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6화 근원지력을 빌려주십시오
자호천존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후, 너희 둘 다 참. 갈등이 있으면 대화로 잘 풀면 되지 않느냐? 서로 딱딱하게 맞설 필요가 있느냐?"
자호천존은 진남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걱정하지 말거라. 천 형은 말은 그렇게 해도 마음은 여린 사람이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너는 충분히 자신을 증명했다. 천 형은 너를 큰 계획에 넣을 거다."
진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남은 천극방의 영의 큰 계획에 들지 못한 것 때문에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니었다.
진남은 천극방의 영이 떠나기 전에 그를 보던 눈빛이 잊혀지지 않았다.
실망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자호천존은 말했다.
"참, 그리고 한 가지 일이 더 있다."
자호천존은 진남의 귓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천 형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혼자였다. 겉으로는 미색에 관심이 없는 척하지만 사실 엄청 외로워한다. 천 형은 평소에 여인들이 많은 종문에 자주 기웃거리곤 한다. 그러니 아름다운 여인을 소개해주면 엄청 기뻐할 거다.
천 형은 취향이 독특해서 연세가 있고 듬직한 여인을 좋아한다. 내가 몇백 년이나 공을 들여서 알아낸 사실이니 다른 사람에게 절대 알려주면 안 된다!"
진봉화가 입을 열었다.
"저기, 선배님. 목소리를 낮추면 제가 못 들을 줄 압니까? 하하하!"
그 뒤로 셋은 한참 동안 한담을 나누었다.
분위기가 풀어지자 자호천존은 자리를 떴다.
진남은 다시 봉도서로 돌아가 끝없이 펼쳐진 검은빛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바로 그가 상고시대에서의 아쉬운 점이었다.
진남은 아무것도 말할 수 없고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
천극방의 영뿐만 아니라 진봉화나 자호천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진남의 마음은 점점 차분해졌다.
그는 우울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념이 더 단단해졌다.
'백 년 동안 나는 최선을 다해 강해지고 강해지고 또 강해지겠다. 후세로 돌아가면 나는 이들의 이름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능력이 되는 한 세상을 바꾸고 무도를 발전시키며 이들의 이름과 이야기를 다시 대상계에 전할 거다.'
진남은 두 눈을 감았다.
그는 대동천결에 정신을 집중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예정대로 흘러갔다.
천극방의 영은 강자들에게 서열 일 위에 오르고 일 년 동안 유지를 하면 엄청난 기연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강자들은 마음이 흔들렸다.
천극방은 많은 임무를 내렸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엄청난 기연이라는 말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얻을 수 있는 좋은 점은 보통이 아닌 게 분명했다.
예전의 십 대 천존과 많은 천존 거물들도 눈빛이 날카롭게 빛이 났다.
그 뒤로 대상계의 무인들은 가슴 떨리는 소식을 끊임없이 받았다.
예전의 십 대 천존은 폐관 수련을 마치고 창, 주제 등과 싸웠다.
많은 천존 거물들이 연합하여 엄청난 살국을 만들고 창, 주제 등과 싸웠다.
심약천존과 통천천존도 창, 주제 등과 연달아 싸웠다.
창, 주제, 황보절, 엽소선은 공공의 적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연합을 하지 않고 오히려 자주 싸웠다.
그들은 서로를 일 위에서 밀어내려고 했다.
일 년이 지났다.
대동란은 드디어 막을 내렸다.
대상계의 무인들은 그들을 보기만 해도 겁을 먹었다.
창, 주제, 황보절, 엽소선은 여전히 공동 일 위였다.
심약천존이나 통천천존이 계속 도전을 했고 여러 천존정상 거물들도 여러 번 협공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들은 네 개의 커다란 산처럼 어떤 상황이 닥쳐도 흔들림이 없었다.
* * *
그 시각, 천극방.
'이 녀석들아, 약속이라도 한 거야? 꼭 같이 일 위를 해야 되느냐? 에잇, 한 번에 넷이나 도와줘야 하다니 정력과 힘을 얼마나 소모해야 되는 거냐?'
천극방의 영은 앞에 있는 넷을 바라보며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기쁘고 위안이 되는 듯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래. 너희들은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내가 잘못 보지 않았어."
주제는 허허 웃고 말했다.
"천 형, 고맙습니다. 형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엽소선도 말했다.
"천 형, 저의 재능을 높이 평가해준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황보절은 질투가 나서 말했다.
"천 형, 저 둘은 도와줬으면서 왜 저는 안 도와줬습니까?"
창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물어볼 게 있소? 천 형이 우리 둘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거겠지."
천극방의 영은 머리가 아팠다.
'저놈들이 계속 말하게 두면 또 얼마나 많은 손해를 볼까?'
천극방의 영은 마른기침을 하고 말했다.
"지나간 일은 언급하지 말거라. 너희들은 공동 일 위이긴 하지만 각자 다른 연법을 가지고 있다.
자, 이제 약속을 지키겠다. 너희들은 안으로 들어가거라. 들어가면 이번의 기연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다."
주제는 조급해하지 않고 영패를 꺼냈다.
"천 형, 저도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흔쾌히 받아주십시오."
천극방의 영은 영패를 바라보았다.
영패에는 이런 글들이 적혀 있었다.
'남천우(藍天雨), 주재 중급, 삼천오백일곱 살, 현재 제일소선역에 살고 있음
…….
