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1264화 (1,264/1,498)

1264화 진짜로 해낼 줄은 몰랐다

"하하하."

이씨 도령은 정신을 차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은 참 재미있는 날이다. 두 사람이나 정의롭게 나섰는데 결국 하나는 천도칠월석이 없고 하나는 천도칠월석을 낚겠다고 하다니! 너희들은 이칠당(李七堂)을 놀리는 게 재미있는 일인 것 같으냐?"

이칠당은 웃음이 가시고 엄청난 살기를 뿜었다.

그의 뒤에 있던 두 청년과 한 여인도 마찬가지로 살기를 뿜었다.

"도우, 돕고 싶지 않으면 시끄러운 일은 만들지 말았어야지."

면사포를 쓴 여인은 차가운 표정으로 진남에게 전음했다.

진남은 그제야 자신이 한 말이 다른 무인들에게 얼마나 어이없는 말로 들렸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이니 거둬들일 수 없었다.

"이 도우, 왜 화를 내느냐?"

진남은 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낚아오겠다고 했으면 낚을 수 있다. 믿지 못하겠으면 내기를 하자. 내가 오늘 천도칠월석을 낚지 못하면 너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겠다. 만약 낚아오면 너는 저 아이의 노예 문서를 없애고 저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거라. 어떠냐?"

그의 말에 무인들은 귀를 의심했다.

'저 녀석이 미쳤나?'

면사포를 쓴 여인도 어안이 벙벙했다.

'이 녀석 진심이었어? 시선을 끌려는 게 아니었어?'

"오? 내기를 하겠다고? 좋다. 그럼 오늘 너와 내기를 해보자. 내기를 하기 전에 반드시 주세를 해야 한다."

이칠당은 반응했다.

그의 두 눈에 경멸이 가득했다.

"그래."

진남은 바로 주세를 하고 앞으로 나갔다.

"진짜로 내기를 했어?"

"허허. 내가 보기에 저 녀석은 처음 호월등천성에 왔고 특별한 수단이 있으니 천도칠월석을 낚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

"도우의 분석이 일리가 있다."

"아니. 저자는 서열이 낮은 소선역에서 와서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것 같다."

무인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

면사포를 쓴 여인은 정신을 차리고 진남에게 전음했다.

"도우, 방금 너를 오해해서 미안하다. 네 마음은 너무 훌륭하다. 지금 세월에 너 같은 사람도 드물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자신만만했다. 듣기 싫게 말하면 멍청한 짓을 했다.

하지만 이 기회에 교훈을 얻는 것도 좋다. 너무 걱정하지는 말거라. 저 아이는 내가 어떻게든 구하겠다."

진남은 그녀의 말에 저도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호존하의 강변에 도착한 그는 강을 살폈다.

'신조도장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육백일흔아홉 장을 가면 강의 시작이고 앞쪽으로 백이십칠 장과 방원 삽십 장 좌우에…….'

진남은 가엽이 했던 말을 되새겼다.

그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무시하고 왼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칠당 일행과 면사포를 쓴 여인, 금동소녀와 노인 그리고 무인들이 그의 뒤를 쫓아갔다.

그들은 결말을 예상하고 있지만 그래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이곳이구나."

잠시 후,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주력을 드러내어 실처럼 다섯 개의 낚싯대에 엮어 삼십 장 떨어진 곳에 떨어뜨렸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그는 몇 가닥 더 엮었다.

진남과 이칠당이 내기를 했다는 소문이 폭풍처럼 빠르게 퍼졌다.

"그 소문 들었소? 신조도장에서 두 사람이 내기를 했다오. 천도칠월석을 하나 낚지 못하면 상대방에게 무릎을 꿇겠다고 했다오."

"어떻게 낚을 수가 있소? 미친 거 아니오?"

"하하. 미치기는. 인생을 원하는 대로 살았던 사람이라 좌절을 못 겪어봐서 너무 자신을 믿는 게지!"

무인들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진남을 웃음거리로 생각했다.

