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2화 전생과 육천신 일행
"……."
침묵이 소리를 압도했다.
육천신 등 오래된 거물들은 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들을 수 있었다.
많은 비명이 모여 천지에 울려 퍼졌다.
당황, 혼란스러움, 두려움이 폭풍처럼 모든 걸 휩쓸었다.
슉-!
끝없는 선빙지광(仙氷之光)을 반짝이는 형상이 깨진 하늘 깊은 곳에서 떠올랐다.
이렇게 드넓은 어둠 그리고 이렇게 방대한 섬에서 그녀의 빛은 여전히 시선을 끌었다.
패자의 기운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비월여제?"
육천신 등 오래된 거물들은 거의 동시에 어리둥절했다.
'비월여제가 어떻게 여기 나타났지?'
'이 모든 것이 비월여제가 한 건가?'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천지현법(天地玄法), 나는 둘도 없다. 창람본원(蒼嵐本源), 마음 따라 움직여라. 대도지휘(大道之輝, 대도의 휘황함)……."
비월여제는 두 손을 결인했다.
차가운 목소리가 방원 몇천 리 안에 있는 무인들의 마음에 전해왔다.
무인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패자를 바라봤다.
"대라법인(大羅法印), 선륜지련(仙輪之?)!"
세 개의 우레 같은 큰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칠요검령, 무연각 청년, 원도천산의 주인의 등 뒤에서 선인의 빛이 떨어졌다.
마치 선인이 손에 커다란 쇠사슬을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쇠사슬의 끝은 땅 밑 깊은 곳과 연결되었다.
쿵-!
셋이 쇠사슬을 뒤로 확 당기자 등 뒤에서 선인의 빛이 용솟음쳐 올랐다.
수많은 신마의 포효소리가 허공에 터졌다.
갈라진 땅 깊은 곳에서 길이가 몇십만 리 되는 흐릿한 빛을 반짝이는 커다란 빛 덩이가 끌려 나와 허공으로 날아갔다.
"저 기운은……? 설마 현신공간인가?"
요신금지의 주인은 놀라 소리쳤다.
"저들이 현신공간을 끌어냈나? 아니, 아니다……!"
그것은 빨리 느꼈다.
현신공간은 매우 넓었다.
방원 몇십만 리뿐이 아니었다.
게다가 앞에 있는 이 빛 덩이의 기운은 현신공간의 기운보다 더 대단했다.
"이럴 순 없어!"
육천신과 세 거물은 안색이 확 변했다.
그들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자신들도 모르게 몸이 살짝 떨렸다.
그들은 잘 알았다.
이건 창람대륙에 속하는 본원의 힘이었다.
게다가 현신공간이 뭉쳐 이루어진 본원의 힘이었다.
'창람대륙의 본원의 힘은 사 할밖에 남지 않았잖아? 현신공간은 천지원시규칙이 남겨둔 수가 아닌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 * *
반신지국, 신운지.
많은 강자들이 끊임없이 전연무신의 옆으로 몰려왔다.
전에 진남이 제위에 오를 때 그들은 도와주지 않았다.
이제 그들은 반천맹에 가입하고 싶었다.
하지만 용제 등을 직접 찾아가는 건 경우가 아니라서 전연무신이 관계를 맺어줘야 했다.
진남은 전심전력으로 깨달음에 빠져들었다.
회백색 화염은 별 볼 일 없어 보였다.
또, 아무런 기운도 없었다.
그러나 깊게 느낄수록 그는 더 놀랐다.
화염은 본질적으로 신격 위의 본원의 힘과 비슷했다.
그는 착각이 들었다.
화염의 힘은 본원의 힘보다 현묘하고 강했다.
"화염이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진남은 빠르게 변화를 느꼈다
"화염은 내가 깊이 느낄수록 변하는 것 같다. 수피 고화가 갑자기 나에게 귀띔했던 걸 보니 내가 느끼지 않으면 이 화염은 사라지나 보다."
진남은 중얼거렸다.
"진남, 전족과 천기족의 무신을 거느리고 구리거울과 함께 오거라. 도겁할 준비를 하거라."
이때, 비월여제의 목소리가 커다란 신운지에 울려 퍼졌다.
진남의 식해 중의 구리거울도 날아 나왔다.
그러더니 빛을 반짝이며 멀리 사라졌다.
"도겁할 준비를 하라고?"
진남과 전연무신 등 강자들 그리고 사방의 많은 무인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창람대륙의 모든 도겁할 곳은 세 거물에 의해 망가졌다.
