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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77화 (1,077/1,498)

1077화 창람대륙으로

"그래."

비월여제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진남, 이번에 구천지존이 되는 일이 너의 전생과 연관이 있다고 하니, 진급할 때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구리거울의 말뜻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증제할 때 강벽난은 그를 위해 사망수정으로 변했다.

그가 봉신할 때는 묘묘 공주가 천지에서 사라졌다.

수피화권은 진남이 강해질수록 그에 따른 재난도 더 커질 거라고 했다.

패자가 될 때는 큰일이 없었지만 구천지존이 될 때 어떤 일이 있을지 몰랐다.

"그럼 네 계획은 어떠하냐? 제칠 천지성구로 갈 거냐?"

비월여제는 무뚝뚝하게 물었다.

"잠시 동안은 안 갑니다."

진남은 생각하더니 계속 말했다.

"우선 창람대륙에 한 번 다녀오겠습니다."

그에게 어떤 폭풍이 닥칠지 결과가 어떨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는 예전에 있던 곳으로 돌아가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을 만나고 와서 목숨 걸고 싸울 생각이었다.

진남은 이때 비월여제의 파란색 두 눈에 감탄이 스치는 것을 몰랐다.

비월여제는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이 돌 궁전을 살펴보거라. 창람대륙으로 갈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녀는 돌 궁전에 흥미가 생겼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제이십사 천지성구에 들어왔고 육신이 얼음 기둥에 갇혔다.

그 외의 것들은 아는 것이 없었다.

"일리가 있습니다."

진남은 눈을 반짝거리고 혼탁한 숨을 내뱉었다.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힌 그는 대전 방향으로 걸어갔다.

돌 궁전에는 혼탁한 기운이 여전히 짙게 흘렀다.

진남은 숨을 들이쉬었음에도 그 기운을 흡입할 수 없었다.

또, 기운은 진남의 동력과 육신에 커다란 제압을 가했다.

선력으로 저항을 해도 큰 돌에 눌린 것처럼 앞으로 걸음을 옮기기 힘들었다.

반 시진이 지나서 진남은 두 번째 층으로 가는 계단에 올라섰다.

일 층의 모든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 층은 텅 비어서 아무것도 없었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계단을 올랐다.

그가 마지막 계단을 오를 때 마치 보이지 않는 문을 지난 것 같았다.

진남은 다른 곳에 도착했다.

그를 제압하던 압력이 사라졌다.

혼돈의 기운도 사라졌다.

또, 조용하던 공간에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놈아, 나를 속였구나! 다시 해보자. 이번에도 속일 수 있을지 보자!"

"하하하, 여섯 개의 검이다. 내가 여섯 개의 검을 맞추었어."

"짐승 같은 놈, 또 수단을 썼구나!"

"휴, 내기를 하지 않으면 안 돼? 저 녀석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가보거라. 이대로 가다가 언제 윤회할 수 있겠어!"

진남은 경악했다.

이곳에 사람이 있다니 놀라웠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내기를 하고 있었다.

진남은 마지막 계단을 지나 두 번째 층에 들어서자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커다란 대전에 많은 조각상들이 있었고 망가진 병기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어 혼란스러웠다.

궁전에는 열세 개의 탁자가 있었는데 진남이 전에 만났던 냉랭한 응접신사들이 있었다.

그들은 구운 요수 다리를 뜯고 선주를 마시고 내기를 하며 즐거워했다.

"에잇, 인정할 수 없다. 다시 해, 다시!"

우스운 꼴을 보인 응접신사들은 진남이 온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계속 고함을 질렀다.

심지어 일부는 내기 때문에 얼굴이 시뻘게졌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한참이 지나서 입을 열었다.

"저기……."

응접신사들은 몸이 굳었다.

그들은 게 눈 감추듯이 주사위와 요수 다리, 선술을 감추었다.

그리고 다시 냉담한 태도로 돌아왔다.

"무인들이 왔으니 마중 가겠습니다."

"저는 가서 오 대 종자의 변화를 살피겠습니다."

응접신사들은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그들은 진남을 쳐다보지도 않고 사라졌다.

남은 응접신사들은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진남의 얼굴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에잇, 대인이 온 게 아니었네!"

