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4화 둘만 남았다
"좋다, 좋아!"
향혼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며 중얼거렸다.
그는 마지막에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네가 말한 대로 하자! 좀 전에 했던 말을 명심하거라. 절대 이 두 가지 물건을 욕심내서는 안 된다."
그는 통천도수의 본존이 절대 손을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싸움을 하든 무예를 겨루든 이 두 가지 물건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통천도수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양범은 사람들을 보며 물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진남은 이견이 없었다.
연무대에서 무예를 겨루는 건 그에게는 나쁠 것이 없었다.
정후, 항계, 왕천방 등 거물들은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향혼도 머리를 숙였는데 그들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양범이 손을 젓자 궁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궁전 끝에 있던 저수지와 제단이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현묘한 힘이 저수지와 제단을 덮었다.
누군가 변덕을 부려 두 가지 물건을 강제로 빼앗아가는 걸 방지하려는 것이었다.
벽에 새겨진 그림에서 오래된 힘이 뿜어져 나왔다.
힘들은 한데 모여 세 개의 연무대로 변했다.
"여러분, 첫 번째 관문은 제비뽑기로 결정하겠습니다,"
이양범은 말했다.
향혼은 콧방귀를 뀌고 맨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
다른 사람들은 뒤를 따랐다.
외부의 나무 꼭대기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대한 싸움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진남의 차례가 되었을 때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스승님께서 너를 도와주려 하신다. 하지만 스승님은 간섭할 수 없다. 이 정도밖에 하실 수 없다. 이 배신자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하거라."
진남은 마음속 의문이 풀리고 전음했다.
"통천도수 선배님에게 고맙다고 전해줘. 그리고 지난번에는 고마웠다."
진남은 말을 마친 후 제비를 뽑고 힐끗 보았다.
그는 첫 번째 시합을 참가할 필요 없었다.
"다른 규칙이 있으면 다 말하거라!"
향혼은 싸늘하게 말했다.
"향 종주, 다른 규칙이 없습니다. 일대일로 무예를 겨루고 어떤 수단이든 모두 드러낼 수 있습니다."
이양범은 말했다.
향혼은 더 이상 그녀를 보지 않고 몸을 날려 가운데의 도장으로 날아갔다.
"향 종주, 잘 부탁합니다!"
항계도 도장으로 날아와 공수했다.
진남은 항계를 주시했다.
처음에 그는 영항불멸지력과 불후상마진결만 주의하고 지존방에 이름이 오른 존재들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항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았다.
지존방 삼 위이고 시도족의 소족장이고 실력이 대단했다.
항계의 체내에는 매우 방대한 시살지력(弑殺之力)이 있었다.
시도지체를 심도 깊게 수련한 게 분명했다.
"항계의 경지로 향혼의 상대가 안 된다. 하지만 향혼이 제대로 된 수단을 드러내게 할 수는 있겠다."
진남은 중얼거렸다.
"헛소리하지 말고 싸우자!"
향혼은 싸늘하게 말했다.
항계는 안색이 어두워지고 시도지체를 최고로 움직였다.
방대하고 웅장한 살의가 신궁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슉-!
항계는 하늘 가득한 혈영으로 변해 끝없는 살세를 체내에 융합시켰다.
마치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마도지검이 세상에 다시 나타나 모든 걸 파괴하려는 것 같았다.
정후, 왕천방 등 거물들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항계가 전에 싸울 때 실력을 감추었던 것이었다.
"시도족은 완전히 몰락했구나!"
향혼은 멸시를 감추지 않았다.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 항계와 마주했다.
빠른 사이에 항계의 초술이 향혼을 공격했다.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모든 살세, 빛, 힘 등이 부서졌다.
향혼은 조금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
항계는 엄청난 위기감이 들어 망설이지 않고 밀법을 드러냈다.
향혼은 주먹을 쥐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 항계의 가슴을 때렸다.
쿠웅-!
큰 소리와 함께 항계는 튕겨나 연무대의 벽에 부딪혔다.
여러 가지 신광이 부서지고 하늘 가득한 살의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입가에 흘러나온 시뻘건 피가 눈에 띄었다.
