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화 삼생겁
"삼생겁은 도대체 뭡니까? 저는 방금 그녀와 싸웠습니다. 그녀는 전력은 강했지만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진남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용호와 세 요제도 궁금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창람대륙에서 최고의 강자들이다. 이들이 모두 안색이 변할 정도면 삼생겁은 남천문처럼 강한 건가?'
"진남, 이제 너에게 팔천 년 전의 그 전쟁에 대해 말해줘야겠다."
소충은 한숨을 내쉬더니 두려운 것처럼 한참이 지나도록 말하지 않았다.
"용신의 혼이 왜 이렇게 꾸물거리십니까?"
용호는 투덜거렸다.
"하마터면 너를 잊을 뻔했다. 고작 무조 주제에 이런 걸 들을 자격은 없다."
소충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는 용호가 어이없어하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꼬리를 저어 허공을 때려 용호를 반천맹으로 보냈다.
"팔천 년 전에 내가 싸움에서 물러난 후 다른 세력도 물러났다. 비월여제 대인은 삼생겁의 금기술을 움직였다. 금기술 덕분에 비월여제 대인은 남천문 등의 봉쇄를 뚫고 만고이래 첫 번째 비승한 사람이 되었다."
소충은 진정하고 말했다.
진남은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남천문의 봉쇄를 뚫을 수 있을 정도면 그 술법이 얼마나 대단할까?'
"천도윤회는 끊임없다. 아무리 경지가 강해도 언젠가는 수명을 다하여 죽고 다시 윤회하게 된다."
이때, 구리거울이 빛을 반짝거리더니 비월여제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제 대인!"
소충 등은 바로 공수했다.
"다들 창람대륙의 무도규칙이 이미 변경되었다는 걸 알 거다. 수련하려면 무혼을 통해야만 천지영기를 흡수할 수 있고 제명을 받아 신격을 연화해야만 제위에 올라 봉신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무혼규칙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삼생겁을 만들어 전생, 금생(今生, 이번 생), 내세(來世, 다음 생)의 힘을 빌려 수련했다."
비월여제는 차갑게 말했다.
"네?"
진남은 깜짝 놀랐다.
'전생, 금생, 내세의 힘을 빌려 수련할 수 있나? 그 역천지법을 비월여제가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전에 남천문과 싸울 때 나는 삼생지공(三生之功)으로 나의 전생을 불러와 나를 돕게 했다."
비월여제의 말은 놀라웠다.
"여제 대인의 전생을 불러왔다고요?"
진남이 받은 충격은 더 컸다.
'비월여제의 말대로라면 전생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 삼생겁은 죽은 사람을 불러오게 할 수 있다고? 허……. 음양을 돌리고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그리고 그 행동이 너무 놀라워 만고금기를 건드렸다. 내가 비승한 후 나의 전생은 기억과 영지를 잃었다. 또 다시 창람에 돌아와 나를 죽이겠다고 선마도세(仙魔道誓)를 했다."
그녀의 말에 칠요비선검 안은 조용해졌다.
"그럼……."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좀 전의 그 사극지경의 대제 거물은 그럼 비월여제의 전생이구나.'
"맞다. 그것은 나의 전생이다."
비월여제는 진남의 마음을 꿰뚫어본 것처럼 차갑게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대제가 아니다. 네 수련경지에 따라 그녀의 수련경지도 달라진다. 네가 봉신하면 그녀도 무신이 된다."
"저와 수련경지가 같다고요? 그럼 그녀는 어떤 경지입니까?"
진남은 절세빙영이 드러낸 위력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은 강한 선술이 궁금했다.
"천선지상(天仙之上)이다."
비월여제의 한마디에 진남은 심장이 떨렸다.
'천선지상! 그 정도면 구천선역 전체에서도 패주다! 비월여제의 전생이 그토록 대단한 경지에 도달하다니!'
"만겁은 죽지 않는다고 하지. 삼생겁도 마찬가지다. 완전한 사겁(死劫)이 아니다."
비월여제는 말했다.
