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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14화 (1,014/1,498)

1013화 두려움을 느끼다

"꼬마 부군, 며칠 못 봤더니 천선이 되었구나. 자, 상품이다."

입도지존은 진남이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자 교활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촉촉한 입술을 쭉 내밀더니 진남의 오른 볼에 쪽-하고 입맞춤을 했다.

진남은 그대로 굳었다.

지난번에 입도지존과 친밀한 접촉이 있던 후 진남은 입도지존의 대범함을 알게 되었다.

무예밖에 모르던 진남에게 큰 충격이었다.

"이놈은 여인 운도 이렇게나 좋구나."

명망은 중얼거렸다.

대요인 그는 여인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천하에 어떤 사내가 아름다운 구천지존의 사랑을 받고 싶지 않겠는가?

게다가 입도지존은 평범한 구천지존이 아니었다.

"몽, 몽요, 이러면, 이러면 안 되잖아?"

진남은 한참 끙끙거리다가 한마디 했다.

"뭐가 안 돼? 오, 나한테 미안해서 그런다면 입맞춤을 해줘. 나는 괜찮아."

입도지존은 눈을 깜박거렸다.

붉은 입술에 빛이 돌아 유난히 매력적이고 시선을 끌었다.

진남은 멍하니 쳐다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입도지존은 그의 모습이 재미있어서 풉-하고 웃었다.

"됐다. 그만 놀릴게.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는 다 모았느냐?"

진남은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입도지존이 했던 말이 계속 맴돌았다.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는 이미 다 찾았다. 다만 아직 다섯 구의 구천지존 시체가 더 필요하다."

입도지존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네가 모험을 하면서도 이곳에 온 이유가 구천지존들이 죽기를 기다리려는 거지?"

진남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입도지존의 눈에 빛이 스쳤다.

그녀는 보기 좋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이곳은 매우 위험하다. 네가 많은 적을 만들었으니 조금만 방심해도 죽을 수 있다. 그러니 나와 함께 가자."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입도지존은 생각이 확실했다.

진남도 거부감이 없었기에 바로 대답했다.

구천지존이 아무런 요구도 없이 그와 함께한다는 것은 큰 은혜였다.

"진남, 뭐 하느냐? 얼른 이 보라색 기둥을 연화하거라."

명망은 얼른 말했다.

"꼬마 부군을 이상한 길로 인도하지 말거라. 육합금구의 귀한 보물은 정복하기 쉬워 보이지만 많은 것과 엮여있어 연화하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니 특별히 필요하지 않으면 연화할 필요 없다."

입도지존은 콧방귀를 뀌었다.

진남이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세상에 어디 이유 없이 좋은 일이 있겠는가?

보천정을 얻은 후에도 대가를 지불했다.

"그럼 우리 이제 천문 쪽으로 가자. 입, 아니 몽요 고맙다."

"너는 가식적이구나.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다야? 입맞춤 정도는 해줘야 하잖아?"

"그게……."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동안 진남은 자꾸 입꼬리가 비틀렸다.

명망도 기가 막혔다.

못 본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입도지존은 대체 무슨 일을 겪었을까?

입만 열면 간지러운 말을 하고 자꾸 진남의 마음을 흔들었다.

명망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진남을 좋아해도 구천지존이잖아! 구천지존의 위엄은 어디에 내팽개쳤어?'

"참, 꼬마 부군. 오는 길에 피천고교의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느냐?"

입도지존은 갑자기 물었다.

"만났다. 그중에는 내 형제도 있었는데 그들에게 몸을 탈사 당한 것 같다."

진남은 두 눈이 날카로워졌다.

"탈사 당했다고?"

입도지존은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일찍 깊은 곳에 와 있었기에 발견한 것들이 좀 있다. 피천고교에서 큰일을 준비하는 것 같더구나."

이때, 동쪽 천문에서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떤 족쇄가 풀어지는 소리 같았다.

입도지존은 아쉬워서 말했다.

"꼬마 부군, 너와 천천히 함께 걸어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구나."

그녀는 가냘픈 손으로 진남의 손을 꽉 잡았다.

진남은 손바닥에서 차가움을 느꼈다.

