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화 승선하게 해서는 안 된다!
"소 장로, 조급해하지 마시오. 우선 이 패자에게 물어봅시다."
천선 경지의 노인은 말하더니 탄월구두견을 향해 공수하고 물었다.
"요왕 선배님, 이들을 보신 적 있습니까? 보셨다면 저에게 이들의 행방을 말해주실 수 있습니까? 저희들은 선배님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선배님이 하루빨리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성산의 위력을 줄여줄 수는 있습니다."
말을 마친 천선 경지의 노인은 인월정석을 꺼냈다.
진남 등의 모습이 정석에 나타났다.
탄월구두견은 성질이 포악하고 인간족 무인들을 싫어했다.
그는 이들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진남 등의 모습을 보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이들을 본 적 있다. 이들이 어디로 갔는지도 안다!"
탄월구두견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진짜입니까?"
소일우 등은 기뻐했다.
"내가 어찌 너희들을 속이겠느냐!"
탄월구두견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일우 등을 힐끗 봤다.
"이들은 지금쯤 아마 운수소천지에 도착했을 것이다. 이들을 찾으러 가려면 너희들은 한 가지 물건을 부숴야 한다. 그래야만 굴을 열 수 있다! 그런데 너희들은 무슨 일로 이들을 찾느냐? 이들을 죽이러 가는 거라면 내가 도와줄 수 있다. 아니면 썩 꺼지거라!"
소일우는 서둘러 말했다.
"죽이려는 것이 맞습니다."
탄월구두견의 요동에 무서운 빛이 스쳤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선마도세를 하거라!"
소일우 등이 선마도세를 마친 후 탄월구두견은 그들에게 방법을 말해줬다.
평소라면 탄월구두견은 죽는다고 위협을 받더라도 말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방법을 말하고 나니 그는 모욕을 당한 것 같았다.
"이 소식을 제왕고도의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시오. 우리는 어서 빨리 갑시다!"
소일우는 한마디 분부하고는 한 무리 사람들을 거느리고 가장 먼저 광문 안으로 들어갔다.
무인들의 의아한 눈빛도 무시하고 자세히 찾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들은 고성의 동서남북의 네 귀퉁이에서 비석을 발견했다.
"최선을 다해 비석을 부숴라!"
소일우는 소리쳤다.
탄월구두견은 네 개의 비석을 부수면 만자동벽이 완전히 부서지고 안에 숨어있던 열한 개의 전승기연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었다.
잠시 후 구멍 밖.
한 형상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용현령이었다.
"제왕고도의 사람들이 이미 도착했구나!"
몇몇 무인들이 성산을 공격해 성산의 법력을 줄이는 걸 본 용현령은 기뻤다.
서둘러 하늘로 날아가 신분을 밝히고 소일우 등을 찾았다.
하지만 소일우 등의 세력을 본 용현령은 실망했다.
그는 정색하며 말했다.
"소 도우, 진남에게 강한 도기가 있어 천선 정상의 경지와 비슷한 최강 일격을 드러낼 수 있다. 성산을 부순 후 절대 조급해하지 말고 우선 진남 등을 가둬야 한다."
소일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싸늘한 눈빛으로 용현령을 바라보았다.
눈치가 빠른 용현령은 바로 선마도세를 했다.
소일우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말이 맞다. 명심할게."
용현령은 웃으며 말했다.
"소 도우. 화내지 말거라.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나의 사람들이 진남의 소식을 다른 세력에도 전했다."
소일우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용현령이 자신에게 이 소식을 말해준 것만 해도 만족했다.
진남 등은 실력이 강했고, 제왕고도의 사람들이 오지 않아 진남 등이 도망가면 손실이 컸다.
소일우 등은 계속 비석을 부쉈다.
용현령은 비석을 부수며 기다렸다.
반 시진 정도 지난 후, 극생문의 천선 경지 이 단계의 무인 두 명과 농염족의 천선 경지의 무인 세 명, 만중선루의 천선 경지의 무인 한 명이 왔다.
그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지금의 세력으로 진남 등을 죽인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을 이곳에서 도망가지 못 하게 할 수는 있었다.
주위에 있는 많은 무인들도 불러올 수 있었다.
"진남, 이번에 네가 어떻게 살아남나 보자!"
용현령은 콧방귀를 뀌었다.
