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화 팔요마왕의 꿍꿍이
"짙은 피비린내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구나."
팔요마왕은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를 맡으며 즐거워했다.
그는 선혈에 집착했다.
"어? 전승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지?"
그는 먼 곳의 하늘에 몇백 개의 이상이 꽃처럼 활짝 핀 것을 발견했다.
"화선 나무가 열렸습니까?"
진남이 대뜸 물었다.
많은 전승이 일찍 세상에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모두 백난지화 덕분이었다.
화선 나무가 앞당겨 열렸다면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그럴 리 없다."
팔요마왕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화선 나무가 있는 곳은 살신지의 가장 큰 보물지다. 다른 전승이 나타나도 그것은 스스로 나타나지 않는다. 자, 거리가 멀다. 이제 길을 떠나자."
진남의 배경이 범상치 않음을 눈치챈 후, 팔요마왕은 얌전해졌다.
그는 다른 꿍꿍이를 꾸미지 않고 길 안내에 여념이 없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하루가 지나갔다.
길을 재촉하는 도중에, 진남은 갖가지 선약을 챙기고 동시에 만상선령으로 외부 상황을 살폈다.
구가리하 말고도 살신지와 황마산 그리고 음양소세계도 열렸다.
많은 수사들과 천재들이 그곳으로 갔다.
"선고가 이제 열한 개밖에 남지 않았구나."
진남은 혼잣말을 했다.
"진남, 도착했다."
팔요마왕이 입을 열었다.
그는 도중에 한쪽 팔이 빠지고 한쪽 눈만이 남은 은회색 해골에 붙었다.
덕분에 전력은 천신 경지 칠 단계 정도였다.
물론, 그 정도만 해도 약한 실력은 아니었다.
"응?"
진남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앞쪽의 맑고 투명한 옥석을 가득 펴 놓은 평원이 나타났다.
주변을 보니 산은 하늘 높이 솟아 있고 고목들이 튼튼하고 웅장하게 자라 있었다.
가장 큰 산의 꼭대기에 칠색의 강물이 용솟음쳤다.
마치 신룡이 하늘을 누비는 것 같았다.
이런 곳은 겉으로 보기엔 별거 없었다.
하지만 전신의 금동으로 살펴보니 큰 세력이 보였다.
이런 세력은 천연적으로 생겨난 것이었다.
이곳의 모든 것들, 땅 위의 정석들까지 이런 세력이 형성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곳은 절세흉지이자 절세복지였다.
"너 동술이 대단하구나. 이곳의 이상함도 바로 감지하다니."
팔요마왕은 진남을 살피더니 허허 웃었다.
"이곳은 절세흉지다. 다른 칠대 흉지보다 더 무섭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무인들을 죽인다. 열 중에 하나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거라. 흉지는 아직 움직이지 않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팔요마왕은 우울했다.
그는 진남이 아무것도 모를 때 살지를 깨워 진남의 발목을 잡고 자신은 도망가려고 했다.
그의 계략은 무의미해졌다.
"화선 나무는 가장 큰 산봉우리에 있다. 어서 가보자."
팔요마왕은 무언가 생각난 듯 진지하게 말했다.
"명심하거라. 화선 나무를 가진 후 더 깊은 곳으로 가면 안 된다. 아무리 네 내력이 엄청나다고 해도 죽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는 말하지 않은 게 있었다.
사실 앞서 살신지를 연화하는 데 실패한 것은 바로 화선 나무의 깊숙한 곳에 있는 엄청난 존재에게 미움을 샀기 때문이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둘은 빛으로 변해 산속으로 사라졌다.
* * *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산봉우리에 들어서자 방대하고 순수한 선의가 몸속에 스며들어 긴장이 풀리고 편안했다.
어흥-!
이때, 짐승의 포효가 수림에 울려 퍼졌다.
칠장 높이에 온몸이 불같고 날개가 달린 호랑이가 엄청난 기운을 풍기며 고목에서 뛰어내렸다.
호랑이는 진남과 팔요마왕에게 발길질을 했다.
날카로운 발톱에는 엄청난 위력을 풍기는 신문들이 얼기설기 나타났다.
호랑이는 천신 경지 구 단계였다.
"이런 흉수는 난 상대하지 못한다. 네가 맡거라."
팔요마왕은 진남의 뒤로 숨었다.
절세흉지가 아직 운행되지 않았지만 큰 산에는 위험이 가득했다.
