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8화 너 죽고 싶어?
화르륵-!
진남과 무인들은 깨끗하고 방대한 선의가 파도처럼 끊임없이 그들의 몸에 주입되는 걸 느꼈다.
진남은 물 만난 고기처럼 편안해졌다.
인선 경지 이하의 무인들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하마터면 부딪혀 중상을 입을 뻔했다.
"역시 제사소선역이구나. 천지에 가득 찬 선의만 해도 상행천소선역보다 다섯 배 이상은 짙구나."
진남은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튕겼다.
무형의 힘을 드러내 주위의 인선 경지 이하의 무인들을 도왔다.
무인들은 안색이 점차 회복되었다.
곤륜선선은 새파란 하늘에서 빠르게 날았다.
잠시 후 앞에 방대한 성이 나타났다.
"처음 혼란선역에 온 자들은 성에서 배가 멈춘 후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우선 지도부터 사시오. 그리고 선석을 좀 써 상황을 파악하시오. 아니면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 수 없을 거요."
가장 앞에 선 외문장로는 차갑게 말했다.
말을 마친 그는 진남과 혈안인선을 바라보더니 공경하게 말했다.
"두 분은 배에서 내리면 맞이하러 온 사람이 있을 거요."
무인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곤륜선선은 이미 성에 도착했다.
진남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도장으로 날아갔다.
"저는 임명(林明)입니다, 진남 사형을 뵙습니다!"
도장에서 잘생긴 천선 경지의 청년이 다가와 공수했다.
"임명, 예를 차릴 것 없다. 이번에 잘 부탁한다."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형, 과언이십니다. 이건 제가 응당 해야 할 일입니다."
임명은 깜짝 놀라더니 옥패를 꺼내며 말했다.
"사형, 이건 혼란선역의 지도입니다. 혼란선역은 상경(上境), 하경(下境), 동경(東境), 남경(南境), 서경(西境), 북경(北境), 육합금구(六合禁區)로 나뉩니다. 상경과 하경에는 크고 작은 세력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서남북 네 곳에는 아무 세력도 없습니다. 그리고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면 육합금구에는 절대 가지 마십시오."
혈안인선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곳은 왜?"
임명은 표정이 점점 굳어지며 말했다.
"육합금구는 만만하게 볼 곳이 아닙니다. 패자도 안으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구천지존에 도달해야만 조금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혈안인선은 헛숨을 들이켰다.
'구천지존도 조금밖에 꿰뚫어 보지 못한다고?'
임명은 뭐가 생각난 듯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
"가장 중요한 일을 잊을 뻔했습니다. 사형께선 이번에 혼란선역에 뭐 하러 오셨습니까?"
진남은 속이지 않고 말했다.
"천재지보를 찾으련다."
임명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물었다.
"그럼 천재지보들의 위치를 아십니까?"
진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제사소선역에 온다는 생각만 했지 위치를 알아보는 걸 잊었구나. 제사소선역은 이렇게 넓은데 어디 가서 천재지보를 찾지?'
임명은 눈치를 보더니 말했다.
"사형, 위치를 몰라도 괜찮습니다. 만중선루나 제왕고도(諸王古島)에 가서 정보를 바꾸면 됩니다."
그는 말을 마친 후 머뭇거리더니 또 말했다.
"만중선루와 제왕고도는 상경과 하경에 있습니다. 그것들은 내력이 대단합니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 두 곳으로 가서 충족한 좋은 점을 주면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나 지존전승이나 무주의 선복도지 등 소식을 모두 바꿀 수 있습니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혈안인선은 참지 못하고 헛숨을 들이켰다.
제사소선역은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여기서 자리를 잡는 것만 해도 매우 어려웠다.
천재지보나 지존전승 등의 소식을 알아보는 건 더 어려웠다.
즉, 만중선루와 제왕고도의 내력과 실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제왕고도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경지가 천선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질타족(叱咤族), 극소족(極?族), 영월족(令月族)의 족인들은 안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만중선루밖에 갈 곳이 없습니다."
임명은 계속 말했다.
