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7화 만주지전의 시작
"진남 도우, 우리도 오주처럼 하겠다."
역사는 웃으며 말했다.
"진남 도우, 우리를 얕잡아 보지 말거라."
성목은 입을 헤벌리고 말했다.
"두 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진짜 기쁩니다."
진남은 포권했다.
진남은 주경들과 신비한 존재들과 협상을 시작했다.
마지막에 진남은 한 명의 주경 중급, 한 명의 주경 중급과 맞먹는 자 그리고 세 명의 주경 정상의 신비한 존재의 도움을 얻었다.
기한은 한 달이었다.
그는 이제 무의혼옥이 몇 개밖에 남지 않았다.
진남은 이들이 비월여제를 도와주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이들이 도와주는 조건은 생명이 위험하지 않는 한에서였다.
이들더러 생사를 가리지 않고 그를 보호하라고 하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진남의 생각은 간단했다.
구리거울이 무상호천령을 움직이면 많은 주경 강자들이 시대전장으로 올 것이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그는 강자들을 불러 구리거울을 찾을 때까지 보호를 받으려 했다.
"기다리십시오."
진남은 마왕전의 독실안에서 길게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커다란 시대전장에 암류가 꿈틀거렸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다섯 번째 날…….
여섯 번째 날…….
일곱 번째 날…….
여덟 번째 날이 되자 무상천종이 울리는 것 같은 소리가 둥둥둥하고 들려왔다.
시대전장의 모든 귀퉁이에 울려 퍼졌다.
종소리는 시대전장에 있는 모든 주경 강자들과 대상계의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주경 강자들의 마음속에도 울려 퍼졌다.
무형의 분위기가 퍼졌다.
비월여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상호천령인가?"
"누가 감히 무상호천령을 발동했지?"
"하하하, 전설속의 무상호천령을 보게 되었구나. 재미있다. 반드시 가야 한다!"
"좋다, 나는 이미 정상에 도달했다. 몇십 년을 더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누군가 무상호천령을 발동했구나.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대상계의 명성이 자자한 거물들은 모두 놀랐다.
기뻐하는 자도 있고 눈살을 찌푸린 자도 있고 안색이 어두워진 자도 있었다.
생각이 어떻든 극소수 외에 거물들 대부분은 모두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커다란 구천선역.
평범한 무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평온했다.
하지만 허령천계는 흔들렸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는 세력들과 구천지존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마치 엄청난 폭풍이 시대전장에서 일기 시작한 걸 본 것 같았다.
* * *
그 시각, 시대전장, 암흑절성.
성안의 주경 강자들과 신비한 존재들은 진작에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종소리가 진짜 울려 퍼지자 가슴이 떨렸다.
독실 안에 있던 진남은 천천히 눈을 뜨고 몸을 날려 첫 번째 층 대전에 나타났다.
"선배님들, 저도 만주지전을 보고 싶습니다. 저와 함께 그곳으로 가 보호해주십시오."
진남은 한 명씩 신념을 전했다.
오주지부(烏主之符, 오주의 부적)도 움직였다.
"뭐? 만주지전으로 가겠다고?"
역사, 성목 등은 당황했다.
그들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맞습니다. 만주지전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지 열 번도 되지 않습니다. 기회가 생겼으니 당연히 봐야 합니다. 수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진남은 설명했다.
"너 간이 부었구나."
성목은 의심하지 않고 웃으며 한마디 했다.
예전에 만주지전이 일어났을 때 적지 않은 구천지존들 심지어 주재 등급의 강자들이 일부러 왔었다.
진남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진남 우리는 너를 보호하지 못 할 수도 있다. 우리도 싸움에 참가해야 한다."
성목은 말했다.
신비한 존재들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들은 이런 속박을 받지 않았다.
"당연합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 진짜 갈 거냐? 암흑절성을 떠나면 너의 신분이 탄로될 것이다. 여러 세력의 주경 강자들이 그곳에 올 것이다. 너를 발견한다면……."
역사는 눈살을 찌푸리고 진남을 설득하려 했다.
그는 진남을 미래의 부자라고 생각했다.
