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5화 우열을 겨루고 싶다
진남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무주궁도의 반응에 따라 계속 찾아보았다.
두 시진 정도 지나서 진남 일행은 호수 바닥으로 날아 들어갔다.
그곳에는 각양각색의 선화와 선초들이 튼실하게 자라고 있었다.
선화와 선초들이 품은 힘은 두 선수보다 약했지만, 수량상 훨씬 우세했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진남더러 연화하게 한 뒤에도 나머지를 연화할 수 있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크고 작은 싸움이 진행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날아가던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주궁도에서 뿜어내는 빛이 더 환해졌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체험해본 결과 진남은 무주궁도가 빛을 더 강하게 뿜을수록 그곳에 있는 보물들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정도의 밝기는 처음이었다.
"공주, 벽난. 이번에는 훌륭한 곳을 찾은 것 같다!"
진남은 입꼬리가 올라가서 더 빨리 날아갔다.
잠시 후, 셋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셋은 모두 깜짝 놀랐다.
멀지 않은 곳에 산들이 산맥을 이루었다.
산들 가운데 높이가 만 장이 되고 온통 시뻘건 색을 띠며 수많은 기이한 화초들과 선수들이 가득한 산이 있었다.
산에서는 수시로 묵직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포효가 울려 퍼진 뒤에는 주경 강자의 위압이 폭풍처럼 산봉우리를 훑었다.
산이 가진 힘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흥분했다.
큰 산은 어떤 중요한 부위가 변한 것이었다.
그들이 전에 만난 두 선수는 이 산과 비교하면 발톱의 때였다.
"진남, 공주. 내가 보기에 우리 번갈아 가며 이 산을 연화하자. 우리가 지존정상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산 하나로 성공할 수 없다……."
강벽난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진남의 입을 먼저 막고 결정을 내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셋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쪽과 서북쪽에서 열세 명의 무인들이 빠르게 날아왔다.
동쪽에는 다섯 명의 무인이었는데 기운으로 판단했을 때 둘은 지존정상이고 셋은 지존대성이었다.
게다가 신분이 엄청 다양했는데 소속이 없는 무인들도 있고 고족들도 일부 있었다.
진남이 전에 만난 세 지존정상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우연히 만나서 연맹을 맺었다.
서북방의 여덟 무인들 중 넷은 지존정상이고 넷은 지존대성이었다.
두 지존정상들은 보제고찰종의 승려들이고 나머지는 극생문의 무인들이었다.
지존대성들은 전부 두 개의 무상도통에서 온 자들이었다.
진남의 눈에서 흰색 불꽃이 흔들렸다.
네 지존정상들의 개개인의 전력들은 망금성승이나 천룡도인보다 훨씬 낮았다.
그러나 그들이 힘을 합치면 전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진남?"
열세 명의 무인들은 혈산을 발견하고 기뻐했다.
그러나 그들은 곧 무언가 느끼고 살펴보았다.
진남 일행을 확인한 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미타불, 이곳에서 진남 시주를 만날 줄이야. 진남 시주는 역시 부처님과 인연이 있다."
한 승려는 양손을 합장하고 말했다.
그는 빠르게 저장주머니에 있는 영패에 신념을 전했다.
두 눈에 비친 불광이 대폭 늘어났다.
다른 승려와 극생문의 지존정상들, 그리고 남은 지존대성들은 몸속에서 문도법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굳어지고 차가운 기운이 불었다.
진남은 두 무상도통과 누구 하나 죽어야 하는 원수였다.
옆에 모두가 욕심내는 혈산이 있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임무는 진남을 죽이는 것이었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전음했다.
"공주, 벽난, 싸움이 시작되면 방법을 대서 저 다섯을 끌어들이거라."
그가 말을 마치자 방대한 도기가 몸속에서 터져 하늘 높이 솟구쳤다.
어떤 계략을 써도 의미가 없었다.
