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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875화 (875/1,498)

875화 백남지화(白藍之花)

"다섯 개 셀 시간을 주겠다. 선도맹세를 하고 이곳을 떠나거라. 아니면 가만두지 않겠다."

진남은 오른팔을 부숴 단천도로 변화시키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고작 패자 세력의 내문제자들이 나를 위협하겠다고?'

"허허, 우리를 위협하지 말거라. 우리는 남세선왕의 내문제자들이다. 네가 우리를 공격하는 건……."

여덟 명의 무인들은 냉소를 지었다.

상행천소선역에서 그들은 가끔씩 천신 강자들을 만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천신강자들도 그들의 신분이 두려워 그들을 공격하지 못했다.

그런데 진남은 고작 지신 경지였다.

"그래?"

그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남은 입을 열었다.

많은 붕멸의지가 거권(巨拳)을 이루어 한 명에게 날아갔다.

"너……!"

여덟 명의 무인들은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들은 진남이 진짜로 자신들을 공격할 줄 몰랐다.

"저자 옆의 반보천신 경지의 강자는 혈토의 금제를 푸는 중이라 우리를 상대할 수 없어. 함께 손을 써 진남을 진압하자!"

무인들은 태도가 오만했지만, 상황 파악은 빨랐다.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결단을 내렸다.

진남을 보는 눈빛도 싸늘해졌다.

"진남을 상대하는 건 나 혼자면 충분하다!"

가장 먼저 말하던 무인이 첫 번째로 나섰다.

그는 손을 들더니 선술을 드러냈다.

하선(河仙)으로 변한 것처럼 강물을 움직여 진남을 가두려 했다.

그는 여덟 명 중에서 경지가 가장 높았다.

지신 경지 오 단계에 도달하고 삼극지경을 장악했다.

그는 한 방이면 진남을 진압할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웅-!

칼 울림이 들리더니 강물이 전부 사라졌다.

진남은 흉수처럼 그 무인의 머리 위로 날아가 짓밟았다.

쿵-!

수많은 붕멸의지가 전부 폭발했다.

무인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서둘러 선술, 법보, 부적을 드러내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

그러나 선술이나 법보 등이 전부 부서졌다.

그의 몸도 커다란 힘의 충격을 받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몸이 땅속으로 꺼졌다.

"어……?"

나머지 일곱 무인들은 이 광경을 보자 깜짝 놀랐다.

'진남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기껏해야 지신 경지 삼 단계 정도이다. 그런데 진남은 어떻게 한 방에 사형을 격파했지?'

"커헉……."

격파된 무인은 입에 피를 토하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진남은 경지를 숨겼다! 어서 연합하여 남허선문대진(南虛仙門大陣)을 만들어 저자를 진압하거라!"

패자 등급의 세력의 제자들과 무상도통의 제자들은 평소에는 어떻든 싸우다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 빠르게 반응했다.

"남허선문대진!"

나머지 일곱 명의 무인들은 순식간에 반응하고 길게 소리치며 법인을 이루었다.

그들의 형상은 순식간에 흩어져 동그라미로 변해 진남을 감쌌다.

잠깐 사이에 많은 선의진문(仙意陣紋)이 허공에 퍼지기 시작했다.

진남의 머리 위에 높이가 백 장 되는 오래되고 패기 있는 신비한 문이 나타났다.

"이건……?"

진남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이 문에서 익숙한 형상을 보았다.

"진남, 두렵느냐? 그러나 이미 늦었다."

제자들은 진남이 두려워하는 줄 알고 비아냥거리더니 손을 내리쳤다.

"눌러라!"

신비한 대문이 쿵 하고 폭발했다.

사방의 허공에 파문이 일었다.

"붕멸전도!"

진남은 기세가 변했다.

웅장하고 패기 있게 많은 붕멸의지, 전신지의를 단천도에 융합하여 내리쳤다.

펑-!

신비한 대문은 소리를 내며 부서지더니 사라졌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무인들과 사형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너, 너…… 혹시 사극지경을 장악했느냐?"

사형이라는 자는 뭔가 생각난 듯 얼굴에 두려움이 드러났다.

이렇게 대단한 전력은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다.

진남이 사극지경을 장악했고 개세천재라는 것이었다.

