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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168화 (1,168/1,498)

1168화 주경일인자

은은한 위압감이 허공에서 전해져 진남은 흠칫 놀라고 헛숨을 들이켰다.

제십오금구와 제칠금구의 거리는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도 주경 강자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제칠금구에 있다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수막을 가득 채웠던 금빛이 사라졌다.

상황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금빛 천지의 광활한 하늘에 형형색색의 법보와 천재지보들이 날아올라 눈부신 선광을 뿜었다.

해골들이 뿜어내는 엄청나 기운은 그곳에 있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형상들은 무지갯빛으로 변해 싸웠다.

그들은 주술들을 마구 드러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도 엄청난 싸움이 벌어졌다.

제십오금구에 있는 진남 일행들도 폭발음을 들을 수 있었다.

강한 무도의지들이 날아와 태고의 무지개처럼 진남 일행의 위쪽에 있던 이상들을 뚫고 지났다.

제십오금구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만주지전이 이렇게 격렬할 줄 몰랐소!"

"백년지약보다 성대한 장면은 아니지만 싸움에 참가한 주경 강자들은 모두 공격을 할 거요!"

"이제 시작인데 벌써 제칠금구 절반이 싸움에 돌입했소."

오주와 신비한 존재들은 다시 감탄했다.

그들은 만주지전을 처음으로 구경했다.

진남은 한마디 말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경지를 초월한 싸움에 몰입했다.

잠시 후, 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막에 흰색 치마를 입은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하늘에서 걸으며 다가왔는데 희고 밝은 이마에 금색 부문이 있었다.

혼잡한 전장에서도 그녀는 어둠을 밝히는 불꽃처럼 눈부셨다.

"비월여제?"

"그녀가 무상호천령을 발동한 것일까?"

오주와 신비한 존재들은 충격을 받고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만주지전을 처음 구경하지만 만주지전을 발동한 사람의 이마에 금색 신비한 부문이 나타나고 무상호천령의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한데 엉켜 싸우던 무지갯빛들이 전부 흩어졌다.

주경 강자들은 싸움을 멈추고 비월여제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진남은 문득 정신이 들어서 물었다.

"비월여제를 아십니까?"

오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비월여제를 모르는 사람도 있느냐? 오천 년 만에 첫 제일선이고 당대에 견줄 자가 없을 천하무쌍의 천재이다. 그녀가 지존정상이었을 때 시대전장에 온 적이 있다. 그때 대사건에 엮였는데 주경초급 두 명과 거의 주경초급에 달하는 강자 셋을 죽여서 이름을 날렸다. 얼마 전에 주경이 된 그녀가 시대전장에 다시 나타나 주경정상급 실력의 신비한 존재 넷을 죽였다. 그래서 신비한 존재들이 겁을 먹고 감히 그녀를 건드리지 못했다."

오주의 겁에 질린 표정이 의아함으로 변했다.

"그런 그녀가 왜 만주지전을 발동한 거지? 그녀는 주경으로 진급한 지 고작 일 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게 빨리 주재로 진급하려고 할 리는 없을 텐데……."

진남은 잠깐 침묵하더니 미소를 살짝 지었다.

"선배님들, 이렇게 성대한 일을 제십오금구에서 일부분만 구경하기는 너무 아쉽습니다. 제칠금구 밖으로 가서 자세히 느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 * *

그 시각 제칠금구 중앙.

무상호천령은 태고의 태양처럼 하늘의 끝에 걸려 사방을 환하게 비추었다.

비월여제가 나타나고 그녀의 이마에 있던 부문에서 무상호천령과 비슷한 기운을 뿜었다.

천지는 짧은 침묵에 빠졌다.

"비월여제가 미친 거 아니야?"

상황을 잘 모르는 일부 주경 강자들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휴."

이계와 막소리는 그녀를 보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전설인 그녀와 꽤나 깊은 사이였다.

그녀가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니 그들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비월. 대상세계에서 천존대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 중에서 너를 가장 감탄한다."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극도지주가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표정이 엄숙하고 시선이 날카로웠다.

"네 자질은 천하무쌍이라고 할 수 있다. 극생문은 너와 적대관계지만 네가 이곳에서 죽지 않기를 바란다. 전에 제안했던 것을 수락한다면 너에게 다시 기회를 주겠다."

