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2화 무릎을 꿇어라
"남천문, 오래 기다렸다."
마발검신은 남천문의 분노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 말투와 표정이 여전히 담담했다.
그는 신검합일하여 검광으로 변해 하늘을 찔렀다.
쾅-! 쾅-! 쾅-!
엄청난 싸움이 하늘 깊은 곳에서 벌어졌다.
끝없는 기운은 거친 파도처럼 사방으로 퍼지며 천지를 혼돈으로 만들었다.
그 순간, 무신 강자의 빛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남천신지의 많은 신산들조차도 미약한 불길처럼 가벼운 바람만 불어도 꺼질 것 같았다.
진남과 무수한 강자도 그 그림을 보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마도, 내 몸에 모여라. 허무불존(虛無不存),멸신일검(滅神一劍)."
마발검신의 기세는 거대한 문 아래서 하룻강아지처럼 매우 작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고, 흰색 두루마기가 소리를 내자 마광이 끊임없이 칼끝에 모여 마지막에 폭발했다.
끝없는 혼돈도 뚫렸다.
마치 검으로 인해 하늘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임(臨), 역(力), 질(疾), 병(兵), 살(殺)."
마발검신이 말을 내뱉자 현묘한 힘이 가해졌다.
검광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구자신술은 단순히 살초만이 아니라 중요한 순간에 기타 신술과 합쳐 위력을 증폭시킬 수 있었다.
"참으로 어리석다. 설마 이 창람대륙에 있는 금술, 신술, 보물 등이 내 앞에서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걸 모르는 게냐?"
남천문은 차갑게 말을 하며 살짝 움직이자 엄청난 무도규칙의 힘이 쏟아져 내렸다.
검의 위력은 비범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무도규칙의 힘을 찌르자 마치 끝없는 대해를 찌르는 듯 물보라만 튈 뿐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계멸지광, 고난귀도, 삼생회몽."
마발검신은 남천문의 말을 무시했다.
그는 보폭을 넓히고 법인을 변화시키며 세상에 이름을 날린 신술을 연이어 사용했다.
그는 신술들을 불가능한 지경까지 익혔을 뿐만 아니라 서로 결합시켜 보완했다.
연이은 살초들이 하늘을 찔렀다.
"진압하라!"
남천문은 움직이지 않고 그저 말만 내뱉었는데 천지가 흔들렸다.
다음 순간, 엄청난 무도규칙의 힘은 살초가 되었고, 쉽게 수많은 신술들을 박살 내버렸다.
펑-! 펑-! 펑-!
공격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살초가 허공에서 터지며 마발검신에게 향했다.
그의 경지라도 그 순간에는 뒷걸음질 쳤다.
마발검신의 기세 아까와 같지 않았다.
"남천문이 장악한 힘은 실로 너무 대단하다. 무도규칙의 힘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니……."
원도천산에서 진남은 그림 속 장면을 보며 심장이 요동쳤다.
남천문의 힘을 상대하려면 무도규칙을 초월할 뿐 아니라 엄청난 경지를 갖추어야 했다.
진남은 만고제일제이고 무도규칙을 초월했으며 천지대도의 속박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남천문 앞에서 보잘것없었다.
그것은 힘의 본질적인 차이 때문이었다.
"선배님……."
진남은 주먹을 더욱 꽉 쥐었다.
"마발이 완전히 제압당했어."
제방의 영, 신방의 영 등 옛 존자들도 더욱 집중했다.
'창람대륙의 일인자는 과연 남천문의 진정한 힘을 끌어낼 수 있을까?'
"스승님에게 싸움을 걸다니. 정말 가소롭다."
그에 비해 천도무신 등은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
남천문은 반신지국을 만 년 동안이나 지배했다.
제방, 신방조차 알아내지 못한 힘을 무신이 끌어낼 수 있을까?
"마발, 옛정을 생각해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따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우스운 행동을 할 줄이야."
남천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면 오늘 네 머리를 베어 적봉산(赤鳳山)에 영원히 걸어 놓겠다."
적봉산은 남천신지의 첫 번째 신산으로, 남천신지에 들어가려면 이 산을 지나야 했다.
적봉산 꼭대기에는 남천문에게 대적한 대제의 시신이 걸려 있었다.
