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1화 천존싸움이 열린다
진남의 두루마기는 바람도 없는데 날며 스르륵 스르륵 소리를 냈다.
진남의 손은 금빛을 반짝거렸다.
그가 만든 법인들도 다른 종류의 법인으로 바뀌어 속도가 배가 넘게 빨라졌다.
신비한 느낌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열 시진이 지났다.
태고의 태양 같던 금색 빛무리 속에서 길이가 칠 촌, 넓이가 일 촌 정도 되는 금색 빛이 뿜어져 나와 진남에게로 날아갔다.
빛은 진남의 체내에 들어가 위에서 아래로 흘렀다.
진남의 몸은 여전히 투명했다.
곁에 있던 진봉화는 금색 빛이 진남의 몸에서 헤엄치는 궤적을 똑똑히 보았다.
진봉화는 금색 빛이 제멋대로 헤엄쳐 다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궤적마다 커다란 현기가 숨어있었다.
진봉화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두 손에 법인을 만들더니 눈동자가 풀렸다.
그는 현기를 꿰뚫어보려 했다.
"이것이 바로 근원의 기운인가?"
진남의 마음은 흔들렸다.
그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금색 빛은 진정한 힘 같기도 하고 세상의 진리 같기도 했다.
그것이 체내에서 움직일 때마다 현묘함을 느낄 수 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천지근원은 진짜 비범하구나."
진남은 감탄했다.
진남은 창이 떠올랐다.
창의 천제결은 근원의 힘과 큰 연관이 있었다.
천제결을 대성 경지까지 수련하면 서른세 개 소선역의 엄청난 근원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근원의 힘을 일부 움직일 수 있어 근원의 아들이라고 불렸다.
천제결을 원만 경지까지 수련하면 서른세 개 소선역의 근원의 힘의 주인이 될 수 있고 천제라고 부를 수 있었다.
혼자 힘으로 엄청난 공법을 만들어 낸 것을 보면 창은 무도에 대한 이해나 무도의 조예가 대단했다.
진남은 자신의 무예 재능은 창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어때? 나는 절대 물러서거나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천제결을 수련하고 있고 나는 대동천결을 수련하고 있다……."
진남의 두 눈에 불꽃이 타올랐다.
'이건 어쩌면 운명일 것이다. 나중에 천제결과 대동천결이 어느 것이 강한지 보자.'
진남은 빠르게 마음을 진정하고 온 마음을 다해 수련했다.
그는 가야 할 길이 아직 멀었다.
* * *
어느새 이십육 년이 지나 성천력 이천삼십 년이 되었다.
후세 강자들은 이 이십육 년을 대상계 무인들에게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천오십 년부터 인선 경지 이상의 무인들은 역천개명할 수 있는 기연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
언제부터인가 무인들은 돌파하기 매우 어려웠던 경지도 갑자기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소식도 종종 들려왔다.
또 어제부터인가 그들은 평소에 기연, 돌파, 무예 등에 대해 교류하기 시작했고 사랑 따위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변화는 평범한 무인들뿐만 아니고 대세력들과 거물들, 천재들도 선명하게 느꼈다.
대세력의 집권자들은 세력이 얻는 수확이나 좋은 점들이 전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강자나 천재들은 전보다 훨씬 더 강한 자들이 많았다.
그들이 전에 정했던 여러 가지 규칙들은 현실에 맞지 않은 것들이 많아졌고 기준을 더 높여야 했다.
최고급 거물들과 천재들은 매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눈에 띄게 강해졌다.
거물들은 전보다 쉽게 천궁을 탐색하고 좋은 점도 더 많이 얻었다.
천재들의 서열 싸움도 점점 치열해지고 하루 사이에도 천재들의 서열은 큰 변화가 생겼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천극방의 영, 성천무교의 최고급 거물들은 매우 기뻤다.
그들의 오랜 시간의 노력이 드디어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무도대세 같은 건 희미하고 실체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눈부신 금빛이 대상계 전체를 환하게 밝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 *
그 시각, 제삼십이소선역의 작은 세력의 연무장.