"불러온 전생은 창람대륙에서 사라진 후 삼생지기(三生之器)로 변했다. 네가 얻은 구리거울, 금인, 홍승이다. 그것들을 얻은 자가 바로 나를 도와 이 겁을 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군요."
진남의 마음속의 많은 의문이 그제야 풀렸다.
구천선역에서 패주가 된 비월여제가 줄곧 그를 도와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세상에 이유 없는 원한과 사랑이 없듯이 이유 없는 이득도 없었다.
"그런데 여제 대인의 전생의 경지가 저와 같다면 여제 대인이 도운다면 이 겁을 풀기는 어렵지는 않을 건데요?"
진남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이 정도라면 선배님들은 왜 큰 적을 만난 것처럼 두려워하는 거지?'
"삼생겁은 전생, 금생, 내세가 있다. 예전에 나는 전생만 불러와 도와달라고 했지만 나는 만고금기를 건드렸기 때문에 삼생겁이 강림하게 된다."
비월여제는 이번에는 대놓고 말하지 않고 진남에게 전음했다.
"다시 말해 전생 외에 나의 금생과 내세도 창람대륙에 강림할 것이다."
소충 등도 몰랐다.
그것들이 삼생겁을 두려워하는 건 전에 비월여제의 전생이 나타났을 때 무신의 경지를 초월했기 때문이었다.
"금생? 내세? 그들이 전부 온다고요?"
진남은 순식간에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들은 나의 금생과 내세의 최고 경지로 창람대륙에 올 것이다."
비월여제의 말투는 무거웠다.
"전생은 대단하지 않다. 금생의 나와 내세의 나야말로 가장 대단한 것이다."
'그녀는 이미 구천선역의 패주가 되었다. 그럼 이번 생에 그녀는 마지막에 어떤 경지에 도달할까? 그녀의 내세는 절대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대단할 것이다!'
진남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삼생겁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대단했다.
어쩐지 전에 그가 구리거울, 금인, 홍승을 얻었을 때 비월여제가 정중하게 두 번이나 계속할 건지 아니면 끝낼 건지 물었었다.
"그런데 여제 대인의 금생이 어떻게 대인을 죽입니까?"
진남은 빠르게 뭔가 깨달았다.
'비월여제는 지금은 대제 경지이고 금생의 정상의 경지는 천선경지이다. 만약 천선경지의 금생이 지금의 그녀를 죽이면 나중에 어떻게 천선경지에 도달하지?'
여기까지 생각한 진남은 소름이 끼쳤다.
금생과 내세가 나타난다면 운명과 미래가 달려있다.
'삼생겁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나의 이번 생의 경지가 지금의 나보다 강하면 이 겁은 무사히 넘을 수 있다. 만약 나와 비슷하다면 죽는다는 걸 의미한다."
비월여제는 생사를 말하면서도 얼음처럼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군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힌 문제가 생각났다.
"여제 대인의 금생과 내세는 전생처럼 경지를 누릅니까?"
만일 경지를 누르지 않으면 창람대륙 전체가 파괴되고 모두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누를 거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비월여제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녀가 삼생겁을 만들었지만 이 공법은 너무 대단해 그녀도 아직 완전히 알지 못했다.
"두려우면 지금 포기해도 된다."
비월여제가 말했다.
"네?"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구리거울, 금인, 홍승을 버리면 도겁하는 사람이 되는 걸 포기할 수 있다."
비월여제는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나 나의 전생, 금생, 내세는 여전히 너를 죽이고 다른 도겁하는 사람을 찾으려 할 거다."
비월여제의 말을 들은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뭐야? 그럼 뭔 소용이란 거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제 대인의 삼생겁이 오면 저는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진남은 정색하고 말했다.
'삼생겁은 대단하지만 나는 도겁하는 사람이 되었으니 삼생겁을 풀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구리거울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내가 너에게 한 말은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지 말거라."
비월여제는 한마디 당부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칠요비선검에 다시 울려 퍼졌다.