열세 명의 무인들을 전부 죽여야 그들은 혈산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응?"
진남 등이 공격하려고 할 때 지존정상들은 무언가 느끼고 동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크라아아아-!
용의 포효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조용하던 허공은 거울처럼 부서지고 수많은 도의가 모인 길이가 만 장이 되는 용이 포효하며 나타났다.
용은 빠른 속도로 혈산에 떨어졌다.
돌들이 부서지고 먼지가 날렸다.
검고 짧은 머리에 차가운 눈빛을 한 청년이 보라색 무늬가 가득한 고도를 들고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그의 기운은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보다 강했다.
"진세언(陳世言)?"
지존 정상들은 표정이 확 바뀌었다.
지존대성들은 등골이 오싹했다.
진남을 만난 건 그리 무서운 일이 아니었다.
진남의 전생이 아무리 대단해서 전생일 뿐이었다.
지금의 진남은 그저 지존대성이었다.
진세언은 달랐다.
그는 진씨 가문의 아흔 번째 성자라 신분이 고귀하고 지존방의 서열 구위였다.
지존방 서열 구위가 얼마나 대단할까?
보제고찰종과 극생문의 종주도 그에 비하면 한참 아래였다.
살벌하고 긴장했던 분위기에 변화가 생겼다.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졌다.
진세언은 사람들을 무시하고 진남을 쳐다보며 보기 드문 미소를 지었다.
"오늘 내가 운이 좋아서 너를 이곳에서 만났구나. 하늘도 우리가 싸우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그의 말에 진남은 두 눈에 불꽃이 더 활활 타올랐다.
체내의 전혈이 오랜만에 들끓었다.
진남의 마음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흥분이 커지고 있었다.
진남은 어떤 지존정상들이라도 얕잡아 보지 않았다.
그러나 지존방에 있거나 비범한 지존정상들을 만나야 전혈이 깨어났다.
"진남, 우리는 지금 진세언과 싸우면 안 된다. 보제고찰종과 극생문의 사람들이 기회를 봐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벽난은 얼른 진남을 말렸다.
그녀는 자신의 좋아하는 사내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도 말리고 싶지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 충동적으로 행동하면 손해를 볼 수 있었다.
진남이 대답하기 전에 진세언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도우들, 진남과 곁에 있는 자들을 몰래 공격하는 자가 있다면 나도 인정사정 봐주지 않겠다."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진세언은 여전히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진남과 두 여인의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
'진세언은 설마…….'
보제고찰종과 극생문의 지존정상들 그리고 무인들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진세언은 그들을 안중에 두질 않았다.
"진 성자의 말에 우리도 이의가 없다."
지존정상들은 숨을 내쉬고 화를 억누르더니 말했다.
진세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한 손으로 결인했다.
방대한 봉인의 힘이 허공에서 나타나서 그의 몸에 떨어졌다.
그는 경지를 지존대성으로 제압하고 칼로 진남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까지 준비되었다. 오늘 너와 우열을 겨루고 싶다. 용기가 있느냐?"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진세언이 방금 벌인 일들이 진남과 공평하게 싸우기 위해서라고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짓더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공주, 벽난. 혈산을 연화하거라."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없이 혈산으로 날아갔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사내가 하라는 대로 했다.
"도우가 이 정도 배려해줬는데 내가 싸우지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
진남의 청홍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는 진세언과 시선이 마주쳤다.
두 사람의 고도가 웅웅 소리를 내며 도의가 늘어났다.
허공에 번지는 기운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다른 지존정상들도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껴졌다.
쿵-!
모든 것들이 폭발했다.
두 개의 그림자가 허공에서 부딪혔다.
"진도도결!"
진남은 빠르게 움직이며 수많은 도기들을 날려 보냈다.
도기가 하늘을 가득 채웠다.
열두 개의 문도법의 도의를 융합한 도기는 천둥처럼 강한 멸망의 힘을 가졌다.
