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3화 이제 약속을 지켜야지?
구천선역 제삼십이소선역의 신비한 곳.
태고금기가 한 비석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뒤에 있는 백골의 보고를 들으며 저도 몰래 살기를 뿜었다.
그는 속으로 백종생의 조상들까지 저주했다.
그는 거의 매일 그렇게 욕했다.
"여러 세력의 사람들도 입장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좋은 점을 주는 조건으로 소속이 없는 무인들에게 상황을 잘 살피라고 시켰습니다."
태고금기는 표정이 다양하게 변했다.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십혈장월(十血長月)에서 주보현세(諸寶現世) 등 이상이 나타나기 몇 개월 전부터 다른 이상들이 나타날 것이었다.
대세력들이 발견하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주인님의 환생이 완전히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진남과 백종생이 전면전을 선택한다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도망가야 되는데, 어떻게 도망가면 될까? 아니면 그 물건을 꺼내 저쪽 사람들과 연합을 할까?"
태고금기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 * *
구천선역 제이소선역의 한 상고대족 족지(族地).
하늘 몇십만 리가 어둠으로 변했다.
구름 높이 솟아 기운을 뿜는 선산이 엄청난 파동을 뿜었는데 사방이 흔들렸다.
안색이 창백하고 기운이 허약한 주재와 여러 고족의 강자들은 산과 만 리 떨어진 곳에 서서 긴장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하면 손실이 너무 컸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무언가 어둠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선산의 깊은 곳이 밝아졌다.
잠시 후, 커다란 형상이 나타났다.
형상은 표정이 차가웠다.
대상계에 유일하게 남은 천존인 영야천종이었다.
영야선도의 싸움에서 마지막 순간에 그는 옛 수단을 사용하여 겨우 도망을 쳤다.
그는 예전의 엄청난 싸움에서도 목숨을 구한 자였으니, 평범한 천존들과 다른 수단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도 크게 다쳤다.
영항지군이 변한 거룡은 어찌 된 영문이지 그의 암야규칙을 단번에 무너뜨렸다.
그는 수많은 천재지보를 사용하여 상처를 치료했지만 겨우 일부분만 회복이 되었다.
그의 전력은 전성기 때의 오 할도 되지 않았다.
"도주를 뵙습니다."
주재와 고족의 강자들은 얼른 인사를 올렸다.
"도주? 허허, 섬은 이미 가라앉았는데 내가 무슨 도주냐?"
영아천존은 냉소를 지었다.
그의 두 눈에 불꽃이 튀었다.
그는 몇만 년 동안 이렇게 큰 수모를 당해본 적이 없었다.
* * *
구천선역 제일소선역의 참창종.
몇 개월 전 참창종은 폐관을 선포하고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구천선역에 어마어마한 폭풍이 일어도 참창종은 잠자코 있었다.
일부 기대를 품고 찾아온 대세력들도 문전 박대를 당했다.
거물들은 주선을 배신한 자가 어떤 중요한 일을 꾸미고 있다고 추측했다.
그들의 추측이 맞았다.
참창종의 깊숙한 곳에 은밀하게 숨겨진 오래된 소세계가 있었다.
몇십만 종의 이상들이 끊임없이 바뀌어 나타났다.
풍화뇌겁우 등 힘들이 여러 재난으로 변해 사정없이 사방을 공격했다.
엄청난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향혼은 상고의 신성한 돌로 만들어진 산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긍고로부터 지금까지 처음 있는 커다란 변화가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중이었다.
성광들이 그의 등 뒤에서 반짝이며 사방을 환하게 비추었다.
대혼란 속에서 그가 있는 곳만 다른 세상인 것처럼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와 멀리 떨어진 곳에 두 명의 나이가 지긋한 주재 강자와 참창종의 핵심 강자들이 눈도 깜박하지 않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들은 조각상 같았다.
몇 개월 동안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힘들거나 집중력이 흩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시대를 뒤흔들 인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기 때문이었다.
