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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74화 (1,074/1,498)

1073화 실례하겠습니다

변연지지에서 화존좌경이나 우경으로 가는 건 매우 번거로웠다.

스물아홉 큰 성 중 한 곳으로 온 후 다시 편벽한 성으로 가고 몇 개의 상고 유적을 지나야만 도착했다.

진남은 한 시진 넘게 날았다.

앞에 구불구불 이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산맥이 나타났다.

산맥은 창망의지를 풍겼다.

산마루를 넘어야만 화존좌경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싸우고 있나?"

진남은 파동을 느끼고 걸음을 멈추었다 다시 앞으로 날아갔다.

가까이 다가간 그는 깜짝 놀랐다.

싸움의 규모는 그의 상상을 훨씬 초월했다.

산맥들에서 몇백 개의 선광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허공에 떠 있는 도기들이 신위를 드러냈다.

선술들과 도술들이 부딪히며 생긴 강기가 산맥과 땅을 흔들고 허공에 금이 갔다.

천선 경지뿐만 아니라 패자들도 적지 않았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전신선동을 움직여 바라봤다.

"회선종과 만마문의 제자들인가?"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두 큰 세력이 여기서 싸우다니?'

"응?"

진남은 무언가를 느끼고 고개를 쳐들고 허공을 바라봤다.

그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두 세력의 싸움은 그의 예상을 훨씬 초월했다.

구천지존마저 왔다.

"마도에 빠진 놈들, 감히 우리 종문의 제자들을 죽이다니. 꺼지거라!"

천둥 같은 외침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

주름투성이이고 눈빛이 싸늘하고 구름무늬를 새긴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이 나타나 손바닥을 내리쳤다.

쿠웅-!

몇만 장 되는 허공이 산산조각 났다.

게다가 부서진 조각들은 한데 모여 장검을 이루고 강한 허공검의를 드러내 엄청난 기세로 만마문의 패자들과 제자들을 내리쳤다.

"대우지존, 우리 만마문의 사람들을 함부로 죽이려는 거요?"

조롱 섞인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얼굴에 마문이 가득한 청년과 피범벅이 된 갑주를 걸치고 눈동자가 시뻘건 중년 사내가 동시에 허공을 가르고 날아왔다.

강한 구천지존의 위압이 폭풍처럼 주위를 휩쓸었다.

눈동자가 시뻘건 중년 사내는 손에 쥔 창으로 허공을 벴다.

허공검의가 순식간에 마염에 포위되고 타서 재가 되었다.

"회선검진(回仙劍陣)!

대우지존은 두려워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검영이 천지에 떠 오르고 많은 청색 검광이 천지를 파란색으로 물들였다.

더 강한 대전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진남은 동술을 거두고 방향을 바꿔 떠나가려 했다.

"남몰래 숨어서 습격하려는 거냐?"

그가 움직이자 만마문의 청년지존이 마문이 가득한 눈을 반짝거리며 허공을 넘어 진남을 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화르륵-!

암암리에 방대한 기세가 순식간에 모여 마치 사납게 파도치는 바다처럼 엄청난 속도로 진남에게로 흘러왔다.

만마문의 도술 천마지(天魔指)였다.

"제길!"

진남은 욕설을 퍼부었다.

'이렇게 멀리 있는데 남몰래 숨어서 습격한다고?'

천마지는 위력이 매우 강했다.

경지가 강한 진남도 큰 위험을 느꼈다.

진남은 순식간에 선력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진도도결!"

그는 오른팔을 부숴 단천도로 변화시켜 도영을 드러냈다.

화도선염도 흉악한 화룡으로 변해 앞으로 날아갔다.

"과천일격!"

진남은 제자리에서 사라져 수림으로 날아갔다.

수림에는 구천지존이 세 명 있었다.

진남은 수단이 많았지만, 그들에게 드러낼 생각이 없었다.

크라아아아-!

진남이 걸음을 멈추자 귓가에 포효소리가 들렸다.

형상이 흐릿하고 높이가 백 장 되는 마두가 천 장 밖에 나타났다.

마두는 핏빛이 번뜩이는 칼을 휘저어 그를 내리쳤다.

청년지존이 방금 드러낸 천마지는 두 개의 살기였다.

진남의 눈이 이글거리고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렸다.

