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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138화 (1,138/1,498)

1138화 세 절세도둑

정무원과 함께 나타난 사람을 보자 황뢰지존은 마음이 무거웠다.

쌍주지지가 열릴 때 지존방의 강자들 중 네댓 정도가 나타나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열 십 위에 드는 자들이 다 모였다.

* * *

그 시각, 구천선역의 제일소선역, 허령천계.

문도지지에 암투가 난무하는 것과 달리 허령천계는 조용했다.

여러 세력들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참창종은 자리를 잡은 뒤로 종문의 문을 닫고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방해하는 것을 허락하지도 않았다.

* * *

그 시각, 신비한 곳.

흐릿한 형상의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는 양손으로 끊임없이 법인을 만들었다.

그의 앞에는 두 여인과 한 청년 그리고 중년 사내가 있었다.

앞에 있는 셋은 모두 패자정상 경지였다.

중년 사내는 지존 초급 단계였다.

"너희 넷은 모두 내 전승을 얻었으니 후계자라고 할 수도 있다. 이번에 불러들인 것은 다름이 아니라 부탁이 하나 있어서다."

노인은 법인을 다 만들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이 일은 엄청 위험하다. 문도지지에 들어가야 한다. 너희들을 위해서 수단들을 마련했지만, 목숨을 지켜준다고 보장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죽을 수 있다. 그러니 강요는 하지 않겠다. 스스로 선택하거라."

두 여인과 청년은 깜짝 놀랐다.

갑자기 불러들인 것이 이런 일 때문일 줄은 몰랐다.

그들은 머뭇거렸다.

잠시 후, 두 여인이 미안한 표정으로 변명을 하고 공수했다.

노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저으며 그들에게 떠나라고 했다.

"너희 둘은 잘 생각했느냐? 나는 곧 사라진다. 다른 좋은 점을 줄 것도 없다. 다시 선택할 기회를 주겠다."

노인은 말했다.

"우연히 선배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제가 어찌 지존이 되어 이 세상에 있겠습니까?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중년 사내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배님께서 어떤 일을 하라고 하시던 저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청년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저는 아직 지존이 되지 못하고 실력도 많이 모자랍니다. 그러나 선배님의 일이라면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엄청난 힘을 봉인한 옥간을 넘겨주며 말했다.

"복잡한 일이 아니다. 너희들은 문도지지에 가서 이 물건을 진남이라는 자에게 주면 된다. 그가 이 물건을 받으면 너희들에게 기연을 더러 줄 거다."

중년 사내와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두 사람에게 각종 맹세를 시켰다.

옥간의 내용을 보면 안 되고 적에게 잡히면 가장 먼저 옥간을 소멸하라는 등이었다.

노인이 손을 젓자 둘은 자리를 떴다.

"무상천존인 주제가 환생을 했으니 비장의 수가 좀 있겠지. 그녀는 다른 곳에서 억지로 계획을 만들고 있다. 나중에 진남이 그녀를 도와줄 수 있었으면……."

노인은 하늘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육신은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수많은 빛이 되어 흩어졌다.

* * *

닷새 후, 문도지지 신비한 섬.

쿠웅-!

방대한 기세가 하늘로 솟아올라 강기를 풍겼다.

진남의 화도선염, 존자지력이나 단천도, 전신선동, 도법지도 등은 모두 크게 진급했다.

한 달 동안의 수련을 통해 그는 섬에 가득한 선력을 절반 넘게 흡수해서 겨우 지존대성의 경지에 도달했다.

"진남, 축하한다."

강벽난은 말했다.

그녀와 묘묘 공주는 오래전에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었다.

"진남, 너무 느리다. 여기서 답답해 죽을 것 같다."

묘묘 공주는 코를 실룩거리고 말했다.

"어서 금제를 깨고 나가자."

진남은 선기를 토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다."

말이 끝나자 체내의 열두 개 문도법을 순식간에 최고로 움직였다.

모든 의지를 단천도에 융합시켜 도기를 드러내 앞을 내리쳤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동시에 법인을 만들고 도술을 드러냈다.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진남은 지존대성으로 진급한 후 전력이 크게 진급했다.

