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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882화 (882/1,498)

882화 선기 흡수

"태고금기와 싸웠다고요?"

진남은 눈빛이 살짝 변했다.

태고금기라는 단어는 수피화권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끝없이 넓은 구천선역에 여러 세력들이 태고금기에 맞서고 있다. 우리 역기문도 그중 하나다."

형상은 말했다.

"태고금기라는 게 대체 무엇입니까?"

진남은 궁금했다.

수피화권은 태고금기를 경계하고 감히 건드리기 두려워하는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사람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영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중생을 초월한 특이한 존재지. 나중에 너도 태고금기의 모든 것을 알게 될 거다."

형상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는 이번 싸움에서 승리했기에 역기문의 제자가 될 자격이 있다. 의향이 있느냐? 물론 역기문은 몇천 년 전에 이미 멸망했다."

마지막 말은 진남에게 귀띔하기 위한 것 같았다.

"이번 시합은 지신 조와 천신 조로 나누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제가 이겼다고 해서 바로 전승을 얻을 수 있습니까?"

진남은 먼저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질문했다.

"오백 년 동안 역기문의 전승은 육황전장에 나타나지 않을 계획이었다. 다만 네 몸속에 있는 금기의 물건 하나가 나를 미리 깨웠다."

형상의 얼굴에서 두 개의 검은 불꽃이 타오르더니 한 쌍의 화동(火瞳)으로 변해 진남을 주시했다.

그의 몸속을 낱낱이 살피려는 것 같았다.

전에 벌어진 싸움은 대머리 사내를 통해 전부 확인했다.

진남이 상처를 절반 이상 회복했을 때 그는 확신했다.

진남은 깜짝 놀라 물었다.

"선배님, 이것의 내력을 알고 있습니까?"

백남지화는 진남에게 위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움이 되었다.

그래도 진남은 그것의 내력을 알고 싶었다.

"미안하다. 금기의 물건은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라 나도 잘 모른다."

형상은 고개를 흔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너에게 해줄 말은 이것밖에 없다. 금기의 물건을 가지고 있으니 조만간 태고금기가 너에게 눈독을 들일 것이다. 그것 때문에 나는 전승을 너에게 주려고 한다."

어떤 말들을 그는 진남에게 말하지 않았다.

금기문에 있는 일부 진정한 것들을 그는 진남에게 줄 수 없었다.

그들은 더 찾아야 할 사람이 있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고금기에 대해 진남은 별 느낌이 안 들었다.

백남지화의 비밀은 천천히 알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역기문에서 저를 구속하지 않고 아무런 조건도 걸지 않는다면 가입할 의향이 있습니다."

진남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 건 없다. 그저 네가 태고금기를 부수는 날 이들의 조각상도 함께 부숴주기만을 바란다."

형상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문제없습니다."

진남은 잠깐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진남, 금기문이 멸망한 후 나는 삼대 진문술(?門術)과 비범한 천지영물들을 제단에 연화시켰다. 네가 제단에 들어서면 이번 전승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명심하거라. 역기지인(逆忌之印)이 탄생하기 전에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눈을 뜨면 안 된다."

형상은 당부를 하고 큰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대전의 앞쪽에 높이가 다섯 장, 길이가 열아홉 장이 되는 제단이 떠올랐다.

제단에서는 선인의 빛이 반짝거렸다.

진남은 전신의 금동을 사용하지 않고도 제단의 깊은 곳에 방대하고 순수한 힘이 일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진남은 가볍게 숨을 내쉬고 형상에게 공수했다.

그는 금기문의 삼대 술법이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이 순수한 힘만으로도 경지에 커다란 변동이 생길 거라고 확신했다.

"아, 참! 선배님. 천신 조에 제 벗이 있는데……."

진남은 혈안천신이 생각났다.

순수한 힘의 양을 보니 흡수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걱정 말거라. 그에게 작은 전승을 주었다. 지금 그는 폐관 수련 중이다."

형상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진남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발끝을 차고 제단에 날아올라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쿵-!

방대한 힘이 용솟음쳤다.