"극생의 말이 맞다."

"비월, 신중하게 생각해보거라."

극도지주의 말이 끝나자 허공에서 형상들이 연거푸 나타났다.

형상은 순식간에 열일곱 개나 되었다.

그들은 모두 주경정상급이라 기운이 방대하고 사방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십욕종의 쉰두 번째 종주 화심천주(化心天主)다!"

"태연무생종의 사십칠 종주 막주(幕主), 정씨 가문의 예순두 번째 족장 정후(鄭候), 이씨 가문의 예순다섯 번째 족장 이태의(李太儀)도 있어!"

주경 강자들은 그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열일곱 개의 형상들은 주경 강자들 중에서도 최고의 존재들이었다.

그들의 신분과 지위는 방대한 세력을 대표했다.

"저 세력들이 연합하여 판을 짰을 줄이야!"

이계와 막소리는 이상함을 느꼈다.

"저들은 시작에 불과하다. 비월여제가 저들이 언급한 일을 수락하지 않으면……."

이계와 막소리는 헛숨을 들이켰다.

비월여제의 새파란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만년 얼음장 같던 그녀의 두 눈에 감정이 살짝 드러났다.

그녀는 그들이 탐탁지 않았다.

극도지주, 화심천주, 막주 등은 그녀가 무상호천령을 발동하려는 것을 느끼고 사람을 보내 담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십생십세공을 내놓으면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다.

만주지전이 벌어지자 그들은 또 그녀에게 전음했다.

그녀에게 공법을 내놓고 이번 싸움에서 빠지며 오천년 동안 주재 경지를 돌파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녀는 그들이 우스웠다.

그녀는 창람대륙에서 스스로 삼생지공을 창조한 후 모든 심혈을 기울여 십생십세공을 완성했다.

그런데 어찌 쉽게 내놓을 수 있겠는가?

"싸울 거면 싸우면 되지 말이 많구나."

비월여제는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손에는 삼척이나 되는 청봉이 나타났다.

"고집불통에 주제 파악을 못 하는군!"

극도지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네 재능이 아까워도 어쩔 수 없이 해골로 만들어야겠구나!"

말을 마친 그는 다른 열여섯 명의 주경정상급의 거물들과 함께 강한 힘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살술들이 날아다니며 엄청난 살국이 되어 비월여제를 가두었다.

비월여제는 망설이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쿵-!

긍고의 얼음이 모든 것을 뚫었다.

그녀의 공격에 대상계의 만천대도나 수많은 주술 그리고 수단들이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비월여제가 더 강해졌다!"

주경 강자들은 깜짝 놀랐다.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그녀는 우세를 차지했다.

비월여제가 상대하는 열일곱 주경정상급 거물들의 실력을 합치면 태고금기 본체보다 더 강했다.

"고작 몇 개월 안 되는 동안 그녀는 주경일인자(主境一人者)가 되었구나."

이계와 막소리는 넋이 나가서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사람들이 주경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비월여제가 법인을 만들자 여덟 개의 형상이 나타났다.

형상들은 흐릿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뿜어내는 기운이 비월여제보다 더 강했다.

비월여제가 움직이자 형상들도 움직였다.

그녀는 청봉을 휘둘렀다.

여덟 개의 형상에서 세 개의 청봉이 나타나 함께 날아왔다.

그녀의 초식은 간단했지만, 속도, 힘, 대세, 의지 등등이 극치에 도달했다.

천지는 순식간에 청색으로 물들었고 방대한 살국이 만들어져 극도지주, 화심천주, 막주 등 거물들을 덮쳤다.

그들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비월여제는 우세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기세로 그들을 제압했다.

이것이 그녀의 진짜 힘이었다.

물러설 길이 없는 그녀는 십생십세공을 완전히 드러냈다.

"진을 치거라!"

극도지주, 화심천주 등 거물들은 고함을 질렀다.

슈슈슉-!

다급하게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계, 막소리 등이 고개를 돌려보니 엄청난 기세를 뿜는 형상들이 엄청난 빛으로 변해 검처럼 허공을 가르며 날아왔다.