한 방에 마름모의 수정을 부쉈다.

하지만 신비한 섬을 덮은 금제는 보통 큰 것이 아니었다.

꼬박 사흘이 지나서야 진남 등은 길을 내고 날아 나왔다.

"이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본 그들의 눈에 이색이 스쳤다.

앞에는 넓은 전장이 나타났다.

하늘은 회색이고 허공에 커다란 틈이 있었다.

땅 위는 아수라장이고 선산이 갈라지고 골짜기가 종횡으로 뻗었다.

절단된 팔다리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들은 전장을 많이 봤다.

진남은 네 명의 무상천존이 참가한 대단한 싸움도 본 적 있었다.

때문에, 신기할 것이 없었다.

그들은 풀, 돌을 포함한 전장의 모든 물건에 신비한 힘이 덮여있는 걸 느꼈다.

힘은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봉인되었던 세상이 봉인을 벗는 것 같았다.

"응?"

진남은 전장 앞쪽의 허공에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생김새가 희미한 형상이 서른여 명 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들은 기운이 없었다.

깊은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서른 명의 형상은 전설 속의 대신관(大神官)이겠다. 우리가 앞당겨 쌍주지지에 들어온 것 같다."

강벽난은 말했다.

"쌍주지지?"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앞당겨 이곳에 들어온 건 의미가 매우 컸다.

"맞다. 문도지지의 여러 금지 중에서 쌍주지지에만 대신관이 있다. 번마다 쌍주지지가 열려 무인들이 들어가면 대신관들은 그들에게 두 주경 강자가 어디 있는지와 규칙들을 말해준다."

강벽난은 말했다.

"내 짐작대로라면 이틀 후면 쌍주지지가 완전히 열릴 것이다."

묘묘 공주는 눈을 반짝거렸다.

"그럼 우리는 이틀 동안 이곳의 여러 가지 전승과 기연을 먼저 가질 수 있잖아?"

강벽난은 잠깐 생각하고 말했다.

"아마 그럴 거야. 이제 곧 열릴 것이기에 쌍주지지의 규칙들은 이미 정해졌을 것이다. 더 변화가 없을 거다. 하지만……."

그녀는 머뭇거리고 말했다.

"남세지존, 이장성 등은 진작에 우리가 쌍주지지에 온 걸 알았을 것이다. 그들은 십중팔구는 우리가 쌍주지지에 온 걸 소문내고 우리의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지금 전승이나 기연을 전부 긁어모은다면 외부의 무인들은 우리를 노릴 것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다."

묘묘 공주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노리고 있어. 더 많아져도 상관없어. 난난, 진남, 빨리 이곳을…… 전승이나 기연들을 도와 진정한 주인을 찾아주자."

강벽난은 웃으며 말했다.

"좋아."

진남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홍수가 범람하기 시작했다. 그럼 더 거세지라지!'

셋은 흩어져 사방으로 날아갔다.

"와, 전설속의 구사지화(九死之花)다!"

"이 시체에는 세 개의 도술전승이 있다!"

"이쪽으로 오거라. 도경원만을 돌파하는 데 도움이 될 지보가 있는 것 같다!"

세 절세도둑들은 수단을 드러내 거침없이 약탈했다.

다만 쌍주지지는 아직 열리지 않았고 살기와 금제들은 여전히 봉인된 상태였다.

진남 등은 힘으로 강제로 깨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었다.

서른 명의 대신관들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 * *

스물두 시진이 빠르게 지났다.

쌍주지지 밖의 백현성 안.

슉-!

무인들에게서 여러 가지 빛이 뿜어져 나와 하늘로 솟아올라 성 밖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호숫가로 날아갔다.

호수는 방원 몇만 리였다.

호숫물은 옅은 금색이고 가운데에 기운이 오래되고 위엄이 있는 대문이 천천히 솟아올랐다.

대문이 드러날 때마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아미타불!"

우렁찬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먼 곳에 있는 보제고찰종의 불도지존들의 앞에 불광이 한데 모여 금색과 붉은색이 한데 어우러지고 불의가 도도한 가사를 입은 중년 스님의 형상으로 변했다.