"삼생겁이 나타날 날이 아직 되지 않았다. 지금의 전생은 두려워할 필요 없다. 하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너희들은 지금 전족과 연락하거라. 진남을 전족에 보내고 봉신하는 날 다시 나타나게 하거라."
전족의 비밀은 전신의 혼과 연관 있었다.
진남이 지금 전족으로 가는 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어쩌면 경지를 진급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원도천산의 주인 등은 긴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에 전족이 준 영패에 신념을 전했다.
전족으로 가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
"잠깐!"
단천대제는 진남을 보며 말했다.
"전족으로 가기 전에 너는 우리와 함께 시룡멸도주선창을 정제하러 가야 한다."
"저도 갑니까?"
진남은 당황했다.
"당연하지. 너를 얕잡아봐서가 아니라, 만약 미리 시룡멸도주선창을 연화하여 너를 주인으로 인정하게 하지 않으면 그것이 만들어진 후에 기태가 만들어지면 창람대륙에서 아무도 그것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단천대제는 오만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진남은 공수하고는 무연각 등과 함께 단천대제의 공간으로 갔다.
* * *
지난번과 달리 커다란 공간에는 커다란 솥이 있었다.
솥에는 화염이 타올랐다.
화염은 매우 대단했다.
꿈틀거리는 힘에 진남 체내의 제력도 흔들렸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시진마다 열 개의 정혈과 네 의지를 드러내거라!"
단천대제는 고개를 돌려 엄숙한 표정으로 원도천산의 주인과 무연각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동시에 날아갔다.
단천대제는 순식간에 다섯 구의 무신 용시, 칠백여 구의 대제 용시 그리고 구유황천, 적염금갑, 무흔지풍 등 천여 가지의 오래되고 진귀한 것들을 안에 주입했다.
두 거물은 법인을 이루어 신력을 드러내고 화염을 장악했다.
단천대제는 허공에서 오래된 신추(神錘)를 꺼내더니 몸을 날려 내리쳤다.
우르릉 우르릉 하는 큰소리가 들렸다.
* * *
열흘이 지난 후 솥 안의 모든 것은 문득 변화가 생겼다.
팔 장 높이의 시커멓고 형태가 없는 큰 돌 같은 기이한 형상이 나타났다.
매우 대단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공간은 조금씩 떨렸다.
"가거라!"
진남은 기회를 봐 열 개의 정혈과 의지를 전부 주입했다.
어흥-!
며칠 동안 제련했지만 기이한 형상은 여전히 포효했다.
진남을 주인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단천도의 주인이다. 그런데 너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느냐?"
진남은 눈빛이 차가워졌다.
오른팔을 터뜨려 단천도를 드러냈다.
단천도는 차가운 도광을 뿜었다.
웅-!
기이한 형상은 흠칫하더니 패기가 사라졌다.
단천도의 위력은 진남의 경지와 연관 있었다.
진남의 경지가 높아질 때마다 조금씩 진급했다.
단천도가 도달한 등급은 그것보다 몇 배나 대단했다.
"잘했다!"
단천대제는 고개를 돌려 진남을 보며 말했다.
"나는 이들과 함께 허공으로 들어가 함께 정제할 것이다. 정제가 끝나고나면 너는 신념을 움직여 그것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명심하거라. 그것은 한 번밖에 드러낼 수 없다. 한 번 드러나면 사라진다."
말이 끝나자 단천대제는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연기를 시작했다.
무연각의 청년과 원도천산의 주인은 진남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긴말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진남, 전족과 이미 얘기가 끝났다. 지금 너를 데리고 전족으로 가겠다."
칠요검령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움직이려던 진남은 뭔가 생각난 듯 영패를 꺼내 용제에게 신념을 전했다.
"용제 선배님, 반천맹의 모든 무인들에게 이 년이나 삼 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알려주십시오."
시룡멸도주선창은 이미 정제되기 시작했다.
이 년이나 삼 년 후에 신격쟁탈전이 시작되어 그가 신격을 연화하여 무신으로 되면 반천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