천지규칙도 더 엄하게 고쳐졌다.
근데 신격을 연화한 지 두 시진밖에 안 되는데 도겁할 곳을 찾았다고 하다니.
"구리거울 고마웠다."
진남은 빠르게 반응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더니 전연무신 등에게 말했다.
"선배님들 강자들을 남겨 여기서 저들을 보호해주십시오. 나머지 무신 강자들은 저와 함께 갑시다."
"명을 따르겠다."
전연무신과 천기할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빠르게 신념을 전했다.
이어 나머지 무신 강자들은 진남과 함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멀리 날아갔다.
그들은 느끼지 못했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진남을 진정한 맹주로 생각했다.
* * *
많은 강자들이 보는 앞에서 비월여제는 손가락을 튕겨 무상의 빛을 드러냈다.
무상의 빛은 방대한 빛 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빛 덩이는 순식간에 변하여 불그스름한 빛으로 변했다.
무연각의 청년 등은 다시 크게 소리치며 모든 힘을 들여 뒤로 잡아당겼다.
빛 덩이는 하늘 위의 끊임 없이 커지는 시커먼 섬에 부딪혔다.
웅-!
이 땅에서 뛰어다니던 무인들과 생령들은 웅 웅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힘에 갇힌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완전히 굳은 것 같았다.
이 커다란 적홍색 빛 덩이는 섬과 부딪히더니 폭발을 일으키지 않고 오히려 융합되기 시작했다.
다들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안에 대단한 힘이 탄생할 것 같았다.
"비월여제 대인은 뭐 하려는 거지?"
오래된 존재들은 의문이 가득했다.
"본원의 힘 그리고 모든 기운이 사라진 원시적인 검은 땅, 비월여제는 설마……."
육천신과 세 거물은 이 광경을 보자 머릿속에 대단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공격하거라!"
비월여제는 차갑게 명령을 내렸다.
창람대륙 밖의 끝없는 허공 속에서 눈부시고 드넓은 선인의 빛 그리고 오래된 대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잠시 후, 하늘을 흔드는 폭발음과 함께 태고전룡처럼 옅은 파란색을 뿜는 기이한 기운이 허공을 넘어 하늘에 난 커다란 구멍으로 섬에 들어왔다.
비월여제는 구천에서 패자 등급의 엄청난 존재였다.
그녀 혼자만의 경지로도 창람대륙의 법인을 부술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부하 병사들을 거느리고 끝없는 허공을 넘어 이곳으로 온 건 이런 목적도 있었다.
그녀는 창람대륙에서 경지를 눌렀기에 많은 일에 나설 수 없었다.
화르륵-!
이 기이한 기운들은 가장 깨끗한 원시선력(元始仙力)이었다.
창람대륙도 뭔가 느낀 듯 살짝 흔들렸다.
땅에서 커다란 폭풍이 휘몰아쳤다.
만약 이런 원시선력이 더 많으면 창람대륙의 많은 땅이 부서질 수 있었다.
차하계의 대륙은 대상계의 기운을 감당할 수 없었다.
"하늘의 별들은 나를 중심으로 세상에 주입되거라."
"일구옥륜(日晷玉輪), 명령을 듣거라. 음양 두 개의 기운은……."
비월여제는 다시 손을 썼다.
하늘의 별들 그리고 일구(해시계)와 옥륜은 매우 환해졌다.
천지를 밝게 비추었다.
"제이대륙, 혼돈법변(混沌法變)!"
마지막 네 글자가 끝나자 커다란 섬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섬 주위에 수정이 물결처럼 퍼졌다.
수정들은 세상의 벽이었다.
그것은 외부의 모든 기운과 강자들을 전부 차단했다.
그러자 섬에서 광풍이 휘몰아치고 먹구름이 밀려오더니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번쩍거렸다.
사람들은 창람대륙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받았다.
끝없는 어둠 속에 파란색 유화가 켜진 것 같았다.
"이건……?"
"이건 뭐지?"
"이건 하나의 공간도 아니고 작은 세상도 아니잖아!"
오래된 존재들은 안색이 변했다.
"저 여인……, 저 여인이 진짜…… 진짜 창람대륙에서 두 번째 대륙을 만들려 하는구나!"
육천신과 세 거물은 이 광경을 보자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뭐? 두 번째 대륙을 만들어낸다고?"
