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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91화 (1,091/1,498)

1091화 지존혈대

"안 돼!"

흰옷을 입은 사내는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가 검으로 꽃을 그리자 수많은 도의가 사방으로 뻗었다.

그는 반응이 빨랐다.

그러나 별 의미는 없었다.

사람들은 흰빛이 검의들 중에서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진남은 서른 장 밖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에는 혈부가 있었다.

무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진남의 몸놀림은 패자 정상급도 하기 힘들었다.

흰옷을 입은 사내는 제자리에 굳어 서 있었다.

얼굴도 핏기가 가셨다.

진남이 부적을 가져간 게 아니고 살초를 사용했더라면 그는 살지 못했을 것이었다.

"대단하다, 대단해. 역시 유명한 진남이다!"

이때, 머리에 용관을 쓰고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위엄 있는 중년 사내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나는 절세천재가 아니지만 싸워보고 싶구나."

말을 마친 중년 사내는 저장주머니에서 금인을 꺼내 허공에 휘둘렀다.

귀청을 찢을듯한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방대한 힘이 밀려왔다.

진남은 중년 사내의 신분을 몰랐다.

그러나 얼핏 보고도 상대방이 극생문의 패자 정상급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진남과 극생문은 서로 원수였다.

상대방도 그를 만나면 쉽게 넘어갈 수 없었다.

"대룡횡천!"

진남의 체내에서 두 개의 문도법이 동시에 움직였다.

용발은 방대한 힘을 찢었다.

진남은 절세선도처럼 중년 사내에게 날아갔다.

중년 사내는 엄청난 압력이 덮치는 것을 느끼고 가슴이 덜컹했다.

그러나 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진남, 내 초식을 받아라!"

세 개의 호통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패자 정상급의 강자 한 명과 패자대성의 강자 두 명이 선력을 뿜으며 법인을 만들었다.

세 개의 서로 다른 도술이 날아왔다.

그들도 극생문의 무인들이었다.

명망이 진남을 따라오지 않으려고 한 것도 진남에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밀이 많았는데도 적들을 수시로 만나기 때문이었다.

비밀이 다 드러나면 적들이 더 많을 것이었다.

"화도선염, 진도도결!"

진남의 몸에서 수많은 흰색 불꽃이 솟구쳐 사방으로 날아갔다.

칼은 네 패자들에게 날아갔다.

"도우들, 진남이 강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 세력들이 있다면 우리와 함께 공격하자! 나중에는 제압할 기회가 더 없다!"

중년 사내는 눈을 빛내더니 외쳤다.

중년 사내는 넷이 진남을 상대하려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 자리에 진남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많을 거라고 확신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의 말에 공감하는 자들은 눈부신 선광을 뿜으며 살초들을 펼쳤다.

순식간에 세 명의 패자 정상급과 다섯 명의 패자대성 그리고 일곱 명의 패자초급 강자들이 진남을 에워쌌다.

나중에 붙은 사람들 중 보제고찰종, 태연무생종의 제자와 장로들도 있었다.

크라아아-!

이때, 짐승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온몸에 가시가 가득하고 흰빛을 뿜는 엄청난 대물이 허공에 나타났다.

그의 머리에는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은 무인이 서 있었다.

무인은 소매를 저었다.

대물은 입을 쩍 벌리고 진남을 물려고 달려들었다.

"만립(萬立)이 나섰다!"

무인들은 놀라서 외쳤다.

만립은 공수족의 소족장이자 절세천재였다.

"허!"

몇몇 형상들은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절세천재이고 진남과 싸워보고 싶었다.

그러나 진남이 포위 공격을 당하는 바람에 손을 쓰지 않았다.

위기에 몰린 사람을 공격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진남과 이익충돌이 없었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무인들도 싸움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들은 진남의 실력을 보고 싶었다.

진남의 두 눈에 불꽃이 이글거리고 표정에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포위 공격을 대비하고 있었다.

