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화 그럼 포기하겠습니다
도장에 있는 무인들 대부분은 삼백서른 개의 천절용발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누가 원도천산의 주인의 후계자가 될지 관심이 많았다.
육대 금지 중 하나인 존재가 후계자를 뽑는 건 작은 일이 아니었다.
후계자가 결정되면 반신지국 전체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다.
"이번에 삼백서른 개의 천절용발을 얻은 자는 소운절, 만봉혼, 맹랑야 그리고 진남이다. 너희들에게 묻겠다. 너희들은 나의 후계자가 되고 싶으냐?"
원도천산의 주인은 이들이 의문이 있다는 걸 발견한 것처럼 오래 기다리지 않고 말했다.
"진남에게 삼백서른 개의 천절용발이 있다고?"
"저자는 거래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운이 너무 좋잖아? 고작 하 팔 품에서 이렇게 많은 천절용발을 얻다니!"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남이 무도규칙을 초월했다 해도 경지는 무조 정상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 진남은 하 팔 품이었고 마지막에는 거래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규칙이 바뀌지 않았다면 원도천산의 후계자는 바로 진남이 될 수 있었다.
그랬다면 소운절 등에겐 기회가 없을 것이었다.
혈문, 인염, 뇌호 등 그리고 낙음대제, 구곡대제 등 거물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남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천절용발을 갖고 있는지는 그들이 가장 잘 알았다.
"천절용발이 있으면 뭐 해?"
소운절, 만봉혼, 맹랑야는 진남을 힐끗 보더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들이 후계자로 뽑힐 기회가 생겼으니 후계자가 된 사람은 자신들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후계자가 되고 싶습니다."
진남은 안색의 변화 없이 사람들의 눈길을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가 공수했다.
'역시 남천문의 그자들은 후계자 자리를 얻으러 오지 않고 무천도대로 갔구나.'
사람들 속에서 신비한 무조 경지의 두 무인이 장현운 등을 훑어보더니 천절용발을 교환하려던 동작을 멈추었다.
그들은 진남 등은 완전히 무시했다.
예전이라면 그들은 진남 등을 신경 썼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무천도대에서 원도천산의 후계자 선발보다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후계자를 뽑는 규칙은 아주 간단하다. 나는 너희들이 겨룰 공간을 만들 것이다. 겨루기 전에 너희들은 대제 경지 오 단계 이하의 무인을 한 명씩 요청해 도와달라고 할 수 있다. 진남은 세 명을 요청할 수 있다.
겨루는 시간은 일 주 향이 타는 동안이다. 그리고 열다섯 셀 동안 눌리면 실패한 거다. 더는 겨룰 수 없다. 마지막에 이긴 자가 후계자가 된다."
여기까지 말한 원도천산의 주인은 잠깐 숨을 고르더니 한마디 보탰다.
"물론 후계자가 되면 너희들은 무천도대에도 오를 수 있다."
이 말은 진남에게 한 것이었다.
"바로 겨룬다고? 대제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무인들은 어리둥절하여 안색이 괴상해졌다.
그들은 방금까지도 진남이 운이 좋다고 감탄했다.
그런데 형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런 규칙은 소운절 등이 훨씬 유리했다.
진남은 세 명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만 자신이 경지가 약하기에 소운절 등을 이기는 건 매우 어려웠다.
"하하, 소 도우, 내가 도와주겠다."
"만 도우, 내가……."
"맹 도우……."
혈문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이어 인염과 뇌호가 함께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소운절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후계자 선발이 끝나기 전에는 진남을 공격할 기회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이야.
"그렇게 해준다면 고맙다."
소운절 등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들은 혈문 등의 목적을 잘 알았다.
그들은 후계자 선발전에서 서로 연합하여 진남을 죽여버리고 후계자가 되는 건 스스로의 능력에 따라 결정하려고 했다.
"허허, 진남, 이렇게 빨리 대가를 치르게 될 줄 몰랐지?"
만봉혼은 진남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이어 도장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선배님들, 도우들, 나는 이자와 원한이 깊습니다. 그러니 이자를 도와주지 않길 바랍니다."