"아니."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

"나는 사극보다 더 높아."

여덟 명의 무인들은 모두 넋을 잃었다.

'……사극보다 더 높다고?'

그들의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대단한 도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들을 산산조각 냈다.

"남허선문대진……. 남세선왕이 진짜 남천문 배후의 그 신비한 패자인가보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조만간 그는 남세선왕을 격파하겠다고 결심했다.

그와 남세선왕은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물과 불처럼 어울리지 않고 철천지원수였다.

물론 지금은 그저 추측일 뿐 확신할 수 없었다.

남세선왕의 진전제자들이나 후계자들을 잡으면 제대로 알아봐야 했다.

"진남, 밑에 있던 천지영물들이다."

이때, 혈안지신이 강 밑에서 날아왔다.

그는 어이없는 듯 말했다.

"고작 스무 개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가짜다. 보기에는 영물 같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진남은 생각을 멈추고 말했다.

"스무 개라도 충분합니다. 어서 이곳을 떠납시다."

둘을 빠르게 멀리 날아갔다.

그들은 산골짜기에서 동굴을 발견하고 많은 금제를 쳤다.

혈안지신은 천지영물들을 전부 진남에게 주려 했다.

진남은 한사코 거절하고 열 개만 가졌다.

"무주궁도가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보자."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천지영물들을 연화하려 했다.

보이지 않는 방대한 흡입력이 영물들을 전부 빨아들였다.

웅-!

무주궁도는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주궁도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무리가 더 커졌다.

변화가 일어난 것 같았다.

한참 후 변화가 완전히 끝났다.

빛무리는 꽃으로 변했다.

꽃은 잎이 여섯 개였다.

파란색을 띠고 생명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의 오묘함은 전신금동이라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이 꽃에 어떤 작용이 있는지 모르겠구나. 우선 움직일 수 있는지 신념으로 소통해보자."

진남은 중얼거리며 신념을 전했다.

슉-!

파란색 꽃이 살짝 흔들리더니 깨끗하고 짙은 생명의 힘이 퍼져 나왔다.

힘은 진남의 사지백해에 들어갔다.

진남은 몸이 화로로 변한 것처럼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진남은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단천도를 휘둘러 팔을 벴다.

길이가 일 촌 되는 핏자국이 생겼다.

그러나 핏자국은 나타나자 바로 생명의 힘에 의해 회복되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파란색 꽃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힘은 상처를 회복시킬 수 있구나!"

진남은 깜짝 놀랐다.

기쁘기도 했다.

이건 보기에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사실은 매우 중요했다.

그의 전력에 매우 큰 영향이 있었다.

싸움에서 쌍방이 모두 죽게 되었을 때 그의 상처가 스스로 회복된다면 결과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이 파란색 꽃은 전신의 혼처럼 충분한 천지영물이 있으면 계속 변화할 수 있을 거다. 그러면……."

진남은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파란색 꽃은 나타난 후 뭔가 느낀 것처럼 무주궁도에서 조금씩 움직여 그림 속의 수정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응?"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파란색 꽃이 뭐 하려는 거지?'

슉-!

파란색 꽃은 감쪽같이 수정 안으로 들어가 묘묘 공주가 죽은 후 남은 한 개의 흰색 기운과 융합되었다.

수정은 크게 흔들렸다.

많은 파란색 빛이 안에서 반짝거렸다.

무상도종이 천천히 울려 퍼졌다.

사람들에게 지금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다.

"호환환우…… 중생희희…… 주선, 신약, 무혼……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진남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머릿속에서 오래되고 희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많은 장면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모든 것이 끝나자 수정 안의 이변도 완전히 끝나고 조용해졌다.

다시 보니 파란색 꽃과 공주는 완전히 하나로 융합되어 백남지화(白藍之花)로 변했다.

꽃은 신비한 금빛을 뿜었다.

꽃잎도 일곱 개로 변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진남은 백남지화를 보자 안색이 변했다.

신념으로 꽃을 훑어봤다.

묘묘 공주의 마지막 기운이 사라지면 그가 인선이 되었다 해도 그녀를 부활시킬 수 없었다.

진남과 혈안지신이 느끼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백남지화가 나타나는 순간 보이지 않는 신비한 기운이 큰바람처럼 휘몰아쳤다.

