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1화 지존심과의 행방
원진은 놀라 말했다.
"이 환진은 만만치 않구나. 여기에 빠지면 패자 소성을 이룬 존재도 열흘 이상 갇힐 것이다……. 어? 이 환진은 어떻게 격파되었지? 구멍 난 곳의 기운으로 보아 격파된 지 세 시진에서 일곱 시진 정도 되는 것 같다."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세 시진에서 일곱 시진 사이에 패자 소성 경지 이상에 도달한 강자가 이미 피안화림의 깊은 곳에 들어왔단 말인가?'
"그들이 지존심과를 얻으러 온 것이 아니길……."
진남은 중얼거리며 팔요마왕 등과 함께 구멍으로 날아 들어가 환진을 넘어 계속 앞으로 갔다.
피안화림의 깊은 곳에는 커다란 피안화들이 보이지 않고 작은 공간, 천지가 모두 시뻘게졌다.
그들은 주위에서 많은 골짜기와 잔해들을 발견했다.
진남, 원적, 팔요마왕 등은 사방에서 희미한 한기를 느꼈다.
깊은 곳은 외부처럼 안전하지 않았다.
조심하지 않아 뭔가를 건드리면 그들의 경지로도 버틸 수 없었다.
"마존살왕진(魔尊殺王陣)이 아니야? 이것도 왜 부서졌지?"
잠시 후 팔요마왕도 깜짝 놀랐다.
마존살왕진도 대단한 상고진법이었다.
십악혈금과 비교할 수 없지만 패자소성 경지의 존재를 상대하는 건 충분했다.
진남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도에 따라 앞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열 가지 상고금제, 세 가지 상고살진을 마주쳤다.
그것들도 예외 없이 모두 강한 힘에 파괴되었다.
팔요마왕, 원적 등은 이 광경을 보자 침묵하고 가끔씩 진남을 바라보았다.
두세 개의 금제나 살진이 파괴되었다면 우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노선에 있는 이렇게 많은 금제나 살진이 파괴된 것이 우연일 수 있을까?
이미 도착한 강자는 진남과 목적이 같았다.
"도착했다."
진남은 길이가 몇천 리, 넓이가 오십여 리 되는 커다란 틈 앞에 서서 낮은 소리로 말하며 전신선동을 움직여 아래를 훑어봤다.
커다란 틈 밑에 길이가 백 리 정도 되는 몽환적인 파란색을 띠고 대단한 선의를 풍기는 계곡이 나타났다.
"헉, 여기에 선류(仙流)가 있다니."
팔요마왕은 눈을 반짝거렸다.
선류를 연화한다면 그는 경지가 많이 진급될 수 있었다.
"그자는 이곳이 목적이 아니오. 아니면 선류를 가져갔을 것이오."
원적은 말했다.
"아직 알 수 없다. 내가 찾으려는 지존심과는 여기 있다. 우리 내려가 보자."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몸을 날려 아래로 내려갔다.
그들은 틈 아래에서 물 샐 틈 없는 수색을 벌였다.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보시오, 여기 손자국이 있소!"
수신량은 소리쳤다.
진남 등은 서둘러 바라봤다.
아주 구석진 곳에 길이가 십육 장 정도 되고 깊이가 오 장 정도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손자국에서 방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누군가 지존심과를 가져갔다!'
마음이 굳센 진남도 저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졌다.
'왜 하필이면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지존심과가 없으면 어떻게 묘묘 공주와 강벽난을 부활시키지?'
"진남, 침착하거라."
팔요마왕은 말했다.
"지존심과를 가져간 건 세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 첫째, 만중선루에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판 것. 둘째, 만중선루의 세력들이 먼저 와 지존심과를 가져간 것. 셋째, 너는 육합금지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고, 구천지존도 올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들이 육합금지로 갈 때 우연히 발견하고 가져갔을 것이다."
원적은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그러면 세 번째일 것이오. 첫 번째는 진남이 온 지 얼마 안 돼 상대방도 왔을 리 없소. 두 번째는 더욱더 불가능하오. 게다가 그들은 계속 남아 우리를 상대하고 우리가 얻은 지보들을 빼앗아가려 할 것이오."
원적의 말을 듣고 진남은 마음이 평온해졌다.
원적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세 번째일 가능성이 컸다.