눈빛이 독사처럼 싸늘했다.
* * *
그 시각, 운수소천지(蘊水小天地) 안.
방대하고 깨끗한 힘이 끊임없이 진남의 체내에 흘러들었다.
진남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선광은 점점 눈부셨다.
작은 별처럼 사방을 환하게 비췄다.
시간이 좀 지난 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선광은 몇십 배 커졌다.
운수소천지가 거의 터지려고 할 때쯤 화르륵 하는 소리가 나더니 선광들이 줄어들었다.
잠시 후 선광들은 화염 같은 선의로 변해 진남을 덮었다.
선의는 옷깃부터 조금씩 부서졌다.
지선 경지에서 천선 경지로 진급할 때 어떤 사람은 천지뇌겁이 나타났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천지뇌겁이 아니라 이번처럼 천선의 옷이 나타났다.
천선의 옷이 완전히 찢어지면 진남도 완전히 천선 경지에 들어간 셈이었다.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시간이 꽤 지난 뒤 진남의 몸을 덮은 선의는 절반 넘게 찢어지고 천선위압이 사방으로 퍼졌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문도법들은 무형의 힘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소리 없이 부딪혔다.
마치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그의 체내에서 엄청난 열기가 전해왔다.
그의 주위의 파란색 빛이 감겼다.
천선 경지로 진급하는 과정에 화도선염은 무척 커졌다.
이번에 완전히 진급하면 여러 가지 신위가 생기게 될 것이었다.
퍼퍼퍼펑-!
연이은 폭발음이 보천정에서 울려 퍼졌다.
명망은 시뻘건 눈을 천천히 뜨더니 기뻐하며 말했다.
"이 자식! 드디어 천선 경지로 진급했구나! 이제 보천정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겠다. 나에 대한 구속도 많이 줄어들겠다……!"
보천정의 그에 대한 구속은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
진남이 구천지존이 되면 그도 다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에잇, 이 자식이 천선 경지로 진급하는구나!"
팔요마왕 등은 뭔가 느낀 듯 일제히 눈을 떴다.
팔요마왕은 부럽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이상하다. 진남의 체내에 어떻게 이렇게 강한 화염의 힘이 있을 수 있지? 기운도……."
원적은 깜짝 놀랐다.
진남의 기운은 주선의 기운 같았다.
하지만 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
"자네 모르는군. 진남은 도기가 잘렸지만, 운이 매우 좋았소!"
팔요마왕은 자신이 천선 경지로 진급할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는 진남이 천선 경지로 진급하면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수련을 멈추고 예전에 입도지존 동부에서 있었던 일을 낱낱이 설명했다.
"자네 말을 들으니 진남의 체내의 화염은 주선 중 한 명의 화도선염 같소!"
원적은 심각하게 말했다.
"헉! 그럴 리가!"
팔요마왕 등은 깜짝 놀랐다.
"우리 연합하여 판을 짜 진남이 다시 긴장을 풀게 해보지 않겠소?"
원적은 흥분하여 물었다.
팔요마왕 등은 일제히 그를 흘겨봤다.
'이 땡중이 건망증이 심하구나. 지난번에 비월여제가 나타났다. 다시 나타난다면 우리를 죽이지 않더라도 가만두지 않을 거다."
펑-!
이때 아무 징조 없이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커다란 운수소천지도 살짝 흔들렸다.
"무슨 일이지?"
팔요마왕, 원적 등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한동안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폭발음은 점점 커졌다.
우르릉 쿠웅-!
하늘을 흔드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쇠사슬이 부서진 것처럼 새하얗던 운수소천지 주위에 큰 변화가 일어나더니 고성 주위의 궁전들이 그들의 주위에 나타났다.
"어떻게 된 거지?"
팔요마왕, 원적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왜 고성으로 되돌아왔지?'
희미한 궁전들, 독립공간, 신비한 나무 등이 무인들의 경악한 눈빛 속에서 나타나 고성 끝에 떠 올랐다.
수많은 기운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전승기연지에 들어간 무인들과 선령족의 무인들, 육경음과 육소명도 팔요마왕 등처럼 의문이 가득했다.
"선령족 사람들과 진남 일행이다!"
"이 몇 개의 전승기연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형님, 기회가 왔습니다!"
"하하하, 어서 들어가자!"