"한 방에 격파했어?"
정후, 왕천방 등 거물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가장 중요한 건 향혼의 상황으로 보아 힘을 별로 쓰지도 않고 한 방에 격파했다는 것이었다.
진남도 눈빛이 싸늘해졌다.
이때 향혼은 콧방귀를 뀌더니 다시 몸을 움직여 항계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항계는 눈을 찌푸리고 비장의 수를 드러냈다.
부적 몇 장에 동시에 불이 붙었다.
위엄 있는 형상들이 연달아 나타나 위압을 풍겼다.
"너희들 같은 개미들이 감히 참견하겠다고?"
향혼은 무지개 같은 패기로 주먹을 날렸다.
폭발음이 몇 번 들리고 위엄 있는 형상들은 전부 부서지고 사라졌다.
"시도의 선조!"
항계는 크게 외쳤다.
온몸의 피가 들끓고 방대한 힘이 그의 위쪽에 모였다.
신궁의 사방에서 악귀가 포효하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는 비장의 수를 완전히 드러내지 못하고 깜짝 놀랐다.
향혼은 무형의 힘을 산산조각 내고 그의 가슴을 걷어찼다.
쿠웅-!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항계는 완전히 패배했다.
정후, 왕천방 등 거물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두 주먹과 한 번의 발길질에 지존방 삼 위의 항계가 패배했다.
만약 그들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주먹을 한 번 더 막을 수 있었을까?
아니면 한 방에 죽었을까?
그들은 눈을 찌푸렸다.
향혼은 먼 곳에 떨어진 피투성이가 된 항계에게로 한 걸음씩 걸어갔다.
"향혼, 설마……."
항계는 무언가 느끼고 입을 열었다.
"왜? 상대가 나인 걸 보고도 투항하지 않다니. 네가 패기가 있다는 걸 증명하려 했느냐? 아니면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
향혼은 차갑게 물었다.
다시 한번 항계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지난번과 달리 항계는 날려가지 않았다.
많은 무늬가 그의 몸에 퍼지고 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악!"
여태 향혼의 주먹에 두 번 맞고 발에 한 번 차여 고통스러웠지만 한 번도 신음을 흘리지 않던 항계가 비명을 질렀다.
안색이 창백해졌다.
진남과 다른 거물들은 항계의 체내의 시도지력이 무상신검에 잘린 것처럼 사라진 걸 느꼈다.
향혼은 항계의 시도지체를 죽였다!
"감히 나를 공격하다니, 그럼 대가를 치러야지."
향혼은 덤덤하게 한마디 헸다.
그러고는 정후, 왕천방 등 거물들을 보고 말했다.
"너희들은 이번 승자 진출전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 모두 패배를 인정하거라. 아니면 나는 모두 죽일 것이다."
정후, 왕천방 등 거물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번 승자 진출전은 두 무상천존이 남긴 물건과 연관 있었다.
그걸 떠나 향혼의 말은 그들을 짓밟는 것이었다.
향혼은 실로 대단했다.
그들도 향혼을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도 대세력의 성자나 장로나 구천지존 중의 천재였다.
어찌 오기가 조금도 없을까?
항계가 왜 처음에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을까?
항계가 자신이 주선제육인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향혼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기분 나빠할 것 없다. 현실은 이렇게 잔혹하다. 너희들은 이 시대에는 지존 중의 천재라고 불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던 시대라면 너희들은 평범한 존재들이다. 자격이 안 된다. 또 너희들이 이번 내기에 참여하는 것이 무슨 의미 있느냐? 대전이 끝난 후에 누가 두 가지 물건을 가졌든 너희들이 연합하여 공격하는 것이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다."
정후는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마지막에 천천히 주먹을 펴고 말했다.
"향 종주의 말이 맞습니다. 저는 포기하겠습니다."
"저도 포기하겠습니다."
성자들과 장로 등급의 거물들은 패배를 인정했다.
"진짜 포기할 겁니까? 여러분은 후회할 기회가 없습니다."
