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7화 묘과건수가 나타나다
"이것은 설마 오륜자월이 대응한 여섯 번째 절세보물지인가?"
진남은 의문이 들었다.
"너 견식이 넓구나."
신비한 여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성산은 삼천 년 후에야 나타나야 맞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앞당겼다.
천지가 만든 큰 금제가 성산을 덮었다. 반드시 열흘이 지나야만 원혈지계의 무인들이 그것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십일 후에 오월이 어두워져야만 성산을 덮고 있던 큰 금제가 흩어지고 다른 무인들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만약 강제로 쳐들어가면 패자라고 죽는다."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렇다면 그는 더 쉽게 자신의 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었다.
신비한 여인은 손을 뒤집어 현묘한 법인을 만들고 손가락을 튕겨 진남의 왼손 손바닥에 빛을 주입했다.
진남의 손바닥에 큰 산의 각인이 나타났다.
"각인이 있으면 너는 앞당겨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일이 끝나면 너를 찾으러 오겠어."
말을 마친 신비한 여인은 형상이 다시 흩어졌다.
진남은 무지갯빛으로 변해 성산 정상으로 날아갔다.
"이곳은 수련하기 좋구나."
진남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그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다른 기운과 위험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묘과건수를 꺼내 심었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 이레가 지났다.
묘과건수의 세 번째, 네 번째 꽃망울이 연달아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다.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꽃망울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 곧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것 같았다.
신비한 여인은 성산에 와 열매를 두 알 챙기고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진남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여인의 도호조차 묻지 않았다.
그들은 우연히 만났고 각자 자신이 필요한 것만 얻으면 그만이었다.
"여인의 말에 따르면 사흘 후면 무인들이 이곳을 발견할 것이다. 묘과건수를 산꼭대기에 심었으니 그들은 틀림없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소문도 날 것이다."
진남은 긴장이 많이 풀렸다.
이제 그는 특별히 다른 걸 할 필요가 없었다.
"무주궁도나 한번 보자."
진남은 신념으로 훑어봤다.
무주궁도는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수많은 문자가 무주궁도에 떠 올라 경서의 형상으로 변했다.
완전한 한 권의 삼청일기현결이었다.
삼청고교의 문도법이었다.
진남은 일심이용하여 문도법을 느끼며 한편으로는 선의를 빨아들였다.
앞에 큰 장면이 만들어지지 않아 그는 패자로 진급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부딪혀보고 패자의 느낌을 느껴보는 것도 그에게는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천선 경지 정상에 도달하자 진남은 오성이 많이 강해졌다.
이틀 후에 삼청일기현결의 완정한 문도법을 익히고 많은 이득을 얻었다.
"선도의 나무를 보완하자!"
진남은 눈을 뜨고 삼청일기도의를 움직여 체내의 나무에 빨아들였다.
순간, 도의들이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삼색, 칠색, 구색의 도광이 그의 몸에서 반짝거렸다.
방원 몇백 장을 다른 색깔로 물들였다.
그사이에 계속 조용하게 천지의 선의를 계속 빨아들이고 있던 묘과건수가 살짝 떨렸다.
진남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수많은 나뭇가지와 잎이 스륵 스륵 흔들렸다.
구천선역에 명성이 자자한 절세삼도 중 한 개인 묘과건수는 대도에 매우 민감했다.
진남에게서 뿜어져 나온 구색도광이 대번에 나무를 자극했다.
진남의 식해 깊은 곳에 있던 무주궁도는 흥미가 생겨 무형의 힘을 풍겼다.
힘은 바람 같았다.
성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광이 좀 밝아졌다.
진남이 몇 번이나 건드렸음에도 여전히 조용하던 묘과건수의 여덟 번째, 아홉 번째, 열 번째 꽃망울이 살짝 움직였다.
희미하고 신비한 힘이 안에서 천천히 나타났다.
쿠웅-!
문득 진남에게서 매우 강한 기세가 폭발했다.
그의 체내의 나뭇가지가 몇 가닥밖에 없고 밋밋하던 도법의 나무는 순식간에 생명지수에 적신 것처럼 생기가 돌았다.
몇십 개의 나뭇가지들이 연달아 나타나고 나뭇가지마다 새싹이 돋았다.
"일부를 보완했는데 실력이 적지 않게 높아졌다. 이제 나머지 문도법을 전부 보완하면……."
