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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11화 (1,311/1,498)

1311화 봉도서가 펼쳐지다

"후, 우리 영감탱이들이 여기서 기다려야겠군."

자호천존은 웃으며 고개를 젓더니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교주, 여러 세력들이 이상한 낌새를 느꼈습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계속 모른 체하면 그들은 점점 더 귀찮게 할 것입니다."

한 거물이 물었다.

"네 말이 맞다. 그럼 천극방이 후계자를 찾으려 한다고 조금씩 소문을 내거라."

자호천존은 말했다.

"네. 그럼……. 예? 천극방이 후계자를 찾는다고요?"

다른 거물들은 경악했다.

"천 형은 지시만 내리고 우리만 힘들었다. 이제 그도 힘을 보태야지 않겠느냐?"

자호천존은 빙그레 웃었다.

"하하하, 대상계가 더 시끄러워지겠소."

다른 거물들은 큰소리로 웃었다.

그들도 범상치 않은 자들이라 자호천존의 뜻을 이해했다.

진봉화는 무예 재능이 뛰어나지만 경지가 매우 낮았다.

겨우 패자 단계였다.

역천지법을 배웠다 해도 성장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만약 대상계의 모든 이들이 진봉화를 천극방의 후계자라고 알면 성장하는 동안에 위험하지 않을 것이었다.

설사 천극방의 영이 눈치챘다 해도 뭐라 하지 않고 진봉화가 성장한 후에 다시 나타나 설명할 것이었다.

* * *

한 달 후.

성천무교, 천지무궁, 이십오 층.

자령선정(紫靈仙晶)으로 만든 책장에서 희미한 보라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책장 위에 진열된 상고의 옥간들은 수시로 부서져 빛무리로 변해 아래위로 날아다녔다.

대전은 조용했다.

무예 재능이 높거나 경지가 주재정상에 도달한 자는 이곳의 물건들과 변화에 모두 규칙의 기운이 가득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구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던 진남도 대전의 분위기에 빠져 기운의 일부가 되어 구분할 수 없었다.

그동안 진남 일행은 일 층부터 한 층씩 위로 올라갔다.

진남은 매 층의 공법을 전부 느끼지 않았다.

천지무궁의 일 층부터 십팔 층까지 층마다 공법이 엄청 많아 진남의 무예 재능으로 한 달이 지나도 일 층의 것들도 전부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진남은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그는 각 층에서 백 개의 공법을 골라 느꼈다.

그는 공법을 완전히 장악한 것이 아니라 운행하는 방식과 갖고 있는 진리만 대략적으로 이해했다.

이렇게 하여 진남은 보름 전에 이십오 층까지 올라왔다.

이십오 층의 옥간들은 전부 규칙지도, 규칙지술(規則之術)이었다.

진남은 지금은 주재대성의 경지이고 미래의 시대에서는 주재정상의 경지이기에 규칙지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주재는 규칙지력을 장악했다.

천존은 규칙지도를 장악했다.

규칙지도란 자신만의 규칙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영야천존의 영야규칙지도, 황보절이 장악한 불후상마규칙지도 같은 것이었다.

자신만의 규칙지도를 장악하는 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진남은 규칙지도와 거리가 멀었다.

다른 사람이 만든 규칙지도를 보는 것도 안개 속에서 꽃을 보는 것처럼 매우 답답했다.

이번에 진남은 이십오 층에서 두 가지 규칙지도와 한 가지 규칙지술을 골라 느꼈다.

처음 열흘 동안은 변화가 매우 느리고 가끔씩 총강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서야 뭔가 조금 느껴 변화가 빨라지고 안개가 걷히는 것 같았다.

웅-!

이때, 진남의 저장주머니 속의 옅은 붉은색의 옥간이 떨리고 붉은 용 같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저장주머니에서 날아 나와 진남을 감쌌다.

"응? 시간이 되었나?"

진남은 눈을 떴다.

그는 겨우 사흘이나 닷새 정도 지난 것 같았다.

"천지무궁은 진짜 좋은 곳이구나. 한 달밖에 있지 않았는데 많은 걸 얻었다."

진남은 중얼거리며 옥간에 규칙지력을 주입했다.

옥간이 평온해진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진법으로 날아가 다시 일 층으로 돌아왔다.