이양범은 침착하게 물었다.
"포기하겠다!"
정후 등은 침묵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 자들은 물러가십시오."
이양범은 소맷자락을 날렸다.
신궁 안에 무형의 위력이 솟아올랐다.
정후 등이 반항할 새도 없이 밖으로 내보냈다.
기이한 건 항계는 격파됐지만 강제로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다른 연무대로 옮겨졌다.
초록색 빛이 그를 감쌌다.
상처가 조금씩 회복되었다.
"진남, 올라오거라. 이제 너와 나 둘만 남았다!"
향혼은 연무대 위에 서서 진남을 내려다봤다.
그의 눈에는 알 수 없는 흥분이 가득했다.
진남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체내의 열두 개 문도법을 전부 최고로 움직였다.
기세가 조금씩 높아졌다.
쿠웅-!
진남은 긴말하지 않고 공격했다.
그와 단천도는 한 몸이 된 것처럼 세상에서 유일한 빛으로 변해 향혼을 내리쳤다.
"진남, 너의 열두 개 문도법은 진짜 대단하다. 하지만 대단할 뿐이다. 나의 진정한 실력을 증명할 자격도 안 된다."
향혼은 멸시하듯 말했다.
그에게서 흰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원고의 성자가 인간 세상에 다시 나타난 것 같았다.
향혼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 다섯 손가락으로 잡았다.
펑-!
진남의 도광(刀光)은 부서져 하늘 가득한 빛무리로 변했다.
진남은 진작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금도 놀라지 않고 몸을 날려 향혼의 다른 편으로 가 칼을 내리쳤다.
사방이 불바다로 변해 훨훨 타올랐다.
"선허후실, 구술조합? 진남아 내가 본 도술, 주술, 규칙은 네가 본 것의 몇 배나 된다. 내가 겪은 싸움은 너는 상상할 수 없다! 나는 무적의 체질을 갖고 있다! 너의 이런 잔재주로 나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향혼의 말은 우레 같았다.
기세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에 도달했다.
그는 여전히 초술을 드러내지 않고 앞으로 한 발 나섰다.
쿠웅-!
신궁 전체가 떨렸다.
많은 파문이 그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 구술조합을 부쉈다.
이양범은 처음 눈빛이 어두워졌다.
향혼의 말은 사람을 자극하고 듣기 싫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지금의 향혼은 원고의 심연처럼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걸 삼킬 수 있었다.
"그럼 이 잔재주는 어떻습니까?"
혈기가 진남을 감쌌다.
완전히 다른 의지가 그의 단천도에 들어와 열두 개의 도의와 융합되었다.
진남에게서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향혼이 일으킨 파문이 그에게서 삼 장 정도 떨어진 곳까지 온 후 스스로 부서졌다.
마치 무형의 장벽에 부딪힌 것 같았다.
슉-!
칼이 다시 내리쳤다.
신궁은 끝없는 대세에 잠겼다.
"여러 천존가문의 혈통의 힘? 무주궁도의 도움으로 모은 것이냐?"
향혼은 어리둥절했다.
이어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 네가 무주궁도의 도움으로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아쉽다. 너의 힘은 아직 너무 약하다. 어림없다!"
향혼은 주먹을 날렸다.
신궁에 폭발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진남에게서 가장 강하던 칼이 순식간에 휘어지고 금이 갔다.
마지막에 강한 힘에 강제로 부서지고 하늘 가득한 빛무리로 변했다.
"진남, 발버둥 치지 말거라. 나는 네가 갖고 있는 비장의 수와 갖고 있을 것 같은 비장의 수를 모두 안다. 기회를 주었는데 네가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 오늘 너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향혼은 엄청난 파도를 일으켜 진남을 공격했다.
이양범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이 비장의 수는 아십니까?"
진남은 눈동자가 시뻘게졌다.
오래되고 대단한 마의가 그의 체내에서 깨어났다.
진남은 무상의 마갑을 입은 것처럼 기세가 몇 배가 폭등했다.
화를 내지 않았지만 위엄이 있었다.
천지의 만물이 두려움에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