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4화 의기투합
"허, 오리발을 내미는 거야? 지난번에 삼청고교와 네 사제가 적이 되지 않으면 한 가지 부탁을 들어달라고 하니까 네가 고개를 끄덕였잖아!"
조리아는 화가 났다.
당천산은 어이가 없었다.
조리아가 하도 귀찮게 굴어서 대충 대답을 했는데 그녀가 마음에 담아둘 줄은 몰랐다.
"무슨 부탁이냐?"
당천산이 물었다.
"호호, 아주 쉬워. 스승님이 나더러 제삼십이소선역에 가라고 하던데 같이 가는 게 어때? 창의 환생할 때까지 아직 이 년이 있다. 하지만 스승님이 준 지도가 운몽택(雲夢澤)과 연관이 있더라고. 같이 알아보러 갈래?"
조리아는 기대에 차서 물었다.
"그래."
당청산은 잠깐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그는 마침 수련이 난관에 부딪혔다.
구천지존이 되기까지 아직 조금 부족해서 나중에 다시 수련하려던 참이었다.
"그래. 당 나무, 가자!"
그들 둘은 길을 떠났다.
* * *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
구천선역 전체에 암류가 끊임없이 용솟음쳤다.
보름 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허름한 쪽배가 물가에 닿았다.
수련에 빠져있던 진남도 깨어났다.
"응?"
진남은 저장주머니의 영패가 빛을 뿜는 것을 발견했다.
묘묘 공주와 장소지존이 그에게 신념을 전했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폐관 수련을 끝내고 얼마 전에 서극지로 왔고 허여진 등과 함께 있다고 했다.
묘묘 공주는 몇백 개의 신념을 보냈는데 뒤에 보낸 백여 개는 협박이 가득했다.
진남은 식은땀이 흘렀다.
묘묘 공주를 화가 나게 하면 감당하기 힘들었다.
장소지존은 의외였다.
이런 상황에서 궁우태황종, 천허조교 삼청고교가 암암리에 그와 연합을 하려고 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진남은 걱정거리가 줄어들었다.
그가 지존이 되고 비월여제가 주재가 되는 일에 궁우태황종은 도움을 주지 않았다.
진남은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궁우태황종에 공헌을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에게 시끄러움을 안겨주었다.
진남은 궁우태황종의 사람들과 충돌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종주, 이번에는 좀 실망스러울 겁니다. 좀만 지나면 저와 몰래 연합을 할 생각이 사라질 겁니다."
진남은 중얼거리고 앞으로 날아갔다.
그는 심판받을 준비를 했다.
* * *
문도지지의 어떤 상고금지.
남세지존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천재지보를 연화했다.
무언가 느낀 그는 눈을 번쩍 뜨고 밖에서 수련하던 장남에게 신념을 전했다.
"진남이 돌아왔소. 그의 기운이 서극지의 깊은 곳에서 나타났소."
슉 하는 소리와 함께 장남은 밖으로 날아갔다.
"주제의 환생이라 다르구먼. 쉽게 들락날락하다니."
장남은 혀를 차더니 다시 말했다.
"며칠 후면 향 종주가 올 것이요. 요 며칠은 진남의 동향을 잘 살펴보시오."
남세지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남은 무언가 생각난 듯 지나가듯 물었다.
"요즘 수련 성과는 어떻소?"
남세지존은 살짝 웃었다.
"진남의 비범지도를 이제 육 할 정도 장악했소."
말을 마친 남세지존의 몸에서 열두 개의 서로 다른 도의가 용솟음쳤다.
전도선전이 뿜어내는 전의가 가장 강했다.
"주선제십인이게게 인정을 받은 걸 보니 자네 재능도 역시 비범하오."
장남은 칭찬을 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럼, 겨우 사용해볼 수는 있겠소."
남세지존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쿵-!
장남은 엄청난 기세를 뿜었다.
여러 체질의 힘들이 그의 뒤에 떠올랐다.