지나가던 강자들이 우연히 발견하고 가져간 게 분명했다.
첫 번째라 해도 상대방의 패자 소성 이상의 경지로 피안화림까지 왔으면 마지막에 육합금지로 가려 할 것이었다.
"우, 우리 육합금지에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겠지?"
수신량은 안색이 하얘졌다.
'육합금지다. 구천지존도 올 것이다. 우리의 경지로 육합금지에 들어가면 십중팔구는 안에서 죽을 것이다.'
"생각하는 것 하고는."
팔요마왕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
"육합금지에 들어갈 필요 없다. 육합금지에 아직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다. 강자들도 미리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강자들과 이번에 온 무인들은 비월선교 부근의 성안으로 들어가 대기할 것이다."
진남은 익숙한 이름에 물었다.
"비월선교? 구리거울과 연관 있습니까?"
팔요마왕은 어색하게 웃더니 말했다.
"진남. 너는 육합금지 주위에 환멸황하(?滅黃河)가 있는 걸 모르는구나. 이 강은 예로부터 내력이 신비하고 대단하다. 만약 구천지존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강제로 넘으려 하면 반드시 죽는다.
강을 건너려면 비월선교를 건너야 한다. 다리는 전에는 비월이 아니었다. 몇천 년 전에 비월이……. 퉤퉤퉤, 비월여제 대인이 무슨 일을 했는지 만중선루와 제왕고도는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선교는 구리거울의 이름으로 이름을 지었다. 구리거울이 전에 여기서 어떤 큰일을 했던 걸까?'
"그럼 우리 지금 바로 비월선교로 갑시다."
진남은 바로 말했다.
그는 매우 침착했다.
누가 지존심과를 가져갔든 반드시 다시 가져와야 했다.
"응. 가자."
그들은 몸을 날려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능람람에게 신념을 전한 후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들이 떠난 지 두 시진 후 한 무리 무인들이 기세등등하게 피안화림에 쳐들어왔다.
다만 얼마 안 돼 가장 앞에 선 패자들과 서래 등 천재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비월선교로 가자. 진남 등은 그쪽으로 갔을 가능성이 크다. 남은 사람들은 북경에서 찾거라. 진남이 여기 있으면 반드시 찾아야 한다!"
* * *
두 시진 후, 진남 등은 멀리에 있는 환멸황하를 발견했다.
강은 넓이가 구만 구천구백아흔아홉 장이나 되고 대도극수(大道極數)와 마주하고 있었다.
강은 사방의 허공을 노랗게 물들였다.
강과 멀리 떨어졌지만, 강물이 넘실대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왔다.
강물에서 용솟음쳐 오르는 오래되고 대단한 힘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강물에 휘말리면 산산조각 날 것 같았다.
진남 등은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날아갔다.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의 앞에 커다란 성이 두 개 나타났다.
고성 맞은 편 몇백 리 밖에 금색 광석으로 만든 넓이가 구천구백아흔아홉 장 되는 다리가 있었다.
다리는 무상법지(無上法旨)를 얻은 것처럼 환멸황하에 걸쳐 있었다.
강물이 천지를 파괴할 것 같은 힘을 폭발해도 꿈쩍하지 않고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이 다리가 바로 비월선교였다.
진남은 전신선동을 움직여 몇 번 훑어보고는 시선을 거두고 두 개의 고성으로 다가갔다.
얼마 안 돼 그들의 눈에 빛이 스쳤다.
두 개의 고성의 주위 네 곳에서 싸움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중 두 곳은 선광이 끊임없이 반짝거리고 폭발음이 끊이지 않았다.
싸움에 참가한 무인들은 인선 경지에서 천선 경지 사이이고 어느 곳이나 오십 명보다 적지 않았다.
다른 두 곳은 하늘 깊은 곳이었다.
대단한 힘이 부딪혀 허공이 부서지고 방대한 선광이 하늘에 별이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싸움에 참여하지 않아도 대단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패자들 몇 명이 싸우고 있었다.
제사소선역은 혼란선역었다.
만중선루와 제왕고도 외에 다른 곳은 아무 규정이 없고 싸우고 싶으면 바로 싸웠다.
성격이 괴상한 강자를 만나면 눈빛이 거슬린다고 막무가내로 공격하며 죽였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갈등이 생기면 성을 파괴할까 봐 성밖에서 해결하고 성안에서 싸우지 않았다.
