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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994화 (994/1,498)

992화 놈들이 쫓아왔다!

"벽타룡화(碧駝龍花)!"

"칠성자오(七星子午)? 저건 도기잖아!"

"우와, 저건 전설의 수라의 눈?"

실력이 강한 무인들은 검은색 천을 보자 감탄했다.

그들의 말을 들은 주변의 무인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고름선왕이 이렇게 많은 보물을 꺼낼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저건 지존심과잖아?"

진남은 손바닥만 한 크기에 남색, 금색, 홍색의 무늬가 가고 옅은 기운을 풍기는 과일을 보고 호흡이 가빠졌다.

과일은 지도에 그린 과일과 겉모습이 똑같았다.

지존심과가 틀림없었다.

찾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과일을 이곳에서 만나다니 의외였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진남은 심호흡을 하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는 고름선왕에게 다가가 공수하고 말했다.

"선배님, 이 과일은 얼마입니까?"

고름선왕은 쳐다보지도 않고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팔지 않는다. 다른 물건으로 교환할 수 있다."

말투는 평온했지만 목소리가 살짝 날카로워 음산한 기분이 들었다.

"진남, 나와 저 물건을 바꾸면 가만두지 않을 거다."

잠자코 있던 명망의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진남은 목을 가다듬고 바로 옥병을 꺼냈다.

"선배님, 저에게 이런 단약이 세 알 있습니다. 이걸로 바꿀 수 있습니까?"

옥병 안에 상처를 치료하는 선복 등급의 단약이 들어있는 걸 발견한 주변의 무인들은 눈을 반짝거렸다.

붉은 머리카락에 천선 경지도 안 되는 청년이 귀한 단약을 세 알이나 가지고 있다니 놀라웠다.

"눈이 멀었느냐? 나무 팻말에 뭐라고 쓰였는지 안 보이느냐?"

고름선왕은 호되게 꾸짖었다.

진남은 당황했다.

그는 흥분해서 팻말을 보지 못했다.

팻말에는 한마디밖에 없었다.

"이곳의 모든 물건은 빙백극령(氷魄極靈)과 육금선옥으로 바꿀 수 있다."

진남은 팻말의 글자를 소리 내어 읽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저도 몰래 물었다.

"선배님,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이 무엇입니까?"

고름선왕은 그를 무시했다.

가까이에 있던 천선 경지의 무인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도우, 육합금구는 처음이지?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은 육합금구에만 있는 선물(仙物)이다. 두 선물은 미묘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한두 개도 구하기 힘들다."

그의 말을 들은 주변의 무인들은 기운이 빠졌다.

그들은 고름선왕을 이길 수 없기에 그의 보물을 빼앗을 수 없었다.

또, 빙백극령과 육금선옥도 구할 수 없었다.

육합금구는 매우 위험했다.

비상시기에는 패자들도 함부로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

그들은 대이변이 곧 일어난다고 해서 온 것이었다.

구천지존들도 온다고 하니 그들 뒤를 쫓아다니면 콩고물이 떨어질지도 몰랐다.

"고맙습니다, 선배님."

진남은 뒤로 물러섰다.

그는 기분이 상하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지존심과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고름선왕이 지존심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진남은 꽤나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또,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은 인력을 동원하면 찾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빨리 육합금구에 들어가야겠다."

진남은 눈에 빛이 스쳤다.

지존심과 같은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는 패자들도 욕심냈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지존심과를 노릴 테니 진남은 잠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 * *

같은 시각, 멀지 않은 곳.

몇 명의 청년과 여인들이 여유롭게 산책하고 있었다.

두 눈에 보라색 불꽃이 가득 찬 청년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

청년은 만중선루에서 진남과 만난 적이 있는 농염족의 천재 축자운(祝子雲)이었다.

그도 축자황의 동생이었다.

진남의 신분과 진남에게 선도가 있다는 것도 그가 축자황에게 알려줬다.

"저자가 비범한 선도를 가진 제일선 진남이냐?"

축자운 곁에 있던 몇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들은 여려 고족의 사람들이었다.

그중에는 문고족도 있었다.

다만, 그들은 각자의 종문에서 신분이나 지위가 평범하고 축자운보다 못했다.