마발검신 같은 존재들은 보통 정남산(正南山)에 걸어놓고 보여줬다.
그러니 적봉산에 걸어놓는 것은 큰 수모였다.
"옛정? 우리에게 정이 있었느냐?"
마발검신은 담담한 목소리에 차가움이 더해졌다.
"남천문, 네가 무도규칙의 힘을 움직일 수 있으면 대처할 방법이 없을 것 같으냐?"
쾅-!
순간 마발검신의 체내에서 태양처럼 눈부신 마광이 솟구치며 사방을 비추었다.
그의 기세는 전혀 높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발산하는 힘은 신비하게 변했는데,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힘 같았다.
"멸신일검."
마발검신은 몸을 움직였다.
엄청난 검광이 휘몰아치더니 깜짝 놀랄 장면이 나타났다.
무도규칙의 힘은 종이처럼 쉽게 찢겨 나갔다.
"어떻게 된 거지?"
남천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참된 진리! 마발검신이 참된 진리를 수련했어."
"의지로 보면 마발검신이 수련한 참된 진리는 원도천산의 주인보다 더 강하다!"
제방의 영, 신방의 영 등 오래된 존재들은 표정이 흔들렸다.
참된 진리를 수련하면 무도규칙을 초월하지 못해도 자신의 힘으로 신비한 탈바꿈을 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강해지면 무도규칙을 깰 수 있었다.
원도천산의 주인이 참된 진리를 수련한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마발검신은 대체 어떻게 수련한 걸까?'
"남천문, 참된 진리를 수련하려고 내가 얼마나 험한 일을 겪었는지 알고 있느냐?"
마발검신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난 대가를 많이 치렀다. 아직 너를 베어버릴 수 없겠지만 내게 저질렀던 모든 것들을 검으로 되찾겠다."
말이 끝나자 마발검신은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이백여 개의 긍고마기가 사방팔방의 혼돈 속에 퍼지면서 그림자로 뭉쳤다.
그림자는 마발검신의 외모, 기운 등이 같고 체내의 힘도 마발검신의 이 할과 비슷했다.
"멸신일검."
"허무검법."
"고난귀도."
"구자진언."
마발검신은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그림자들은 기세를 솟구쳐 법인을 만들었으며 엄청난 신술도 부렸다.
그러자 신술들이 서로 결합해 연환 살초를 이루었다.
수백 개의 신술은 보이지 않는 사이에 서로 연결된 원고살진(遠古殺陣)이 되었다.
살초들이 여러 각도로 남천문을 공격했다.
"이백여 개의 분신?"
"신술로 수백 개 진을 이룬 거야?"
창람대륙의 엄청난 존재들, 무신 강자들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의 마발검신은 참된 진리를 수련했고 창람대륙 제일무신이었다.
그의 힘은 이미 막강했는데, 이번엔 심지어 이백여 개의 분신을 만들었다.
그런데 살진의 신술까지 더하다니.
이번 싸움은 무척이나 대단했다.
제방의 영과 신방의 영도 약간 굳은 표정을 지었다.
마발검신이 장악한 힘은 그들의 생각보다 더욱 강대했다.
"깨져라."
수많은 푸른 빛이 남천문 위에서 빛나더니 매우 크고 기운이 심연 같은 남천신제(南天神帝)가 되었다.
모든 남천신제는 광대한 무도규칙과 융합했다.
기세는 끊임없이 올라가면서 더없이 광대해졌다.
펑-! 펑-! 펑-!
폭발음은 천둥처럼 연거푸 울려 퍼졌다.
무도규칙의 힘을 받은 남천신제들은 더할 나위 없이 강대했다.
하지만 수백 개 신술산진(神術殺陣)에 비하면 그 차이는 너무나 컸다.
많은 남천신제의 몸은 산산조각이 났고, 나머지 신술살진도 남천문에 부딪혔다.
다만 비범한 위력의 신술살진에도 남천문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남천문!"
외침 소리와 함께 흰 그림자가 창공에 뛰어들어 거대한 문호 앞에 나타났다.
그의 주위에서는 놀랍기 그지없는 장면이 발생했다.
이백여 개의 그림자는 융합하더니 마지막에는 여섯 개만이 남았다.
그 여섯 개의 분신 기세는 전에 비해 적어도 수백 배는 강해졌고, 이제는 마발검신의 팔 할의 힘에 견줄 만했다.
