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770화 (770/1,498)

769화 원도천산에서 만난 진자래

웅-!

엄청난 검기와 진남이 불과 서른 장 정도 거리가 남았을 때였다.

곧 방원 십 리의 모든 것들을 삼켜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사방의 허공과 산맥, 수림, 천지가 세게 흔들렸다.

"이건……."

현허대제와 구곡대제 등은 깜짝 놀랐다.

"안 돼!"

낙음대제는 안색이 확 변했다.

조금 전까지 싸우고 머리를 굴리던 대제들은 중요한 규칙을 잊어먹었다.

"공간이 바뀐다!"

오래되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천지에서 울려 퍼졌다.

엄청난 검기와 원도천산의 여러 공간에서 무인들이 사용한 제술 등은 모두 얼음에 봉인된 듯 얼어붙었다.

이어, 천지가 비틀렸다.

신광들이 수많은 시공을 넘어 무인들의 몸에 떨어져 신비한 원고의 전송대진으로 변했다.

"낙음대제. 나는 아직 무제가 되지 못한 건 맞는데, 호구탈식을 하면 왜 안 됩니까?"

진남은 똑바로 쳐다보며 두루마기를 펄럭였다.

처음부터 그는 반 시진까지 얼마 남았을지 계산했다.

진남이 손을 썼을 때는 반 시진까지 잠깐의 시간을 남겨두었을 때였다.

그 시간을 성공적으로 버티면 그는 실력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고 서른일곱 개의 천절용발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가 예상한 시간이 딱 맞아떨어졌다.

"너……!"

낙음대제는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발밑에 있던 원고 대진과 진남 등 사람들의 대진이 전부 운행되었다.

슉-!

사람들은 제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화염 공간이 어그러지고 다른 위치로 바뀌었다.

* * *

잠시 뒤, 빙설 세계.

"또 위험지역이야?"

낙음대제는 주변을 살피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다들 듣거라. 진남은 서른일곱 개의 천절용발을 훔쳐 갔다. 그를 만나면 죽이고 용발을 빼앗아 오너라."

낙음대제는 숨을 들이쉬더니 오래된 각인을 통해 신념을 전했다.

각인은 팔대 고족들만 수련할 수 있는 특별한 천부술이었다.

대제 오 단계 이상이 되면 각인을 통해 특정된 공간에서 동족들에게 신념을 전할 수 있었다.

보통 낙음대제는 각인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고작 진남에게 용발을 빼앗겼고, 또 사라지기 전에 그런 말까지 들었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용발을 얻으면 어떠하냐? 진남, 너는 유혼족을 만나지 않기를 기도하거라."

낙음대제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다른 두 공간에서 현허대제와 구곡대제도 마찬가지로 화가 나서 각인을 통해 신념을 전했다.

진남이라는 이름은 여러 공간에 전해지고 유혼족과 해족 사람들 머릿속에 박혔다.

* * *

잠시 뒤, 낯선 공간.

슉 하는 소리와 함께 진남은 허공에 떨어졌다.

후-

진남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방금 그는 맞는 선택을 했다.

그러나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검기에 그대로 맞았을 것이다.

"이 방법은 더 사용하면 안 되겠어."

진남은 고개를 흔들었다.

사람들은 공간 변화를 겪은 후 다시 규칙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다음에 또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아직 삼백스물 두 개 용발이 더 필요하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고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바로 고개를 들었다.

두 번째 공간은 천지 사이에 불의(佛意)가 떠다녔다.

멀리 있는 산맥, 수림 등은 모두 미약한 불광이 반짝여서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불의 공간? 그럼 이곳은 보물지인가?"

진남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앞으로 날아갔다.

우선 확인해야 했다.

"응?"

몇십 리를 날아간 진남은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는 방원 삼백 리 밖에 무인 넷, 대제 둘, 무조 경지 둘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에게는 철전용발이 각각 여섯 개, 세 개, 두 개, 한 개가 있었다.

게다가 무인 넷은 동술과 기술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놓칠 뻔했구나."

진남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고작 무조였다.

그런데 서른여덟 개의 천절용발을 가지고 있으니 마치 어둠 속의 불빛처럼 유난히 눈에 띄었다.

모든 시선들이 그에게 쏠렸다.

"무척 조심해야겠구나……."

진남은 한참 기다려도 무인들이 공격하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자 고개를 흔들고 계속 날아갔다.