"자운 형님, 제가 알기로 자황 형님도 칼을 좋아합니다. 우리 진남의 칼을 빼앗는 게 어떻습니까? 저 녀석은 도기가 잘려서 실력이 별로일 겁니다."

한 고족의 청년의 제안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음, 좋은 생각이다. 저 녀석이 눈에 거슬리는구나."

축자운은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는 며칠 동안 북경에서 어떤 보물을 찾아다녔다.

또, 농염족에서 축자황보다 지위가 낮았기에 무범지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전혀 몰랐다.

농염족의 강자들이 다른 세력과 연합하여 진남을 찾는다는 것도 몰랐다.

"자운 형님께서 직접 나서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남은 우리들이 혼내줘도 충분합니다……."

고족의 청년은 이어서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축자운은 깜짝 놀라서 손을 흔들었다.

고족의 청년과 여인들은 축자운을 따라 시선을 돌렸고, 충격을 받았다.

멀지 않은 곳에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눈썹이 칼 같고 눈을 반짝거리며 기운이 평범하지 않은 청년이 있었다.

그 청년은 진남에게 다가갔다.

"진남, 이런 우연이 다 있구나. 우리가 다시 만나다니!"

청년은 걸음을 멈추고 차갑게 말했다.

진남은 다가온 사람을 확인하더니 놀랐다.

그러나 곧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구궁금선종의 소종주가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

청년은 앞서 유월도성에서 진남과 내기를 한 적이 있고 상고의 기이한 체질인 홍운지체를 가진 맹구궁이었다.

"맹구궁?"

"저자도 왔어?"

주변의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고름선왕도 고개를 들고 확인했다.

맹구궁은 절세천재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신분에 기이한 체질까지 더해져 앞날이 창창하고 분명 평범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진남은 전신의 눈으로 살펴보고 살짝 놀랐다.

맹구궁은 고작 몇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지선 경지 구 단계가 되었다.

또, 도경소성까지 이루었다.

"진남, 허튼소리는 하지 말거라. 지난번 일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이번에는 제대로 겨뤄보자!"

그의 말에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진남은 맹구궁이 집착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맹구궁은 극히 드문 체질인 홍운지체였다.

덕분에 여러 면에서 운이 따르고 어디로 가나 순조로웠다.

겨우 상극인 '액운지체'를 만난 맹구궁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러나 사실 진남은 '액운지체'가 아니었다.

"맹구궁, 이제는 사실대로 말해줄게……."

진남은 '액운지체'로 불리게 된 이유들을 전부 말해줬다.

그리고 맹구궁에게 이제는 금기나 이변을 일으켜서 정체가 드러날까 걱정하지 않는다고 알려줬다.

"액운지체가 아니라고?"

맹구궁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줄곧 나를 농락한 거야?'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축자운 등 고족 청년들은 그 모습을 보고 바로 깨달았다.

'맹구궁은 진남에게 시비를 거는 거다!'

"허허, 우리가 굳이 나설 필요가 없겠구나. 맹구궁에게 찍혔으니 패자에게 찍힌 거나 마찬가지다. 진남은 이제 불행해지겠구나."

축자운은 진남의 처지가 고소했다.

그는 빠르게 판단했다.

맹구궁이 비범한 선도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면 그들은 진남이 한참 얻어맞은 후 달려들어 선도를 빼앗아오려고 했다.

"이게 진실이다. 계속 오해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진남은 맹구궁에게 미안했다.

처음에 맹구궁을 만났을 때 진남은 어처구니없었다.

그러나 제일선 싸움에서 맹구궁이 한 말 때문에 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맹구궁은 표정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에게서 강한 기운이 일렁거렸다.

주변의 무인들은 혹시라도 말려들까 봐 숨을 죽이고 얼른 물러섰다.

"진남……."

맹구궁은 심호흡을 하더니 차갑게 말했다.

"나를 때리거라."

주변의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진남도 어안이 벙벙했다.

진남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물었다.

"뭐라고?"

맹구궁은 더욱 차갑게 말했다.

"공격해, 나를 때리라고!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이 필요하잖아? 내가 시킨 대로 하면 육합금구의 어디로 가야 선물을 찾을 수 있는지 말해줄게."

그의 말에 진남과 무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고름선왕도 의혹이 가득한 시선으로 맹구궁을 바라보았다.

