들은 천지의 진리들로 뻗어나갔다.

진남과 진봉화는 의견이 맞을 때도 있고 서로 다를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상대방을 설득하지 않고 각자의 생각대로 계속 공법을 발전시키고 다시 상대방의 생각과 비교를 했으며 마지막에 두 생각을 합쳤다.

처음 시작했을 때 진남과 진봉화의 앞에는 시커먼 길들이 가득 있었다.

오 년 동안 그들은 두 개의 무지갯빛처럼 빠르게 시커먼 길들을 가로질렀다.

이제 그들 앞에는 하나의 길만 남았고 길의 끝에는 눈부신 빛이 있었다.

"나는 근원이기도 하고 무인이기도 하오. 때문에 근원지체라고 하오."

"근원지체와 순수한 근원의 힘은 본질적으로 다르오. 근원의 힘은 스스로 주도하고 근원지체는 자네가 주도해야 하오."

"역사를 살펴보면 근원이 최대치에 이르면 부서지게 되오. 거기에 만천규칙이 더해지면 주천세계로 변하오."

"반대로 말하면 대상계와 차하계의 모든 것들이 탄생하려면 근원을 떠날 수 없소."

"근원지체는 근원의 힘을 가지고 있어 아무 때나 천지와 융합하거나 천지로 변하여 천지의 힘을 장악할 수 있소."

"마찬가지로 근원지체는 규칙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모든 것에 영향을 줄 수 있소."

"근원지체는 운반체가 아니라 모든 것과 융합할 수 있소."

"크게는 천지와 융합할 수 있고 작게는 화초와도 융합할 수 있소."

진남과 진봉화는 동시에 눈을 떴다.

그들은 왼손으로 새로운 법인을 만들고 오른손 식지를 붓 삼아 허공에 글을 썼다.

신비한 힘이 사방으로 가득 퍼져 흩날리는 눈들을 휘저었다.

봉도서 전체에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지고 천지에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공법이란 무엇일까?

공법은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이념과 의지를 실질적인 방법으로 결합시켜 움직이는 것이었다.

궁우태황경을 보면 궁우와 태황이라는 두 이념을 결합한 것이었다.

궁우태황경은 상하 두 편으로 나뉘었는데 각각 궁우의지와 태황의지였다.

특별한 수단으로 상편을 수련하면 궁우의지를 장악하고 하편을 수련하면 태황의지를 수련할 수 있었다.

무인들은 공법을 만들 때 반대로 했다.

우선은 총강을 확정하고 각각 상하편의 이념과 의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공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은 특별한 수단으로 이념과 의지를 수련했다.

쿵-!

세 시진이 지나고 진남과 진봉화는 동시에 마지막 획을 쓰고 마지막 법인을 만들었다.

진남과 진봉화는 서로 마주 보더니, 상대방의 눈에서 기쁨을 확인했다.

그들의 마음에 엄청난 성취감이 떠올랐다.

그들은 오 년 동안 수많은 연습을 통해 상편의 의지와 이념을 정했다.

"임 형, 상편을 주천편(諸天篇)이라고 하면 어떻소?"

진봉화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근원지체로 주천지력을 움직이는 것이니 주천편이라고 하는 게 가장 적합한 것 같소."

진남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하지만, 상편의 의지를 구체적인 수단으로 변화시키려면 한 바퀴 돌고 와야겠소."

진봉화는 기지개를 켜고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상편은 주천지력을 움직여야 하오. 내가 보기에 한 바퀴만 돌아서 될 것 같지 않소. 적어도 서른세 개 소선역을 다 돌아야 하오. 크게 말하면 소선역들은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이고 작게 말하면 소선역의 동쪽과 서쪽, 남쪽과 북쪽 등이 다르기 때문이오."

진남이 무언가 말하려고 하자 진봉화는 얼른 덧붙였다.

"나는 임 형과 함께 가지 않겠소. 가장 어려운 부분을 함께 했으니 이제는 봉도서와 시간을 보내야겠소."

진남은 입을 삐죽거리고 말했다.

"알겠소. 혼자 가야지 어쩌겠소."

"어라? 자호 선배님께서 오셨소. 우리 나갑시다."

그들은 봉도서에서 나왔다.

"어찌 되었느냐? 공법은 완성했느냐?"

자호천존은 얼른 물었다.

그는 이상 현상을 발견하고 놀라서 달려왔다.