보드라운 느낌에 그는 저도 몰래 입도지존의 손을 꽉 잡았다.

이어, 입도지존은 강한 힘을 드러내 무형의 힘으로 변했다.

무형의 힘은 둘을 감싸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구천지존이 직접 나서 준 덕분에 진남은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진남과 입도지존은 허공에서 멈추었다.

부드러운 손이 진남에게서 떨어지자 진남은 살짝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꼬마 부군, 무슨 생각하느냐? 다 왔어."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어색하게 웃었다.

입도지존은 매력이 대단했다.

얼마 되지 않는 동안 여러 번이나 진남의 정신이 혼미하게 만들었다.

진남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꼬마 부군이라는 호칭에도 적응되었다.

진남은 잡생각을 누르고 고개를 들었다.

천문은 웅장하고 방대하고 거대하다는 것을 육합금구에 온 모든 무인들이 느꼈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자 진남은 저도 몰래 흥분했다.

대문에 비하면 그들은 보잘것없이 작았다.

주변의 땅과 하늘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진남은 겨우 진정했다.

천문은 열려 있었다.

문 뒤는 새하얀 세상이었다.

어떤 무서운 곳으로 통했는지 안쪽에서 묵직한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지존의 위엄과 패자의 기운이 안에서 흘러나왔다.

문 안쪽에서 정상의 거물들이 싸움을 시작한 게 분명했다.

"허허, 이 문에 어떤 등급의 지보가 있을까?"

명망은 빨리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진남에게 빨리 가자고 재촉하지 않았다.

입도지존이 있다고 해도 진짜 싸움이 일어나면 그들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들의 지금 상황은 평범한 사람이 금기를 범하고 선인들을 훔쳐보는 것 같았다.

"맞다, 몽요. 천문의 깊은 곳에 엄청난 보물이 있겠지? 나는 이번에 시체를 가져가기 위해 왔다. 그러니 잠시 기다렸다가 들어가겠다. 너는 우리를 신경 쓰지 말고 들어가거라."

진남은 얼른 말했다.

입도지존이 그들을 이곳까지 데려온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었다.

그는 자신 때문에 입도지존을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네가 없으면 문도성주의 기연이라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입도지존은 진남을 바라보며 풀이 죽어 말했다.

주변의 폭발음도 멈추고 조용해졌다.

진남은 가슴이 덜컹했다.

입도지존은 활짝 웃었다.

풀이 죽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꼬마 부군이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을 어찌 거절하겠느냐? 꼬마 부군, 여기서 나를 기다리거라. 가서 저 녀석들을 혼내주고 올게."

그녀는 발끝을 차고 날아올랐다.

구천지존의 위엄이 폭발했다.

엄청난 도의는 별처럼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그녀는 곧 사라졌다.

"진남, 입도지존이 이상해. 너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저런 태도로 대하다니, 너 잘 방어해야 한다……."

명망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는 입도지존에게 혼나서 마음이 불편했다.

진남은 그를 흘겨봤다.

입도지존의 태도가 부적절했지만, 그는 입도지존을 믿었다.

그녀가 다른 의도를 품었더라면 이미 충분히 공격하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천문 속에 있는 어떤 물건이 방금 열린 것 같다. 많은 패자들이 몰려들 것 같으니 우리는 다른 곳에 몸을 숨기자."

명망이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변을 살폈다.

잠시 후, 넓이가 팔 장이 되고 나무줄기가 벌어진 고목을 발견했다.

진남은 나무줄기에 난 틈에 몸을 숨겼다.

그는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덧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패자들이 천문으로 날아들어 갔다.

축강선왕과 고정선왕도 있었다.

육합금구의 깊은 곳에는 많은 기연과 전승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천문 안에 있는 것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축염, 고소요, 육경음 등도 절세천재들도 깊은 곳에 왔다.

그들은 천문이 있는 곳에 거의 도착했다.

변두리 쪽에는 신지를 잃고 살인을 저지르는 무인들이 깊은 곳을 향해 다가왔다.

살인을 저지를수록 그들은 기운이 늘었다.

비월선교 밖의 두 고성에는 무인들이 매일 더 늘어났다.

