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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76화 (1,076/1,498)

1076화 누구에게도 알려주면 안 된다

여러 세력들 그리고 화존좌경과 화존우경에 소문이 전해졌다.

"진남이 제일 소선역에 왔구나!"

"진남은 주선제오인의 후계자구나!"

"허허, 진남이 스스로 제일선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었구나! 패자들 중에 진남과 겨룰 수 있는 자들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주선제오인의 후계자? 재미있어, 재미있구나! 전신은 예전에 천지와 싸우고 싸우지 않는 것이 없으며 이기지 못할 싸움이 없다고 했다. 나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는지 두고 보자!"

어떤 자들은 경악하고 어떤 자들은 호기심이 동했다.

이런 열띤 장면은 강역, 여고봉, 맹금선 등 각자의 세력에서 제일이라는 호칭을 받은 천재들이나 장고, 음일 등 내력이 놀라운 절세천재들에게도 없었던 일이었다.

비월여제가 제일 소선역에 왔을 때도 이처럼 큰 영향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궁우태황종, 피천고교, 참창종, 묘문, 문고족, 선령족 등 큰 세력의 거물들은 긴급하게 회의를 열었다.

거물들은 십 대 주선의 호칭에 관한 비밀을 알고 전신이 왜 특별한지도 알고 있었다.

전신의 후계자가 세상에 나타나자 그들은 자신의 실력이나 다른 조건들에 근거하여 어떤 대비를 하고 어떻게 진남을 대해야 할지 논의했다.

* * *

그 시각 제일 소선역 허령천계의 시도족.

쿠쿠쿠쿠쿵-!

오랫동안 봉인되었던 선검이 깨어나는 것처럼 강한 기세들이 하늘로 솟구쳐 사방을 흔들었다.

구천지존이 아니라 주경거물의 힘이었다.

"몇만 년이 지났다. 몇만 년 만에 드디어 종문을 배신한 항존 이놈이 행적을 드러냈어!"

"사형, 흥분하지 마십시오! 항존 소주는 이미 죽었습니다. 지금 나타난 건 그의 후계자입니다."

"아직도 그놈을 소주라고 하다니! 반역을 하는 거냐? 항존은 우리 종문 만고제일죄인이다. 그놈이 한 짓은 대역부도하고 부끄럽다. 천 번 만 번 죽여도 시원치 않다!

시도족은 항존을 죽이라는 사명을 짊어지고 있다. 항존은 죽었지만 그의 후계자도 살려줄 수 없다! 내 명령을 전하거라. 당장 종문회의를 소집하겠다."

강한 살기가 사방을 휩쓸었다.

* * *

허령천계 태고금기가 있는 신비한 곳.

"하하하하하!"

귀청을 찢을 듯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많은 백골들이 벌벌 떨었다.

주선제육인이 나타났을 때도 태고금기가 이런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좋다. 주선제구인, 주선제육인, 주천불사산 이제 너까지 나타났구나! 이제 네놈들이 다시 일어서려고 하겠구나! 그 싸움에서 너희들에게 준 교훈을 잊은 거지?"

태고금기는 화가 나서 포효했다.

사방의 규칙들이 세게 흔들렸다.

이런 이상은 한참이나 지속되더니 겨우 잠잠해졌다.

시뻘겋고 세로로 생긴 눈이 어둠 속에서 번쩍 떠졌다.

그는 백골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가서 봉인들을 풀어라!"

"명을 따르겠습니다."

백골들은 얼른 대답했다.

"진남은 아직 패자대성이다. 제일 소선역에 온 것은 구천지존이 될 기연을 찾기 위해서겠지. 지금 화존우경과 좌경에는 이 천지에 속하지 않는 자들이 많이 왔다. 마침 잘 됐다. 이 기회에 다 쓸어버리자. 그럼 시끄러움을 많이 덜 수 있다."

시뻘겋고 세로로 생긴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 * *

화존좌경, 제이십사 천지성구.

진남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사방을 살폈다.

시커먼 하늘에 별빛이 흐르고 땅 위에는 방대한 산이 있었으며 눈꽃이 흩날렸다.