그들이 있는 동굴이 부서지고 구천지존들이 남세지존의 위로 날아와 양손으로 결인을 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요?"
남세지존은 안색이 변했다.
"우리가 뭐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소? 걱정하지 마시오. 여러 번 연합한 체면을 봐서 자네의 시체를 온전히 남겨두겠소."
장남은 웃으며 말했다.
"무엄하오! 종주가 곧 올 거요. 자네들 지금……."
남세지존은 호통을 치려다가 깜짝 놀랐다.
종주가 온다는 것을 알고 이런 살국을 펼쳤다면 그 의미도 명확했다.
"하하하. 이제 답을 얻었소?"
장남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더 말을 안 하고 몸을 날렸다.
여러 체질들의 힘이 태고거인들처럼 앞으로 날아갔다.
다른 구천지존들도 망설이지 않고 살초들을 사용했다.
남세지존은 전력이 강했다.
하지만 장남은 그보다 더 강했다.
게다가 그들은 몇십 명의 구천지존들도 있었다.
싸움은 한동안 지속되었다.
결국 남세지존은 선도가 자신의 심장을 찌르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왜……."
말을 채 번지지도 못하고 그는 죽음을 맞이했다.
"왜냐고? 자네 탓을 할 수밖에 없소. 그러게 누가 진남의 비범지도를 몰래 배우라고 했소?"
장남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두 눈에 불꽃이 튀었다.
남세지존은 전신의 전도선전을 연마했기에 몸도 전의의 영향을 받아 변화가 생겼다.
진남의 정혈과 비교할 수 없었지만 남세지존의 정혈을 전부 뽑아내고 흡수하고 시도족의 선혈을 더하면 구대체질을 융합시킬 수 있었다.
억지로 융합시킨 것이라 얼마 유지되지 못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 *
그 시각 서극지.
진남은 이틀을 소모하여 깊은 곳의 중앙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는 조금 실망했다.
엄청난 혈안지도를 지날 때 신비한 여인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신비한 여인을 만나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다.
그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진남은 순조롭게 시대 전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다시 인사하자."
진남은 중얼거리며 계속 앞으로 날아갔다.
몇 시진이 지나고 그는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허여진 등이 있는 궁전에 이른 그는 깜짝 놀랐다.
천지의 선기가 전보다 몇십 배는 짙어졌다.
앞에는 선광이 솟아오르며 사방을 환하게 비추고 이상으로 변했다.
이곳은 절세보물지 같았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생겼지?'
진남은 생각하다가 궁전이 앞쪽을 보았다.
허여진 등 몇백 명의 구천지존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문도법을 움직이며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궁전의 위쪽에서 묘묘 공주와 강벽난도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몸에 인온지광(??之光)이 덮여있어 그림 속 선녀 같았다.
덕분에 바닷가도 한결 밝아졌다.
더욱 이상했다.
진남은 전신의 선동을 사용했지만 그녀들의 경지를 알아볼 수 없었다.
묘묘 공주는 시선을 느꼈는지 속눈썹을 파르르 떨더니 눈을 떴다.
그녀는 진남을 발견하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다른 무언가 떠올라 표정이 굳어졌다.
묘묘 공주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 나쁜 놈아, 이제야 왔느냐."
그녀는 손을 휘둘러 사람들을 전부 깨웠다.
"진남 도우!"
"진남 도우, 드디어 돌아왔구나!"
사람들은 진남을 경외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들은 구원병을 만난 것처럼 기뻐했다.
앞에 사람들의 행동을 진남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주제의 환생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후자들은 왜 저런 표정을 지을까?
허여진도 큰 시름을 덜었다는 표정이었다.
진남은 알지 못했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이곳에 오자마자 진남이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묘묘 공주는 기분이 상해서 허여진 등과 무예를 겨루고 경지를 함께 제고하려고 했다.
허여진 등은 두 여인이 진남과 사이가 각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묘묘 공주의 청을 거절했다.