'구궁금선종의 소종주는 머리가 이상한가?'

"맹구궁, 진심이냐?"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그는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이 있는 위치를 알고 싶었다.

"긴말하지 말고 얼른 공격하거라! 실력을 전부……. 아니다. 실력을 삼 할만 사용하거라."

맹구궁은 진남을 흘겨봤다.

그는 진남에게 실력을 전부 사용하라고 말하려다가 얼른 말을 바꾸었다.

"좋다, 그럼 사양하지 않으마!"

진남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강한 기운을 드러냈다.

맹구궁의 요구사항은 이상했지만 스스로 찾아온 행운을 거절할 수 없었다.

슉-!

진남은 맹구궁의 앞으로 날아갔다.

그는 전도의지(戰道意志)들을 주먹에 모아 맹구궁의 가슴팍으로 날렸다.

펑-!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맹구궁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가서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기고 맹구궁의 몸에도 상처가 여럿 생기고 피가 흘렀다.

구경하던 무인들은 자신들에게 고통이 전달되는 것 같았다.

'맹구궁은 머리가 잘못된 거 아니야? 진남에게 때려달라고 하다니.'

이어진 광경에 무인들은 더욱 놀랐다.

맹구궁은 화를 내기는커녕 기쁨에 겨워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진남, 아직도 나를 속일 셈이냐? 내가 그리 쉽게 속을 줄 알아? 이 옥간을 가져가거라. 너는 나와 반드시 한 번 겨뤄야 한다!"

진남은 옥간을 받았다.

그의 말을 들은 진남은 상황을 파악하고 어이가 없었다.

"정말 너를 속이지 않았다. 나는 진짜……."

말을 하던 진남은 문득 묘한 생각이 들었다.

맹구궁이 이런 요구를 한 것은 홍운지체라 늘 대운이 따르기 때문이었다.

진남이 아니라 구천지존이 주먹을 날려도 어떤 힘의 영향을 받아 맹구궁을 맞힐 수 없었다.

맹구궁이 인선이 될 때 몇백 명의 천신 강자들이 그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맹구궁이 반격하기 전에 그들은 전부 죽었다.

'나는 액운지체도 아닌데 평범한 공격이 어떻게 맹구궁을 맞혔지?'

멀지 않은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축자운 등은 몸을 흠칫 떨었다.

다른 건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맹구궁이 진남에게 맞고 기뻐하는 것을 목격했다.

즉, 진남과 맹구궁이 보통 사이가 좋은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우리가 방금 진남에게 시비를 걸었더라면…….'

축자운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맹구궁에게 미움을 산다면 축자운의 아버지도 그를 보호할 수 없었다.

"진남!"

이때,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용현령이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은 무인 여덟 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들은 진남을 노려보며 살기를 드러냈다.

"용현령이 제사소선역까지 쫓아왔어?"

진남은 살짝 놀랐다.

'내가 제사소선역에 온 걸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데 용현령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설마 우연히 만난 걸까?'

"용현령은 이제 천선 경지 오 단계가 되었구나. 옆에 있는 흑포인들은 천선 경지 오 단계이다."

진남은 차분히 그들의 경지를 살폈다.

그는 바로 보답천하를 펼치며 앞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그는 용현령 일행이 두렵지 않았다.

다만, 성안은 사람이 많고 혼잡했다.

이곳에서 싸운다면 만중선루와 제왕고도 그리고 농염족 등의 사람들을 불러올 수 있었다.

게다가 진남은 빙백극령과 육금선옥을 가지러 가야 했다.

때문에, 우선 육합금구에 들어가는 게 맞았다.

"어렵게 네 놈을 찾았는데 도망가게 놔둘 것 같으냐?"

용현령은 차갑게 웃었다.

그와 흑포인들은 동시에 찬란한 선광을 뿜더니 무지갯빛으로 변해 진남을 쫓아갔다.

많은 무인들의 놀란 시선을 받으며 진남이 먼저 고성을 나섰다.

그는 영패를 꺼내 팔요마왕 등에게 신념을 전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가 신념을 전달하기 전에 팔요마왕에게서 신념이 왔다.

팔요마왕은 허둥거리며 말했다.

"진남! 얼른 도망가! 강각선왕과 축강선왕 그 나쁜 놈들이 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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