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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29화 (1,029/1,498)

1028화 마음은 고맙소

진남은 두 번째 장소에 약간 흥미가 생겼다.

소선역들 중 기연을 만들어내는 곳들이 있었다.

수많은 시간이 지나 그곳은 패자가 될 수 있는 곳으로 변했다.

패자와 구천지존들은 그곳에 들어갈 수 없고 천선 경지 아래도 들어갈 수 없었다.

또, 그곳은 항상 열려있어서 아무 때나 갈 수 있었다.

이런 곳이 도합 스물다섯 개였는데 그중 세 곳에 진남은 흥미가 생겼다.

제삼 소선역의 원혈지계(原血之界), 제육 소선역의 정명천궁(正名天宮), 그리고 제십구 소선역의 비신도(飛神道)였다.

세 곳은 이천 년 전에 생겨난 것이라 시간이 짧았지만, 규모가 컸다.

옥간의 소개에 따르면 여러 세력의 천재들이 그곳에 간다고 했다.

"원혈지계가 너에게 적당하다."

명망은 무심한 듯 툭 던졌다.

"왜요?"

진남은 물었다.

"이유야 간단하지. 그곳은 천재들이 많이 간다. 너는 지금 다른 세력의 절세천재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과 싸워봐야 하지 않느냐?"

명망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비록 진남과 지낸 시간은 많지 않지만 진남의 성격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맞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원혈지계로 가면 좋은 점이 하나 있었다.

제사 소선역과 매우 가깝기 때문이었다.

"계속 수련하자."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고 눈을 감았다.

* * *

시간은 어느덧 이 개월이 지났다.

구천선역은 북적거렸다.

참창종은 가만히 있지 못했다.

원고의 인물들이 연거푸 나타나 다른 세력에 큰 위압을 주었다.

비월여제는 정상급의 구천지존 세 명을 더 죽여 많은 무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주며 제일지존이 되었다.

진남은 무범지지의 짙고 순수한 선력의 도움을 받아 경지가 쭉쭉 늘었다.

그는 이제 천선 정상의 경지가 되어 곧 패자가 될 수 있었다.

"진남, 진짜 갈 거야? 그럼 나는 혼자가 되잖아?"

능람람은 우울해서 말했다.

"괜찮다. 이곳에 무인들이 많으니 네 마음에 드는 자로 골라서 친구가 되면 되잖느냐?"

진남은 살짝 웃으며 사라졌다.

이제는 떠나야 할 때였다.

제사 소선역에서 제삼 소선역으로 가는 길은 무척 쉬웠다.

진남은 기운을 숨기고 가면을 쓴 뒤 만중선루의 세력 안으로 들어가 배를 탔다.

이번에는 소식을 미리 알아보는 혈안이 없어 진남은 시간을 조금 허비했다.

만상선령에 들어간 진남은 다른 무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제삼 소선역의 상황을 알아보았다.

구천선역에센 제일 소선역이 가장 신비했다.

제이 소선역과 제삼 소선역은 조금 특별했다.

이곳에 있는 크고 작은 세력들은 모두 상고만족이었다.

무상도통이나 다른 강자들이 만든 곳이 없었다.

제삼 소선역은 제이 소선역보다 조금 못했다.

제삼 소선역에 자리 잡은 상고만족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남이 만난 문고족, 액고족이 모두 제삼 소선역에 있었다.

때문에, 이곳은 진남에게 불리했다.

두 종문에서 진남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강자들을 보내 죽이려 할 수도 있었다.

이틀 후, 진남은 제삼 소선역에 도착했다.

남경에는 쇠퇴해졌거나 기초가 약한 작은 종족들이 많았다.

북경에는 대종문과 상고백족이 많았다.

원혈지계는 북경에 있었다.

진남은 많은 선석과 술법 하나까지 내놓아서야 심독족(心毒族)의 인선 경지 무인 임산(林山)이라는 자를 길잡이로 데리고 다닐 수 있었다.

"진 선배님, 원혈지계는 다른 패자가 되는 곳과 다릅니다. 입구에 성공족(星空族), 대효족(大梟族), 언도족(言道族), 대재족(大災族), 문고족이 오족법성을 만들었습니다. 원혈지계에 들어가려면 먼저 오족법성에 가서 경지를 증명하고 선석을 지불해야 원혈영패를 가질 수 있습니다."