요신금지의 주인, 해족의 족장 등 장로 등급의 거물은 깜짝 놀랐다.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본원의 힘이 있으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 있었다.
'얼마나 강한 수단과 박력이 있어야 하는 거지?;
'비월여제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비월의 수단으로 계중계(界中界)를 만드는 건 매우 쉽다. 만약 본원의 힘이 충분하면 그녀는 세상을 만들려 해도 어렵지 않을 거다."
이때,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흰색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흰색 치마를 입은 여인이 머나먼 허공에서 걸어왔다.
그녀의 기운은 계속 변하고 있었다.
대제였다 무신이었다 심지어 인신으로 변했다.
그녀의 영지는 이미 오 할 정도 회복되었다.
그녀는 이미 처음과 완전히 달라졌다.
"누구요?"
육천신과 세 거물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엄청난 살기를 뿜어 세상을 가뒀다.
이곳은 남천문의 영의 허락이 없으면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
'이 신비한 여인은 어떻게 들어왔지?'
"비월의 전생, 그녀의 삼생겁이다."
여인은 담담하게 웃었다.
"전생?"
육천신과 세 거물은 동시에 어리둥절했다.
"나는 너희들과 연합하려고 여기로 왔다."
여인의 목소리는 듣기 좋았다.
듣는 것만으로도 호감이 생겼다.
"지금의 형세는 너희들에게 불리하다. 우리와 연합해야 너희들은 승산이 있다."
"응? 연합하자고?"
육천신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안색이 변하지 않고 물었다.
"방금 우리라고 했소. 그 말은 비월여제 말고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거요?"
"당연하지. 삼생겁, 전생, 금생, 내세가 전부 올 거다. 비월여제의 내세는 이미 왔다."
마지막 말은 그들의 마음속을 우레처럼 때렸다.
"내세도 있소?"
육천신과 세 거물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그들은 비월여제가 스스로 만든 삼생겁이 이 정도로 강할 줄 몰랐다.
'비월여제의 내세는 얼마나 대단한 경지일까?'
"만약 연합한다면 당신들은 뭘 할 수 있고 우리는 뭘 해야 하오?"
육천신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물었다.
'삼생겁은 대단하다. 그런데 우리와 연합하려고 하는 건 큰 요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를 도와 진남을 죽이거라. 그럼 우리는 너희를 도와 비월여제를 죽이겠다."
여인의 아름다운 눈에 선인의 빛이 반짝거렸다.
"진남은 삼생겁을 깨는 중요한 사람이다. 그가 죽으면 비월은 반드시 죽는다."
그녀는 본래 진남을 두려워하지 않고 바로 공격하려 했다.
그러나 내세가 그런 말을 했고, 이는 뭔가 발견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남을 죽이면 되오?"
신방의 영은 믿지 않았다.
진남은 이미 여섯 개의 신격을 연화해 무신 칠 단계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들이 진남을 죽이려고 마음먹으면 매우 쉬웠다.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다. 제이대륙이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누구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 진남이 제이대륙에 오르면 완전히 봉신할 수 있다. 그가 봉신한다면 너희들 중 누가 그의 상대가 되겠느냐?"
여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소. 비월여제가 제이대륙을 만들었다 해도 그곳의 천지규칙과 무도규칙은 창람대륙과 같소."
남천문의 영은 말했다.
"너무 모르는구나."
여인은 다소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을 내비쳤다.
"제이대륙은 계중계에 속한다. 완전한 대륙이 아니지. 그것은 창람대륙과 연관이 있다. 하지만 일부분은 여전히 자립적이다. 그리고 비월은 그것을 만든 사람으로서 천지규칙과 무도규칙을 정할 수 있다."
장로 등급의 거물들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제이대륙에 이런 용도가 있을 줄 몰랐다.
만약 진남이 진짜 도겁에 성공하면 그는 그들이 우러러보는 존재가 될 것이다.
"대인, 당신의 말대로라면 진남은 바로 도겁할 수 있고 우리는 그를 죽일 수도 없소. 그런데 왜 연합하려는 거요?"
육천신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제이대륙은 이제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내세가 공격하면……."
여인은 자신의 계획을 천천히 말했다.
커다란 천지가 조용해졌다.
육천신과 세 거물 그리고 다른 장로 등급의 거물들은 여인의 말을 듣더니 눈이 점점 반짝거렸다.
여인의 말대로라면 진남이 봉신하기 전에 죽이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진남과 비월여제가 연합하여 짠 판을 쉽게 깰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