이상한 것은 눈꽃이 전혀 차지 않고 바닥에 떨어지자 모이지도 않고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진남은 자세히 살폈다.

눈꽃들은 각기 어떤 문자인 것 같았는데 너무 흐릿해서 보이지 않았다.

슉-!

그림자가 진남의 앞에 나타났다.

그림자는 다섯 장이 되었는데 온몸이 금으로 만들어지고 두 눈은 얼음 수정이었으며 목에는 낡은 부적들이 있었다.

그리고 아무런 기운의 움직임도 없었다.

"사천아홉 번째 도우, 나는 응접신사이다. 이제 너의 몸에 어떤 힘을 주입하여 육신을 봉쇄하고 영혼과 의지를 따로 분리하여 다른 공간으로 보낼 거다. 어디로 가는지는 운명에 맡기면 된다. 다른 공간에서 죽는다면 완전히 죽는 거다. 받아들일 수 있느냐?"

응접신사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말투에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았다.

"진남, 보천정의 봉쇄를 풀어줘. 나도 가겠다."

명망은 얼른 말했다.

그는 이제 도경원만을 이루고 경지도 사 할이나 회복했다.

그러니 구천지존이 될 기회도 생겼다.

또, 진남을 따라다니는 일은 너무 위험했다.

때문에, 혼자 해보고 나중에 상황을 봐서 다시 결정하려고 했다.

"알겠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보천정을 움직였다.

명망의 꿍꿍이를 진남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러나 오는 내내 명망의 도움을 많이 받은 진남은 그의 선택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응접신사는 방금 한 말을 다시 했다.

명망이 고개를 끄덕이자 응접신사는 빛을 명망의 몸속에 주입했다.

명망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응? 벌써 쫓아왔어?"

진남은 하늘의 파동을 느끼더니 살짝 놀랐다.

그는 바로 입을 열어 응접신사의 말에 답했다.

"그렇게 해주십시오."

응접신사는 진남에게 빛을 주입했다.

"아차! 한발 늦었구나!"

항원승은 진남이 제자리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표정이 어두워진 그는 바로 제이십사 천지성구를 떠났다.

그는 이 성구에 관심이 없었다.

* * *

잠시 후, 진남은 무섭고 낯선 곳에 도착했다.

주변을 살펴보기 전에 엄청난 힘이 그를 제압했다.

그의 육신을 가두고 영혼을 분리하려는 것이었다.

이때, 진남의 식해에 있던 무주궁도에 빛이 돌았다.

쿵-!

두 구천지존 정상급의 힘이 부딪힌 것 같았다.

진남은 주변이 격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이어, 신비한 힘이 사라졌다.

진남은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무주궁도가 이 일에 참견할 줄은 몰랐다.

"진남, 너……"

이때, 비월여제도 이상함을 느끼고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의 목소리를 막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으니 이곳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진남은 정신을 차렸다.

그의 두 눈에 선염이 뛰었다.

"무주궁도가 끼어들고 나와 구리거울의 연계를 막았어.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구나. 그것도 다른 사람은 알면 안 되는 곳으로……"

진남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경악했다.

그는 커다란 산꼭대기의 도장에 있었다.

몇만 장 떨어진 곳에 몇십 장의 얼음 기둥이 아래로는 땅을 제압하고 위로는 하늘까지 닿아 있었다.

얼음 기둥은 어찌나 큰지 마치 성구의 기둥 같기도 했다.

얼음 기둥의 안에는 무인들과 요수들이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있었다.

그들은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명망도 그 속에 있었다.

"성구에 들어오는 무인들의 육신이 저곳에 봉쇄되는구나!"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감탄했다.

얼음 기둥은 엄청났다.

그는 주경이라는 게 어떤 경지이고 어떤 힘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이런 얼음 기둥을 만드는 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주궁도는 나에게 이 얼음 기둥을 보여주려는 건 아닌 것 같아. 다른 게 더 있을 텐데……."

진남은 마음을 차분하게 했다.

"응?"

그는 얼음 기둥 아래에 몇만 장이 되는 신비한 진문이 퍼진 것을 발견했다.

그중 한 진문은 용처럼 먼 곳으로 길게 뻗었다.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선력을 사용하여 진문으로 날아갔다.