임산은 입을 열었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이 다섯 종족은 왜 다섯 개 성지를 만들었느냐? 설마 고작 선석 때문은 아니겠지?"

임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석 때문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지선 경지와 인선들이 이곳에 자꾸 들어오려고 했습니다. 원혈지계가 난장판이 되지 않게 하려고 이런 성지들을 만들었습니다. 다만, 그 후에는 다섯 종족들이 좋은 점을 발견했습니다.

해마다 많은 천재들이 패자가 되려고 오지만 원혈지계는 복지가 아니기에 위험합니다. 절세천재들이 죽을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다섯 종족들은 이 기회에 충분한 조건만 만족시켜준다면 절세천재들의 안위를 지켜주거나 위험에서 구해주기도 합니다."

그제야 진남은 알아차렸다.

절세천재들은 어떤 세력에서나 중요한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큰 대가를 치러서라도 절세천재들을 지키려고 했다.

그것 때문에 다섯 종족은 많은 이득을 챙겼다.

"재미있구나. 요즘 원혈지계에 얼마나 많은 천재들이 갔느냐?"

진남은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극생문의 절세천재가 오족법성에 오자마자 많은 천선 경지 무인들을 죽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너무 포악합니다."

임산은 고개를 저었다.

둘은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재촉했다.

제사 소선역만큼 편리하진 않지만, 성들 사이에 있는 전송진법을 통해 반나절 만에 그들은 오족법성에 도착했다.

성은 매우 컸다.

십만 장 정도 되는 크기였는데 성안에서 고개를 들면 붉은색 하늘이 보였다.

이곳에는 많은 무인들이 모여있었다.

인산인해였다.

대부분 무인들은 천선 경지였고 일부가 지선 경지나 인선 경지였다.

"자자자, 시작합시다. 극생문의 절세천재 궁무화(宮無?) 원혈지계에 온 지 사흘이 되었소. 그자가 패자가 될 수 있는지 내기를 합시다."

몇 걸음 옮기자 진남은 익숙한 소리를 들었다.

그의 머릿속에 맹구궁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도 판을 보자꾸나."

진남은 한 제자에게 말했다.

"네, 선배님. 제가 몇 가지 추천해드리겠습니다. 이 둘은……."

구궁금선종의 제자가 옥간을 건네며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진남은 신념을 옥간에 주입했다.

크고 작은 내기들이 도합 서른일곱 개 있었다.

그중 스무 개는 무인들이 패자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내기였다.

구궁금선종의 눈에 들고 내기 판에 나타난 스무 명의 무인들은 대단했다.

현재 천재이거나 과거에 천재였던 자들로 모두 이름이 있고 눈에 띄는 전적들이 있었다.

"극생문의 궁무화, 삼청고교의 운중월(雲中月), 문고족의 고풍(古風)?"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세 명의 절세천재가 동시에 금지유적에 나타났다는 것도 대단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 더 많은 절세천재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여러 무상도통의 절세천재들이 오면 더 좋았다.

진남이 그들과 싸워 이기고 무주궁도는 그들을 안에 가두어 완전한 문도법을 얻고 싶었다.

"이곳에 온 절세천재가 적기는 하지만 더 많이 유인할 수 있지 않느냐?"

이때, 명망이 말했다.

"네? 유인하라고요?"

진남은 눈앞이 환해졌다.

"잘 모르겠습니다. 길을 제시해주십시오."

명망은 어깨를 으쓱했다.

진남은 고민에 빠졌다.

'어떤 방법으로 여러 세력의 절세천재들을 유인할 수 있을까? 내가 이곳에 왔다는 소식을 폭로할까? 하지만 그러면 절세천재들이 아니라 나를 죽이고 싶어 하는 대세력의 강자들이 올 텐데…….'

"진 선배님, 우리 지금 영패를 가지러 갈 겁니까?"

임산은 진남이 한참 동안 말이 없으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 우선 영패부터 가지자."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임산을 따라갔다.

잠시 후, 그들은 다섯 종족이 함께 만든 궁전에 도착했다.