'나를 죽이고 싶은 자들은 이들뿐만이 아닐 거다. 특히 지존혈대에 오르면 그들은 내가 깨달음을 얻는 시간에 공격할 수도 있다. 상대할 수는 있겠지만 엄청 귀찮을 게 분명해. 그렇다면 위엄을 심어주자!'

진남은 결정을 내렸다.

진남이 법인을 만들자 기세가 폭등했다.

엄청난 청색 빛이 그의 등 뒤에서 번쩍거렸다.

흐릿한 그림자가 떠올랐다.

또, 웅장한 형상이 섬의 위쪽에 우뚝 섰다.

전신의 혼과 만세주림이 동시에 나타났다.

쿵-!

강한 위압감은 파도처럼 사방을 덮쳤다.

만립이라는 절세천재와 중년 사내 등 패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한 제압을 받은 그들은 가슴이 떨렸다.

"도법의 나무!"

진남은 손을 휘둘렀다.

커다란 나무가 빠른 속도로 나타나 만립 등을 제압했다.

섬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커다란 망치에 얻어맞은 것 같았다.

"이건……."

만립 등은 표정이 연거푸 변했다.

그들은 강렬한 위기감을 느끼고 여러 수단을 펼쳤다.

쿠쿠쿠쿵-!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도술들과 도기들이 부서졌다.

만립 등 패자들은 신음을 흘리며 뒤로 날아갔다.

그들은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엄청난 강기가 폭풍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저런……."

다른 절세천재들과 무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명의 절세천재가 열여섯 명의 패자들을 이기다니?'

게다가, 만세주림까지 해서 진남은 두 개의 초식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진남은 빠르게 도법의 나무를 거둬들였다.

그는 손을 뻗어 두 개의 혈부를 빼앗았다.

그리고 다른 것은 신경 쓰지도 않고 지존혈대로 날아갔다.

진남이 혈대에 도착했을 때까지 섬에는 침묵이 흘렀다.

어떤 이들은 진남의 뜻을 알아차렸다.

진남이 보여준 힘은 너무 강했다.

패자 등급에 대한 그들의 인지를 초월했다.

진남은 지존혈대에 도착하자 바닥에 내던져진 만립 등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누구도 나를 공격하지 말거라. 아니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를 거다."

사람들은 한기를 느끼고 마음에 품었던 어떤 생각을 접었다.

주선제오인의 후계자를 죽이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점을 얻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진남은 시선을 거두고 지존혈대를 바라보았다.

그 위에는 이미 이십여 명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대부분 패자 경지 정상의 강자들이었다.

몇몇은 체내에 강한 힘이 꿈틀거렸는데, 절세천재는 아니었지만 보통이 아니었다.

그들은 평온한 표정으로 정신을 집중해서 수련했기에 진남이 온 것도 몰랐다.

진남은 전신선동을 사용하여 지존혈대를 살펴보려고 했지만, 힘이 너무 강해서 볼 수 없었다.

"전생의 피 한 방울이 지존혈대에 있다면 내가 혈대에 올랐을 때 반응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무주궁도라도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피가 이곳에 없는 걸까? 에잇, 모르겠다. 이미 왔으니 한번 알아보지 뭐."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식해의 백남지화를 지존혈대에 올려놓았다.

영생지화를 곁에 두면 진남은 최선을 다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위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또, 지존혈대에 봉인된 전승기연이나 옛 비밀 같은 것들이 있어도 미리 알 수 있었다.

진남은 심호흡을 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이때, 신비한 힘이 그의 몸을 통과하고 영혼에 주입되었다.

진남은 텅 빈 상태가 되었다.

이런 비움은 보통의 비움과 달랐다.

진남 스스로가 느낄 수 있었다.

진남은 마치 외부인이 되어 몸에 들어간 것처럼 자신의 힘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그는 아무런 잡생각도 들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전신의 혼은 천지와 싸우고 무소불전, 무소불승이다!"