진남은 눈에 화염이 이글거리고 기뻤다.
"응? 이건……. 명망, 이것 좀 보십시오!"?
보천정 안의 명망은 이마가 시커메져 소리쳤다.
"자식, 너 뭐 하려는 거냐? 다행히 아직 천지묘과를 복용하지 않았다. 아니면 하마터면 중요한 순간에 너 때문에……."
명망은 묘과건수에 일어난 변화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열, 열 송이가 함께 폈어? 너 무슨 짓을 한 거냐? 어떻게 열 송이가 함께 폈지?"
구천선역의 오랜 역사에서 묘과건수에 열 송이 꽃이 한꺼번에 핀 건 한 번밖에 없었다.
진남은 흥분하여 말했다.
"저도 모릅니다. 저는……."
그는 마음이 흔들렸다.
'설마 나의 도법의 나무와 연관 있나?'
"됐다. 신경 쓰지 말자! 소문에 절세삼도가 원만의 경지에 도달할 때, 다시 말해 묘과건수에 열 송이 꽃이 한꺼번에 필 때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라고 했다."
명망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진짜든 가짜든 아직 열매가 일곱 개 남았다. 나중에 대계를 드러낼 때 먼저 두세 개를 뜯거라. 나에게도 한 개 주거라."
진남은 대꾸하기 싫어 명망을 흘겨보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련을 계속했다.
그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이 일이 드러난 후에도 절세의 천재들이 가만히 있을까?'
* * *
어느새 열 번째 날이 되었다.
원혈지계의 깊은 곳에 온 무인들은 하늘 위의 오륜자월에서 뿜어져 나오던 달빛이 어느새 동쪽에 한데 모인 걸 발견했다.
세 개의 강한 선광도 솟아올랐다.
많은 무인들이 흥분해 쫓아갔다.
약 세 시진이 지난 후 여섯 개의 형상이 놀라운 속도로 넓은 초원 위를 지났다.
그들은 모두 천선 경지 정상이었다.
또 한 번의 이변이 그들을 끌었다.
그들의 목표는 성산이었다.
"보십시오! 성산 꼭대기에 선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동술을 수련한 무인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 서둘러 말했다.
"내가 보마!"
옆에 있던 흑발노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노인은 눈이 시뻘게지고 일곱 개의 작은 흑점을 만들더니 강한 동력을 드러냈다.
"절…… 절세삼도……? 묘, 묘과건수?"
노인은 많은 풍상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놀라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뭐요?"
다른 다섯 무인들도 노인의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들에게 절세삼도는 전설처럼 희미하고 바라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설마 자신들 앞에 나타날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몇십 개 셀 시간이 지난 후 흑발노인은 정신을 차렸다.
그는 무척 흥분하여 얼굴이 상기되어 말했다.
"어서! 어서 가자!"
여섯 명은 금술을 드러내 전력으로 날아갔다.
잠시 후 그들은 산기슭에 도착했다.
성산을 덮은 희미한 빛을 보자 안색이 잿빛이 되고 욕설을 퍼부었다.
무상지보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그들은 가질 수 없었다.
이보다 더 기분 나쁜 일이 있을 수 없었다.
"재길……. 흑노도, 이제 어떻게 합니까?"
건장한 중년 사내가 투덜거렸다.
"뭘 어떻게 하겠느냐? 우리는 지금 들어갈 수 없다. 잠시 후에 다른 무인들이 올 것이다. 숨길 수도 없다."
흑노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하던 그는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서둘러 말했다.
"이곳의 정보를 팔아도 소득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 말에 나머지 다섯 명은 잿빛이 된 안색이 좀 부드러워졌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는 만큼 얻을 수밖에 없었다.
흑노도의 말대로 점점 많은 무인들이 왔다.
오십여 명이나 되었다.
그들도 흑노도 일행들처럼 기뻐하다 욕설을 퍼붓더니 마지막에는 정보를 팔기로 결정했다.
그들의 행동은 진남이 바라던 바였다.
약 반 시진이 지난 후, 놀라운 소식이 우레처럼 무상도통, 여러 고족, 오래된 세력에 전해졌다.
"원혈지계에 묘과건수가 나타났대!"
"천지묘과가 이미 세 알 달렸대. 네 개의 꽃망울은 천천히 피고 있대!"
"그럼 천지묘과가 일곱 알이나 된다는 거잖아."