살 곳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진남 등은 기운을 거두었다.
팔요마왕은 수신량의 입을 막고 그중의 한 성으로 날아 들어갔다.
"농염족의 절세천재 축염과 문고족의 절세천재 고소요(古逍遙)가 성 밖으로 가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
"헉, 진짜야?"
"이런 절세천재들의 싸움은 한 번 보기도 어렵다. 어서 가자!"
"축염과 고소요 그리고 여섯 명의 선왕의 싸움이 잇달아 시작되오. 어서 돈을 거시오!"
"구궁금선종은 무상도통이고 만 년의 전통이 있소. 절대 공평하고 아무런 꿍꿍이가 없소!"
여러 가지 소리가 진남 등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커다란 거리에 수많은 무인들이 오갔다.
인선 경지, 지선 경지, 천선 경지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어떤 사람들은 소곤거렸다.
그중 구궁금선종을 드나드는 제자들은 복장이 시선을 끌었다.
거리 양옆에는 크고 작은 노점들이 있었다.
노점상들의 목청을 돋우어 고함을 지르고 시끌벅적했다.
"어디로 가든 구궁금선종의 사람들을 만나는구나. 구궁금선종의 제자들은 수련하지도 않나?"
익숙한 복장을 보며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동시에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는 방금 성에서 매우 강한 기운을 느끼고 마음이 싸늘해졌다.
이곳에는 이미 많은 강자들이 왔다.
심지어 구천지존 등급의 존재도 미리 왔다.
"절세천재? 패자? 판이 크구나!"
옆에 있던 팔요마왕은 두 눈을 반짝거리며 진남을 바라보더니 손을 비비며 말했다.
"진남, 내가 가볼까? 뭔가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진남은 몰랐는데 팔요마왕은 도박을 좋아했다.
예전의 그의 본존은 구궁금선종의 많은 제자들에게 명성이 자자했다.
만나면 웃는 얼굴로 맞이하고 공손하게 모셨다.
팔요마왕은 열 번 내기하면 열 번을 잃고 이기는 경우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었다.
"팔요 도우, 이곳은 매우 위험하오. 누구의 미움을 사게 될지 모르오. 우리는 함께 가야 안전하오!"
원적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진남은 그를 흘겨보더니 말했다.
"됐습니다. 두 분 함께 가십시오. 대신 너무 나대지 마십시오."
지금은 지존심과에 대한 단서나 실마리가 아무것도 없었다.
팔요마왕 등이 있다고 해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실 그도 축염과 고소요의 싸움이 궁금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진남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짐작대로라면 지존심과는 패자나 구천지존이 피안화림을 지날 때 가져갔을 가능성이 컸다.
신비한 강자가 지존심과를 얻은 후 말하지 않고 아무 소식도 누설하지 않으면 그는 아무리 애를 써도 지존심과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우선 주루 같은 곳에 가보자. 그리고 성지들을 돌아다니며 소식을 알 수 있을지 보자. 아무 소식도 얻지 못하면 구궁금선종 사람들을 찾아가자."
진남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진남은 무상도통이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제사소선역에서 만중선루와 제왕고도 외에 구궁금선종이 알고 있는 정보가 가장 많았다.
"소문 들었어? 오늘 이미 다섯 명의 구천지존이 왔어!"
"이미 다섯 명이 왔어? 육합금지에 이변이 일어나면 열 명 이상이 오지 않을까?"
"아쉽다. 우리의 경지로는 육합금지의 밖을 맴돌 뿐 깊은 곳에 들어가 볼 수 없다."
진남은 무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전신선동을 움직여 길 양옆의 노점들을 훑어봤다.
"저건……. 고름선왕이다!"
"헉, 고름선왕도 여기에 노점을 꾸렸구나!"
"놀랄 게 뭐가 있어? 이 두 개 성에는 노점을 꾸린 선왕이 여섯 명이 넘는다!"
거리가 시끄러워졌다.
무인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다른 방향을 바라보았다.
진남도 그들이 보는 곳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십자 모양의 칼자국이 나고 대단한 악기를 뿜는 단발머리 중년 사내가 길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사내는 여러 가지 물건을 꺼내 검은색 천에 놓더니 옆에 목판을 세웠다.
중년 사내는 보라색 조롱박을 들더니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