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3화 대상계로 돌아가다
진남이 다시 방으로 돌아갔을 때 묘묘 공주는 깨어있었다.
그녀는 진남을 보자 얼굴이 붉어졌다.
이어, 진남을 붙잡고 그의 어깨를 물었다.
그녀는 이가 아플 정도로 꽉 물었다.
"공주!"
진남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렇게 보지 말거라. 너는 나쁜 놈이다. 어제 우리더러 경지를 봉인하라고 하더니 결국, 결국……."
묘묘 공주는 얼굴이 상기되어 말하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말했다.
"참, 얼른 가서 비월 언니를 만나거라."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 그녀를 만나러 가라고?"
묘묘 공주는 그를 흘겨보더니 말했다.
"바보야, 비월 언니가 너를 어떻게 어떻고 대했고, 너의 마음속에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지 왜 아직도 모르느냐? 비월 언니 같은 사람을 만난 건 네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기 때문일 거다!"
강벽난도 이불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끄덕거렸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공주, 오해하지 말거라. 나와 비월여제는 줄곧……"
진남은 말문이 막혔다.
"바보!"
묘묘 공주는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흔들었다.
"얼른 가거라. 나와 난난은 푹 쉬어야겠다."
진남은 어리둥절하다 눈빛이 점점 단호해졌다.
비월여제에 대한 감정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응."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여제를 만나 자신의 마음도 확인하고 그녀의 마음도 확인하려고 했다.
좋아하는 감정이라면 그는 놓치지 않을 것이었다.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진남은 다른 정원에 도착했다.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깨끗하고 정연했으며 옅은 향기가 났다.
방은 텅텅 비어있고 여제는 없었다.
"꼬마 부군, 여제는 어젯밤에 떠났다. 그녀는 섭황천주와 다른 사람들을 살리러 대상계로 갔다. 창이 환생을 하면 제삼십이소선역으로 갈 거라고 너에게 전하라고 했다."
입도지주는 먼 곳에서 다가왔다.
"제삼십이소선역이라……."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때 가서 여제와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었다.
"왜? 이제야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제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거야? 여제와 도려가 되려고 온 거냐?"
입도지주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예전의 진남이었다면 이런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식은땀을 흘렸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잠깐 고민하고 대답했다.
"솔직히 말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놓쳤다."
입도지주는 눈을 반짝거렸다.
'꼬마 부군이 드디어 감정을 깨닫기 시작했구나.'
"놓친 것이 많기만 하겠느냐? 너는 나무토막 같아서 모든 것을 놓쳤다."
입도지주는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는 일부러 원망하듯 말했다.
"여제는 그렇다 치고 내 이야기를 해보자. 네 후궁의 화목함을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느냐? 공로는 없다 쳐도 고생은 했잖아?"
대답을 듣기 전에 그녀는 진남의 귓가에 향긋한 숨을 불어넣으며 말했다.
"언제 나와 도려가 될지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느냐? 꼬마 부군,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나는 공주나 난난 보다는 더 많이 알 거다. 이 세상에서 가장 황홀하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줄게."
그녀의 눈빛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진남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진남은 도망치다시피 자리를 떴다.
그의 뒤에서 입도지주의 은방울 같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아직 순진해서 여우 같은 그녀의 상대가 안 되었다.
* * *
진남은 다섯 대륙의 근원의 힘들을 불러 태고지국(太古之局)을 배치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차하계를 금성탕지(金城湯池)처럼 견고하게 만들었다.
모든 일들을 잘 안배한 진남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묘묘 공주, 강벽난, 진천과 함께 평범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삼 년이 흘렀다.
어느 날 아침, 진남에게 큰 기쁨이 찾아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묘묘 공주와 강벽난의 배에 손을 올렸다.
매끄러운 피부 위에 닿은 그의 손바닥에 미약한 새 생명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나, 나에게 아기가 생긴 거야?"
두 천존의 환생이고 주경인 진남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는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놀라고 기쁘고 흥분되며 불안했다.
"그렇긴 한데 소남자, 너무 좋아하면 안 돼. 아이를 키우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아. 선주를 많이 준비해야 된다. 특히 만 년씩 담가둔 술이어야 돼. 그래, 그거야."
묘묘 공주는 그럴 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호호. 공주, 아버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아기를 낳기 전에는 술을 마시면 안 된대."
강벽난은 웃으며 말했다.
"뭐? 난난, 네가 나 대신 낳아줘!"
"내가 어떻게 대신 낳아줘? 어제 임신한 걸 알고 좋아서 내 손을 잡고 계속 말했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몰라, 몰라. 안 들려!"
진남은 두 여인이 장난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어 그녀들을 꽉 안았다.
지금이 너무 행복했다.
"소남자, 이제 대상계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나와 난난은 아기를 낳고 아버님과 시간을 좀 더 보내고 대상계로 따라갈게."
묘묘 공주는 진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도려가 된 후로 그녀는 머리를 쓰다듬는 게 좋았다.
"너희들이 아기를 낳으면 돌아갈게. 시간이 충분하다."
진남은 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묘묘 공주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대상계의 대세력들이 눈에 불을 켜고 너를 노리고 창도 곧 환생할 거다. 너는 사방에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하루빨리 주재가 되거나 천존이 되어 그들을 이겨야 해! 그래야 우리 아기가 대상계에 가면 구천을 휩쓸고 다닐 수 있고 마음에 들어 하는 가문의 성녀나 성자를 선택할 수 있어."