응접신사들은 냉담하던 표정이 풀어졌다.

그들은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진남, 응접신사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구나. 제이십사 성구에 계령(界靈)일 가능성이 크다. 신사들이 윤회를 언급한 걸 보면 저자들은 예전에 구천선역의 무인들이었을 거다."

비월여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보이는 것들로 많은 것들을 추리했다.

"응? 이상하다."

응접신사들은 정신이 들었다.

그들은 모두 경악했다.

"너 영방빙주(嶺方氷柱)를 어떻게 벗어났느냐?"

그들도 이런 무인은 처음이었다.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진남은 무주궁도에 대해 언급할 리 없었다.

"응, 어찌 되었든 너는 보면 안 될 것을 목격했다. 너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죽거나 죽은 다음 응접신사가 되거나."

응접신사들은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순식간에 보이지 않는 기세가 대전을 휩쓸었다.

방대한 압력이 진남을 눌렀다.

응접신사들은 경지가 없었다.

그러나 제이십사 천지성구와 하나가 되어 성구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들과 싸우는 것은 성구와 싸우는 것이었다.

진남은 마음이 무거워지고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쳤다.

이때, 신념 하나가 응접신사들의 머릿속에 전해졌다.

그들은 표정이 굳었다.

"너는 운이 참 좋구나. 대인이 너를 난처하게 하지 말고 보내라고 하신다."

한 응접신사가 말했다.

그는 궁금했다.

'이 청년은 고작 패자일 뿐인데 왜 대인이 다르게 대하는 걸까?'

"신사들이 언급한 대인이라는 분은……."

진남은 의아했다.

"네가 알 수 있는 분이 아니다."

응접신사는 손을 흔들었다.

조금 전까지 가득 풍기던 살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들은 음흉하게 웃었다.

"형씨, 이 귀신굴 같은 곳에 무인이 들어온 것도 오랜만이다. 우리 놀아보지 않겠느냐? 재미는 보장하지!"

"그래, 그래, 그래. 형씨 한번 해보자."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그들은 조금 전까지 기세가 폭발하더니 갑자기 확 바뀌었다.

진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사들, 죄송합니다. 저는 내기를 할 줄 모릅니다."

진남은 얼른 이어서 말했다.

"제가 이곳에 온 것은 차하계의 창람대륙에 갈 수 있을지 알고 싶어서입니다."

신사들은 서로 마주 보았다.

한 신사가 허허 웃더니 말했다.

"이곳에 왔으니 임무를 줘서 차하계로 보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만, 내기를 해서 우리를 이겨야 한다."

다른 신사도 말했다.

"규칙은 간단하다. 주사위의 크기를 겨루면 된다. 여섯 개의 검이 가장 크고 검 하나가 가장 작다. 한 번에 여섯 개를 흔들면 된다."

진남은 할 말을 잃었다.

'도박쟁이들인가?'

"하하하하, 검이 겨우 열 개라니, 이번에는 네가 졌다!"

"어이쿠, 나는 하나짜리 검이 여섯 개야?"

"하하하하하, 나는 검이 스물아홉 개다. 내가 이겼다!"

"여섯 개의 청룡?"

반 시진 뒤, 쉽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신사들은 귀신을 본 표정이 되었다.

처음에 떠들던 신사들은 말이 없어졌다.

진남은 그들에게 미안했다.

한 번도 놀아본 적이 없는 내기였는데 운수가 좋았다.

"투존(?尊) 선배님. 창람대륙에 연관된 임무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창람대륙으로 돌아가 분천고국의 황자가 되어 군대를 이끌고 성월대륙(聖月大陸)의 군대에 대항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창람대륙으로 돌아가 사신전(邪神殿) 전주를 없애는 것입니다."

한 응접신사가 공손하게 말했다.

진남은 헛기침을 했다.

'투존 선배님? 그건 뭐지?'

"두 번째를 선택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냥 진남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진남은 잠깐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투존대인."

다섯 응접신사가 동시에 빛을 뿜어 진남에게 주입했다.

진남은 천지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강한 힘이 그를 감싸고 시공간을 뛰어넘었다.

다른 사람과 달리 진남은 육신이 창람대륙으로 돌아갔다.