"이 칠검은 그 여자를 대신해 휘두르는 거다."
마발검신과 여섯 개의 분신은 이내 하나의 원고대진이 되어 혈검을 휘둘렀다.
검광이 사방의 혼돈을 핏빛으로 물들였다.
"분신이 융합된 거야?"
"설마 칠살도선검진(七殺屠仙劍陣)이야?"
제방의 영, 신방의 영 등 거물들은 다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칠살도선검진은 소문에 의하면 구천 중 선인만이 장악할 수 있는 무서운 진법이었다.
쾅-!
남천문처럼 엄청난 칠대 검망으로 문이 물결처럼 출렁이고 수많은 무도규칙이 사방으로 부서졌다.
"남천대인이 흔들렸어?"
남천신지의 수많은 수사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팔천 년 전의 비월 여제만이 이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남천문, 이 칠검은 그녀의 종족을 위해 휘두른 것이다."
마발검신은 기세등등했다.
한기가 가득한 일곱 개의 혈색 검광이 다시 펼쳐졌다.
남천문이 뿜어낸 빛도 칠검에 막혔다.
"웃긴다. 지금의 네 힘은 비월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한데 날 흔들려는 거냐?"
곧이어 거대한 문호에서 더욱 놀라운 규칙의 힘이 뿜어졌다.
규칙의 힘은 무도규칙 위에 군림하는 천지규칙이었다.
그뿐 아니라 남천문이 뿜어내는 수많은 푸른 빛은 변신한 듯 더욱 깊고 더욱 광대해졌다.
웅-!
남천신지의 많은 신산들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남천문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힘으로 인해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것이었다.
"스승님……."
천도무신 등 존재들조차도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변신한 푸른 빛은 무신 위에 군림하는 '선(仙)'의 의미가 있었다.
"남천문이 온 힘을 다해 싸우고 있어!"
제방의 영, 신방의 영 등도 모두 깜짝 놀랐다.
"이건 무슨 힘이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남은 잠시 숨이 막혔다.
비록 그 힘이 아주 미약하고 희소하지만 어떤 힘보다 몇 배나 강한 지는 알 수 없었다.
쾅-!
일곱 개의 검광을 다시 휘둘러졌다.
다만 지난번과는 달리 도광은 늪에 빠진 듯 나아가지 못했고 남천문을 다치게 할 수도 없었다.
"마발."
남천문이 약간 움직이자 광대한 천기규칙의 힘과 수많은 푸른 빛이 일곱 개의 법인이 되었다.
그리고 빛과 같은 속도로 마발검신에게 향했다.
마발검신은 반응했고 여섯 개의 분신과 함께 다시 검을 휘둘렀다.
쾅-!
마발검신과 여섯 개의 분신의 가슴이 움푹 들어갔다.
마치 엄청난 타격을 받은 듯 뒤로 물러섰고 입에서는 피가 한 방울씩 흘러나왔다.
명성이 높던 칠살도선진도 그에 부서졌다.
"칠살……."
마발검신은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듯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다시 살진을 펼치려 했다.
"무릎을 꿇어라."
사람들은 무수한 신산이 쌓인 공포의 문이 사방의 혼돈을 부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마발검신의 일곱 개 분신은 심하게 진압되었다.
우르릉-!
남천신지 주위의 모든 것이 다 덧없어졌다.
마발검신의 팔 할의 전력을 가진 여섯 개의 분신은 산산조각이 났다.
마발검신의 육신도 모두 찢겨 수많은 마혈이 흘러나왔다.
그의 흰색 두루마기가 검붉게 물들었다.
그뿐 아니라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무릎은 엄청난 힘에 짓눌려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이내 버티지 못하고 허공에 무릎을 꿇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모든 거두들의 머릿속에서는 천둥이 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마발검신이 공격을 막지 못하다니!"
"마발검신은 예전의 비월 여제의 오 할의 전력이 있다!"
"팔천 년 전의 그 전쟁 후 남천문의 힘은 대체 얼마나 강해진 거지?"
창람대륙 각 곳의 엄청난 존재와 무신 강자들은 모두 실성한 듯 놀라고 감탄했다.
제방의 영, 신방의 영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눈 깜짝할 순간이었지만, 그들은 강한 힘을 매우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