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938화 (938/1,498)

938화 건방지구나

"음양문이 나타났어."

"양계의 백종대전이 끝났다."

"이번에는 누가 인선이 되었을까?"

"하하, 걱정 말거라. 우리가 판돈을 건 임청파는 절대 문제없어."

"나는 수신랑과 나염에게 걸었어. 그 둘이 성품도 좋고 승선할 가능성이 커."

거의 구할이 되는 무인들은 고개를 들고 음양문을 주시했다.

대전에 있던 맹구궁, 잔월천선 등도 대전에서 나와 위를 살폈다.

크라아아-!

음양문에서 엄청난 포효가 울려 퍼졌다.

길이가 몇천 장이 되고 온몸의 깃털이 자금색이며 선광을 번쩍이는 새가 위풍당당하게 날아왔다.

커다란 새는 엄청난 선위를 풍겼다.

사람들은 요수가 승선에 성공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기 봐. 요선(妖仙)의 등에 사람이 있어."

누군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혈통이 비범한 요선을 탈 것으로 다루는 일은 보통 사람이 할 수 없었다.

"진, 진남?"

맹구궁, 잔월천선, 구홍 그리고 여러 세력의 거물들은 등에 탄 사람을 확인하고 얼떨떨했다.

그들은 진남의 주변에도 선위가 살짝 풍기는 것을 발견했다.

진남의 경지는 더욱 깊어져서 알아볼 수 없었다.

"도우들, 오랜만이다."

진남은 무언가 생각난 듯 사람들에게 옅은 미소를 지었다.

특히 맹구궁을 보자 미소가 더 짙어졌다.

"진남이 승선했어?"

맹구궁과 잔월천선 그리고 여러 세력의 거물들은 경악했다.

그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진남은 '액운지체'라 은연중에 맹구궁의 홍운지체에 제압을 당할 수 있었다.

그는 절대 승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진남은 승선에 성공해서 나타났다.

'맹구궁의 홍운지체가 진남을 제압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진남의 액운지체가 맹구궁의 천적인 걸까?'

"그럴 리가 없다. 홍운지체는 천하무적이다. 어떤 상고체질을 만나도 다 제압할 수 있어. 그런데 네가 어떻게 승선할 수 있지?"

맹구궁은 믿을 수 없는지 고함을 질렀다.

아버지와 다른 구천지존들이 말하길 그의 홍운지체는 몇만 년 동안 겨룰 자가 없을 정도로 운수가 훌륭하다고 했다.

"네가 믿건 말건 나는 이미 승선했다.

진남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는 거짓말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묘묘 공주와 강벽난을 위해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잔월 장로, 전에 대전에서 저를 헐뜯었지요? 지금 다시 묻겠습니다. 제가 제일선싸움에 참가할 자격이 있습니까?"

진남은 잔월천선을 바라보았다.

"그게……."

잔월천선은 당황해서 안색이 살짝 변했다.

명색이 궁우태황종의 태상장로인데 사람들 앞에서 이런 식으로 몰아세우니 그는 기분이 불쾌했다.

"……물론 가능하다."

불쾌하긴 했지만 잔월천선은 참았다.

평소였다면 그는 권력을 이용하여 진남이 제일선 싸움에 참가하는 것을 막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상황이라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됐습니다."

진남은 살짝 웃었다.

그는 구홍, 서선지, 혈안인선에게 신념을 전달했다.

"이곳은 오래 머무를 곳이 아닙니다. 얼른 떠납시다."

구홍 등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이내 상황을 눈치챈 그들은 더 묻지 않고 만소의 등에 올라탔다.

"여러분,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소. 맹구궁, 곧 너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마."

진남은 맹구궁을 지긋이 쳐다보다가 만소에게 가자고 지시했다.

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멀리 날아갔다.

"상행천소선역에 또 한 명의 개세천재가 두각을 드러내겠구나."

무인들은 반응하고 감탄했다.

태연무생종의 태상장로인 설미천선, 천허조교의 범음천선 그리고 극생문의 무존천선(無存天仙) 등 거물들은 눈에 빛을 드러냈다.

