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화 잡혈견(雜血犬)
"진남, 혈안. 우리 인연이 깊구나."
용현령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마침 잘 됐다. 많은 고생을 덜게 되었구나. 오늘 너희들을 죽여야겠다."
고함과 함께 그의 곁에 있던 흑포인들이 천선의 위엄을 드러냈다.
그들은 법인을 만들고 선술을 사용했다.
용현령은 진남이 도기를 다시 만들어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섯 명이고 전부 천선 경지 오 단계 이상이었다.
또, 자신의 수단까지 더하면 용현령은 진남을 잡을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이제 보니 진남은 선령족과 사이도 좋지 앟았다.
"누님……."
육소명은 기뻤다.
그는 선마도세 때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진남 일행을 죽이겠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누나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믿었다.
"진남 도우, 너희들 실력으로 천선 경지들을 상대하기 어려울 거다. 우리의 공격까지 받지 않으려면 비밀을 알려줘."
육경음은 부드럽게 말했다.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다 자라지 않은 것을 가져갔다."
진남은 그녀를 보지도 않았다.
붉은색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기세가 솟구쳤다.
"용현령, 나를 어떻게 죽이는지 보자!"
진남은 보천정을 꺼내 선력을 주입했다.
명망은 콧방귀를 뀌더니 엄청난 요기를 드러냈다.
요기들은 무상거조(無上巨爪)로 변해 용현령 등을 덮였다.
"도기를 가지고 있어?"
용현령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선 따위들이 감히 나를 공격해?"
팔요마왕, 원적 등도 공격했다.
수많은 불의 기운과 마의 기운이 용솟음치며 용현령 등을 공격했다.
쿠쿠쿠쿵-!
수많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주변의 무인들은 이들이 싸움을 시작할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구경했다.
"말하기 싫다니 어쩔 수 없다. 나도 인정사정 봐주지 않겠다."
육경음은 손을 휘둘렀다.
그녀의 뒤에 있던 선령족 강자들이 강한 기세를 드러내고 선광을 번쩍이며 진남 일행을 공격했다.
그녀는 진남 일행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가 절세천재 원적이라고 생각했다.
진남은 도기가 이미 잘렸고 예전 같지 않았다.
강한 법보가 있다고 해도 진남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원적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선령족에 수많은 강자들과 용현령 등이 힘을 합치면 진남 일행은 곧 무너질 것 같았다.
그때가 되면 진남은 스스로 비밀을 털어놓을 것이었다.
"나를 때리더니 이제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느냐?"
육소명은 표정이 활짝 폈다.
그는 진남 일행이 처참하게 반격도 못 할 처지가 되면 전에 받았던 고통을 배로 돌려주겠다고 결심했다.
"대룡횡천!"
이때, 진남은 태고의 용으로 변했다.
그는 물러서기는커녕 선령족의 천선 경지 강자 둘에게 달려들었다.
"고작 지선 경지 정상급이 천선 경지를 공격해? 네가 아직도 제일선인 줄 알아?"
천선 경지 이 단계인 강자들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곧 그들은 표정이 굳었다.
"이, 이럴 수가……."
천선 경지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비장의 수를 사용해서 막을 수밖에 없었다.
이마의 '성' 자에서 성인의 빛이 나와 온몸을 감쌌다.
쿵-!
굉음이 들리고 그들의 몸을 감쌌던 빛이 부서졌다.
그들은 여파에 맞아 신음을 흘리고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응?"
육경음, 육소명, 선령족의 강자들 그리고 주변의 무인들은 경악했다.
진남은 지선 경지 정상이었다.
어떻게 한 방에 천선 경지 이 단계인 자들을 둘이나 날려 보낸 걸까?
"육 도우, 진남은 이미 도기를 다시 만들었다. 얕잡아보면 안 된다!"
용현령은 그 모습을 보자 큰소리로 외쳤다.
"도기를 다시 만들었다고?"
마음이 단단한 육경음도 깜짝 놀랐다.
"뭐라?"
"진남이 도기를 다시 만들었어?"
"그럼 다시 제일선이 된 거야?"
주변의 무인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또 한 명의 절세천재가 나타났구나."
천선 경지의 무인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헛숨을 들이켰다.