"선배님, 대동천결이 어디 그리 쉽게 완성할 수 있는 것입니까? 우리는 상편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소선역을 전부 돌아봐야 합니다. 아니면 공법을 제대로 완성할 수 없습니다."

진봉화는 말했다.

"의지는 정해졌다는 말이냐? 이제 구체적으로 펼칠 수단을 만들면 되느냐?"

자호천존은 눈을 반짝거렸다.

"맞습니다."

구체적으로 펼칠 수단을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자호천존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너희들은 정말 대단하구나."

"선배님, 일을 늦추면 안 됩니다. 저는 지금 성천무교를 떠나겠습니다."

진남은 곧바로 말했다.

"응, 그럼 가거라. 잠깐, 봉화가 방금 소선역들을 다 돌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자호천존은 문득 반응했다.

"그렇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선배님?"

자호천존은 허허 웃었다.

"너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 먼저 삼십삼소선역에 갔다가 다시 삼십이소선역으로 가거라. 그리고 삼십이소선역에 가면 동주로 가서 자세히 돌아보거라."

"왜 그러십니까?"

"그건 묻지 말거라. 놀라운 일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참, 지금 출발할 거지? 지난번에 네가 데려온 벗들 중에 계현이라는 망나니는 이미 폐관을 끝내고 천지무궁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

* * *

잠시 후, 천지무궁.

진남이 도착하자마자 소식을 받은 계현이 달려왔다.

계현은 구세주라도 만난 것처럼 좋아했다.

"임 형, 나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시오. 더 있다가는 죽을 것 같소."

진남은 의아했다.

"왜 그러시오? 무슨 일이 있었소?"

계현은 부끄럽고 화가 나서 말했다.

"오 년 전 우리 셋은 동시에 천지무궁에 들어왔소……."

계현의 말을 들은 진남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오 년 전, 계현, 고비, 명초노조는 동시에 천지무궁에 들어섰고 마침 성천무교의 몇몇 여제자들과 마주쳤다.

여제자들은 몸매도 좋고 얼굴도 아름다웠다.

고비는 외로운 마음에 그녀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고비는 그녀들과 친해지자 계현과 명초노조를 부추겼다.

하여, 계현은 점술을 사용하여 소원대로 미인의 마음을 얻었다.

미인은 성천무교 부종주의 딸이었고 계현은 여인에게 불순한 짓을 하려던 와중에 부종주에게 덜미를 잡혔다.

부종주는 화가 나서 천지무궁의 강자들을 불러 계현을 포위하고 두 가지 가운데서 선택하라고 했다.

하나는 부종주의 딸과 혼인을 하여 영원히 성천무교에 남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 폐인이 되는 것이었다.

천재 강자인 계현은 유혹이 많은 바깥세상을 포기할 수 없었고 두 가지 선택사항을 다 동의할 수 없었다.

계현은 진남을 언급하고 자호천존까지 끌어들여서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로 부종주는 사흘이 멀다고 천지무궁에 찾아왔다.

부종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짓고 하지 않았으며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계현을 노려봤다.

계현은 고통스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임 형, 웃음이 나오시오? 내가 불쌍하지 않소?"

계현은 원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과 사람이 왜 이렇게 차이 나는지 모르겠소. 고비는 두어 마디 말만 했을 뿐인데 여인들이 성천무교에서 그를 기다리겠다고 하고 그를 찾아가 귀찮게 하지도 않았소."

진남은 계현의 어깨를 토닥거리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계현, 너무 서운해하지 마시오. 고비는 자네보다 잘생겼잖소. 자네는 못생겼기에 여인과 친해진 것만 해도 엄청 대단한 거요."

말을 마친 진남은 무지갯빛으로 변해 하늘로 사라졌다.

계현은 뒤늦게 반응하고 화가 나서 진남을 쫓아갔다.

* * *

하루가 지났다.

진남은 자호천존의 말대로 먼저 삼십삼소선역에 왔다.

끝없는 허공을 지나 삼십삼소선역에 내려왔을 때 진남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물 만난 고기 같았다.

방원 삼십만 리의 화초들, 심지어 돌멩이, 모래알까지 너무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명령을 내리면 생령들이 하늘로 솟아올라 적들과 싸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주천지력이었다.

주천이란 만물을 가리켰다.

"응?"

임효지를 쫓아온 계현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임효지가 삼십삼소선역에 들어서자 기운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꼈다.

계현은 임효지가 삼십삼소선역의 자식이고 모든 것을 물려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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