호랑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이 기회에 진남의 힘을 빼놓으려고 했다.
진남은 그를 흘끗 쳐다봤다.
그의 꿍꿍이를 진남이 모를 리가 있겠는가?"
"부숴라!"
진남은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다.
그는 다른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칼을 휘둘러 호랑이를 죽였다.
진남은 이런 위험이 몇백 번 닥친다고 해도 경지가 크게 소모되지 않았다.
천신 경지 구 단계의 요수들은 같은 등급 무인들보다 실력이 훨씬 뒤처졌다.
둘은 계속 앞으로 날아갔다.
어떤 흉수가 나타나거나 살기가 닥쳐도 진남이 해결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한 시진이 지났다.
팔요마왕은 흉악한 요수가 박살이 나는 것을 우두커니 쳐다보다가 무언가를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어? 이곳의 전승 세 개가 언제부터 반응이 생겼지?"
그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이곳에 온 이후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전승들은 아직 나타날 때가 아니었다.
진남도 살펴보았다.
다른 세 개의 산에 각각 선문이 생기고 이상과 방대한 검의가 나타났다.
강하지는 않았지만 진남은 그 속에 있는 엄청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팔요마왕의 말처럼 세 곳은 평범한 전승이 아니었다.
"마왕 선배님, 이건 무슨 전승입니까?"
진남은 바로 물었다.
"오, 생각해보자. 선진전승, 공법전승, 그리고……. 아, 검도전승일 거다. 검도전승은 아마 세 전승 중에 가장 강할……."
팔요마왕은 말문이 트였는지 멈추지 않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럼 필요 없습니다."
진남은 팔요마왕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고개를 저었다.
세 전승은 진남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세 전승이 나타난 것을 발견한 무인들이 이곳으로 몰려들 것이다.
진남은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는 전력으로 화선 나무를 얻어야 했다.
"어라? 화선 나무에 반응이 생겼어?"
팔요마왕은 어안이 벙벙했다.
산꼭대기에서 세차게 흘러내리는 칠색 강물 위로 열세 개의 선광이 떠올랐다.
선의가 큰비처럼 산봉우리를 휩쓸었다.
진남이 살펴보니 그 강물 속에서 열세 개의 드넓은 기운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진남의 경지는 그 앞에서 보잘것없었다.
화선 나무는 무인들이 승선할 수 있게 돕기에 신비했다.
다만 화선 나무가 가진 힘이나 기운은 천신 경지보다 훨씬 높았다.
"너 설마……."
팔요마왕은 정신을 차리고 의심 가득한 얼굴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이변이 너무 많아 이상했다.
그는 문득 이 이변이 진남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흠칫 놀랐다.
어둠 속에 시뻘건 눈이 떠올라 그를 뚫어져라 지켜봤다.
몸이 덜덜 떨렸다.
"깜박했구나. 너 조심해라. 열세 그루의 화선 나무 옆에 무서운 흉수가 지키고 있어."
팔요마왕은 경계하며 말했다.
"이제 화선 나무가 반응을 보이면 이 흉수들도 깨어나 우리를 노릴 것이다."
그는 한마디 보충했다.
"우리가 그것을 이겨야 화선 나무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진남은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한마디도 더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손가락을 튕겨 붕멸의지를 강에 주입했다.
"너 뭐 하는……!"
팔요마왕은 비명을 질렀다.
'이놈이 조심성이 없구나! 감히 먼저 건드리다니. 그 흉수들을 모두 깨운다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
어흥-! 어흥-! 어흥-!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짐승의 포효가 마치 연거푸 울리는 천둥처럼 그의 머리 위에서 마구 터졌다.
하늘 높이 치솟은 고목들이 부서졌다.
드넓고 단단한 대지가 진동하며 허공에 수많은 무늬가 출렁거렸다.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팔요마왕은 몸이 굳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무려 열아홉 마리의 거대한 물체가 그와 진남을 차가운 눈으로 노려봤다.
쿵-!
열아홉 마리 흉수들이 동시에 손을 썼다.
산처럼 커다란 짐승 발톱과 엄청난 신광이 둘을 힘껏 내리쳤다.
흉수들은 모두 천신 정상의 경지였다.
게다가 줄곧 화선 나무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선의를 가지고 있었다.
평범한 천신 정상 경지의 무인들보다 훨씬 강했다.