쿵-!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향혼이 뿜던 성광이 몇천만 배로 늘었다.
그는 태양처럼 소세계를 환하게 비추었다.
풍화뇌겁우와 같은 기이한 재난들이 사라졌다.
또, 하늘과 땅 그리고 소세계의 모든 것들이 성광지색(聖光之色)으로 변했다.
순수하고 티끌 하나 없이 맑은 무상성계(無上聖界)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왔다!"
두 명의 주재 거물과 주경 강자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기세를 뿜고 방대한 힘을 사용하여 성광에 동화되지 않게 버텼다.
천지에 굉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고 향혼은 엄청 강한 흡입력을 폭발하여 상고성산이 가진 순수한 힘을 전부 흡수했다.
성산은 가루가 되어 바람에 따라 흩어졌다.
방원 백만 리의 땅에서도 굉음이 길게 울려 퍼졌다.
천재지보들이 변한 천룡, 봉황 등 요수들의 형상들이 향혼에게 날아갔다.
향혼은 허공에 떠 있었는데 온몸 구석구석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그의 이마에 무늬들이 나타나더니 상고의 어떤 그림을 이루었다.
"혼돈이 나타나면 질서가 스스로 생긴다. 홍황대도에 만법이 널리 퍼지는데 위로 올라간 것은 하늘이고 아래로 가라앉은 것은 땅이 된다. 중생들은 그 사이에서 생겨난다……."
향혼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는데 천둥처럼 귀를 아프게 울렸다.
보이지 않는 파동도 퍼졌다.
처음에는 파동이 몇만 리를 덮었는데 순식간에 몇십만 리가 되었다.
파동은 점점 넓게 퍼지고 속도도 느려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파동은 소세계 전체를 휩쓸었다.
두 주재 거물과 주경 강자들은 시공이 멈추고 만물이 굳은 것을 느꼈다.
그들도 엄청난 힘에 봉인된 것 같았다.
잠시 후, 펑펑펑 하는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현묘한 상태가 깨졌다.
천지는 격렬하게 흔들리고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이런……."
주경 강자들은 경악했다.
그들은 소세계에서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구천선역에 온 인신 경지처럼 하찮은 존재 같았다.
"대단해!"
두 주재 거물들은 감탄했다.
주경들은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소세계가 가지고 있던 규칙들이 바뀌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전부 연합을 한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향혼은 이제 고작 주경정상이었다.
"증(證)!"
향혼은 눈을 번쩍 뜨고 고함을 질렀다.
쿵-!
향혼의 기운이 쭉쭉 늘어났다.
그의 몸은 규칙을 벗어나 대도 위에 강림했다.
그는 천지에 존재하지 않고 만물중생에 속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영항불멸이었다.
"하하하, 드디어 성공할 수 있다. 아직 영항불멸 초급이지만 쇠퇴한 이 세상에 아무도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내가 주재가 되면 영야 그 폐물을 발아래에 밟고 대상계의 진정한 일인자가 될 수 있다……."
향혼은 호탕하게 웃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흥분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탈바꿈을 조금 남겨두었을 때 그의 몸이 흠칫했다.
보이지 않는 무적의 손이 나타나 그의 모든 것을 비틀었다.
"왜 이러지?"
향혼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는 영생지화를 연화했고 주재 정상 강자의 순수한 힘도 준비했다.
그런데 왜 멈추었을까?
이때, 그의 눈앞에 보여지던 상황이 확 바뀌었다.
소세계는 사라지고 어두컴컴한 혼돈이 나타났다.
그 끝에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웅장한 나무가 빛을 뿜고 있었다.
"통천도수?"
향혼은 어안이 벙벙했다.
도수는 점점 투명해졌다.
나뭇가지에 힘이 조용히 떠 있었다.
"이건……."
향혼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힘은 너무 익숙한 영항불멸지력이었다.
눈앞에 벌어졌던 장면이 흩어지고 모든 것들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응?"