"만중선루는 다릅니다. 경지가 어느 정도든 세력이나 종족이 어떻든 상관없습니다. 심지어 태고금기에서 온 사람이라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너 태고금기라고 했느냐?"
그가 전에 수련한 역기지체는 역기문의 핵심공법이었다.
역기문은 태고금기를 반대하는 세력이었다.
하지만 진남은 태고금기는 매우 대단하고 오래된 세력이라 평범한 사람들은 그것의 존재를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임명은 어안이 벙벙해 물었다.
"사형은 설마 태고금기를 모릅니까?"
마지막에 그는 반응하고 웃으며 말했다.
"태고금기는 비밀이 아닙니다. 그것은 제일선역의 오래된 세력입니다. 매우 신비해 아마 아무도 진정한 내력을 모를 겁니다. 그것은 실력이 대단합니다. 아마 어떤 무상도통보다도 훨씬 강할 겁니다.
다만 태고금기의 사람들은 행동이 기이합니다. 전에 아무 이유 없이 많은 천재들을 죽인 적 있습니다. 때문에, 오랫동안 모두의 분노를 샀습니다. 열세 개 무상도통과 상고백족은 거의 모두 그것을 싫어합니다."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아무 이유 없이 천재들을 죽였다고?'
"태고금기에 관해서는 잠시 얘기하지 말자."
진남은 물었다.
"임명, 너는 만중선루로 가는 지도를 갖고 있느냐? 우리 지금 바로 가자."
임명은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사형, 지도가 필요 없습니다. 우리 성에는 전송진법이 있습니다. 만중선루의 영접도장에 바로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는 빠르게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저는 두 분과 함께 그곳으로 갈 수 없습니다. 저는 이곳을 떠날 수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곳에 도착하면 만중선루의 사람이 두 분을 맞이할 겁니다."
진남과 혈안인선은 마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는 먼저 가겠다. 오늘 고마웠다. 나중에 무슨 일 있으면 나를 찾아오거라."
진남은 영패를 임명에게 건네줬다.
임명은 인상이 좋았다.
"사형, 고맙습니다!"
임명은 기뻐하며 공수했다.
진남과 혈안인선은 작별 인사를 하고는 성의 다른 쪽으로 날아가 상고전송진법을 타고 만중선루로 갔다.
그들이 떠난 후 임명은 손에 쥔 영패를 만지작거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에게 영패까지 주다니, 생각지 못한 수확인데……."
임명은 중얼거리더니 흰색 영패에 신념을 전했다.
"도우, 진남은 이미 만중선루로 갔다. 너희들이 대가를 조금 치르면 만중선루는 줄곧 그자를 주시할 것이었다."
말을 마친 그는 흰색 영패를 부쉈다.
* * *
시간이 흘러 백 개 셀 시간이 지난 후.
커다란 진법에 눈부신 빛이 반짝거리더니 진남과 혈안인선 그리고 한 무리의 무인들이 천천히 나타났다.
"응?"
진남은 순식간에 뭔가 느끼고 고개를 쳐들었다.
그들은 방원 이십만 리 되는 청색 도장에 있었다.
도장 위에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시끌벅적했다.
도장 끝에는 색이 다른 아홉 개의 전송대진이 있었다.
도장 앞쪽의 하늘에는 아홉 개의 달처럼 밝은 빛 덩이가 있었다.
빛 덩이마다 차갑고 시커먼 사나운 흑룡들이 한데 얽힌 것 같은 쇠사슬이 엉켜있었다.
빛 덩이마다 독립된 작은 세계였다.
하지만 진남은 몰랐다.
경지가 낮은 무인들이 보면 무형의 힘의 영향을 받아 수많은 빛 덩이가 하늘에 펼쳐진 것 같고 광경이 놀라웠다.
만중선루라는 이름은 이 때문에 지어진 것이었다
"대인, 이 아홉 개 공간은 다른 등급을 뜻합니다. 대인의 수준이 높아지면 더 높은 공간에 들어가 더 좋은 대우를 받게 됩니다."
이때, 앞쪽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과 혈안인선은 앞을 바라봤다.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가슴에 금색 꽃을 새긴 인선 정상의 경지의 청년이 그들의 앞으로 다가왔다.