그들은 싸움에서 질 게 뻔하고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진남이 이런 경지에 이를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들도 마음이 흔들렸다.

진남은 차하계에서 비승한 무인이라 아직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기에 그들 종문으로 데려갈 수도 있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진남을 만나봐야겠다."

설미천선, 범음천선, 무존천선 등 거물들은 혼잣말을 했다.

그들은 제일선 싸움이 열리기 전에 진남을 자신들의 종문에 들이려고 했다.

아니면 진남이 궁우태황종에 갈 가능성이 컸다.

"또 무인들이 나온다."

"이번에는 많이 나오는구나. 서른여 명이나 돼."

"허허, 많이 벌 수 있을지 말지는 뒤에 나오는 사람들에게 달려있어."

잠시 후, 무인들의 시선은 음양문에 쏠렸다.

그들은 도박에서 크게 이길 수 있을지 말지가 관건이었다.

거물들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모습을 드러낸 서른여 명의 무인들을 보자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 중에 개세천재는 한 명도 없었다.

양계의 백종대전이 끝나고 출구가 열리면 개세천재들은 승선을 하지 못했다고 해도 먼저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왜 개세천재가 한 명도 없지?'

강한 무인들과 인선 경지의 무인들은 이상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네가 말해보거라. 임청파와 고진일 등은 왜 안 나오는 게냐? 다른 일 때문에 발목을 잡힌거냐?"

극생문의 무존천선이 먼저 반응했다.

그는 극생문의 내문제자를 잡고 호된 목소리로 물었다.

승선지조에서 극생문의 천재들 중 두 명만 승선했고 이상하게 백복은 보이지 않았다.

극생문의 제일 진전제자인 임청파와 고진일 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들을 이끌고 온 장로가 처벌을 받을 게 분명했다.

"무, 무존 장로. 임 사형 등은 진남에게 패배해 승선하지 못했습니다. 진남은 기괴한 그림에 그들을 잡아넣었습니다."

극생문의 내문제자는 그 장면을 다시 떠올리자 두려움에 목소리마저 떨렸다.

"뭐라고?"

무존장로는 안색이 확 변했다.

맹구궁, 잔월천선 그리고 다른 세력의 거물들 그리고 수많은 무인들은 놀라서 헛숨을 들이켰다.

임청파는 천지칠자 중 한 명이자 승선방 서열 일 위였다.

'진남이 임청파를 이겼어? 진남의 경지가 대체 얼마나 대단한 거야?'

설미천선 등은 안도했다.

그들 세력의 개세천재가 진남에게 진압된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너, 너 다시 한번 말해보거라."

무존 장로는 분노를 겨우 참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방금 자신들의 종문으로 들이려고 했던 진남이 임청파 등을 전부 진압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자, 장로, 정, 정말입니다. 임 사형뿐만 아니라 수신량, 정천기, 나염, 도복, 옥명불 등 마흔 명의 개세천재들이 모두 승선하지 못하고 진남에게 져서 도록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순간 천지 사이에 무서운 침묵이 흘렀다.

맹구궁이나 구궁금선종의 패자나 혹은 다른 무인들은 모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진남이 혼자 마흔 명의 개세천재를 진압했다고?"

* * *

그 시각 진남 등은 유월도성을 벗어났다.

만소는 빠르게 앞으로 날아갔다.

"진남,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서선지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구홍과 혈안인선도 진남을 바라보았다.

음양소세계에 들어가기 전에 맹구궁이나 잔월천선 등은 이미 진남을 비웃고 괴롭혔다.

이제 진남이 승선에 성공했으니 이제 가만히 두면 안 됐다.

"진남, 승선에 성공했느냐?"

진남이 그들의 말에 대답하기 전에 기쁨에 찬 목소리 세 개가 울려 퍼졌다.

부생선왕, 홍금선왕, 지혼선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매우 기뻤다.

"선왕들을 뵙습니다."

구홍, 서선지, 혈안인선은 얼른 인사를 올렸다.