궁전 안에 들어서자 술렁거렸다.

"저 녀석 죽고 싶은 게지?"

"감히 성공족의 셋째 도련님에게 대들다니?"

"허허, 저자도 내력이 만만치 않소. 이제 재미있는 구경을 하겠구먼."

진남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전에는 스물다섯 명의 무인들이 있었는데 열여덟 명이 천선 경지였다.

그들은 모두 영패를 받으려고 온 자들이었다.

보라색 짧은 머리에 바람막이를 걸치고 얼굴에 세 개의 뱀 모양 무늬가 있는 청년이 화가 잔뜩 나서 씩씩거렸다.

청년의 맞은편에는 두 눈에 옅은 빛이 반짝이고 조롱하는 듯 장난스런 미소를 지은 소년이 있었다.

소년의 뒤에는 흰 두루마기를 입은 자 천선 정상의 경지 무인이 둘 있었다.

진남은 그 모습을 보자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도 이런 일이 자주 있었기 때문이었다.

"열 개를 셀 동안 잘 고민하거라. 시간이 다 되어서도 물건을 내놓지 않으면 나도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

소년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전에도 말하지 않았느냐? 네가 말을 듣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내가 직접 온 거다. 이제 만족하느냐?"

청년은 두 눈에 불꽃이 이글거리고 이마에 핏줄이 터질 듯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화를 참으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이 한 짓이 소문나 천하의 무인들에게 웃음거리가 될까 두렵지도 않느냐?"

소년은 그 말을 듣곤 웃었다.

"웃음거리가 되는 게 무슨 상관이냐? 내 앞에서 비웃는다면 다리를 부러뜨리겠다. 그럼 누가 감히 비웃을 수 있을까?"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의 얼굴에 다른 표정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튼소리 그만하거라. 자, 이제 시작하겠다. 하나, 둘……."

다섯까지 세었을 때 청년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영패를 꺼내며 말했다.

"나는 궁우태황종의 내문제자 구양안(歐陽安)이다. 네가 꼭 이것을 가지려고 하면 나는 종문에 보고할 수밖에 없다. 나중에 우리 종문과 성공족의 사이가 틀어진다면 너에게도 큰 시끄러움이 될 거다."

청년은 어쩔 수 없이 신분을 드러냈다.

소년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하찮다는 듯이 말했다.

"고작 내문제자가 감히 영패를 드러내다니? 보아하니 영패를 쉽게 내주려는 것 같지 않구나. 그럼……."

그의 뒤에 있던 흰 두루마기를 입은 자들이 그의 말을 알아차리고 엄청난 기세를 드러냈다.

구양안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는 고작 천선 경지 칠 단계라 흰 두루마기를 입은 자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또, 오족법성에서 성공족과 싸우면 결과도 엄청 비참할 것 같았다.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냐? 빼앗기라도 할 거냐?"

이때, 진남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구양안의 앞으로 날아가 천선 경지 정상의 기운을 드러냈다.

"진 선배님, 어찌……."

임산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진남이 끼어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주변의 무인들과 구양안도 생각지 못했다.

셋째 도련님이라 불리는 자는 살짝 놀랐다.

그러나 곧 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전에는 안 믿었다. 이 세상에 정말로 불의를 못 보고 끼어드는 멍청한 놈이 있다는 걸 말이다!"

구양안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진남에게 전음했다.

"도우, 마음은 고맙소. 나는 이 물건을 저자에게 줘야 할 것 같소."

진남은 돌아보지도 않고 전음했다.

"본인 물건을 다른 사람이 그냥 가져가게 하는 법이 어디 있소? 그리고 동족의 사람이 괴롭힘을 당하는데 구경하고 있을 수 없소."

"동족의 사람이라고?"

구양안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가면을 쓴 신비한 무인이 궁우태황종의 제자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때, 어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스럽지?"

수피로 만든 붉은색 옷을 입고 목에 용모양의 목걸이를 했으며 밖에 드러난 두 팔에 옅은 청색 무늬가 가득한 청년이 대전으로 들어왔다.

그의 주변에 천선 경지 정상급의 강자들이 그를 보호했다.

그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귀티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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