"왜 천지의 무조 나무는 하나밖에 없지? 왜 세 개, 여덟 개, 아홉 개를 가질 수 없는 거지?"

"남천문, 가만히 두지 않겠다!"

"어떻게 승선하지?"

"무주궁도에 이 능력이 있다니, 다른 무상도통의 천재들을 잡아넣으면 문도법을 수련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전생은 누구일까?"

"나는 전신을 의심하지 않는다!"

진남이 겪었던 장면들과 했던 생각들이 연거푸 쏟아졌다.

그는 외부인이 되어 지켜볼 뿐이었다.

조용함의 경지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잊어버리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잊지 않았지만 고민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떤 절세천재나 구천지존, 주경 강자라도 폐관 수련을 하면서 두 번째 경지에 이를 수 없었다.

지존혈대의 힘은 두 번째 경지에 이르게 해주는 것이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

제칠 천지성구 밖.

수많은 무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인들이 강한 기세를 풍기며 입구로 날아갔다.

여기저기서 감탄들이 울려 퍼졌다.

섬에서는 몇백 명의 무인들이 격렬하게 싸웠다.

진남의 위협이 큰 작용을 일으켰는지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아홉 개의 도광이 진남의 몸에 있는 도법의 나무에서 나와 그의 경맥을 따라 흘렀다.

문도법과 진남이 장악한 선술, 도술의 신비한 장면들이 부단히 나타났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었다.

첫 번째 경지는 산을 보면 산 같고 물을 보면 물 같고 그다음 경지가 되면 산을 보면 산 같지 않고 물을 보면 물 같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최고의 경지에 오르면 산을 보니 역시 산이고 물을 보니 역시 물이었다고 했다.

즉, 초보는 보이는 것만 알고 성과를 조금 이루면 깨달음을 조금 얻을 수 있으며 대성을 이룬 자는 결국 본질을 본다는 말이었다.

본질을 보는 것은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조금씩 경험을 쌓다 보면 언젠가 돌파할 수 있었다.

또, 불교엔 이런 말이 있다.

칼을 내려놨더니 부처가 되었더라.

대마두가 칼을 내려놓는다고 부처가 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집념과 세계관 그리고 모든 생각이 무너지고 사라져야 부처가 될 수 있었다.

진남은 이제 그런 느낌이 좀 들었다.

모든 경험이 전부 비움으로 돌아갔다.

다섯 시진이 지나고, 진남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 모든 것들이 점점 선명해졌다.

웅-!

그의 몸속에서 무지개 같은 도기가 솟구쳤다.

눈부신 빛이 섬을 환하게 비추었다.

"진남의 도기가 전과 달라졌다!"

"이제 겨우 열 시진이 지났는데 돌파했다고?"

무인들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지존혈대는 정말 좋은 곳이구나!"

진남은 새로운 변화를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영생지화의 영향을 받고도 지존혈대에 아무런 반응이 없어?"

진남은 고개를 젓고 다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는 지존혈대에 오래 있으면 열세 개의 문도법에 새로운 돌파가 있을 것 같았다.

경지도 패자 정상급을 돌파할 가능성이 컸다.

이때, 커다란 지존혈대가 흔들렸다.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진남은 제대로 느꼈다.

"응?"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뚫어져라 쳐다봤다.

혈대는 점점 더 강하게 흔들렸다.

싸우던 무인들도 느꼈다.

지존혈대의 깊숙한 곳에 방대한 힘이 빠른 속도로 솟구쳤다.

쿵-!

지존혈대에서 엄청난 혈광이 뿜어져 나와 사방을 비추었다.

지존혈대는 점점 넓어지다가 오 만 장이 되자 멈추었다.

동시에 가운데에서 짙은 혈광이 천지의 깊은 곳으로 사라지고 열여섯 개의 의자가 나타났다.

의자마다 높이가 스무 장, 넓이가 열세 장이었다.

실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 같은 의자는 패기가 넘쳤다.

의자들은 천지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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