응접신사들이 특별히 투존인 진남을 우대한 것이었다.

* * *

그 시각, 제일 소선역 허령천계의 어떤 상고유적.

한 여인이 긴 두루마기를 입고 서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는 엄청난 기세를 풍겼는데 가는 곳마다 얼음으로 변했다.

여인은 제일지존인 비월여제였다.

"제이십사 성구가 이러하니 다른 성구도 마찬가지일 거다. 칠십이 천지성구와 허령천계의 그곳은 같구나."

이번에 진남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소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의혹을 풀기에 충분했다.

"구천지존이 되면 전생 기억의 일부를 각성하게 된다. 영생지화, 열두 개의 문도를 동시에 수련, 주선제육인, 주선제칠인 무천마군, 시도족, 그리고 태고금기……."

비월여제는 중얼거렸다.

진남의 경지가 높아질수록 엮인 것들도 엄청난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문도를 할 때이다."

비월여제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두 눈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마치 어떤 긍고의 세계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 같았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제일 소선역이 시끄럽기는 했지만, 천하를 흔들 만한 큰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평소처럼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두각을 드러냈다.

음모와 계략도 계속되었다.

* * *

닷새 후.

진남을 감싼 강한 힘이 사라졌다.

그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진남은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움직임 하나에도 구천선역의 여러 세력을 들썩하게 하는, 이 땅의 왕이 다시 돌아왔다.

진남은 높이가 만장이 되는 산봉우리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나무들이 하늘 높이 솟았고 새들이 지저귀고 꽃향기가 풍기고 영기가 가득했다.

진남은 눈을 감고 모든 것을 느꼈다.

한참이 지나서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낯설고 본적 없었지만, 가슴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이 땅에는 그의 과거가 기록되었다.

우우우-!

큰 산에서 강한 바람이 불었다.

하늘은 오색찬란한 색으로 변하고 이상들이 연달아 생겼다.

"네가 다시 창람대륙에 올 줄 몰랐다."

위엄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응?"

진남은 깜짝 놀랐다.

"이제 영지를 가졌습니까?"

위엄있는 목소리는 창람대륙의 원시규칙이었다.

진남이 제방, 신방, 남천문과 싸울 때 그는 진남의 편이 되어주었다.

다만, 그때의 원시규칙은 힘이 너무 약했다.

"남천문, 제방, 신방을 이기고 나는 근원의 힘을 장악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영지가 생겼다."

원시규칙은 웃으며 말했다.

"다만, 너보다는 한참 뒤처졌다. 너는 구천선역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미 패자대성의 거물이 되었구나."

그는 감탄했다.

진남이 구천선역에 가면 큰 성과를 이룰 것을 짐작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강해져서 돌아올 줄은 몰랐다.

"다른 말은 하지 맙시다.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진남은 웃으며 손을 저었다.

"진남, 네 경지는 너무 강하다. 창람대륙이 예전보다 강해졌지만 네 경지를 감당하기 어렵다. 인선 경지로 제압을 하거라."

원시규칙은 쓴웃음을 지었다.

진남이 나타나는 순간 그는 대륙이 붕괴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나 더. 네가 떠나고 창람대륙에 새로운 세력이 생겼다. 이름은 사신전이다. 사신전의 전주는 창람 전체를 장악하려고 해서 내가 여간 골치가 아픈 게 아니다. 또, 차하계에서 창람대륙은 중등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더 높은 등급의 대륙에서 자꾸 창람대륙을 노리는구나……"

원시규칙은 계속 말했다.

진남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원시규칙. 대체 뭘 했습니까? 어렵사리 왔는데 이런 일들을 해결하라는 말입니까?"

원시규칙은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창람대륙의 무인들 중에서 너는 창람의 신이다. 이런 일들은 네가 하는 게 마땅하다."

진남은 눈을 흘겼다.

"알겠습니다. 저도 이번에 사신교를 없애려고 왔습니다. 다른 대륙의 일들은 기회가 되면 다른 원시규칙들을 불러주세요. 제가 잘 말해보겠습니다."

"그래, 바로 해결하겠다!"

원시규칙은 위엄이 사라지고 기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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