낯이 익은 형상들이 대부분이었다.

극생문의 주경 거물, 십욕종의 주경 거물 그리고 태연무생종의 주경 거물 등 열일곱 개 세력들의 주경 강자들이 거의 다 모였다.

이계와 막소리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지만, 막상 그들을 보자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열일곱 개의 세력에서 한 사람을 없애려고 강자들을 다 데려왔구나.'

"천지대도(天地大道), 중묘지문(衆妙之門), 극생주천대진(極生誅天大陣)!"

"삼귀도(三歸道), 도귀심(道歸心), 십욕성선화마진(十欲成仙化魔陣)!"

"태연무생(太衍無生), 음양오행붕멸진(陰陽五行崩滅陣)!"

새까맣게 달려드는 주경 거물들은 이미 여러 차례 연습을 한 것처럼 손발이 척척 맞았다.

그들은 몇만 개의 법인들을 바꿔가며 온몸의 힘을 모두 분출했다.

하늘에 대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났다.

강한 대진 안에 깃발을 든 자도 있고 검을 든 자도 있으며 북을 두드리는 자도 있었다.

대진과 대진 사이는 미묘한 연계가 생기며 방원 몇백 만 리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커다란 틈들이 생겨나고 틈 사이로 눈부신 빛이 번쩍였다.

틈은 진문이었다.

대진 속에 대진이 있고 대진이 또 다른 대진을 만들었다.

"이런……."

이계와 막소리 그리고 싸움에 참여하지 않은 주경 강자들은 가슴이 떨렸다.

특히, 주경초급들은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열일곱 개의 세력들은 너무 강했다.

그들의 대진은 주경 거물이 아니라 주재 거물도 이길 수 있었다.

"천존지기!"

이때, 극도지주, 화심천주, 막주 등 열일곱 주경정상들이 비장의 수를 사용했다.

형태가 다른 이보들이 연거푸 나타났다.

이보들은 큰 타격을 입었는지 눈에 띄게 금이 갔다.

그러나 그것들이 뿜어내는 기운은 바다처럼 강했다.

특히 극도지주, 화심천주 등 거물들이 주경지력을 주입하자 이보들은 긍고에서 깨어난 흉악한 야수처럼 두각을 나타냈다.

상황에 반전이 생겼다.

비월여제의 눈부신 빛도 강렬한 공격에 덮였다.

* * *

그 시각 제칠금구 밖 한 협곡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오주와 신비한 존재들은 기운을 숨겼다.

그들은 제칠금구 밖에 수많은 신비한 존재들이 수단을 펼치며 제칠금구를 살펴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 중 몇십 개의 기운에 그들은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주재 등급의 거물들이었다.

"대단한 수단이다!"

"비월여제는 이번에 끝장이구나!"

오주와 신비한 존재들은 눈 앞에 펼쳐진 화면을 보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

문득, 그들은 차가운 살기를 느꼈다.

"도우, 너……."

오주와 신비한 존재들은 깜짝 놀랐다.

진남의 청홍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고 두 눈은 시뻘겋게 변했으며 살기가 넘쳐났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에 존재했던 것 같은 마의가 느껴졌다.

"허허, 잘 됐다. 열일곱 개의 대 세력들이라니, 너무 잘 됐다."

진남은 마두처럼 웃었다.

그는 엄청 화가 났다.

구천지존이 된 후로 전생이 '주소'라는 이유와 열두 개의 도법을 동시에 연마한 일이 천하에 드러나 여러 세력의 공격을 받을 때도 이렇게 화 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수많은 형상들이 홀로 싸우는 비월여제를 덮치자 그는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났다.

진남이 구천선역에 온 이후로 가장 화가 난 일이었다.

"도우, 정신 차리거라!"

오주는 무상비법을 사용하여 전음으로 호통쳤다.

고작 한마디 말이었지만 진남의 머릿속에서 터지며 화를 진압했다.

잠시 후, 진남의 시뻘겋던 두 눈이 맑아졌다.

그러나 살기는 더 강해졌다.

"선배님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에 무의혼옥으로 모신 것은 저를 무사히 비월여제의 옆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럴 수 있다면 한 달로 정한 기한을 없앨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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