제일선 싸움에서 진남은 혼자서 몇십 명의 천재들을 휩쓸었다.
"진남 도우가 도기를 다시 만들었구나. 그래서 두려운 게 없었던 거네. 아무리 그래도 진남 도우는 결국 지선 경지 정상이다."
육경음은 다시 차분해졌다.
"진남, 죽어라!"
우레 같은 호통이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선령족의 백발노인이 검을 들고 엄청난 도기를 뿜으며 진남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는 천선 경지 구 단계가 되는 강자였다.
"명망!"
진남은 큰소리로 외쳤다.
"왜 불러! 나도 눈이 있어!"
명망은 눈을 흘겼다.
그의 시뻘건 두 눈에 엄청난 악기가 솟구쳤다.
크라아아아-!
대단한 짐승 울음소리가 커다란 구덩이에 울려 퍼졌다.
백발노인은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서둘러 선술을 거두고 반보도기(半步道器)를 드러내 앞을 막았다.
쿠웅-!
반보도기에 금이 가더니 방대한 반동의 힘이 백발노인의 가슴을 때렸다.
백발노인은 신음을 흘리더니 입가에 피가 흘러나오고 연거푸 뒤로 밀려 나갔다.
큰 상처를 입은 게 분명했다.
진남 일행이 모든 선력을 명망에게 주입해준 후 명망의 공격은 패자는 이길 수 없지만 천선 정상의 경지를 이기는 건 충분했다.
"진짜 대단한 도기구나. 안에 상고대요가 있구나!"
선령족의 무인들과 주위의 무인들은 가슴이 흔들렸다.
"기회다!"
용현령 등은 오히려 기뻤다.
그들은 팔요마왕과 원적의 기세가 오 할이나 약해진 걸 발견했다.
도기를 움직이면서 너무 많은 선력을 쓴 것 같았다.
"너희들에게 선력을 보충해줄게!"
아무 말 없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능람람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방대하고 깨끗한 힘이 진남, 팔요마왕 등에게 주입되었다.
그녀는 무범지지의 도령이었다.
선력은 조금도 없지만, 그녀가 갖고 있는 깨끗한 힘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었다.
"하하! 람람, 잘했다!"
팔요마왕은 정신이 번쩍 들어 소리쳤다.
그는 부서진 상고마추를 꺼내더니 천지를 뒤엎을 기세로 수많은 망치 형상을 만들어 용현령 등을 덮었다.
"천지정불술(天地淨佛術)!"
선력을 소모할 걱정이 사라지자 원적은 대담하게 엄청난 전력을 드러냈다.
손가락을 튕기자 방원 몇백 리의 땅이 순식간에 불역으로 변했다.
용현령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막는 것 말고는 팔요마왕과 원적을 격파할 방법이 없었다.
"진남 도우, 너에게 도령도 있을 줄 몰랐다. 하지만 이것들로는 어림없다."
육경음은 자신이 형세를 장악한 것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들은 나와 함께 도기를 누르자. 다른 사람들은 전부 진남과 싸우거라!"
튕겨나간 백발노인은 큰소리로 외쳤다.
선령족의 무인들 중에서 네 명의 천선 경지 팔 단계의 존재들이 빠르게 날아 나와 백발노인을 따라 선술들을 드러내 커다란 보천정을 공격했다.
"죽여라!"
나머지 열네 명의 천선 경지의 무인들과 이십여 명의 지선 경지의 무인들은 찬란한 선광으로 변해 절세파도처럼 진남을 파묻었다.
기세가 놀라웠다.
"진남, 막지 못할 것 같으면 우리 물러……."
팔요마왕은 눈을 찌푸리고 서둘러 전음했다.
"진도도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남은 서른여 명의 무인들 속에서 왔다 갔다 하면 손에 든 칼을 내리쳤다.
대단한 도의가 사방을 휩쓸었다.
퍼퍼퍼펑-!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진남은 전신의 선동, 보답천하, 과천일격, 진도도결 등 선술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매우 위험했다.
파도치는 바다 위의 쪽배처럼 언제든 잠길 것 같았다.
그는 혼자뿐이고 경지도 지선 정상밖에 안 되었다.
"너무 대단하다!"
"이것이 바로 제일선의 일력이구나!"
"하지만 상대가 너무 많다!"