반 시진 후, 그의 앞에 돌 궁전이 나타났다.

돌 궁전은 크지 않았다.

넓이가 천 장이고 높이가 백 장이었으며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졌다.

아무런 진문이나 그림이 없고 오래된 것 같은 기운을 풍겼다.

마치 천지의 시작점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진남은 한참 지켜보더니 심호흡을 하고 돌 궁전으로 날아가 문을 열었다.

혼돈의 기운이 그를 감쌌다.

진남은 시공간이 뒤집어지고 태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이때, 무주궁도에 다시 빛이 돌았다.

무주궁도는 강한 흡입력으로 혼돈의 기운을 빨아들였다.

"무주궁도가 이 기운을 가지려고 하다니?"

진남은 중얼거렸다.

무주궁도는 전신이 그에게 준 것이고 수피화권이 가지고 싶어 하는 물건이었다.

그러니 신비하기 그지없을 것이었다.

진남은 무주궁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지금 보니 이 성구에서 무주궁도의 비밀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진남은 움직이지 않고 무주궁도가 기운을 흡수하게 두었다.

한참이 지나도 무주궁도가 기운을 흡수하는 속도는 여전히 늦춰지지 않았다.

이때 목이 쉰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주인님, 저는 도령(圖靈)입니다. 항존 대인은 주인님의 전생 기억 일부분을 그림에 봉인했습니다. 이 기억을 빨리 가지면 주인님에게 백해무익합니다. 그래서 주인님이 지존이 되면 기억을 각성시키라고 당부했습니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무주궁도에 도령이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도령, 내가 전생에 누구였는지 알려줄 수 있느냐?"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그러나 도령은 못 들은 척 계속 말했다.

"주인님, 성구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예전에 엄청난 수단을 사용해서 그 물건을 얻을 뻔했습니다. 이제 시대가 변해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제칠 천지성구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가십시오. 그곳에 주인님의 피 한 방울이 있습니다. 그 피로 제일 천지성구에 들어가야 그 물건을 얻을 기회가 있습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제가 대신 살기를 없애고 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 물건을 손에 넣어야 합니다.

그리고 주인님, 다른 사람을 얼마나 믿든 이 물건은 누구에게도 알려주면 안 됩니다. 그 여인도 안 됩니다. 아니면 큰 재난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도령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마지막에는 무주궁도의 빛이 사라졌다.

더 이상 혼돈의 기운도 흡수하지 않았다.

"도령?"

진남은 신념을 전했지만, 한참이 지나도 반응이 없었다.

무주궁도는 예전에 큰 부상을 당해 도령이 잠들어 있었던 것 같았다.

이번에 그가 깨어난 것은 혼돈의 기운을 흡수한 까닭이었다.

다만, 혼돈의 기운은 도령을 잠깐 깨울 수만 있지 상처를 회복시키고 완전히 깨어나게 할 수 없었다.

진남은 숨을 가볍게 들이쉬었다.

그는 의문이 많았지만, 지금은 해결할 수 없는 게 분명했다.

그가 구천지존이 되고 전생의 기억 일부를 각성해야 알 수 있었다.

"진남,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느냐?"

비월여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금, 무주궁도가……."

진남은 느릿느릿 말했다.

"도령이 나에게 구천지존이 되면 전생의 기억 일부를 환생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제칠 천지성구로 가면 제 피 한 방울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피를 가지고 제일 천지성구로 가라고 했습니다."

도령이 진지하게 당부하고 구리거울에게 재난을 가져온다고 했기에 물건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진남은 하지 않았다.

진남은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여러 일들로 미루어 보아 그의 전생은 분명 무척 강한 존재였을 것이었다.

그런 그가 전생에 엄청난 심혈을 기울여도 얻지 못한 물건이니 얼마나 대단할까?

잔홍검주는 칠십이 천지성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천지성구가 존재하는 이유는 구천지존의 기연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다.

진광지존은 칠십이 천지성구가 처음에는 서른여섯 곳이었는데 큰 싸움을 거쳐 일흔두 개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그것들의 근본에는 엄청난 비밀이 있다고 했다.

도령이 말한 물건이 성구의 비밀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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