"진남을 도와주면 나와 원수가 되는 거다."
"나도 마찬가지다."
낙음대제와 구고대제 등 거물들도 나섰다.
그뿐만 아니라 소운절, 맹랑야, 혈문, 인염, 뇌호 다섯 소족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차가운 눈길로 장내를 둘러봤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진남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고 싶지 않았다.
"진남은 이제 끝났어."
"그러게. 진남이 이렇게 많은 거물들의 미움을 샀을 줄 몰랐어."
"이렇게 큰 세력이면 아무도 진남을 도와주려 하지 않을 거야."
"뭐든 과하면 안 좋은 법이야. 진남은 그동안 운이 너무 좋았어. 이제 운이 나빠질 때도 됐어."
이 광경을 본 거물들과 무인들은 불쌍한 눈길로 진남을 바라봤다.
그들은 진남을 잘 알았다.
제위에 오르다 실패한 후 어렵게 한 방에 이름을 날릴 기회가 생겼는데 이렇게 파멸되다니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진남……."
용제, 구미요제, 오창천은 안색이 변했다.
그러나 그들은 앞으로 나서지도 않고 움직이지 않았다.
"이 자식들! 연합하여 진남을 괴롭히다니?"
사마공의 얼굴에 분노가 드러났다.
"허, 고작 대제 놈들이 이렇게 건방지다니!"
소충은 화가 나 수염이 푸들거렸다.
만약 아직 원기가 약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바로 화를 내고 공격을 펼쳤을 것이다.
"괜찮습니다."
진남은 사마공과 소충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소운절, 맹량야, 만봉혼, 혈문 등의 조롱 섞인 눈빛을 보고도 표정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연합하여 나를 누르겠다고? 소운절, 맹랑야, 만봉혼이 혈문 일행과 연합하겠다고?'
'그렇게 되면 나는 위험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 어때서? 이렇게 작은 고비도 넘기지 못하면 어떻게 제위에 오를 수 있겠어?'
"진남, 너는 도와줄 사람을 찾지 않느냐?"
원도천산의 주인은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담담하게 물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스스로 하겠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자식이 감히?"
주위의 거물, 무인들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사람들은 소운절 등이 연합하여 공격을 펼칠 거라는 걸 눈치챘다.
진남이 계속 후계자 선발에 참가하는 건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하하하, 역시 진남 도우구나. 혼자서도 싸우겠다니! 그럼 오늘 너의 일곱 그루 무수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
소운절, 맹랑야, 만봉혼 등은 웃음을 터뜨렸다.
눈에 짙은 조롱의 빛이 드러났다.
"좋다. 후계자 선발을……."
원도천산의 주인은 손바닥을 들어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려 했다.
그러나 그의 '시작하겠다'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변이 일어났다.
"잠깐!"
"누가 진남이 혼자라고 했느냐?"
오래된 제단 위에 세 개의 형상이 나타나더니 수많은 빛을 뿜었다.
모든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이런 상황에 진남을 도와주려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누구야?"
소운절, 만봉혼, 맹랑야 등은 안색이 어두워져 일제히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제단 위에 올라선 세 형상을 본 그들은 넋을 잃었다.
세 형상은 전승을 받고 있던 묘묘 공주, 당청산, 궁양이었다.
"너희들은 십이천강비장 중 하나의 전승을 받는 중이었다. 만약 지금 진남을 도와주면 전승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원도천산의 주인은 눈을 찌푸리고 말했다.
"공주, 그럴 필요……."
진남은 빠르게 반응하고 거절하려 했다.
십이천강비장 전승은 어느 것이나 매우 비범했다.
전승을 받으면 엄청난 좋은 점이 있었다.
그는 자신 때문에 묘묘 공주 등이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 싫었다.
"그럼 포기하겠습니다."
진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묘묘 공주, 당청산, 궁양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제단에서 걸어 내려왔다.
'십이천강비장 전승이 아무리 대단하면 뭐 해?'
아무리 대단한 전승이라도 그들은 절대 진남이 천재 무제들의 연합에 눌리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었다.