주위의 무인들은 진남이 대단하다고 감탄하면서도 아쉬웠다.
"저 자식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들 뭐 해? 나의 미움을 사면 네가 절세천재라도……."
육소명은 오만하며 멸시했다.
"적금전갑!"
위기의 순간에 진남은 크게 소리쳤다.
적금색 갑주가 어디선가 나타나 그를 덮었다.
시뻘건 두루마기가 바람에 흩날렸다.
그의 전의도 연거푸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전도선전, 궁우태황경 움직여라!"
진남의 두 눈에 흰색 불길이 세게 타올랐다.
두 가지 전혀 다른 도의가 천 년 동안 갇혔던 선검처럼 그의 체내에서 폭발했다.
"두 가지 문도법?"
육경음, 육소명과 다른 선령족의 무인들 그리고 주위의 무인들의 눈에 다시 한번 놀라움이 드러났다.
두 가지 문도법을 수련하는 건 구천선역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두 가지 문도법을 수련한 사람을 만나면 멸시했다.
문도법은 모두 오묘함이 끝이 없고 한 가지만 장악해도 위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건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진남은 두 가지 문도법을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터득했다.
"궁우태황, 진도도결!"
진남은 다시 손을 썼다.
방대한 도세가 더 대단해졌다.
칼이 내리칠 때마다 재난이 덮치는 것 같았다.
"성령지체, 열려라!"
천선 경지, 지선 경지의 무인들은 일제히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자신들의 체질을 전부 움직여 천지의 힘들 끌어왔다.
쿠쿠쿠쿵-!
사방의 땅이 끊임없이 흔들렸다.
진남은 좀 전까지는 열세였다면 지금은 그들과 크게 차이 없었다.
심지어 진남은 조금 우세를 차지하고 형세를 장악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제일선이지!"
지선 경지의 무인은 큰 충격을 받고 중얼거렸다.
좀 전까지 오만하고 멸시하던 육소명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자신이 상대방과 얼마나 차이가 큰지 깨달았다.
"진남 도우, 내가 너를 얕잡아본 것 같구나."
육경음의 눈에 이색이 스쳤다.
그녀는 새하얀 손을 맞잡고 법인을 만들었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그녀가 손을 써야 했다.
이때, 웅웅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새하얀 광문이 만들어졌다.
"문이 만들어졌다!"
"어서 갑시다!"
주위의 무인들은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날아갔다.
이곳의 전승기연이 그들에게는 가장 중요했다.
육경음은 눈살을 찌푸렸다.
'계속 진남을 공격할까, 아니면 안에 들어갈까?'
그녀가 고민하고 있을 때 끼익 하는 소리가 나며 흰색 광문이 천천히 열렸다.
대단한 요기가 아무 징조도 없이 안에서 솟아올랐다.
차가운 외침이 울려 퍼지더니 구덩이가 흔들렸다.
"하찮은 것들이……. 감히 여기서 설치는구나!"
사람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목소리에는 패자의 위압이 있었다.
순식간에 구덩이 아래서 싸우던 사람들은 모두 싸움을 멈추었다.
진남 일행, 용현령 일행, 육경음 등은 흰색 광문을 바라보았다.
대문이 완전히 열렸다.
높이가 십 장 되고 가죽과 털이 시커멓고 머리가 아홉 개이고 눈은 조각달 같은 요견이 문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아홉 쌍의 눈으로 사람들을 주시했다.
사람들은 모두 가슴이 서늘해졌다.
"탄월구두견(炭月九頭犬)?"
명망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잡혈견(雜血犬)을 기르는 걸 보아 이 전승기연지는 평범하지 않은 것 같다."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잡혈은 혈통이 불순하고 복잡하다는 뜻이었다.
요수들은 상대방을 잡혈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멸시였다.
"죽어라!"
탄월구두견은 긴말하지 않고 아홉 개의 머리가 동시에 시뻘건 입을 크게 벌렸다.
입에서 파란색 빛이 뿜어져 나와 모든 무인들을 공격했다.
"아차!"
"도망쳐라!"
지선 경지의 무인들은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술법을 움직여 도망갔다.
"응?"
진남 등은 빛을 피하는 동시에 어리둥절했다.
타월구두견은 패자인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천선 정상의 경지보다 두세 배밖에 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