조용한 이십오 층과 달리 일 층은 매우 시끄러웠다.

무인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명초노조, 계현, 고비는 진작부터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남이 온 걸 본 계현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물었다.

"임 형, 한 달 동안 폐관했는데 수확이 있소?"

진남은 한마디 했다.

"많은 걸 깨달았소."

계현은 궁금해 물었다.

"스스로 공법을 만들었소?"

진남은 계현을 흘겨보고 말했다.

"스스로 공법을 만드는 것이 그리 쉽겠소? 한 달 동안에는 공법의 총강도 만들 수 없소."

진남은 무언가 생각나 말했다.

"아, 여러분과 상의할 것이 있습니다."

명초노조는 웃으며 물었다.

"혹시 성천무교에 남으려는 거냐?"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맞습니다. 저는 저만의 공법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천지무궁에 더 오랫동안 있어야 합니다."

만세무회의 상품 외에 성천무교의 임무를 완성하는 등 다른 방법이 매우 많았다.

고비는 입을 삐죽거리고 말했다.

"임 형, 그래도 계속 성천무교에만 있을 수 없잖소, 지루하지 않소?"

그가 진남과 함께 나온 건 바깥세상을 둘러보고 경험을 쌓아 빨리 성장하기 위해서였다.

명초노조는 말했다.

"임 도우, 나는 지금 경지가 한계에 부딪혀 돌파해야 한다. 너와 함께 계속 성천무교에 머물 수 없다."

명초노조는 머뭇거리다가 웃으며 말했다.

"내 생각에 너도 아직은 성천무교에 있을 필요 없다. 계현 도우, 고비 도우는 빨리 경지를 진급시켜야 한다. 그리고 너는 주재대성이고 주재정상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그럴 바에는 우선 경지를 주재정상으로 진급시킨 후 최선을 다해 무도를 연구하고 스스로 공법을 만드는 것이 낫다. 그때 가서 성공하든 못 하든 영향을 받지 않고 제 시간에 천존전장에 참가할 수 있다."

진남은 생각했다.

명초노조의 말이 맞았다.

스스로 공법을 만들려면 그는 온갖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그렇게 되면 경지를 진급하는 것 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었다.

명초노조는 분위기를 몰아 말했다.

"임 도우, 나는 우연한 기회에 전승을 한 개 얻었다. 그 전승 안에 다섯 개의 화선영(化仙令)이 있었다. 화선영을 이용하면 우리 넷은 화선지(化仙池)에 들어가 일 년을 있을 수 있다."

옆에 있던 계현은 서둘러 물었다.

"명초노조, 혹시 제이십일소선역의 화선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명초노조는 말했다.

"맞다!"

계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제이십일소선역의 화선지는 대상계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그곳은 천지가 키운 것이고 제이십일소선역에서 가장 강한 세력이 지키고 있었다.

화선지에는 여러 가지 상고선기, 오래된 의지, 깨끗한 힘이 가득해 수련하고 돌파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었다.

제이십일소선역의 근원의 힘과 신비한 연관이 있었다.

때문에, 오랫동안 많은 무인들이 안으로 들어와 수련했지만 근원의 힘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해졌다.

물론 화선지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첫째, 천존 등급 이하의 무인이라야 들어갈 수 있었다.

아니면 천존 거물이 전력을 다해 근원의 힘을 빨아들일 경우 화선지는 버티더라도 손상이 엄청날 것이었다.

그리고 화선지로 들어가려면 화선지를 지키는 세력에게서 화선영을 사야 했다.

일 년 동안 있을 수 있는 화선영을 얻는 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관계가 좋지 않고 또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절대 얻을 수 없었다.

"노조. 오랫동안 복을 누리실 겁니다."

계현은 바로 알랑거렸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명초노조를 별 볼 일 없는 자라고 생각했다.

진남이 명초노조를 선배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면 그는 선배님이라고 모시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명초노조도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임 형, 우리 화선지로 가지 않겠소? 자네의 상황으로 주재정상으로 진급하려면 일 년까지 필요하지 않을 거요."

계현은 말했다.

"맞소, 맞소. 나도 찬성이요."

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화선지로 갑시다."

진남은 동의했다.

"좋다. 그럼 지금 출발하자."

명초노조는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성천무교를 떠나 제이십일소선역으로 날아갔다.