묘묘 공주는 여러 번 겨루기를 신청했고 일부러 그들을 화나게 했다.
그들은 묘묘 공주에게 교훈을 줄 정도로만 혼내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의 악몽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번갈아 가며 싸웠으나 온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허여진도 세 번이나 패했다.
게다가 공주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계속 겨루기를 요청했는데 시대전장에서 소식이 전해져서야 멈추었다.
쉬는 것도 잠깐이었다.
그들의 약속대로 오늘 밤 세 번 더 겨뤄야 했다.
진남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두 여인에게 다가갔다.
그는 단단히 혼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묘묘 공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부터 이런 일에 우리도 데리고 가야 한다. 비월 언니가 우리에게 얼마나 잘해줬느냐? 그녀가 어려움에 봉착했으면 우리가 최선을 다해 돕는 게 맞다. 이번에는 우리가 폐관 수련 중이었고 또 긴급상황이라 네 탓을 하지 않겠다."
묘묘 공주는 만족스러워서 말했다.
"이번에 정말 잘했다. 역시 내가 가르친 보람이 있구나."
강벽난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
공주는 진남의 행동을 만족스러워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시대전장에서 벌어진 일을 들은 그녀는 허여진 등에게 창람대륙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주며 엄청 뿌듯해했다.
"그럼 그럼. 맞는 말이다. 공주가 잘 가르쳤다."
진남은 맞장구를 치며 안도했다.
오는 동안 그는 이십여 개의 핑계를 생각했다.
"참. 공주, 벽난, 이번에 따라간 지 선배는 어떻게 되었느냐?"
진남은 물었다.
"보면 알아."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서로 마주 보더니 신념을 움직였다,
그녀들의 손바닥에 흰색 꽃과 파란색 꽃이 나타났다.
"영생지화?"
진남은 깜짝 놀랐다.
"아니다. 영생지화와 조금 다른 것 같다."
두 꽃의 기운이 영생지화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꽃송이 위에 아주 가느다란 금색 무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맞아. 이건 영생지화가 아니다. 이게 무엇인지 지 선배가 알려주지 않았다. 그는 시기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강벽난은 말했다.
"그러나 이것의 힘은 영생지화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진남은 기뻤다.
두 여인에게 이리 큰 변화가 생길 줄 몰랐다.
"이건 더 이상 논하지 말자. 소남자, 이년 후에 창의 환생을 찾아야 하는 거 맞지?"
진남이 고개를 끄덕이자 묘묘 공주는 이어서 말했다.
"그렇다면 이 년 안에 주경을 돌파해야 해. 통천도수에 꽃이 피려면 오 년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 꽃으로 통천도수가 꽃이 피는 시간을 앞당겨야 한다."
그녀는 숨을 돌리고 계속 말했다.
"지 선배는 통천도수가 엄청 강하다고 했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우리는 얼른 그것의 성장에 영향을 줘야 한다."
진남은 순식간에 깨달았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서로 상의하여 모든 것을 준비했다.
"맞아. 그 외에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진남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러 대세력의 구천지존들을 공격하려고?"
묘묘 공주는 물었다.
"어떻게 알았느냐?"
진남은 깜짝 놀랐다.
"호호, 나와 난난이 네 성격을 모르겠느냐? 조금만 머리를 굴려도 알 수 있지. 그렇게 많은 세력들이 연합하여 너를 공격하더니 이번에는 비월 언니를 공격했다. 이 복수를 네가 하지 않으면 나와 난난이가 복수할 거다."
묘묘 공주는 차갑게 변했다.
"음, 닷새 전에 여러 구천지존들을 통천도수 쪽으로 보내 종지의 상황을 알아보게 했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할 때쯤 그들도 거의 다 조사했을 거다."
강벽난은 말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그를 말렸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말리기는커녕 그의 생각을 미리 알아차리고 준비까지 했다.
의기투합을 한다는 게 이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