신비한 천문이 모습을 드러내고 많은 무인들이 악마가 된 일은 혼난선역에 소문이 쫙 났다.

다른 세력이 지금 참여할 수 없더라도 육합금구의 깊은 곳에 무엇이 나타났는지 알아내야 했다.

진남은 승급을 하면서 생긴 몸의 변화를 자세히 살폈다.

화도선염이 달라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진남은 천선 경지를 돌파할 때 생긴 사고 때문에 문도법들에 공명이 생긴 것에 흥미가 생겼다.

공명에서 전도선전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궁우태황경이 그다음이고 다른 문도법들은 더 아래였다.

다른 문도법들은 총강만 익혔기 때문이었다.

'내 도광은 핵심이 구색이고 겉은 칠색이다. 이상하기는 하지만 멀지 않아 도경대성을 이룰 수 있어. 그때 도경원만을 돌파해봐야겠다……'

진남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무인에게 도경초규, 도경소성, 도경대성은 많은 힘을 보태주지 못했다.

오직 도경원만이 되어야 도정이 만들어지고 극적인 변화를 일으켜 실력이 확연히 늘었다.

'도경원만은 어떻게 이뤄야 할까?'

우르릉-!

이때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온 세상이 이 소리에 흔들리는 것 같았다.

진남의 귓가에도 웅웅 소리가 났다.

"뭐야?"

진남과 명망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비록 며칠 동안 천문 깊은 곳에서 폭발음이 간간이 들려왔지만, 지금처럼 두려움을 느끼게 한 적은 없었다.

진남과 명망은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그들의 영혼도 떨기 시작했다.

천문 안에서 모든 것을 삼키고 으스러질 것 같은 무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천지가 마치 끓는 물처럼 변했다.

문득 천문 안에서 슉 하고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수많은 피가 맺힌 것 같은 절세장모(?世長矛)는 어떤 형상을 찍고 엄청난 힘으로 날아갔다.

진남과 명망은 절세장모가 육합금구 바깥쪽으로 날아가 비월선교를 지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힘은 점차 줄어들더니 아래쪽으로 파고들었다.

쿵 하는 소리와 절세장모는 두 고성의 가운데 지점에 떨어지면서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었다.

"뭐야?"

"빨리 가서 확인하거라!"

고성의 무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람의 그림자가 연이어 날아오르고 신념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이건 화해지존(化駭至尊) 아니냐?"

수많은 무인들 가운데 한 천선 경지 무인이 절세혈모에 박혀 죽은 자를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마치 무상의 힘을 가진 것 같았다.

시끌벅적하던 도성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천지에 적막감이 감돌았다.

현장에 있던 수천 개의 눈길과 수천 개의 신념 뒤에 있던 무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햇빛이 눈부시게 비쳤지만, 그들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를 느꼈다.

화해지존은 혼난선역에서 명성이 자자하고, 전설적인 거물이었다.

천선 경지일 때 그는 혼자 혼난선역에 들어왔다.

천여 년의 시간에 그는 구천지존이 되어 사방에 이름을 떨쳤다.

제왕고도, 만중선루 등 방대한 거물들도 그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자리에 있던 많은 무인들이 그의 소문을 거의 들어봤다.

어떤 사람들은 듣지 못했지만, 화해지존이라는 이름이 충분히 설명이 되었다.

구천선역에서 구천지존은 무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소선역을 종횡무진할 수는 있었다.

그런 거물이 이곳에서 죽었다.

"육합금구의 깊은 곳은 역시 무서운 곳이다. 천문이 열린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사람이 죽다니, 좀 더 기다리면……."

패자 경지를 돌파하려고 준비 중인 천선 정상급 인재는 넋이 나가서 중얼거렸다.

충격을 받은 동시에 그는 자신이 안에 들어가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느꼈다.

"빨리, 빨리 태상장로께 보고하거라!"

제왕고도의 천선은 정신을 차렸다.

구천지존의 죽음은 구천선역에서는 큰 사건이 아니었지만 소선역에서는 큰 사건이었다.

특히, 구천지존이 죽은 배후에 엮인 것들을 깊이 생각하고 주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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