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화 오지 마시오
"마왕 선배님, 다른 무인들의 손을 빌려서 저를 제거하려고 했습니까?"
진남은 팔요마왕을 바라보았다.
단천도가 웅웅 진동했다.
"너, 내력이 비범하다고 나를 모함하면 안 되지! 나도 화선 나무가 이런 변화를 일으킬 줄 몰랐다고!"
팔요마왕은 깜짝 놀라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다.
그는 진남의 실력을 빠르게 약화시키고 그의 곁에서 벗어나려는 생각만 했다.
진남은 신분이 비범하고 비월여제와 연락하는 붉은 끈도 있었다.
그런데 꿍꿍이를 부려 진남을 죽인다면 살아남는다고 해도 시끄러운 일이었다.
"됐습니다."
진남은 신력을 전부 꺼내 열세 개의 나무를 손으로 변화시켰다.
손은 화선 나무를 잡으려고 다가갔다.
진남은 이제 다른 무인들이 오기 전에 화선 나무를 연화해야 했다.
웅-!
열세 개의 화선 나무가 진동했다.
나무의 삼 할 정도가 시커멓게 변하더니 엄청난 사의를 드러냈다.
마치 지옥의 뱀이 된 것 같았다.
슉-! 슉-! 슉-!
시커먼 나뭇가지들은 진남을 공격하고 베었다.
칠색의 강물도 들끓었다.
물은 높이가 오십여 장이 되고 갑주를 입은 기사로 변해 진남을 공격했다.
나뭇가지나 기사는 모두 힘이 강했다.
마치 진남과 같은 등급의 개세천재가 살기를 날리는 것 같았다.
"진남! 내가 그랬잖아! 화선 나무 같은 지보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
팔요마왕은 열심히 피하면서 외쳤다.
"보답천하, 천황도술!"
진남은 그림자로 변해 나뭇가지와 기사들 사이를 누비며 도기를 날렸다.
그는 팔요마왕을 두, 세 번 확인하고는 어이없어했다.
구리거울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진남은 저렇게 멍청한 자가 패자라고 믿지 않았을 것이었다.
'패자가 왜 저래?'
* * *
살신지의 여러 곳.
"엄청난 선광이다!"
"저곳에 비범한 전승이 나타난 게 분명해!"
"이번 선광은 일곱 개의 산과 다르다! 무인들을 죽이기 위한 흉지가 아닌 것 같아!"
천지영약을 쟁취하고 공법을 연마하며 동부를 뒤지던 무인들은 이상을 발견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날아갔다.
* * *
"만장 선광이라, 세 전승이 깨어나는 중이구나! 이번 전승지는 전보다 쉽지 않겠어!"
옛 궁전에서 온몸에 백여 가지 신광을 뿜던 고진일은 두 눈을 반짝였다.
"이번에는 나에게 기회가 왔어!"
* * *
다른 산꼭대기에 흰 두루마기를 입은 중이 온몸에서 불광을 뿜었다.
기운이 평온해 보이는 용선은 천천히 눈을 떴다.
"아미타불, 흰 두루마기를 입은 신비한 자들도 저곳에 갈 것 같으니 한번 만나봐야겠다."
용선은 중얼거렸다.
"부처님은 자비를 품으라고 하셨지만, 금강도 화를 낼 때가 있다. 내 전승을 가져가고 승선할 기회를 빼앗았으니 쉽게 용서하지 않을 거다."
그들 외에도 서선지와 흰 도포를 입은 신비한 자들, 그리고 나중에 살신지에 들어온 청동 가면을 쓴 무인까지 만장 선광이 솟구친 곳을 바라보았다.
만장 선광과 세 전승의 출현에 살신지의 칠 할이 되는 무인들이 모여들었다.
* * *
진남은 빛처럼 날아다녔다.
단천도는 신출귀몰하며 기사들을 전부 베어 없앴다.
싸우는 도중에 진남은 기사들을 없애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나뭇가지를 잘라도 다시 자라나는 것을 발견했다.
기사들을 먼저 죽여야 기회가 생겼다.
"쯧, 기사들이 너무 강하구나. 이제 다른 무인들도 곧 평원에 도착할 거야."
팔요마왕은 혀를 차며 말했다.
그는 오는 길에 편의를 위해 무형의 각인들을 남겨놨었다.