영접도장을 훑어보니 이런 무인이 적지 않았다.
한 명이 한 명을 영접하거나 두세 명을 영접했다.
"두 분, 나는 서삼(徐三)이오. 만중선루의 제자요. 이제부터 궁금한 점이 있으면 나에게 물어보시오."
서삼은 읍하고 인사했다.
"서 도우, 자네 방금 아홉 개의 공간은 다른 등급을 뜻한다고 했소. 그럼 어떻게 하면 더 높고 더 좋은 공간에 들어갈 수 있소?"
혈안인선은 호기심이 생겨 물었다.
"도우가 모르는 것이 있소. 우리 만중선루에는 심사하는 방법이 있소. 첫째로 신분을 보오. 둘째는 자네들이 내놓는 보물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보오."
서삼은 웃으며 말했다.
"물론 제일선인 진남 대인은 핵심제자이기도 하고 장소지존의 기명제자이니 제사공간에 들어갈 자격이 충분하오."
진남은 살짝 긴장됐다.
'만중선루는 실로 능력이 뛰어나구나. 짧은 시간에 나의 신분을 알아보다니.'
"진남 대인, 놀랐소? 우리 만중선루의 제자들은 자질이나 경지는 평범하지만 구천선역의 개세천재나 경지가 높고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소.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은 초상화도 본 적 있소."
서삼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말투에 오만이 살짝 드러났다.
"대단하오!"
진남은 감탄하더니 말했다.
"서삼 도우, 심사를 한다고 하지 않았소? 우리를 데려다 주시오."
서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를 따라오시오. 마침 앞에 두 분과 신분이 비슷한 사람 열몇 명이 심사를 받고 있소."
서삼의 안내 하에 진남과 혈안인선은 빠르게 도장 앞으로 갔다.
가는 길에 진남은 완전히 깨달았다.
심사는 매우 간단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보물을 꺼내면 만중선루의 사람이 그 보물의 가치를 검증하는 것이었다.
서삼은 빠르게 걸음을 멈추고 앞에 있는 머리카락이 하얗고 눈이 빛나고 생기가 넘치는 노인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
"임 장로, 심사에 참가하려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임 장로는 고개도 들지 않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뒤에 줄을 서시오."
진남은 임 장로를 힐끗 보더니 다른 몇십 명을 바라보았다.
눈에 묘한 빛이 드러났다.
몇십 명 중에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다.
그중 한 대머리 청년은 안색이 창백하고 두 눈에는 보라색 화염이 한데 뭉쳐 이루어진 대단한 화염의 기운을 풍겼다.
다른 한 여인과 부인은 아무런 기운도 뿜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들의 몸에서 수시로 옅은 달빛이 뿜어져 나왔다.
"진남 대인, 이 청년은 농염족에서 왔소. 이 두 여인은 모두 영월족에서 왔소. 이 두 종족은 상고백족 중에서 잠재력이 강하고 만만하게 볼 수 없소.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오."
서삼은 바로 진남에게 전음했다.
"다른 사람들은 영혼선왕의 아들, 구천지존의 진전제자, 그리고……."
그는 다른 사람들의 내력을 낱낱이 설명했다.
그는 말을 가려가면서 했다.
이들의 이름 등은 말하지 않고 대략적으로만 말했다.
"상고백족?"
진남은 조용히 전신선동을 움직여 셋을 자세히 훑어봤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너 죽고 싶어?"
잠시 후, 자염쌍동(紫焰雙瞳)을 가진 청년이 싸늘하게 물었다.
"궁우태황종의 핵심제자가 이렇게 예의를 모르느냐?"
옅은 미소를 짓고 달빛을 뿜던 부인도 안색이 싸늘해졌다.
'상고종족은 비범하구나. 이 청년은 한 가지 강한 화염이 변한 것 같다. 이 두 여인은 체내의 기운 등이 달과 아무 구별이 없구나. 근데 내가 동술을 쓴 것을 느낄 수 있다니…….'
진남은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전신선동을 파악해낸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패자라도 발견하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