힘들은 태고 거수들처럼 진남의 몸속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육신과 신력은 금세 엄청나게 좋은 점을 얻었다.

진남의 등 뒤로 커다란 청색 빛이 솟아올랐다.

이번 폐관 수련은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전신의 힘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낭비할 리 없었다.

"이건……?"

형상은 그 모습을 보자 벼락을 맞은 것 같고 가슴이 떨렸다.

그는 이 청색 빛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색 빛이 풍기는 힘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진남이 지존제자이거나 절세천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보니 진남의 신분과 내력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것 같았다.

"지신 경지로 도경에 도달한 것도 그렇고 신분과 내력도 이토록 비범하다니……."

형상은 이내 차분해졌다.

그는 잠깐 고민하더니 법인들을 만들고 호한선광(浩瀚仙光)을 제단에 주입했다.

호한선광은 역기문의 최강 전승이었다.

앞서 그는 진남에게 호한선광을 줄 생각이 없었지만 방금 생각이 바뀌었다.

진남은 구천지존이거나 더 강한 존재가 몰래 키우는 제자, 혹은 후계자일 수 있었다.

그의 생각이 맞는다면 진남은 태고금기를 부술 가능성이 매우 컸다.

혹시 짐작이 틀린다고 해도 그가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진남은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진남은 수련에 푹 빠져들었다.

제단이 가진 순수한 힘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무척 방대했다.

심신을 열어놓고 최선을 다해 흡수를 하면 하루 이틀 내로 경지를 돌파하고 다음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몸속에 있는 전신의 힘이 아직 부족하다. 돌파를 하기에는 시기가 빨라."

진남은 중얼거리며 심신을 움직여 신력을 봉인했다.

삼대 개세천재들과의 싸움에서 그는 한 가지 알아냈다.

수피화권의 말처럼 도경에서 원만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도옥이 만들어지면 사극지경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니면 진남은 도경 대성 경지라 세 개세천재를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때문에, 급급히 경지를 돌파하지 않았다.

그는 체내의 신력이 일정한 단계까지 축적되면 전신의 힘을 융합하여 진급하려고 했다.

그러면 신력은 엄청난 경지에 이를 것이다.

그때 여러 술법들을 펼친다면 살상력이나 다른 면에서 개세천재들을 초월할 수 있었다.

슉-! 슉-! 슉-!

이때, 신비한 옛 문자들이 홍수처럼 진남의 머릿속에 밀려와 현묘한 법결들로 변했다.

'이게 이번 전승 중 역기문의 선술인가?'

법결들은 세 가지 선술이었다.

첫 번째 선술은 백참비령지술(白斬飛靈之術)이라 불리는 도술이었다.

두 번째 선술은 응영환선지술(凝影幻仙之術)이라 불리는 둔술이었다.

세 번째 선술은 가장 강했다.

역기지체(逆忌之體)라 불리는 선술이었는데, 연마를 하면 육신에 변화를 주어 여러 불가사의한 신위를 갖게 했다.

"도술과 둔술은 세 번째 선술의 위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진남은 선술들의 비밀을 알아차리고 일심이용하여 깨닫기 시작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 용현령과 소붕왕 만소는 무인들을 보내 진남을 죽이려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자호, 명음 태자, 무흔검신도 전장을 떠난 뒤 엄청난 힘을 동원하여 조사했지만, 소득이 없어 그만두었다.

작은 공간에서 벌어진 지신 조의 싸움은 상행천소선역에서 작지 않은 파란을 일으켰다.

다만 구홍을 제외한 사람들은 주인공이 진남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 * *

"역기의 법은 술법과 신비함이 공존한다. 천지에 부족함이 있다면 그것이 도가 된다. 역기의 법은 천지에 존재하지 않고 조화 사이에 존재하지 않으며……."

얌전히 앉아있던 진남은 갑자기 법인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식해에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기운들이 생겨났다.

이 기운이 바로 형상이 말하던 역기지인이었다.

"응?"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역기지인들은 생겨난 뒤 스스로 모이고 융합되더니 주먹만 한 크기의 검은 돌멩이가 되었다.

"이 선술은 단순히 역기지인만 생기게 하는 건 아니구나."