진남은 그 말을 무시한 채 엄청난 힘을 폭발하여 기사들을 하나둘 없애는 데 집중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진남은 기사들을 거의 다 없앴다.
* * *
웅장한 산 중턱에 옥띠를 두르고 이마에 '희(喜)' 자가 있는 청년이 기운을 거두고 바위처럼 서 있었다.
그의 두 눈엔 주황색 빛이 물처럼 흘렀다.
그는 한천요(韓天驍)였는데, 천허조교 내문 제자들 중 서열 사위였다.
천신 정상의 경지에 도달했고 무도 삼극을 장악했으면 선천 선근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 온 지 한참 되었다.
"엄청난 힘이다. 선광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비범한 개세천재가 분명해."
한천효는 마음이 흔들렸다.
예전 같았으면 멀리 도망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동술로 열세 개의 눈부신 화선 나무를 발견했다.
화선 나무는 엄청나게 귀했다.
천허조교의 내문 제자인 그는 화선 나무를 잘 알고 있었다.
열세 개가 아니라 하나라도 그는 승선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리를 뜨지 못했다.
비범한 개세천재와 정면으로 싸우더라도 화선 나무 하나를 얻고 승선해야 했다.
"드디어 무인들이 모여오는구나!"
한천효는 기뻐서 고개를 돌렸다.
산기슭에 선의를 입은 다섯 무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다섯 개의 엄청난 기운을 풍기는 신검처럼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다섯은 천신 정상의 경지였는데, 상행천소선역의 패자 세력에서 온 자들이었다.
"다섯 도우, 잠시만 멈추시오. 동술로 산꼭대기를 한번 살펴보시오……."
한천효는 모습을 드러내고 신념을 전했다.
"우리 이곳에서 다른 무인들을 기다립시다. 그들과 연합을 하면 우리는……."
그의 계획은 간단했다.
개세천재가 화선 나무를 다 가져가기 전에 무인들과 연합하여 습격을 할 생각이었다.
무인들 수가 많으면 개세천재가 아무리 강해도 그들을 다 막을 수 없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살신지의 사방에서 모여든 무인들이 점점 많아졌다.
대부분의 무인들은 일곱 개 산의 이변을 겪은 터라 감히 만장 선광이 있는 곳에 가지 못하고 삼대전승이 있는 산으로 모였다.
그러나 만장 선광이 있는 산에 모인 무인들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은 산에 오르기 전에 한천효를 만나 그에게 설득당했다.
한천효는 이미 마흔일곱 명의 무인들을 모았다.
그들 중 열여덟 명은 천신 정상의 경지였다.
나머지는 지신 경지 팔 단계 이상이라 역시 대단한 세력이었다.
"한 형, 우리 언제 공격하오?"
성격이 급한 무인이 물었다.
"맞소. 계속 이대로 있으면 저자가 나무를 전부 제거할 것 같소."
다른 무인도 맞장구쳤다.
"조급해하지 마시오. 저 개세천재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오. 우리는 기회를 노려야 하오."
한천효는 그들을 흘겨보고는 계속 진남을 살폈다.
* * *
칠색의 강물 깊은 곳에서 남은 나뭇가지들과 싸우던 진남은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는 연거푸 몇십 걸음을 물러섰다.
나뭇가지들은 엄청난 기운을 폭발했다.
선광들이 나뭇가지를 층층이 감쌌다.
나뭇가지들이 원래 신검 같았다면 지금은 더욱 강한 선검이 되었다.
위기의 순간에 나뭇가지는 힘이 더 강해졌다.
"과천일격!"
진남은 낮게 외치며 다시 공격했다.
산 중턱에 있던 한천효는 그 모습을 보자 기뻐했다.
"도우들, 이제 공격합시다! 승선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번에 달렸소."
그는 앞장서서 기운을 드러내고 산꼭대기로 날아갔다.
"죽어라!"
남은 사십여 명의 무인들은 동시에 기세를 드러냈다.
그들은 한천효를 따라 폭포처럼 떨어졌다.
여유롭게 진남이 싸우는 것을 구경하던 팔요마왕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는 화를 버럭 냈다.
"고작 천신 놈들이 감히 나에게 도전하다니!"
말을 마친 그는 티 나지 않게 뒤로 물러섰다.
그는 무척 기뻤다.