"포기한다고?"
이 광경을 본 모든 무인들은 동시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되면 진귀한 십이천강비장을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소운절, 맹랑야, 만봉혼 등 거물들과 적이 되는 것이었다.
"저들은……."
용제, 구미요제 그리고 오창천은 동시에 침묵했다.
묘묘 공주 등의 단호한 행동에 그들은 마음속 깊이 충격을 받았다.
전에 용제원에 있을 때 진남은 별로 고민하지 않고 그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드러내고 삼대 세력의 천재들과 싸웠다.
그러나 마지막에 그들은 묘묘 공주 일행처럼 진남을 돕지 않았다.
"진남 이 자식, 인간관계가 괜찮은데?"
소충은 수염을 비비며 말했다. 화도 가라앉았다.
위험할 때 도와주려고 나서는 사람이 있다는 건 너무 좋은 일이었다.
"공주, 이런 일에 굳이 나설 필요 없잖아. 걱정하지 말거라. 진남은 너의 친구이니 절대 해치지 않을 거다."
소운절은 흠칫 놀라더니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그가 진남을 공격하려 한 건 묘묘 공주가 전승을 받고 있어 진남을 도울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묘묘 공주가 진남을 위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르려 할 줄 몰랐다.
"허튼소리 하지 말거라."
묘묘 공주는 눈을 흘기더니 고개를 돌려 원도천산의 주인을 보며 말했다.
"선배님, 독립공간을 만들어주십시오."
"그래."
원도천산의 주인은 묘묘 공주, 당청산, 궁양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손바닥을 들어 허공에 대고 손가락을 튕겼다.
쿵-!
귀청을 찢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많은 청색 빛이 용처럼 하늘 깊은 곳에서 내려와 눈 깜짝할 사이에 방원 삼백 리 되는 청색 공간을 만들었다.
이 청색 공간은 매우 현묘했다.
대제 정상의 경지의 존재라도 신념으로 안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후계자 선발전을 시작하겠다. 일 주 향이 타는 동안이다."
원도천산의 주인은 뒷짐을 지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올라가거라."
"세 분……."
진남은 움직이지 않고 묘묘 공주, 당청산, 궁양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들이 참여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 그들이 아무 고민도 없이 나서자 그는 마음속 깊은 곳이 흔들렸다.
"우두커니 서서 뭐 해? 너…… 혹시 나를 얕잡아보는 거야? 나는 경지가 무조 경지 정상밖에 안 되지만 진정한 실력은 너보다 몇 배나 더 강하다."
묘묘 공주는 의심하는 눈길로 진남을 바라봤다.
"진남, 걱정하지 말거라.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다."
궁양도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니, 됐습니다. 갑시다."
진남은 절반쯤 말하더니 멈추었다.
고개를 저으며 발끝을 차더니 빛으로 변해 청색 공간에 들어갔다.
그는 혼자일 때도 두려운 것이 없었다.
지금은 세 명의 친구가 도와주니 이 세상에 어떤 적을 이기지 못할까?
"소운절, 우리 어떻게 하지?"
맹랑야는 진남의 뒷모습을 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진남 일행을 이기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걱정하는 건 진남 일행을 공격하면 공주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만봉혼, 혈문, 인염, 뇌호. 나와 맹랑야는 공주를 공격할 수 없다. 이따 너희들이 공주를 막아줄 수 있겠느냐? 나와 맹랑야가 진남을 누르면 너희들이 그를 죽이거라. 이번 일이 성공하면 크게 보답하겠다. 어때?"
소운절은 눈에 예리한 빛이 반짝이며 전음했다.
진남은 그에게 너무 큰 위기감을 줬다.
설사 공주의 반감을 사더라도 그는 이번 기회에 진남을 죽이려 했다.
"좋다."
만봉혼, 혈문, 인염, 뇌호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진남이 죽으면 묘묘 공주가 아무리 화가 난다 해도 죽은 사람 때문에 자신들과 싸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섯 명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여섯 개의 빛으로 변하여 청색 공간 안에 들어갔다.
후계자 선발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