"붕멸전도!"
진남의 기세가 폭발했다.
마치 절세의 도객 같았다.
순식간에 엄청난 대전이 허공에서 펼쳐졌다.
웅장한 기운이 마치 폭풍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젠장! 진남, 이놈아!"
팔요마왕은 욕설을 퍼붓고 급히 둔술을 펼쳤다.
그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수림에서 도망 다녔다.
도망가지 않는다면 이 위력에 피해를 입을 것이었다.
그럼 그의 꿍꿍이도 소용이 없었다.
"과천일격!"
진남은 선인이 내려온 것처럼 엄청난 위력으로 칼을 휘둘러 흉수들의 머리를 베거나 아예 박살을 냈다.
다른 열여덟 마리의 흉수들은 이를 보자 화를 냈다.
그것들은 갖가지 선술을 펼치며 목숨 걸고 싸울 기세였다.
"네가 갑자기 손을 쓴 대가다. 네가 도경대성을 이루었지만 열여덟 마리의 흉수들과 싸우다 보면 경지도 약해지겠지."
팔요마왕의 냉소가 번졌다.
싸움이 끝나면 진남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역기지체!"
바로 이때, 진남이 기세를 드러냈다.
방원 몇십 리의 허공에 수많은 금이 갔다.
기세에 놀란 열여덟 마리의 흉수는 그의 앞에서 순식간에 작아지고 경지도 전에 비해 훨씬 약해졌다.
"경지가 배로 늘었어?"
팔요마왕은 깜짝 놀랐다.
그는 경지가 높아지는 것을 많이 봤다.
'지금 이건 태고금기와 싸우던 상고대종과 같은 수단이잖아? 설마 진남은 상고대종의 후계자인 건가?'
펑-! 펑-! 펑-!
한 차례의 대전이 다시 벌어졌다.
진남은 위로 날아오르며 엄청난 의지를 담은 도기로 흉수들을 베었다.
"부서져라!"
진남은 고함을 질렀다.
적금색 전갑이 나타났고 그의 전의는 더 늘었으며, 도기는 더 강해졌다.
순식간에 열여덟 마리의 흉수가 전부 부서졌다.
하늘 가득 피가 흩날렸다.
"죽고 싶지 않으면 나를 건드리지 말거라."
진남은 허공에 서서 살벌한 붉은 빛을 뿜으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산의 구석구석에 전해졌다.
분노하고 공격하려고 준비하던 요수들은 마치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들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벌벌 떨었다.
"마왕 선배님, 우리 갑시다."
진남은 발끝을 차고 열세 개의 선광으로 날아갔다.
팔요마왕은 바로 뒤따라갔다.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보이지 않는 저항력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단천도를 휘둘러 베었다.
보이지 않는 저항력도 강했지만 단천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게 화선 나무입니까?"
잠시 후, 강에 들어선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칠색의 강물에 열세 개의 화선 나무가 있었다.
삼십 장 높이에 나뭇가지가 옥 같으며 가지마다 선문이 새겨져 있었다.
엄청난 기운을 가진 나무는 산에 뿌리를 박고 있었다.
그것들이 뿜는 선광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수했다.
진남이 그것들을 연화하지 않고 그저 빛 아래에 있는다고 해도 엄청난 성과를 이룰 정도였다.
"천 년이 지났다. 그새 열세 개의 화선 나무가 다 자랐구나. 저것들을 연화하면 승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도 의지도 장악할 수 있고 심지어 나무를 심을 수도 있다!"
팔요마왕은 두 눈이 이글거렸다.
목구멍이 있었으면 침을 꿀꺽 삼켰을 것이다.
"마왕 선배님, 이제 와서 다른 꿍꿍이를 생각하면 안 됩니다."
진남은 그를 힐끗 쳐다보며 경고했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뱀 같은 나뭇가지들은 살아있는 것처럼 쭉쭉 뻗었다.
선문이 새겨진 나뭇잎이 휘날렸다.
만장 높이의 방대한 선광이 나뭇가지에서 폭발했다.
선광은 칠색의 강물을 거쳐 구름 위로 솟구쳤다.
커다란 산봉우리는 빛에 덮였다.
"응?"
진남은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화선 나무가 폭발하고 찬란한 빛을 뿜으면 살신지에 있는 대부분 무인들이 알게 될 것이었다.
즉, 곧 무인들이 모두 몰려올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