'진남, 이번 위기는 쉽게 해결할 수 없을 거다. 중상을 입을 게 분명해.'
"기회를 잘 잡는구나. 허나, 네 놈들이 그럴 만한 실력이 있을 진 모르겠다."
진남은 예상했다는 듯 미소를 짓고 단천도를 날렸다.
"저 개세천재가 우리를 발견하고 칼을 던졌소. 어서 후퇴합시다!"
한천효는 가장 먼저 발견하고 크게 소리치며 물러났다.
다른 무인들도 지체하지 않고 휙 하고 몇백 장 밖으로 물러났다.
개세천재의 공격은 조심스럽게 대응해야 했다.
그리고 상대방이 지보를 드러냈을 수도 있었다.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서 단천도는 유성처럼 하늘을 날아 사람들 앞쪽 팔십 장 밖의 땅에 박혔다.
보이지 않는 도위가 휘몰아쳤다.
퍼퍼퍼펑-!
한천효와 다른 무인들이 갖고 있던 법도들이 보이지 않는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커다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모든 법보가 터졌다. 반선지기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저건 무슨 법보지?"
한천효와 무인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이렇게 기이한 지보를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고작 칼 한 자루로 우리를 막겠다고?"
한천효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곤 발끈했다.
이어 큰소리로 전음했다.
"다들 놀라지 마시오. 그저 칼 한 자루일 뿐이오! 우리 지금 바로 칼을 돌아 날아갑시다. 저 칼이 아무리 대단해도 우리를 막지 못하오!"
한천효는 한마디 더 했다.
"이 칼은 법보를 누를 수 있는 것 같소. 모든 법보를 잠시 동안 가두는 것 같소."
다른 무인들도 정신을 차렸다. 그들도 더는 놀라지 않았다.
한천효의 말대로 고작 칼 한 자루일 뿐이었다.
절세도기라 해도 주인이 움직이지 않으면 놀랄 이유가 없었다.
"갑시다!"
한천효는 다시 신광을 뿜으며 몸을 날렸다.
칼을 돌아 다른 방향으로 산꼭대기로 올라가려 했다.
그러나 그는 곧 눈살을 찌푸렸다.
몸은 얼음이 된 것처럼 굳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그는 목소리가 떨렸다.
방금 그가 느낀 살기와 도의는 천지를 덮었다.
살기는 대단하고 도의는 모든 걸 멸망시킬 것 같았다.
그는 한 발자국이라도 더 가면 여기서 죽을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뒤따라오던 몇십 명의 무인들도 그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한천효, 뭐 하는 거요?"
뒤편의 무인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 오지 마시오."
한천효는 뒤로 물러섰다.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자네 도대체 뭐 하려는 거요? 저자는 이제 곧 모든 나뭇가지를 없애오! 자네가 두려우면 우리가 하겠소!"
뒤편의 무인들은 싸늘한 표정으로 위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들은 몇 장도 가지 못하고 눈을 찌푸렸다.
경지가 낮은 무인들은 안색이 창백해지고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살기와 도의인가!'
'계속 앞으로 가면 우리는 여기서 죽을 거다!'
"허!"
팔요마왕은 깜짝 놀랐다.
자신이 본 걸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진남이 모든 살기와 의지를 저 기이한 칼에 주입한 걸 알았다.
다시 말해 진남은 기세로 무인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여…… 여러분, 놀라지 마시오. 이 칼은 그저 교묘한 술수를 부렸을 뿐이오. 이건 그저 기세요, 진정한 위력이 아니오."
천신 정상 경지의 무인이 정신을 차리고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날아갑시다. 이 칼은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소!"
다른 두 명의 천신 정상 경지의 무인이 맞장구를 쳤다.
"맞소. 갑시다!"
다른 무인들도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세 명의 천신 정상 경지의 무인들은 고개를 저으며 서로 마주 보더니 조용히 선술을 움직여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다른 사람들이 나서지 못하니 자신들이 먼저 하려 했다.
만약 진짜 의외의 상황이라도 생기면 그때 손을 쓰면 될 것이었다.
쿵-!
그들의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세 개의 방대한 도기가 그들을 내리쳤다.
"아차!"
그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오래된 선술을 장악한 무인 외에 다른 두 명의 천신 정상 경지의 무인들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바로 선술을 드러내려는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