"일곱 알이면 나는 도경원만의 경지로 진급하기 충분하다."
"일곱 알이 아니라 나는 두 알이면 된다!"
커다란 폭풍이 만들어졌다.
많은 구천지존, 패자, 절세의 천재, 천재들은 모두 놀랐다.
* * *
그 시각, 신비한 회백색 제단 안.
야위고 커다란 손이 제단에서 뻗어 나와 아래쪽을 힘껏 누르더니 한 형상이 뛰어나왔다.
사방에 귀청을 찢을 듯한 포효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지묘과가 일곱 알이 나타났다. 참지 못하겠다. 이제 그 여자아이의 피를 마실 때가 되었구나. 강제로 경지를 천선 정상으로 진급시키자."
창백한 얼굴에 기이한 미소가 번졌다.
* * *
제이 소선역, 선령족의 금지 안.
물결이 반짝이는 호수 안에서 예쁜 여인이 천천히 떠 올랐다.
여인은 호숫가로 걸어가 파란색 치마를 입었다.
눈에 의문이 스쳤다.
"왜 난데없이 천지묘과가 나타났지?"
여인은 한마디 중얼거렸다.
스승이 전해온 신념을 훑어보고는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어찌 됐건 여인은 반드시 가야 했다.
* * *
제십일 소선역, 아득한 큰 산 아래.
찰칵, 찰칵, 찰칵.
무상의 힘을 가진 쇠사슬들이 무형의 힘의 부름을 받고 사라졌다.
피투성이가 된 형상은 자유를 되찾았다.
"흥, 자식. 운이 좋구나. 이번에 일곱 알의 천지묘과가 나타난 건 좋은 기회다. 썩 꺼지거라."
퉁명스러운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승님 진짜 저를 풀어주시는 겁니까? 체내의 그 물건을 아직 제대로 누르지 못했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형상은 코를 만지며 말했다.
"나중에 피바다가 될 수 있습니다."
늙은 목소리는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이놈 거들먹거리지 말거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걸 곧 알게 될 거다. 일부러 누르지 말고 마음껏 드러내거라. 절대 죽지 말거라. 시체를 거두러 가고 싶지 않다."
피투성이가 된 형상은 어안이 벙벙했다.
천둥처럼 큰소리로 웃더니 말했다.
"동급에서 저를 죽일 자가 있으면 저는 그자에게 고마워할 것입니다!"
* * *
그 시각, 열네 개 무상도통 중 주도문.
허공에 떠 있는 낡은 선검들에서 눈부신 검광이 뿜어져 나왔다.
한 형상이 검광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형상은 선력도 움직이지 않고 선술이나 도술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전혀 영향받지 않았다.
"회생, 너희 사형들은 원혈지계로 갔다. 너는 진짜 가지 않을 거냐?"
화를 내지 않았지만, 위엄 있는 노인이 허공에 나타나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
"진남이 그곳에 있습니까?"
오회생은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
"그건 모르겠다. 육합금구에 대이변이 일어난 후 그는 종적을 감추었다. 궁우태황종에도 돌아가지 않았다."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자의 성격으로 이런 모임을 놓치려 하겠느냐?"
오회생은 눈빛이 어두워졌다.
"좋습니다. 가겠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커다란 위세를 드러내 낡은 선검들을 부쉈다.
* * *
열네 개 무상도통 중 가장 소극적인 승천응화교.
"이놈, 서라. 내 옷을 돌려줘!"
"조금 남은 단약마저 훔치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스승님, 이 방탕한 자식을 봐주시면 안 됩니다."
욕하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청년들과 여인들은 화가 나 씩씩거렸다.
그들 앞에는 대머리 뚱보가 있었다.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귀찮아하며 말했다.
"증거가 있어? 증거가 없으면 헛소리하지 마! 한두 번도 아닌데 너희들은 계속 속는구나. 너무 미련한 거 아니냐?"
그 말에 청년들과 여인들은 더욱더 화가 났다.
허공 속에 있던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중년 사내는 어이없다는 듯 머리를 치며 말했다.
"이놈, 점점 더 건방지게 구는구나. 어서 정리하고 원혈지계로 가거라."
대머리 뚱보는 기뻤다.
드디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며칠 동안 줄곧 사저들과 사매들을 괴롭히고 사형제들과 장로들을 속인 보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