평범한 지존대성들이 이 초식을 맞으면 바로 죽을 수 있었다.
"십구고선결(十九古仙訣)!"
진세언은 흥분했다.
그의 뒤로 열아홉 개의 웅장한 형상이 떠올랐다.
형상들마다 상고의 최고 거물들처럼 옛 기운과 강한 위압을 뿜었다.
진남의 선동으로 살펴보니 열아홉 개의 형상과 의지들은 전부 진세언의 보라색 무늬가 있는 칼에 융합되었다.
진세언의 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기세를 뿜었다.
쿠쿠쿵-!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허공이 찢어지고 둘과 가까운 산은 강풍에 맞아 산산조각이 났다.
진세언은 공평하게 싸우려고 사람들을 위협하고 경지를 낮추었다.
그리하여 진남도 다른 도술들을 사용하지 않고 문도법을 움직여 도술만 사용했다.
칼을 다루는 두 무인들 사이의 싸움이었다.
무인들은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며 감탄했다.
무인들은 둘의 전력이 지존대성 경지보다 훨씬 높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이 싸움에 휘말렸다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었다.
실력 차이가 너무 컸다.
감탄하는 것도 잠시였다.
그들은 묘묘 공주와 강벽난이 혈산을 연화하는 모습을 보자 불쾌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감히 그녀들을 공격하지 못했다.
그들이 두 여인을 공격하면 진세언과 진남은 사정없이 그들을 공격할 것이었다.
진세언이나 진남이나 만만한 상대가 없었다.
그런데 둘이 연합을 한다면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었다.
기이한 장면이 벌어졌다.
열세 명의 무인들은 신념을 주고받더니 싸움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혈산을 연화했다.
그들은 서로 싸우는 게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느꼈다.
차라리 혈산을 나누는 게 훨씬 나았다.
잠시 후, 진세언의 도의는 최고치로 치솟았다.
조금 전 싸움에서 그는 열세에 처했지만, 전에 없이 흥분했다.
"그 그림을 꺼내거라. 오늘 너의 비범지도에 도전하겠다!"
진남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너는 잠시도 못 버틸 거다."
말을 마친 그는 도법지도를 꺼냈다.
허공에 수많은 폭발음들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열아홉 개 고선(古仙)의 형상들이 흔들리고 금이 가기 시작했다.
위능이 하늘을 찌르던 보라색 무늬의 고도는 무상천산의 제압을 받은 것처럼 도세를 전부 드러내더니 힘을 잃었다.
아무리 반항해도 쓸데없었다.
칼은 빛을 잃고 어둡게 변했다.
또, 진세언의 몸도 엄청난 압력에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는 잠시도 버티기 힘들었다.
"비범지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구나……."
진세언은 몸이 무겁고 아픈 것을 똑똑히 느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진남과 싸웠으니 이번 걸음은 헛되지 않았다.
"세간비아(世間非我), 비아비도(非我飛刀)!"
진세언은 한 손으로 결인했다.
그가 뿜어내는 기운이 확 달라졌다.
그와 보라색 무늬의 고도는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하나가 되었다.
"인도합일?"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인도합일은 특이한 재간은 아니었다.
차하계의 무인들도 이미 장악한 기술이었다.
그러나 진남은 곧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보라색 무늬의 칼 겉면에 금이 가더니 칼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칼 자체가 열 가지 몽환적인 색으로 변했다.
세 색은 칼끝에 모이가 나머지는 아래로 가라앉았다.
쿵-!
강한 도의가 폭발했다.
진세언과 고도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던 거인이 서서히 일어서는 것 같았다.
도의는 도법지도가 뿜어내는 웅장한 힘을 조금씩 밀어내더니 마지막에는 우뚝 섰다.
"인, 도, 혼 삼자가 하나가 되다니, 재미있다. 재미있어!"
진세언은 역시 지존방 서열 구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