그것은 속도가 매우 빨랐다.

땅, 산, 삼림을 지나 마지막에 육황전장 전체의 모든 곳을 지났다.

"다행이다. 공주의 기운이 아직 있어."

한참 후, 진남은 한숨을 내쉬었다.

좀 전의 관찰과 그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진 소리를 듣고 그는 이번의 변화가 공주에게는 좋은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선, 신약'

이 네 글자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포함되었다.

"진남, 괜찮느냐?"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혈안지신은 두 눈을 뜨더니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혈기를 천천히 거두어들이며 말했다.

그는 방금 열 개의 천지영물을 연화하여 경지가 또 정진했다.

"괜찮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 봅시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앞으로 날아갔다.

* * *

"어? 어떻게 된 거지? 나는 전에 이곳에 온 적 있다. 그런데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었다. 지금은 왜 천지영물이 이렇게 많지?"

한참 후, 혈안지신은 아래쪽 수림을 보며 말했다.

그는 영광을 반짝이는 천지영물을 보고 놀랐다.

천지영물들은 좀 전에 얻은 것보다 많이 약했다.

그러나 양이 매우 많았다.

아무리 깊이 숨었다 해도 한 개도 발견하지 못할 수 없었다.

"아마 이변이 일어났나 봅니다."

진남은 말하며 손을 뻗어 천지영물들을 잡아 바로 연화했다.

이렇게 하는 건 앞으로의 수련에 불리했다.

그러나 닥칠 위기가 너무 많아 지금은 우선 경지를 진급시켜야 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신력을 공고히 해야 했다.

둘은 앞으로 가면서 천지영물들을 모았다.

아무런 위험도 없었다.

그들의 기운을 느낀 무인들과 요수들은 피해갔다.

그러나 계속 들어갈수록 둘은 더 놀랐다.

이번에 그들은 너무 많은 천지영물을 얻었다.

진남의 신력도 연이은 연화를 통해 꽉 차 돌파하기까지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혈안지신도 경지가 많이 진급되었다.

전에 죽인 흑포 노인과 충분히 겨룰 수 있었다.

"선의가 있는 천지영물이구나!"

진남은 두 눈이 횃불처럼 밝았다.

그는 잎이 무성한 검은 풀을 발견하고 잡아다 연화하려 했다.

전과 달리 무주궁도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방대하고 깨끗한 영력이 진남의 몸에 주입되었다.

진남은 이제 돌파까지 반보밖에 남지 않았다.

"백남지화가 탄생한 후 천지영물에 대한 요구가 더 높아진 것 같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러나 어쩌면 잘된 일일 수도 있었다.

무주궁도가 천지영물을 전부 빨아가면 그는 경지를 진급하는 게 매우 늦어질 것이다.

"앞쪽 멀지 않은 곳이 바로 천위고해(千威古海)이다. 이따 나의 동력을 너에게 보태주마. 뭔가 발견할 수 있는지 보거라."

혈안지신은 말했다.

그는 진남의 동술이 자신의 혈안보다 꿰뚫어 보는 힘이 적어도 몇십 배 강하다는 걸 발견했다.

"천위고해요?"

진남은 되물었다.

"천위고해는 육황전장의 접경지역이다. 이곳을 넘으면 전장의 깊은 곳에 도착하게 된다."

혈안지신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바다는 보통이 아니다. 방대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늠할 수 없다. 천신도 바다 밑에 들어갈 수 없다. 소문에, 몇백 년 동안 많은 무인들이 이곳에서 적지 않은 좋은 점을 얻었다고 한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 앞으로 날아갔다.

몇 시진 후 그들은 천위고해에 도착했다.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본 그들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끝없이 넓은 갈색 바다에 섬이나 산, 삼림 등이 있었다.

섬과 산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눈부시고 기운이 대단했다.

섬과 산 주위에는 무인들이 돌배를 타고 싸우고 있었다.

그중에는 패자 세력의 제자들도 적지 않았다.

진남은 바다 깊은 곳에 더 대단한 기운이 꿈틀거리는 걸 발견했다.

천신의 빛이 서로 부딪히는 것도 어렴풋이 보였다.

바다 밑에서 천신 강자들이 싸우는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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