방대한 도세를 마주하고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도법의 나무를 움직여 도세를 내리치려 했다.

이때 그의 심장이 시커메지고 크게 떨렸다.

오래된 기운이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뿜어져 나왔다.

쿠웅-!

강한 마도의지가 마두를 충격했다.

그러자 패자대성의 존재를 죽인 칼을 든 마두는 몸이 굳었다.

엄청난 물건을 마주한 것처럼 윙윙 소리를 내더니 펑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응?"

청년지존과 눈이 시뻘건 중년 사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그들은 깜짝 놀랐다.

"이건……."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건 주선제칠인인 무천마군과 연관 있는 신비한 마기잖아? 이것이 아직도 나의 체내에 있었다고?'

"이곳을 떠나자."

진남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계속 생각하지 않고 보답천하를 드러내 빠르게 다른 편의 허공 속으로 들어갔다.

"쫓아라!"

청년지존과 눈이 시뻘건 중년 사내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온 기세는 연거푸 강해져 커다란 허공을 물들여 마역으로 만들었다.

"도망가려고? 너희들은 여기서 죽어야 한다!"

대우지존은 콧방귀를 뀌었다.

말을 마치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산맥에서 몇만 개의 선광이 뿜어져 나와 빠르게 커다란 그물로 변해 청년지존과 눈이 시뻘건 중년 사내를 덮었다.

"대천지묘(大千之妙), 삼존판선(三尊判仙)!"

세 명의 구천지존에게서 뿜어져 나온 눈부신 빛이 그물에 떨어지고 백여 개의 이상이 나타났다.

"네 명의 지존이다!"

"회선종에는 구천지존이 다섯 명밖에 없다. 지금 네 명이나 오다니!"

만마문의 패자, 천선 경지의 무인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많은 이들의 두려움이 드러났다.

반면 청년지존과 눈이 시뻘건 중년 사내는 전혀 걱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뻐했다.

이번에 그들이 산마루에서 회선종과 대전이 일어난 건 오랫동안 쌓인 원한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일부러 대전을 일으킨 것이었다.

이천여 년이나 사라졌던 무천마군 대인이 만마문에 예언 속의 사람이 이곳을 지날 거라고 신념을 전해왔기 때문이었다.

허약한 서생에게서 폭발한 마의는 매우 짧고 순식간에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은 그자가 예언 속의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아차! 그자가 떠나갔소. 어디 가서 찾아야 하오?"

눈이 시뻘건 중년 사내는 정신을 차리고 안색이 변했다.

"급할 것 없소. 무천 대인이 우리에게 이 일을 말해줬으니 때가 되면 그자가 누구이고 어디 있는지 말해줄 거요! 자네는 어서 빨리 이 소식을 문주에게 전하시오!"

청년지존의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항우지존 등을 바라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회선종의 이들과 함께 제대로 놉시다!"

그는 손에 법인을 만들어 아래로 눌렀다.

아래쪽의 산맥들은 순식간에 시커메지거나 시뻘게져 엄청난 마기를 드러냈다.

진남은 반 시진을 난 후 뒤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한숨을 쉬고 신념으로 심장을 훑어봤다.

하지만 아무리 훑어봐도 마기를 찾을 수 없었다.

방금 일어난 모든 일들이 그의 착각인 것 같았다.

"됐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구천지존으로 진급한 후 무천마군을 찾아가 제대로 물어도 늦지 않았다.

* * *

두 시진 후, 진남은 화존좌경에 들어갔다.

화존좌경과 변연지지는 명확한 구분이 없었다.

하지만 진남은 허공마다 가득 찬 오래된 선의가 세 배나 짙어진 걸 느꼈다.

진남은 지도와 대조해보고 동쪽으로 날아갔다.

가는 길에 그는 많은 걸 봤다.

구름 위로 우뚝 솟은 위엄 있는 큰 산에서 몇몇 고족 무인들이 날아 나왔다.

커다란 고성에 여러 고족들이 나타났다.

매우 익숙한 선령족, 문고족과 대재족 사람들도 있었다.

성안의 나이가 아홉 살도 안 되는 아이들이 이미 인신 경지에 도달했다.

다른 성인들은 경지가 보통 인선 경지 이상이었다.

제일 소선역의 다른 오묘한 점이었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무인들은 태어나면 무존 경지였다.