진남이 위험해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깊이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외부에서 은밀한 곳을 찾으면 됩니다."
진남은 침착하게 말했다.
"결정했으면 떠납시다. 무상호천령을 발동한 곳은 북전장의 제칠금구요. 거기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리오."
오주는 담담하게 말했다.
진남 등은 묵사와 무천마군의 배웅을 받으며 암흑절성을 떠났다.
* * *
그 시각, 북전장, 제칠금구.
하늘 깊은 곳에서 길이가 구천구백구십구 장이고 넓이가 삼천삼백삼십삼 장인 오래된 영패가 엄청난 기운을 드러내 커다란 금구를 휩쓸었다.
그것과 비하면 주경 강자라도 매우 작아졌다.
영패에 가득한 무늬와 신비한 그림에서 눈부신 금색 빛이 뿜어져 나와 태양처럼 제칠금구를 덮었다.
둥 둥 둥-!
중후한 소리가 안에서 들려와 하늘에 울려 퍼졌다.
영패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제칠금구의 땅이 크게 흔들기 시작했다.
화초나 나무들이 빠르게 자라고 색깔이 변했다.
산들은 금이 가기도 하고 허공에 떠오르기도 했다.
게다가 파도 같은 무늬가 생겼다.
제칠금구에 있던 신비한 존재들과 엄청난 금기들이 하늘을 찌르는 빛으로 변해 허공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예로부터 전해오던 무도의지와 주경, 주재 심지어 천존의 사지들 그리고 여러 가지 금지, 살국, 진법 등은 검은 천으로 덮은 것처럼 사라졌다.
깨끗한 선광이 땅에서 솟아올랐다.
선광에는 엄청난 파동이 생겼다.
무상호천령이 엄청난 힘을 폭발해 제칠금구의 혼란스러운 규칙을 강제로 고쳐 만주들이 싸울 연무대로 만들었다.
슉-! 슉-! 슉-!
천지를 흔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북전장과 가까운 곳에 있던 주경 강자들이 몰려왔다.
눈앞의 광경을 본 강자들은 감탄했다.
커다란 북전장과 인접한 중전장 안에 신비한 존재들과 엄청난 금기들이 깨어났다.
먼 거리를 넘어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모든 걸 주시했다.
주재와 비슷한 등급에 도달하거나 천존에 도달하는 존재들은 혼란스러운 제칠금구를 넘어 제칠금구의 끝인 가장 깊은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 한 여인이 있었다.
여인은 피부가 눈처럼 하얗고 흰색 치마를 입었다.
오만하고 영롱한 자태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여전히 표정이 평온했다.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것처럼 아무런 흔들림이 없었다.
여인은 손을 맞잡고 다른 법인을 만들어 십생십사지력을 뿜었다.
혼란스러운 천지에서도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비월여제라고 불렀다.
여인은 차하계의 창람대륙의 청령촌에서 왔다.
여인은 어릴 때부터 구천선역에 온 후에도 진 적이 없었다.
한 걸음씩 올라갔다.
여인의 앞을 막는 자들은 모두 패했다.
이번에 여인은 엄청난 홍수를 일으켰다.
지고 싶지 않아서였다.
암류가 거세게 소용돌이쳤다.
* * *
사흘 후, 제칠금구와 가장 가까운 제십오금구.
산꼭대기에 검은색 빛이 반짝였다.
진남, 역사, 성목 등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진남이 주변을 살펴보니 산들이 숲을 이루고 이상이 가득했다.
천지의 다양한 기운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주경 강자라도 이런 곳은 피해 가는 게 상식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신비한 오주가 선택한 곳이라 다른 강자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진남의 마음에 딱 들었다.
또한, 진남은 이곳에서 성대한 장면을 지켜볼 수도 있었다.
진남은 가볍게 숨을 토하더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심신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오는 동안, 역사와 성목 등은 그에게 무상호천령이 발동한 후 사방의 주경 강자들은 열다섯 날 안에 그곳에 도착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하루라도 늦으면 몸에 특이한 무늬가 나타나고 무상호천령에게 일정한 금액의 보물을 지불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여겼다.