유화(幽花), 구유지력이 변한 것임, 주재 초급 경지, 만 아홉 살.
…….'
천극방의 영은 표정이 환해졌다.
"너 참 괜찮은 놈이구나."
엽소선은 궁금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제, 영패는 무슨 내용이요? 나도 줄곧 천 형에게 선물을 하려고 했는데 무엇을 드리면 좋을지 모르겠소."
주제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엽소선, 아주 쉽지 않소? 천 형에게 부족한 게 무엇이요? 공법, 보물 등은 차고 넘치오. 하지만 잊으면 안 되는 게 있소……."
천극방의 영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만 재능이 있는 것 같으냐? 얼른 들어가거라. 아니면 네 자격을 취소하는 수가 있다."
주제는 입을 삐죽거리며 안으로 날아들었다.
천극방의 영은 영패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누구를 찾아갈지 생각했다.
문득, 시선을 느낀 그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
"계창, 아직도 안 들어가고 뭐 하는 게냐?"
계창은 웃음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천 형께 여쭤보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천극방의 영은 기침을 하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계창, 주제가 준 물건은 평범한 보물 지도이다. 아무것도 없다. 너는 나에게 선물을 줄 생각을 하지 말고……."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계창은 고개를 저었다.
"천 형, 오해십니다. 그 일이 아닙니다."
천극방의 영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럼 뭘 묻고 싶은 거냐?"
"임효지."
이름을 듣는 순간, 천극방의 영은 멈칫했다.
그는 영패를 거두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왜 그 녀석에 대해 묻는 거냐?"
계창은 그의 표정 변화를 알아차리고 물었다.
"천 형, 임효지에게 엄청 큰 불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겠다. 그 녀석에게 엄청 실망했다. 천존싸움에서 천존으로 진급 못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진남이 천존 정상이 된 일을 말하지 않았다.
창은 탄식했다.
"임 도우가 진급을 못한 것은 정말 아쉽습니다. 아니면 그는 천극방 일 위가 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공동 일 위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천극방의 영은 손을 내밀어 선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그 아이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너도 들어가거라."
계창은 여전히 걸음을 옮기지 않고 포권했다.
"천 형,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천 형께서 제 부탁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음, 말해보거라."
"저는 스스로 공법을 만들고 천제결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천 형도 아실 겁니다. 저는 공법의 총강과 상편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하편을 만들 수 없습니다."
천극방의 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런 일은 내가 어떻게 도와주겠느냐? 하편을 완성하고 싶다면 성천무교로 가서 봉도서를 빌려야 한다. 그리 급해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공법을 만드는 일이 어디 짧은 시간에 될 일이냐?"
계창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천 형, 그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천제결은 천 형의 도움이 없으면 하편을 완성할 수 없습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이냐?"
"이 공법은 근원지력이 필요합니다."
천극방의 영이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는 계창이 천제결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계창이 엄청난 공법을 만들었다고 감탄했었다.
하지만 계창이 지금 이 일을 언급한다는 것은…….
천극방의 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천극방의 근원지력을 빌려서 수련하겠다는 말이냐? 계창, 꿈도 꾸지 말거라. 그건 안 된다."
계창은 침묵하더니 씁쓸한 말투로 말했다.
"천 형, 아직도 제가 임효지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래!'
천극방의 영은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했다.
"임효지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천극방의 근원의 힘은 천극방의 금기이다. 나 외에는 아무도 그것으로 수련을 할 수 없다."
계창은 고개를 저었다.
"천 형,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전에 임효지에게 천극방의 근원의 힘을 빌려줬기에 그자가 근원지체를 수련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천극방은 살짝 놀랐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임효지가 말했나?'
하지만 천극방의 영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단호하게 부정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 임효지가 근원지체가 된 것은 스스로 노력했기 때문이다."
계창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천 형, 저를 속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천 형의 도움이 없었다면 고작 삼십 년이 되는 시간에 그 정도까지 할 수 있었겠습니까? 천극방의 근원의 힘을 가지고 수련하지 않았더라면 임효지가 어떻게 근원지체가 될 수 있었겠습니까?
천 형, 저도 근원의 힘을 수련하는 사람이라 잘 알고 있습니다. 주천불사산 외에 그 어떤 소선역의 근원의 힘도 근원지체를 만들 수 없습니다. 하지만 주제 외에 아무도 주천불사산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천극방의 영은 깜짝 놀랐다.
'그런 일이 있었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천극방과 주천불사산의 근원의 힘은 다른 소선역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천극방의 영은 여전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계속 말을 하려는데 계창이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계창은 진지하게 말했다.
"천 형을 난처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천 형, 걱정 마십시오. 저를 위해 전례를 깨지 않으셨지만 제 초심은 여전히 한결같습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경지에 이르면 대상계의 무도를 발전시켜 더 많은 천재들이 성장하고 대상계를 빛나게 만들겠습니다.
천 형, 이만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창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으로 향했다.
그의 눈에는 빛이 스쳤다.
임효지의 근원지체가 천극방의 도움을 받았다고 확신한 것은 창이 근원의 힘을 수련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창은 임효지의 근원지체가 천극방의 근원의 힘으로 수련해야 하는지 몰랐다.
창이 한 말은 단순한 핑계였다.
다만 창이 임효지가 천극방의 도움을 받았다고 확신한 이유는 천존싸움에서 임효지의 서열이 갑자기 구 위로 오른 것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