스님은 오른손에 십삼환석장(十三環錫杖)을 들었다.

지팡이에 고풍스럽고 힘찬 글자가 새겨졌다.

'중생위불(衆生爲佛)!'

이어 두 개의 엄청난 기세가 끝없는 창룡처럼 멀리서 날아와 극생문, 십욕종의 구천지존 앞에 내렸다.

극생문의 구천지존은 머리카락이 파란색인 노인이었다.

눈썹이 검처럼 날카롭고 눈빛이 예리하고 엄숙했다.

그의 기세는 다른 사람에게 커다란 압박감을 주었다.

십욕종의 구천지존은 몸매가 가냘프고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드리우고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었다.

진면모를 볼 수 없지만, 여인에게서 풍기는 매력적인 기운은 사람들을 유혹했다.

"지존방 십칠 위, 보제고찰종의 장로 망금성승(妄今聖僧)! 지존방 십구 위, 극생문 장로 천룡도인(千龍道人)! 지존방 이십삼 위, 십욕종 장로, 만정지존(萬情至尊)!"

"세 강자가 왔어?"

사람들은 놀랐다.

그들은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었다.

"명심하거라. 이들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뿐만 아니라 만나면 피하거라. 전승이나 기연이 있어도 얻으려 하지 말거라."

한 고족의 정상지존은 엄숙한 표정으로 빠르게 전음했다.

"보제고찰종의 망금성승은 세상 모든 것이 부처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노여움을 사면 너희에게 중상을 입힐 뿐만 아니라 모든 방법을 찾아 귀의시킬 것이다. 그리고 극생문의 장로 천룡도인은 수단이 잔인하다. 누구든 그를 막으면 모두 죽인다."

고족의 초급지존들은 명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숙, 십욕종의 만정지존은요? 그녀는 기질 등이 별로 대단한 것 같지 않습니다."

지존대성은 물었다.

"망정지존은 십욕을 완전히 장악했다. 그녀는 절세의 천재 등급의 구천지존을 조롱하기를 좋아한다. 남자가 될 수도 있고 여자가 될 수도 있다. 수단이 가장 신비하다."

지존들은 소름이 끼쳤다.

그들은 구천지존의 등급에 도달하여 견식과 경험이 많았다.

하지만 남자도 되고 여자도 되는 건 감당이 안 되었다.

"하하하, 세 분도 오실 줄 몰랐습니다."

통쾌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씨 가문의 여든아홉 번째 성자 정무원이 무인들을 거느리고 멀리서 걸어왔다.

옆에는 청색 두루마리를 입고 서생 기운이 풍기는 여인이었다.

여인도 무인들을 거느리고 걸어왔다.

세력이 정무원보다 약하지 않았다.

여인을 보자 지존들은 깜짝 놀랐다.

여인은 칠 대 천존가문의 한씨 가문의 아흔다섯 번째 성녀이고 지존방 서열 이십사 위였다.

전에 우연한 기회에 그들은 그녀와 하룻밤 이야기를 나눈 적 있었다.

하지만 밤이 지나자 그녀는 낯선 사람처럼 그들의 이름도 모르고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장면이 성대하구나. 나는 일일이 인사하지 않겠다."

이때, 장남과 남세지존이 다른 편에서 날아왔다.

스물세 명의 무인들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무인들은 표정이 달랐다.

하지만 그들이 풍기는 기운은 바다처럼 넓었다.

"지존정상들이 이렇게 많아?"

사람들은 눈을 찌푸렸다.

세 장로도 눈빛이 싸늘해졌다.

"참창종과 피천고교는 진남을 상대하기 위해 큰 대가를 치렀구나."

* * *

궁우태황종이 있는 곳.

황뢰지존은 눈빛이 싸늘해지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상황은 그가 상상한 것보다 더 나빴다.

"옛 친구들이 많이 왔구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바라봤다.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드리우고 잘 생기고 옅은 파란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이 거들먹거리며 걸어왔다.

그의 옆에는 삼베로 만든 옷을 입은 청년이 있었다.

뒤에는 지존들이 따랐다.

진남이 여기 있었다면 삼베로 만든 옷을 입은 청년이 맹금선이라는 걸 발견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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