주위의 무인들은 빠르게 반응하고 기뻐하며 선광으로 변해 전승기연지에 뛰어 들어갔다.
"소일우? 용현령?"
팔요마왕, 원적은 두 개의 익숙한 형상을 발견했다.
또, 익숙한 고족의 사람들을 보자 불안해졌다.
"너희들 무슨 짓을 한 거냐? 응? 진남?"
소일우 등을 둘러보던 육경음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진남을 발견했다.
천선지의는 거의 다 찢어져 발목 부분만 남았다.
"성공했구나!"
소일우, 용현령 등은 기뻤다.
그러다 진남이 걸치고 있는 거의 다 찢어진 천선지의를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지금의 그들의 세력은 진남 일행과 싸우면 누를 수는 있지만 죽일 수는 없었다.
진남이 천선 경지로 진급하면 진남의 대단한 전력으로 누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위험해질 수 있었다.
"어서 손을 써 보호막을 뚫읍시다. 진남이 승선하게 해서는 안 된다!"
소일우와 용현령은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다른 무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소홀히 하지 않고 경지를 전부 폭발해 선술들을 드러냈다.
"도우들, 자네들이 나와 함께 진남을 공격한다면 내가 좀 전에 약속했던 이득의 다섯 배 이상을 주겠다!"
용현령은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무인들에게 신념을 전했다.
"좋다!"
"도와줄게!"
무인들은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겨우 지선 경지 열 명과 천선 경지 일 단계 한 명뿐이었다.
전승기연지를 쟁탈할 수 있다면 그들은 절대 참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지금은 두 명의 절세천재를 상대하는 것이었다.
쿠쿠쿠쿵-!
선술들의 공격에 커다란 운수소천지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여 가운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런 수를 쓰다니, 용현령은 진짜 독하구나."
필요마왕은 화가 나 핏대가 솟아올랐다.
하지만 그는 가까스로 냉정을 되찾고 소리쳤다.
"진남은 이제 곧 천선 경지로 진급하오. 저들이 절대 방해하게 해서는 안 되오. 아니면 진남은 상처를 입을 것이오!
땡중, 명망. 비장의 수가 있으면 전부 드러내시오! 진남이 승선에 성공해야만 우리는 이길 수 있소!"
말을 마친 그는 아깝지만 대단한 기운을 풍기는 마도 정혈을 세 방울 꺼냈다.
순식간에 금술을 드러내고 커다란 대가를 치러 무상살술을 쳤다.
원적은 긴말하지 않고 부적, 법보, 비장의 수를 전부 꺼냈다.
명망은 모든 힘을 보천정에 주입하라고 수신량 등을 향해 소리쳤다.
육경음 등 선령족 사람들을 본 용현령은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육 도우, 너희들 선령족은 진남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구나. 이번에 진남이 승선에 성공하면 우리 선령족에게 큰 우환이 될 것이다. 지금 연합하는 것이 어떠냐?"
그는 선령족의 지지를 받으면 진남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형세를 모두 파악하고 있던 육경음은 용현령의 말을 듣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좋다! 이 공간의 방어벽을 뚫으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너희들은 우선 최선을 다하거라. 다만 진남은 살려두거라."
"알겠다! 우선 진남을 막고 보자!"
용현령은 기뻐하며 몸을 날려 소일우 등과 함께 공격을 펼쳤다.
연이은 공격에 운수소천지의 공간 방어벽은 더는 버티지 못했다.
몇십 장으로 커진 틈은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완전히 부서졌다.
안에 있던 파란색 빛이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퍼졌다.
"살벌대마진(殺伐大魔陣)!"
"삼상불선(三像佛禪), 금강대주비(金剛大呪碑)!"
진작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팔요마왕과 원적은 동시에 마지막 법인을 만들었다.
방대한 마기가 휘몰아치더니 살기가 하늘을 찌르는 비범한 마영이 나타났다.
그리고 높이가 오 장 되고 표정이 다양한 불상 세 개가 허공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알 수 없는 불경을 읊기 시작했다.
몇십 장의 금색 부적이 불도 없이 스스로 타올랐다.
찬란한 불광이 솟아오르고 높이가 삼십 장 되는 비석 형상을 이루었다.
불광은 마치 모든 사마(邪魔)를 막거나 누를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