게다가 수련하는 속도가 다른 선역의 사람들을 훨씬 초월했다.

하지만 이들은 제일 소선역을 떠나면 무형의 제압을 받아 경지를 절반밖에 발휘하지 못했다.

"여기다."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앞에 호수가 나타났다.

호수에는 물이 없고 적금색과 옅은 파란색의 두 가지 화염이 꿈틀거렸다.

화염은 가끔씩 용의 형상과 봉황의 형상을 이루었다.

이곳은 봉황화호였다.

궁우태황종의 패자들은 한바탕 싸움을 통해 얻은 것이었다.

봉황화호는 위력이 대단하고 패자 경지 정상의 존재도 강제로 쳐들어갈 수 없었다.

게다가 상고의 흉진 등이 새겨져 있어 정상등급의 구천지존만 오지 않으면 그들은 호수 밑에 있으면 안전했다.

"선배님, 후배 진남이 뵈러 왔습니다. 들어가는 방법을 말해주십시오."

진남은 공수했다.

하지만 몇십 개 셀 시간이 지나도 바다 밑에서는 아무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진남은 다시 영패를 들어 신념을 전하고 조용히 기다렸다.

백 개 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진남은 눈썹을 찌푸렸다가 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두 눈에 두 개의 흰색 불꽃을 일으키고 호수로 걸어 들어갔다.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용봉화염은 개미가 거인을 만난 것처럼 스스로 흩어졌다.

진남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바다 밑에 도착하자 그의 앞에 높이가 십 장 되는 청동문이 나타났다.

문 위에는 진문이 가득했다.

진문은 바다 밑 기운과 하나로 융합되어 구분이 가지 않았다.

문 뒤에 있던 형상은 진남이 걸음을 멈춘 걸 보고 싸늘하게 말했다.

"용봉화염이 저자를 막지 못했소. 청동문은 막을 수 있을 거요. 저자는 주선의 후계자이고 종문의 제일 절세천재요. 하지만 오늘은 제대로 혼내줘야겠소. 저자가 편안하게 이곳을 차지하게 할 수 없소!"

형상의 옆에 있던 등에 여덟 자루의 고검을 진 중년 사내는 고개를 젓고 말했다.

"자네도 참, 이럴 필요 있나? 진남 사제의 경지로 이곳을 차지하는 건 당연한 거요."

형상은 긴말하지 않았다.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진남은 청동문 앞에 서서 아래위로 훑어보고 아무 말 없이 오른팔을 부숴 단천도로 변화시켰다.

그는 선력을 움직여 강한 기세를 드러냈다.

"강제로 쳐들어오려는 건가? 우습군!"

형상은 하찮게 여겼다.

진남을 업신여겨서가 아니라 패자들이 몇 명 온다 해도 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강제로 쳐들어오는 건 더욱더 불가능했다.

"만세주림!"

"전신의 혼!"

진남의 등 뒤에 두 개의 위엄 있는 형상이 떠올랐다.

오래된 위압이 폭풍처럼 바다 밑을 휩쓸었다.

청동문은 커다란 압력을 느꼈다.

조용하던 진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궁우진도도결!"

진남은 두 개의 문도법을 동시에 움직였다.

화도선염이 단천도를 비추자 순식간에 몇천 개의 도영이 드러났다.

다음 순간 도영들은 바로 한데 모였다.

그는 청동문의 왼쪽 아래 모퉁이를 내리치려 했다.

"이건……?"

형상과 여덟 자루의 고검을 등에 진 중년 사내는 어리둥절했다.

"저자가 앞에 있는 세 개의 대진의 약점을 장악했소. 칼로 내리치면 대진을 부수고 모든 살기를 움직일 것이오!"

여덟 자루의 고검을 등에 진 중년 사내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법인을 만들었다.

"열려라!"

청동문은 묵직한 소리를 내며 아래로 가라앉고 기다란 계단이 나타났다.

진남은 미리 예상했던 것처럼 조금도 놀라지 않고 기운을 거두고는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궁전 안에 도착했다.

"저는 진남입니다. 선배님들을 뵙습니다."

진남은 앞에 있는 두 사람에게 공수했다.

그는 방금 훑어봤다.

이들은 패자 경지 정상의 존재들이었다.

구천지존과 조금밖에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을 선배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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