흰 치마를 입고 피부가 새하얗고 예쁘게 생긴 여인이 빠른 속도로 사방을 놀라게 하고 그림자를 남기며 날아갔다.
그녀가 스치고 간 자리에는 은은한 향기가 남았다.
여인은 얼마 전에 인선 경지에 도달했다.
그녀는 어떤 선술을 수련하는 중이었다.
약 한 시진이 지나고 여인은 멈추었다.
좀 전의 수련으로 여인은 체내의 선력을 절반이나 썼다.
하지만 그녀의 눈엔 피로가 조금도 없고 오히려 더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눈에서 반짝거리는 빛 때문에 주위의 모든 것이 빛을 잃었다.
"소리, 주 공자가 또 왔다. 만나보겠느냐?"
노인이 다가오며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말했다.
"후, 또 왔어요? 만나지 않겠어요, 만나기 싫어요."
소리는 눈썹을 찌푸렸다.
노인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주 공자를 관찰해보니 그는 신분이 좋을 뿐만 아니라 재능도 높다. 게다가 인품도 괜찮고 너에게 마음을 쓴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인데 너는 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느냐? 설마 아직도 은인을 생각하고 있는 거냐?"
소리는 새하얀 얼굴이 상기되어 말했다.
"할아버지, 무슨 말씀이에요? 저는 은인이 그립고 고마울 뿐이지 남녀의 감정은 없어요.
할아버지 요즘 거의 매일 남녀의 감정밖에 말하지 않으시네요. 저는 지금 강해져 하루빨리 구천지존이 되고 싶은 생각뿐이에요!"
노인은 웃으며 고개를 젓고 말했다.
"알겠다, 알겠어. 더 말하지 않겠다. 주 공자를 돌려보내고 오마."
소리는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할아버지가 최고예요."
그녀는 자신의 정원으로 돌아가 영상(靈床)에 누워 옥간을 꺼냈다.
그녀는 옥간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더니 다시 저장주머니 깊은 곳에 넣고 다른 옥간을 꺼냈다.
"사흘이나 확인하지 않았어. 사흘 동안 대상계에 어떤 큰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겠어."
소리는 신념을 드러내 옥간에 주입했다.
호월등천성의 일이 있던 후, 그녀와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지냈다.
그때부터 그녀는 진정으로 무도를 접촉하게 되었다.
그녀가 무제의 경지에 도달한 후 할아버지가 그녀에게 선영(仙令)을 주었다.
대상계에 어떤 일이 발생하기만 하면 선영에 나타났다.
그때부터 특별한 시기를 제외하고 그녀는 매일 선영을 한 번씩 들여다봤다.
그녀가 있는 곳은 무척이나 촌구석이었다.
하지만 선영에 나타난 소식을 볼 때마다 넓은 무도에서 풍운변화와 세상의 변화를 목격하는 느낌이 들어 피가 들끓었다.
그녀가 신념을 옥간에 주입하자 붉은색 글자가 보였다.
"응? 큰일이 벌어졌나?"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어 정신을 집중하고 바라봤다.
글자를 제대로 확인한 그녀는 눈빛이 흔들렸다.
"천…… 천존의 나무가 한 달 후에 나타난다고?"
소식을 접한 날, 대상계의 모든 무인들은 조용히 있을 수 없었다.
소리 외에 대상계의 여러 곳에 있던 무인들도 선명한 붉은색 글자를 확인했다.
소식은 폭풍처럼 빠르게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천존싸움이 또 열린다!"
"마지막으로 천존싸움이 열리고 벌써 삼십 년이 지났구나."
"이번 천존싸움에서 어느 열 명이 천존으로 등극할지 모르겠군!"
"이번 천존싸움은 보통이 아닐 것이다! 창, 주제, 황보절, 엽소선도 모두 참가할 것이다!"
"후, 그들은 틀림없이 서열에 이름을 올릴 것이다."
