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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279화 (1,279/1,498)

1279화 나는 불후 마조가 아니다

"제가 마도세계를 만든 것은 오롯이 저만의 규칙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독특한 소세계를 만들지 않으면 저만의 규칙지력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보절은 바로 대답했다.

"황보절은 상마세계를 만들 때 그런 계획밖에 없었구나."

진남은 중얼거리고 이내 전음했다.

"영항불멸지체가 왜 천지와 같은 수명을 누리며 불멸하는지 아느냐?"

황보절은 어안이 벙벙했다.

"선배님, 그것은 잘 모릅니다. 저는 다만 영항불멸지체가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만 압니다. 주제는 아직 만법불침성체일 뿐입니다. 그래서……."

진남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황보절에게 전할 말을 정리했다.

그는 이제 황보절을 '가르쳐야' 했다.

지금까지 그들의 대화를 살펴보면 미래와 연관이 없었다.

시공지력의 저항을 받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부터 진남은 미래와 연관이 된 말을 해야 했다.

"황보 도우, 내가 볼 때 절대적으로 영원한 건 없다. 불멸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네가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달려있다. 물론 나는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했기에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다.

대상계의 모든 것들 크게는 주천불사산에서 작게는 일초일목까지 규칙지력이 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상계의 규칙지력을 초월하면 어떻게 될까?"

진남은 '선배'의 역할에 맞게 말투도 나이 든 사람 같았다.

말을 마친 진남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진짜 말했다!'

시공지력의 저항을 전혀 받지 않았다.

황보절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시커먼 식해에 번개가 친 것처럼 주변이 환해졌다.

특히 대도규칙을 추월하라는 말에 그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혼란스럽던 대부분의 것들이 점차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다.

"선배님께서 보시기에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하면 될 것 같습니까?"

황보절은 들뜬 감정을 겨우 누르며 신념으로 질문했다.

"내가 너라면……."

진남은 가슴이 빠르게 뛰고 살짝 흥분되었다.

"육신을 강화하는 데 힘을 쓰지 않겠다.

만법불침성체가 아니니 내가 너라면 다른 길을 선택할 거다. 심의와 영혼지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하여 대상계 규칙지력의 속박을 벗어나게 할 것이다.

심의와 영혼지력을 그 정도 경지까지 강화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하지만 다른 길을 개척할 수 있다.

네가 만든 소세계가 있지 않느냐? 너의 심의와 영혼지력을 소세계에 융합시키고 소세계가 대상계 규칙지력을 초월할 때까지 키우면 어떠냐?

내 생각에는 가능성이 좀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남은 시공지력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

"하하하."

진남은 저도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

그와 황보절이 기묘한 인과윤회 관계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방금 내가 한 말이 황보절에게 얼마나 큰 충격일까?'

"임 형, 대체 무슨 대화를 나누시오?"

계현은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진남을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무슨 기쁜 일이 있기에 나에게 알려주지도 않는 거지?'

"별거 아니오."

진남은 손을 저었다.

진남의 말은 엄청난 천지 이치를 품은 것 같았다.

그의 말은 황보절의 머릿속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심의와 영혼을 소세계에 융합하라는 말이지……."

황보절은 넋을 놓고 중얼거렸다.

그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생겨났다.

오랫동안 그를 힘들게 했던 어려움들이 해결되었다.

"그래, 맞다! 그거였어!"

황보절은 한참이 지나 반응했다.

그는 너무 기분이 좋고 흥분이 되어 하늘에 대고 고함을 지르고 싶었다.

"마조 대인, 왜 그러시는……."

묵사 일행과 생령들은 황보절이 짧은 시간에 다양한 표정 변화가 생기자 궁금했다.

황보절의 표정을 보면 좋은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들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하하하. 선배님이 나에게 가르침을 줬다."

황보절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말투에는 기쁨이 있고 약간의 거만함도 있었다.

"선배님께서는 역시 마도 조예가 깊으시다. 몇 마디 조언만으로 나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나에게 새로운 생각이 생겼다."

묵사 일행과 생령들은 엄청 부러웠다.

'우리도 선배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축하드립니다, 마조 대인."

묵사와 생령들은 부러운 마음을 감히 티 내지 못하고 공수했다.

"너희들도 실망할 필요 없다. 내가 공법을 전부 완성하면 너희들에게도 좋은 점을 줄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나를 방해하지 말거라. 선배님과 마도를 깊이 토론해야겠다."

황보절은 손을 저었다.

그리고 그는 진남에게 신념을 전했다.

"고맙습니다. 선배님의 말씀은 저에게 대도의 소리와 같습니다. 순식간에 생각이 확 트였습니다.

선배님은 마도 일인자답습니다.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진남은 그 말을 듣고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

'나에게 마도 일인자라고 한 거야? 진심으로 감탄했다고?'

후세에 패기가 넘치고 훌륭한 무인이 될 황보절이 아부를 잘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런 말은 하지 말거라. 이건 그저 우연한 만남이다. 네가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가르침을 준 것이다. 나중에 실망하지 말기를 바란다."

진남은 정색하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선배님, 걱정 마십시오. 오늘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선배님의 체면을 깎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황보절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래. 나에게 더 물을 것이 있느냐?"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직까지 시공지력의 방해가 없었다.

즉, 그와 황보절의 이번 만남은 이미 운명적으로 정해진 것이었다.

진남은 황보절에게 엄청 큰 영향을 미칠 것이었다.

그는 무상천존을 가르치는 좋은 경험도 하게 되었다.