진남은 더 생각하지 않고 계속 깨달음을 느꼈다.

닷새 후, 주먹만 한 크기의 검은 돌멩이에 변화가 생겼다.

돌멩이에 '심장'이 생겨 펑펑 뛰며 엄청난 파동을 일으켰다.

하지만 '심장'은 보이지 않는 사슬에 묶인 것처럼 진남의 육신을 역기지체로 변신시키지 못했다.

"응? 뭐지?"

진남은 체내의 신력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다. 폐관 수련이 끝나면 형상에게 물어보자."

열심히 흡수한 덕분에 전신의 힘은 이미 백오십 개가 되었다.

체내의 신력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서 진남의 심신을 흔들며 제압을 돌파하고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

"이제 거의 다 되었어!"

진남은 숨을 들이쉬고 전신의 힘을 전부 신력에 주입했다.

순식간에 그에게서 엄청난 강풍이 폭발하며 대전을 흔들었다.

또, 그의 몸은 엄청난 흡입력으로 제단 깊숙한 곳의 순수한 힘을 계속 흡수했다.

이런 괴이한 장면은 그 뒤로 닷새 동안 지속되었다.

제단에 순수한 힘이 거의 사라졌을 때 변화가 일어났다.

쿵-!

진남의 몸에서 신의 빛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올랐다.

지신 경지 육 단계!

지신 경지 칠 단계!

지신 경지 팔 단계!

그는 지신 정상의 경지가 되자 천천히 멈추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의 눈과 몸, 단천도와 적금색 전갑이 엄청난 힘을 얻어 탈바꿈을 하는 것 같았다.

진남의 육신은 지신 경지 오 단계가 되었고 혈액은 옅은 자금색으로 변했다.

단천도와 적금색 전갑에 신비한 전문이 번지고 기운은 더 강해졌다.

전신의 금동은 완전히 금빛으로 변했지만, 깊숙한 곳에는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의 보라색이 살짝 남아있었다.

변화가 가장 큰 것은 진남의 신력이었다.

그의 신력엔 수많은 자금색 빛이 더해졌다.

예전에 진남의 신력이 신룡 같았다면 지금은 신룡이 자금색 전갑을 입은 것 같았다.

"응?"

진남은 의아했다.

식해 깊은 곳 무주궁도에서 얌전하게 있던 선근이 갑자기 격렬한 빛을 뿜었다.

자금색 무늬는 태고전룡처럼 선근을 아래에서 위로 감으며 타고 올랐다.

주변에는 일곱 개의 백금색 불꽃이 떠올랐다.

백금색 불꽃들은 선도대진을 이룬 것 같았다.

진남이 선근을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선근은 어둠 속에서 옅은 선의를 흡수했다.

다른 변화들은 진남의 예상 범위 내에 있었다.

그러나 그는 선근에도 변화가 생길 줄은 몰랐다.

"선근을 움직여 보자."

진남은 차분해졌다.

진남이 신념을 움직이자 일곱 개의 백금색 불꽃은 활활 타올랐고 어둠 속에서 순수한 선기가 그의 몸속으로 흘러들었다.

"선기를 흡수할 수 있다니!"

진남은 깜짝 놀랐다.

흡수한 선기는 무척 적었지만, 시간이 길수록 분명 더 많이 축적되고 강대한 천지영물처럼 진남에게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었다.

이번에 선근에 변화가 생겼다는 게 중요했다.

다음에 진남이 경지를 돌파할 때 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었다.

그때가 되면 더 많은 선기를 흡수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진남은 두 눈을 번쩍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대전에 형상이 서 있고 옆에는 혈안천신이 서 있었다.

혈안천신은 폐관 수련이 끝나자 이곳에서 진남을 기다렸다.

진남은 그를 힐끗 살폈다.

수련을 통해 혈안천신은 천신 경지 이 단계를 돌파했다.

"진남, 네 경지가……."

혈안천신은 경악했다.

그는 진남과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그의 기운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진남의 기운이 얼마 전보다 크게 달라졌다.

혈안천신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설마 전승을 얻고 천신 경지를 돌파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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