열다섯 날이나 늦으면 참전하는 것을 거절한 것으로 간주하고 참전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천존지기의 조각, 주경강자의 해골 등을 바쳐야 했다.
진남은 열두 날의 시간 동안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되었다.
시간은 하루하루 흘러갔다.
열두 번째 날 아침.
"진남, 시간이 다 되었다. 우리도 출발하자."
역사와 성목은 먼 산에서 날아와서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역사 등에게 두어 마디 부탁의 말을 전한 뒤 허공으로 사라졌다.
진남은 오주를 바라보며 공수하고 말했다.
"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오주는 온몸에 어슴푸레한 빛이 덮여 있어서 얼굴과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음, 하고 대답하더니 양손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방대한 힘이 움직였다.
"질(疾)!"
신비한 존재들이 동시에 호통을 쳤다.
한 줄기 빛이 오주의 몸속에 주입되었다.
"대천묘력(大千妙力), 연시중생(演示衆生)!"
오주는 양손을 앞으로 내밀더니 지그시 눌렀다.
그러자 만 장 앞에 방원 백 장이 되는 허공이 수막처럼 흔들렸다.
잠시 후, 허공은 잠잠해지더니 그 속에 어떤 장면이 나타났다.
수막에 비친 천지만물은 금빛을 두르고 있었다.
일부 무인들은 산꼭대기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는데 그들의 호흡에 따라 천지에 큰 파동이 일었다.
일부 무인들은 커다란 나무에 서서 장포를 휘날리며 먼 곳을 바라봤다.
일부 무인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었다.
또 일부 무인들은 눈치챈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는데 수막을 지나 진남 등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진남 일행은 소름이 돋았다.
수막에 비친 자들은 주경 강자들이었다.
주경초급도 있고 주경정상도 있었다.
그들은 천 살이 안 된 자도 있고 몇만 년을 산 자들도 있었다.
심지어 신비한 수단으로 오랜 세월 잠들어 있다가 금방 깬 자들도 있었다.
오주는 제칠금구의 가운데 부분만 볼 수 있고 다른 지역은 볼 수 없다고 했다.
진남 일행이 목격한 주경 강자들은 일부분일 뿐이었다.
"무상호천령은 참 대단하오. 고작 열닷새 만에 제칠금구의 천지규칙을 바꾸다니!"
"자네 무상호천령을 너무 쉽게 생각했구먼. 무상호천령을 발동한 다음 날에 바로 제칠금구의 규칙이 다 바뀌었소."
"제일금구에서 무상호천령을 발동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까?"
"상고시기에 그렇게 한 강자가 있었잖소? 다만, 무상호천령과 제오금구가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 거기에서는 발동할 수 없었소."
오주와 신비한 존재들은 감탄하는 한편 비밀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진남은 그들의 대화가 한마디도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수막에 비친 형상들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나 구리거울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진남은 시선을 거두고 물었다.
"선배님들, 저 형상들 중 아는 분이 있습니까? 저자들의 내력을 설명해줄 수 있습니까?"
신비한 존재들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대답했다.
"붉은색 긴 머리에 갑옷을 입은 노인은 극생문의 쉰세 번째 종주인 극도지주(極道之主)다. 나와 일면식이 있는데 천 년 전에 이미 정상급이 되었다……."
오주와 신비한 존재들을 만난 건 진남에게 커다란 행운이었다.
그들은 몇 번의 백년지약을 거쳤기에 유명한 주경 강자들은 거의 다 알고 있었다.
진남은 그들의 말을 머릿속에 잘 기억했다.
"시간이 다 되었다."
이때, 오주가 말했다.
신비한 존재들은 입을 다물고 수막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진남도 표정이 진지했다.
그들은 싸움에 참여하지 않지만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잠시 후, 수막 전체가 금빛으로 변하고 형상들이 보이지 않았다.
긍고에서 전해지는 듯한 쉰 목소리가 주경 강자들의 귓가와 시대전장 그리고 제십오금구에 울려 퍼졌다.
"선배님들의 약조를 이어받고 도우들이 맹세한 대로 제 십 회 만주지전을 시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