"안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마도에 대한 조예가 이리도 깊으신 선배님께서 보시기에 마도의 최고경지는 어디인 것 같습니까?"

황보절은 신념을 전했다.

진남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는 황보절은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황보절의 말은 그가 만든 공법과 크게 연관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사실은 엄청 큰 연관이 있었다.

황보절이 '최고경지'를 알게 되면 불후상마진결을 만들 때 더 많은 가능성을 생각하고, 더 대단한 것을 만들 수도 있었다.

"그래서 황보절이 마도본원(魔道本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걸까?"

진남은 드디어 인과를 확인하게 되었다.

"근원의 힘을 아느냐?"

진남은 신념을 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방대한 시공지력이 그에게 강림하여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했다.

"응? 마도본원에 대해서는 직접 말하면 안 되는 건가?"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할 말을 정리한 그는 입을 열었다.

"사실 마도뿐만 아니라 다른 도들도 더 높은 경지는 있지만 최고경지는 없다.

내가 너라면 마도일도(魔道一途)를 할 것이다. 육신, 심신, 영혼이 전부 사라지지만 또, 어디에나 존재한다.

마도의 불이 꺼지지 않으면 너는 그 속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마도의 불이 강해질수록 너도 강해질 수 있다."

황보절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도일도를 하면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그것은 어떤 경지일까?'

"선배님의 마도에 대한 조예는 대단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황보절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런 경지를 이루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황보절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선배님에게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의 방향이라도 잡아준다면…….'

진남은 입꼬리를 올렸다.

'황보절, 나도 알려주고 싶다. 하지만 시공지력이 못하게 막는구나.'

"너는 그 경지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알려주면 너에게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다. 알고 싶으면 직접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

진남은 엄숙하게 말했다.

"선배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황보절은 실망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고생을 하지 않고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 엄청난 경지에 이를 수 없었다.

"선배님,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저에게 묵사라는 친구가 있는데 마도에 엄청난 재능이 있습니다. 마도를 크게 발전시키려면 저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선배님, 그에게도 가르침을 줄 수 있습니까?"

황보절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묵사에게 가르침을 주라고?'

진남은 사레에 들려 기침을 했다.

'황보절, 미안하다. 이 선배는 다른 사람은 못 가르치고 너만 가르칠 수 있다.'

"황보절, 나는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은 지 오래다. 오늘 너와 인연이 있어서 가르침을 조금 줬다. 하지만 나와 인연이 없는 자는 가르치고 싶지 않다.

너의 궁금증도 다 해결했으니 대화를 이만 끝내자."

진남은 '선배' 역할에 깊이 몰입했다.

말투에서도 윗사람으로서의 품위가 느껴졌다.

조언도 막힘이 없이 술술 잘했다.

황보절은 후회했다.

잘 나가다가 엉뚱한 질문을 해서 대화를 끊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직도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선배님, 잠시만요. 오늘 선배님의 말씀에 저는 많은 수확을 얻었습니다. 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선배님의 존함을 알려주십시오. 언젠가 열 배로 갚겠습니다."

황보절은 다급하게 전음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그는 도움을 받으면 열 배로 갚고 원수도 열 배로 갚는 사람이었다.

"됐다. 너만 잘하면 된다."

진남은 웃으며 손가락을 튕겨 마령을 없앴다.

그는 황보절에게 신분을 알려줄 수 없었다.

진남은 주재 초급의 경지이고 둘이 똑같은 공법을 수련했다.

황보절이 이 사실을 안다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공지력이 방해를 했다.

"임 형, 너무 의리가 없소. 한참 동안 혼자서 기뻐하면서 왜 나에게 말해주지 않는 거요?"

계현은 원망하는 여인처럼 옆에서 쫑알거렸다.

"그만하시오. 우리 빨리 대연마정을 가지러 갑시다."

진남은 그의 어깨를 툭툭 치고 동굴로 사라졌다.

* * *

그 시각 다른 쪽.

"대화가 끝났다."

황보절은 마령의 빛이 어두워지자 아쉬웠다.

"하지만 우연히 마유심곡에서 선배님을 만난 것만으로 충분하다."

황보절은 이내 마음을 가다듬었다.

"마조 대인, 대화는 잘 되었습니까?"

묵사 일행과 생령들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선배님께서는 이제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으시니 방해하지 말라고 하셨다. 이번에 그의 가르침을 얻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황보절은 탄식했다.

"맞습니다."

묵사 일해와 생령들은 그의 말에 공감했다.

"잠깐! 우리가 한가지 놓친 것이 있습니다."

묵사는 놀라서 허둥거렸다.

"왜 그러느냐?"

황보절은 그를 아니꼽게 흘겨봤다.

묵사를 언급하는 바람에 선배와 대화가 끝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우리는 천존전장의 상현경지에 있습니다. 선배님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경지가 겨우……."

묵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황보절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천존전장은 천존 아래이자 주경 이상의 무인들만 올 수 있는 게 맞다. 하지만 그것이 깰 수 없는 규칙이라고 생각하느냐?

선배님은 마도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다. 적어도 천존 정상이고 심지어……."

황보절은 심호흡을 했다.

그는 몹시 동경하는 표정이었다.

"맞습니다."

묵사 등의 생각이 바뀌었다.

그들이 할 수 없다고 다른 사람도 할 수 없는 게 아니었다.

선배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었다.

"이제 가자."

황보절은 손을 저었다.

그는 무언가 생각이 난 듯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이제부터 나를 불후 마조라 부르지 말고 불후 대인이라고 하거라. 나는 마조라는 이름을 감당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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