시간이 여유로운 무인들은 일부러 신조도장까지 와서 구경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장 왼쪽에 있던 낚싯대가 살짝 움직였다.

낚싯대는 엄청난 힘을 받은 것처럼 빛을 뿜기 시작했다.

"천도월석을 낚았다."

한 무인이 말했다.

진남은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천하목으로 만든 미끼에 손바닥만 한 크기의 생선 모양의 돌이 달려 있었다.

돌의 가운데에 두 개의 반달 그림이 있고 미약한 달빛을 반짝거렸으며 순수한 기운이 느껴졌다.

"하하. 두 개의 반달은 천도이월석이다."

"허허. 나보다도 못하구먼. 나는 첫 번째에 천도사월석을 낚았소."

무인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휴."

면사포를 쓴 여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도 진남이 이칠당에게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기 싫었다.

주경정상인 그가 무릎을 꿇으면 더 이상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었다.

잔인한 세계에 마음 따뜻한 사람이 한 사람 줄어들 수 있었다.

"하하하!"

이칠당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진남을 보며 말했다.

"이제 호존하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지? 고작 네 수단으로 천도칠월석을 낚을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 자, 약속을 지키거라. 나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거라."

진남은 그를 힐끗 보더니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의 내기는 오늘내로 천도칠월석을 낚는다는 것이었다. 이제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그리 조급해하느냐?"

이칠당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거라. 현실은 더 실망스러울 거다. 네 꼬락서니를 보니 하루가 아니라 열흘을 낚아도 천도유월석도 낚지 못할 것 같……."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의 낚싯대 두 개가 동시에 움직였다.

또 천도월석을 낚았다.

"어라?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세 개를 낚았어?"

무인들은 놀라서 살폈다.

면사포를 쓴 여인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참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진남이 낚은 두 개의 천도월석이 사람들 앞에 드러났다.

그 위에는 반달이 하나밖에 없었다.

"천도일월석?"

무인들은 어이가 없었다.

"푸하하하."

"천도삼월석이라도 두 개 낚을 줄 알았는데 일월석 두 개였어!"

"저 녀석 대단하구나. 일 년 동안 동시에 두 개의 천도일월석을 낚는 사람도 열 안 넘는다."

주변은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진남은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다시 낚싯대를 강에 던졌다.

"저 녀석 고집이 있구나."

"아쉽다. 고집을 잘못된 곳에 썼다."

"맞아. 우리도 가자. 더 볼 것도 없겠다."

몇몇 무인들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도우, 그만하거라."

면사포를 쓴 여인은 안타까운 마음에 전음했다.

"계속해 봤자 더 수치스러울 거다. 아예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약속을 지키거라. 이 일이 끝나고 너에게 청심화도석(?心化道石)을 줄게. 너에게 심마가 생기지 않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은 웃으며 전음했다.

"호의는 고맙지만 필요 없다. 좀 있으면 천도칠월석을 낚을 수 있다."

진남은 면사포를 쓴 여인에 대한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좀 있으면 낚을 수 있다고?"

면사포를 쓴 여인은 가슴이 답답했다.

"너도 참……. 마음대로 하거라."

여인은 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진남이 고집이 세고 유치한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실패할 게 분명한데 죽어도 인정하지 않았다.

진남이 유치하고 자신감이 가득한 사람이라면 문제 될 게 없었다.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되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의 진남은 정말 구할 방법이 없었다.

노인은 연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무언가 느낀 그는 고개를 돌렸다.

금동소녀 소리가 어찌 된 영문인지 용기를 내어 앞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어색하게 진남의 옆에 서서 진남을 흘깃흘깃 쳐다보았다.

진남이 쳐다보자 그녀는 황망히 고개를 돌렸다.

진남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도 이상하게 무섭지 않았다.

"허허. 천한 것이 너를 안타까워하는구나. 내 가르침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네가 나에게 무릎을 꿇은 다음에 이 아이를 잘 가르쳐야겠다."