"허허, 그들 네 명뿐이 아니다. 잊지 말거라, 심약도 있다! 그자는 천극방 서열이 사십 위 안에 들었다. 그들과 다섯 순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다. 천극방 백 위 안에 든 자들 중에서 그들 다섯 명 외에 또 네 명의 천재들이 안에 들어갔다!"
"이렇게 성대한 상황은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다!"
"제길, 진짜 주재 경지에 도달하고 싶다. 절세의 싸움에 참가하지 못하더라도 멀리서 보기만 해도 충분하겠다!"
"그러게 말이다. 주제와 엽소선은 창을 미워한다! 이번 천존싸움에서 천존나무가 열 그루나 된다 해도 그들은 절세의 대전을 일으킬 것이고 누가 이기고 누가 질지 알 수 없다."
"너희들 생각이 틀렸다. 그뿐만 아니다! 이 네 명과 심약이 강하다는 건 다들 잘 알 것이다! 천존싸움이 시작되면 다른 천재들은 어떻게 할까? 그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연합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럼 창 등도 연합할 거다."
"도우, 헛소리하지 말거라. 창, 주제와 같은 절세의 천재들은 자존심이 강하지 않느냐?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 연합하지 않을 것이다!"
"뭐라는 거냐? 연합하면 이길 수 있는데 왜 연합하지 않겠느냐? 천존으로 진급한 후 연합한 사람들이 나누면 되는데 더 좋지 않느냐?"
"이것이 너와 그들의 차이다!"
천존싸움이 열릴 때마다 최고급 거물이든 평범한 존재이든 대상계의 모든 무인들이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의 천존싸움은 전보다 더 난리 법석을 떨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다른 일은 제쳐두고 끝까지 지켜봤다.
천재들의 싸움이 매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대상계에는 절세의 천재가 몇 명이나 있었다.
* * *
그 시각, 팔 대 천존가문, 구 대 천존도통 그리고 다른 여러 세력들은 모두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주, 장로, 태상장로의 의지가 나타나 비밀리에 계획을 세웠다.
"이들 셋은 이번 천존싸움을 포기하라고 합시다. 창, 주제, 황보절, 엽소선 심약주재가 다섯 개 서열을 차지할 것이오. 나머지 다섯 개 자리를 빼앗으려면 너무 치열하여 죽을 위험이 더 큽니다."
"하지만 이렇게 포기하면 이들의 의지에 영향을 주지 않겠소? 어쨌든 이들 셋도 천극방 서열이 이백 위 안에 든 자들이오. 피와 불의 단련을 받아야만 큰 인물이 될 수 있소!"
"긴말할 필요 없소. 고작 삼십 년이오. 우리는 모험할 수 없소."
"어찌 됐건 천존싸움에는 무조건 가야 하오. 다른 세력과 천재들도 같은 문제에 부딪혔을 거요.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소."
"나머지 다섯 그루의 천존나무를 쟁취해야 해서 상황이 치열하고 위험이 크긴 하오. 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하더라도 가야 하오!"
"후, 그들 다섯 명은 실력이 너무 강하오. 평범한 정상 천존은 그들의 상대가 안 되오. 이번 싸움에서 그들이 서로를 적으로 여기지 않는 한 다섯 그루의 나무는 그들이 나누게 될 것이오."
"영감탱이들에게 이곳으로 와 함께 상의하자고 전음하시오. 대상계의 무도가 왕성하게 발전하고 있소. 천재 등급의 인물이 누가 죽든 다들 편치 않소. 연합하면 천존나무를 얻는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안전할 수 있소."
"긴말할 필요 없소. 이제는 그들의 업보에 달렸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원래의 계획대로 그곳을 열고 그자의 실력을 강해지게 하는 것이오."
여러 가지 결정이 전해졌다.
거물들은 엄청난 속도로 질서 있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의 대상계에서 '대세력'이라고 불리려면 적어도 몇백 년이 걸려야 하고 천존거물이 지켜줘야 했다.
때문에, 그들은 천존싸움을 적지 않게 겪었고 이미 여러 방안이 있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이번 천존싸움은 꽤나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