두 주재거물들과 주경 강자들은 이상함을 발견했다.
향혼의 모든 것들이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실패한 건가?'
"하하하. 그래 좋다. 너무 훌륭하다!"
잠시 후, 향혼이 엄청 좋은 일이 있는 것처럼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향혼의 두 눈에서 이글거리는 분노를 발견했다.
"주인님, 그런 상황에서도 진남으로 환생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길을 남겨두실 줄은 몰랐습니다."
향혼은 이를 악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영항불멸지체가 아니라 만법불침성체도 이 세상에 한 사람밖에 가질 수 없었다.
통천도수에 있던 영항불멸지력은 다른 종자와 마찬가지로 아직 움트지 않았지만 향혼이 그 힘을 연화하지 않는 이상 어떤 수단으로도 가질 수 없었다.
"종주, 대체 무슨 일입니까?"
두 주재 거물들은 질문했다.
그들이 참창종에 와서 향혼을 보좌하는 이유는 향혼이 그들에게 반드시 영항불멸지체가 될 거라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주제가 한 수 남겼다……."
향혼은 심호흡을 하고 솔직하게 이유를 말했다.
"영항불멸지체는 역시 쉽게 가질 수 없군요!"
두 주재 거물은 탄식했다.
경지가 높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엄청난 것을 얻으려면 역경이 많았다.
그들은 역경이 다 지나간 줄 알았다.
"아, 참. 종주, 중요한 일을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얼마 전에……."
두 주재 거물들은 시대전장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말해주었다.
"형님이 나섰다고? 영항지군도 나타났어?"
향혼은 깜짝 놀랐다.
백종생과 주천불사산의 상황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진남에게 다른 수는 없었다.
진남에게 남은 건 비월여제와 주천불사산이었다.
"종주, 이제 어떻게 할까요? 남세지존 등에게 소식을 전해서 방법을 생각하라고……."
두 주재 거물은 물었다.
"그럴 필요 없다!"
향혼은 손을 흔들며 그들의 말을 끊었다.
"내가 방법을 생각해서 직접 들어가겠다."
그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배신을 한 순간부터 그는 주제에 대한 경외심과 고마움 등이 점점 적어졌다.
특히, 조금 전 일을 겪은 뒤로는 그런 마음들이 거의 다 사라졌다.
그는 영항불멸지력을 반드시 손에 넣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길을 막는 자는 진남이라고 해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었다.
참창종에서는 종문을 연다고 선포했다.
향혼은 대세력의 거물들과 밀담을 나누었다.
* * *
그 시각 상행천소선역 삼청고교.
하늘 높이 솟은 기세가 비범한 궁전.
아름다운 그림자가 안으로 들어오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련하던 당청산이 눈을 떴다.
패자가 된 그는 삼청고교에 가입하여 핵심제자가 되었다.
종주와 다른 지존들은 그를 무척이나 중시했다.
특히 제일 절세의 천재라 불리는 조리아는 그를 더 중시했다.
그녀는 종문에 있을 때는 꼭 당청산의 궁전에 들리곤 했다.
"당 나무, 너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러 왔다. 한번 맞춰볼래?"
조리아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몰라."
당청산은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왜 이렇게 멍청해? 삼청고교와 천허조교 그리고 궁우태황종에서 합의를 봤다. 네 사제인 진남과 접촉을 해보기로 했다. 아직은 완전히 진남의 편에 선다고 할 수 없지만 적으로 대하지는 않을 거다. 그리고 최대한 몰래 진남을 도와줄 계획이라고 하더라. 이제 사제와 적이 될까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
조리아는 말했다.
"잘됐구나."
당청산은 마음이 놓였다.
그는 삼청고교의 종주에게 은혜를 입었다.
그래서 삼청고교와 진남이 철천지원수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 상황이 되면 그는 진남에게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그의 편에 설 것이었다.
"이제 약속을 지켜야지?"
조리아는 말했다.
당청산은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언제 조리아와 약속을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