이칠당은 그 모습을 보자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는 가르친다는 단어를 특별히 강조하여 말했다.

금동소녀 소리는 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는 두 눈에 두려움이 가득해서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치며 도망가려고 했다.

이때, 따뜻한 손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진남이 들고 있던 다른 낚싯대가 흔들렸다.

진남은 낚싯대를 잡아당겼다.

천도월석 하나가 강 위로 떠올랐다.

"보나마나 천도일월석이겠…….어라?"

무인들은 동시에 표정이 굳었다.

천도월석 위에 여섯 개의 반달 그림이 있었다.

"천도유월석?"

면사포를 쓴 여인은 믿을 수 없었다.

침묵이 한참 흐르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세상에나, 이 자식 운이 좋구나."

"짧은 시간에 천도유월석을 낚다니 횡재했다."

무인들의 눈에 어느새 부러움이 가득했다.

호월등천성에서 낚은 천도유월석을 다 합쳐도 십여만 개밖에 되지 않았다.

"허허. 뭘 낚았나 했더니 고작 천도유월석이잖아."

이칠당은 비웃었다.

"너 수확이 크구나. 그래도 결과는 바뀔 수 없다. 나에게 무릎 꿇고 이마를 조아리거라."

면사포를 쓴 여인은 잠자코 있었다.

천도유월석이 놀랍기는 하지만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다.

진남은 그를 힐끗 보더니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 입을 다물 수는 없느냐? 짹짹거리는 게 끝이 없구나."

이칠당은 화가 나서 말했다.

"감히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너 그거 알아?"

이때, 진남의 낚싯대가 또 움직였다.

"또 낚았어? 설마 천도유월석이 더 있는 거야?"

주경 무인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남은 위로 휙 당겼다.

다음 순간,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다.

천도월석 위에 일곱 개의 반달 그림이 있었다.

그것이 뿜어내는 파동은 천도유월석보다 훨씬 강했다.

천도일월석, 이월석과 비교하면 돌멩이와 산처럼 천지 차이가 났다.

"천, 천, 천도칠월석?"

무인들은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진, 진짜 낚았어?"

면사포를 쓴 여인과 이칠당 등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 천도칠월석을 가끔 낚는 무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경악하고 부러워할 뿐 지금처럼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눈앞에 있는 무인은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낚시를 하기 전에 낚을 수 있다고 장담하고 내기까지 했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성공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운인가?'

진남은 천도칠월석을 손에 들고 만지작거렸다.

그는 이칠당을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지금은 왜 말이 없어졌느냐? 이건 네가 가지거라. 그리고 전에 우리가 한 내기대로 노비문서를 찢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거라."

이칠당은 넋이 나갔다.

'내가 졌어?'

이때, 진남의 낚싯대가 또 움직였다.

그는 위로 당겼다.

쿵-!

번개가 친 것 같았다.

"두, 두, 두 개나?"

주재 등급을 포함한 모든 무인들이 충격을 금치 못했다

도장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진남은 그것을 손에 넣고 사람들을 훑어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오늘 운이 참 괜찮구나."

그의 말에 사람들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삼 년 동안 천도칠월석을 연속 두 번 낚은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이게 운이 괜찮은 정도인가?

운이 엄청 좋은 거였다.

진남은 차가운 시선으로 말했다.

"이 도우, 멍하니 서서 뭐 하느냐?"

이칠당은 몸을 흠칫 떨며 정신을 차렸다.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노비문서를 없애고 여자아이를 풀어주는 것은 흔쾌히 허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씨 가문의 큰 도련님인 그가 주경 무인에게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너무 수치스러웠다.

종문에서 알기라도 하는 날에는 참혹한 형벌을 면할 수 없었다.

"저자가 진짜로 해낼 줄 몰랐다."

면사포를 쓴 여인은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그녀는 진남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호존하가 얼마나 대단한지 몰랐더라면 그녀는 진남이 특별한 수단으로 천도칠월석을 낚았다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