* * *

그 시각, 성천무교, 무상지보 봉도서가 있는 곳.

자호천존과 성천무교의 거물들은 석상처럼 아무런 기운도 풍기지 않고 허공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한 달 동안 이곳에는 매우 큰 변화가 생겼다.

커다란 골짜기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방원 몇백만 리를 휩쓸어 마치 노을이 진 것처럼 오색찬란했다.

상고의 현묘한 기운이 큰 눈처럼 세상을 덮었다.

몇백만 리 되는 세상이 어느새 절세보물지로 변해 주재 경지의 무인이라도 이곳에 와서 수련하면 엄청난 좋은 점을 얻을 수 있었다.

"응?"

자호천존과 거물들은 무언가 느끼고 일제히 눈을 떴다.

화르륵-!

커다란 골짜기의 눈부신 노을빛 속에서 담홍색의 신비한 문자들이 하늘로 솟아올라 마치 파도처럼 대단한 기세를 일으켰다.

얼마 안 돼 담홍색 문자들이 구름 깊은 곳으로 솟아올랐다.

문자들은 사방으로 퍼지더니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담홍색 문자들은 땅에 떨어진 후 일부는 꽃으로 변하고 일부는 나무로 변하고 또 일부는 검, 칼 심지어 강이나 산으로 변했다.

마치 신비한 소세계가 이제 곧 나타날 것 같았다.

"움직이기 시작했나?"

자호천존 등 거물들은 기뻐했다.

한 달 동안 그들은 헛되이 기다리지 않았다.

거물들은 좌선하지 않고 동술을 움직이고 정신을 집중해 아래를 주시했다.

그들은 이 순간을 너무 오래 기다렸다.

때문에, 이곳의 변화를 직접 보려 했다.

* * *

시간이 조금씩 흘러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신비한 담홍색 문자 외에 세 시진마다 전혀 다른 절세의 이상이 골짜기에서 뿜어져 나와 주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천무교의 금지는 예전과 비하면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변했다.

데엥-! 데엥-! 데엥-!

묵직하고 긴 종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졌다.

알 수 없는 위압이 천천히 휘몰아쳐 천지를 덮었다.

자호천존 등 거물들도 위압에 눌려 마음이 흔들렸다.

"오려나 보다!"

자호천존 등 거물들은 살짝 긴장됐다.

우르릉-! 콰콰콰쾅-!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노을빛 속에서 커다랗고 신비하고 현묘한 봉도서가 천천히 떠 오르자 분위기가 무겁고 엄숙해졌다.

봉도서는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간 후 멈추었다.

화르륵-!

마치 무상의 존재가 대상계의 많은 거물들이 주목하는 존재를 한 장씩 펼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봉도서는 절반쯤 펼쳐지고 멈추었다.

"저건……."

자호천존 등 거물들은 무언가 발견했다.

책장 속 장면이 빠르게 바뀌었다.

선산, 바다, 신마지전(神魔之殿)이 나타나고 지보가 부서지고 천지가 흔들렸다.

변화는 매우 빠르고 조용했다.

하지만 자호천존 등 거물들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마치 직접 이 모든 걸 본 것처럼 천지를 덮는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에 모든 장면이 사라졌다.

대신 시커멓고 곧은 오솔길이 나타났다.

오솔길의 시작점에 한 청년이 서 있었다.

청년은 두 손을 모으고 표정이 엄숙하여 마치 매우 장엄하고 중요한 큰일을 하는 것 같았다.

오솔길은 길지 않고 시작점과 끝이 다 보였다.

오솔길의 끝에는 문이 있었다.

문은 평범한 문과 완전히 달랐다.

문은 현묘한 자국들과 기이한 부호들로 이루어졌고 마치 불꽃처럼 끊임없이 흔들리며 모양이 조금씩 변했다.

"이 기운은……."

자호천존은 몸이 떨렸다.

그는 이 기운이 매우 익숙했다.

그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이런 기운을 진정으로 느낀 적 없었다.

하지만 성천무교의 교주가 되어 교주의 비밀을 이어받은 후 진정으로 느꼈다.

그것은 바로 봉도서 기영의 기운이었다.

물론 이 문은 봉도서의 기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문을 넘으면 지금까지 깊은 잠을 자고 있는 기영을 볼 수 있었다.

이 순간 시공이 멈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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