묘묘 공주는 말할수록 입꼬리가 올라갔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미있었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아이가 권세를 등에 업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소패왕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강벽난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부군, 공주의 말이 일리가 있다. 시간을 보면 창의 환생까지 열네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도 이제 아기가 생겼으니 아버님더러 수련에 힘을 쓰라고 건의하면 들을 거야."
진남은 잠깐 고민하고 말했다.
"그래, 한 달만 더 있다 갈게."
* * *
한 달은 빠르게 지나갔다.
진남은 구천으로 돌아갔다.
"주 선배는 내가 주경을 돌파하면 주천불사산의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산관을 열 수 있다고 했다. 이제 가보자."
진남은 중얼거렸다.
곧 그는 주천불사산에 도착했다.
"응?"
진남은 첫 번째 산관의 모습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
새하얗던 사방에 큰 산들이 하늘 높이 솟았고 고목과 꽃들이 튼실하게 자랐다.
각종 도술, 주술, 규칙지도가 있는 궁전의 뒤로 세 층의 빛이 신비하게 겹겹이 쌓여 있었다.
마치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입구 같았다.
진남은 바로 알아차리고 동술로 세 층의 빛을 살폈다.
"저기가……."
진남은 깜짝 놀랐다.
두 번째 산관과 세 번째 산관은 소세계 같았다.
안에는 꽃, 바다, 호수, 수림, 산맥 등이 가득했다.
산관들은 엄청나게 깨끗한 의지를 뿜고 노을빛이 반짝거렸다.
극소수만 선복 등급이고 대부분은 선복 등급보다 훨씬 높았다.
네 번째 산관은 더 놀라웠다.
안에는 수많은 법보들이 허공에 떠 있었다.
일부는 검하(劍河)를 이루고 일부는 도산(刀山)을 이루었다.
법기들마다 엄청난 기세를 뿜었다.
심지어 어떤 법기들은 한 공간을 차지하고 선의(仙意)를 뿜었는데 기세가 천지를 뒤덮을 정도였다.
"가문이나 종문 혹은 군대가 강해지려면 천재지보, 공법무예, 상고지보 등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흩어지기 쉽고 크게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주심도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 무뚝뚝하게 말했다.
"주제가 영항지군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주천불사산에 의지했기 때문입니다."
진남은 깊이 공감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산관의 공법무예와 천재지보, 상고지보는 구천선역의 어떤 무상도통이나 천존가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절세보물지나 절세복지도 이곳보다 적었다.
더욱이 이제 겨우 앞에 있는 네 개의 산관일 뿐이었다.
뒤에는 여섯 개의 산관이 더 있는데 또 얼마나 놀라울까?
'아쉽구나. 시간이 없어서 하나하나 적합한 사람을 찾을 수 없고 영항지군을 다시 하나 만들 수가 없다.'
진남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수많은 천재지보들과 상고지보를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연화를 한다고 해도 백 분의 일도 사용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외에 또 얼마나 많이 남을까?
'아차!'
진남의 머릿속에 빛이 스쳤다.
"이 선배님, 막 선배님, 허여진 등을 데리고 궁우태황종으로 오십시오."
진남은 그들에게 신념을 전하고 장소지존에게도 신념을 전했다.
이제 삼 대 무상도통과 제대로 상의를 할 때가 되었다.
삼 대 무상도통은 진남의 편을 든 뒤로 많은 압력을 받았다.
고작 한 달 사이에 많은 제자와 장로급의 인물들이 죽임을 당했다.
궁우태황종은 전시상황에 돌입했다.
세 개의 소세계가 천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만고대진의 진문이 하늘에 가득 퍼져 압박감을 주었다.
진남은 허공에서 그 모습을 보고 긍고의 빛으로 변해 세 번째 소세계로 날아가 한 궁전에 강림했다.
"진남 도우!"
궁전에 있던 몇십 개의 형상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진남이 고개를 들어보니 이계 등과 장소지존 등 세 종주가 좌우에 앉아있었다.
상석에는 여섯 개의 옥으로 만든 의자가 있었는데, 다섯 좌석에는 사람이 앉아있었다.
한 명은 붉은색 두루마기를 입고 주름이 가득한 위엄 있는 노인이었다.
한 명은 머리를 틀어 올린 풍채가 좋아 보이는 소년이었다.
또, 기품이 있고 운치가 넘치는 부인이 있었으며 똑같은 외모에 각각 검은색과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중년 사내가 두 명 있었다.
그들은 아무런 기세도 뿜지 않았지만 진남은 강한 힘이 그들의 몸속에서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규칙지력의 움직임이었다.
그들은 모두 주재 거물들이었다.
"진남, 노인과 소년은 궁우태황종의 두 노조이시다. 도호는 명초노조(明初老祖)와 능황노조(?荒老祖)시다. 여인은 삼청고교 의 전전임 종주이신 청옥주재(靑玉主宰)시다. 그리고 이분은 천허고교의 쌍도노조(雙道老祖)시다. 보기에 두 사람이지만 사실은 한 사람이다. 삼 대 무상도통의 큰일은 여러 주경 등급 이상의 장로들이 결정을 한다."
장소지존은 신념을 전했다.
"저는 진남입니다. 노조와 선배님들 중요한 순간에 저에게 큰 도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진남은 얼른 공수했다.
"진남아, 같은 종문 사람들끼리 그리 예를 차리지 않아도 된다. 그날의 상황은 장소에게서 들었다. 우리도 사실 큰 도움은 주지 못했다. 다 네 스스로 한 거지."
명초노조는 허허 웃었다.
청옥주재와 쌍도노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명초노조는 한마디 말로 궁우태황종과 진남의 사이를 더욱 밀접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그들의 공로를 가치가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