"선배님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체내의 신력은 아직 조금 더 있어야 선력으로 변합니다. 아마 제일선 싸움에 참가해야 승선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남은 그들에게 전음했다.

"오? 그래도 괜찮다."

부생선왕들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진남의 실력으로 제일선 싸움에 참가하고 마지막 남은 신력을 선력으로 바꾸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조금 더 기다리면 되었다.

"선배님들, 제가 이번에 큰 사고를 쳐버렸습니다. 저들이 곧 쫓아올 것 같으니 먼저 자리를 뜹시다."

진남은 말했다.

유월도성의 사람들이 양계에서 벌어진 일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있었다.

진남이 얼른 그곳을 떠난 이유였다.

"큰 사고를 저질렀어?"

부생선왕 등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이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우리가 있는데 큰 사고를 쳐도 괜찮다. 지금 떠나지 말고 우리가 해결해주마. 괜히 후환을 남기지 말거라."

그의 말투에 패기가 가득했다.

지혼선왕과 홍금선왕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여전히 웃고 있었다.

'세 패자가 있는데 해결 못 할 사고가 있을까? 진남이 무상도통의 미움을 받았다고 해도 우리가 해결할 수 있어.'

"선왕 대인, 진남이 이번에 엄청난 사고를 저질렀습니다. 진남이……."

만소는 저도 몰래 다급해졌다.

"더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이 이미 왔구나."

부생선왕은 그의 말을 끊었다.

"이미 왔다고요?"

진남과 만소 등은 놀라서 돌아보았다.

먼 하늘에 열 개의 눈부신 선광이 번쩍였다.

그중 한 선광은 유난히 웅장하고 위엄이 넘쳤다.

그들은 극생문의 무존천선과 다른 태상장로, 장로들이었다.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듣고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그들이었다.

"진남, 당장 임청파 등을 풀어주거라. 아니면 오늘 너를 죽이겠다."

무존천선은 진남을 보자 분노를 폭발했다.

그는 결인을 만들어 무상살초를 사용하려고 했다.

다른 장로들도 화가 나서 살기를 가득 뿜었다.

"진남을 죽이겠다고? 우리가 보이지 않느냐?"

위기의 순간에 부생선왕이 차갑게 말했다.

세 개의 위엄이 폭풍처럼 휘몰아쳐 방원 몇십 리를 감쌌다.

무존천선 등은 몸이 굳었다.

"세, 세 패자?"

무존천선 등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차하계에서 온 진남의 뒤에 패자가 셋 있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또, 패자들은 의지를 보낸 것이 아니라 본체였다.

"선배님들, 진남 어떤 사이인지 모르겠지만 진남은 우리 극생문의 제일 진전제자와 다른 진전제자들이 승선할 수 없게 하고 그들을 진압했습니다. 진남이 그들을 풀어주고 진심으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우리 극생문의 적입니다."

무존천선은 분노와 살기를 겨우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생선왕, 지혼선왕, 홍금선왕은 의외의 상황에 진남을 힐끗 쳐다봤다.

'이 녀석, 잔인하구나. 전부 진압하다니.'

"대단한 말투다. 고작 태상장로가 무상도통을 대표하느냐?"

지혼선왕은 차갑게 웃고 패기가 넘치는 말투로 말했다.

"셋 셀 동안 썩 꺼지거라. 아니면 죽인다."

무존천선이 좋게 말했더라면 그들은 이런 태도로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그들은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무존천선는 오만하게도 그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런……."

무존천선 등은 안색이 변했다.

부생선왕과 홍금선왕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진남과 만소를 쳐다보았다.

'이게 너희들이 말한 엄청난 사고냐?'

이때, 부생선왕 등은 의혹이 가득해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또 여덟 개의 선광이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태연무생종의 태상장로인 설미천선 등이었다.

"진남,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겠다. 나염 등을 풀어주거라. 아니면 오늘부터 너는 태연무생종의 철천지원수다."

설미천선은 평소에 기분을 잘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설미천선은 지금 날카로운 검이 된 것처럼 파란색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

"건방지구나."

홍금선왕은 차갑게 말했다.

방원 몇 리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