"이 공간은 보물지 같긴 하다. 몇백 리를 날았는데 살기가 전혀 없어."

진남은 주변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뒤를 따라오는 네 '꼬리'를 그는 모른 척했다.

대제 칠 단계 이상의 거물들이 아니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우- 우- 우-

이때, 금색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위험이 없고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바람에 불의는 위에 있는 불의보다 더 짙다. 따라가 봐야겠어."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가 움직이기 전에 익숙하고도 낯선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너……. 진남이냐?"

고작 한마디이고 환상적으로 들렸다.

무조의 힘과 대제의 힘의 움직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진남의 머릿속에 당돌하게 나타난 것 같았다.

"누구냐?"

진남은 날카로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정도 할 수 있는 실력이면 상대방은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

"하하, 진남. 너였구나. 잠시만 기다리거라. 곧 너를 만나러 가겠다."

흐릿한 목소리와 웃음이 들렸다.

마치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 같았다.

바람은 점점 속도가 빨라졌다.

"나를 만나러 온다고?"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았다.

음모 계략일 수도 있었지만, 진남은 목소리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마치 잘 알고 있었던 사람 같았다.

그래서 그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보려고 했다.

* * *

이백팔십 리 밖.

"도우, 내가 볼 때 저자는 고작 무조 경지일 뿐이다. 특별한 곳도 없어. 나와 연합해서 공격하고 용발을 나누지 않겠느냐?"

운무와 하나가 된 대제 거물은 진남을 바라보며 결심을 내린 듯 멀리로 신념을 보냈다.

"좋다."

다른 대제 거물도 신념으로 대답했다.

눈앞에 있는 청년은 고작 무조 경지인데 많은 천절용발을 가지고 있어 이상했다.

그러나 서른여덟 개의 천절용발의 유혹은 너무 컸다.

그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한번 뎦쳐보려고 했다.

"너와 나는 좌우에서 공격해서 진압하자. 셋, 둘, 하나. 공격……."

운무와 하나가 된 대제 거물은 눈을 반짝이며 다시 신념을 전하고 대제의 힘을 움직였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대제 거물도 마찬가지로 공격 태세를 취했다.

그러나 말을 채 뱉기 전에 이변이 일어났다.

멀리서 불어온 바람이 강렬하게 변하더니 천지에 휙휙 바람 소리를 내며 커다란 요수처럼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허공에 방대한 불의가 휘몰아치고 잠시 뒤 진남과 가까운 곳에 높이가 서른 장 되는 금빛의 형상이 나타났다.

"저건……."

공격 태세를 취하던 대제 거물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금색 형상에서 그들보다 강한 위압감을 느꼈다.

또 형상의 몸속에 강하고 깊은 마도의 기운도 느꼈다.

불도와 마도는 대립되는 세력이었다.

그런데 금색 형상은 상식을 뒤엎었다.

'대체 어느 선배님이지?'

'설마 선배님도 서른여덟 개의 천절용발을 노리는 거야?'

"역시 '이수'라고 불리는 자답구나. 일 년도 채 안 되어 기운이 이렇게 강해지다니. 나조차 두려운 마음이 드는구나."

금색 형상은 부문이 가득한 두 눈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는 무엇을 보았는지 감탄했다.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중주에 있을 때 그는 석청범 같은 사람들보다 진남에게 더 탄복했다.

반신지국에 온 지금도 그는 성경천 등이 진남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

"뭐? 이수? 두려운 마음이 들어?"

두 대제 거물은 그 말을 듣자 소름이 돋고 마음이 서늘해졌다.

금색 형상도 탄복하고 두려워하는 청년이 고작 무조 경지일 리 없었다.

무척이나 대단한 거물이 분명했다.

그들은 방금 청년을 약탈하려고 했다.

물론 금색 형상이나 진남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두 대제 거물은 이 때문에 더욱 소스라치게 놀랐다.

"불타 진자래?"

진남은 금색 형상을 보며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중주에 있을 때 제방 서열 삼 위였던 진자래였다.

그러나 방금 말투나 단어 사용 등은 예전의 불타 진자래와 전혀 달랐다.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믿을 수 없지? 제명쟁탈전을 할 때 일들은 너도 잘 알 거다. 반신지국에 온 후 많은 일들을 겪고 지금 이 모습이 되었다. 물론, 나도 예전의 불타 진자래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네가 알던 진자래이다."

진자래는 진귀한 영주를 꺼내 진남에게 주었다.

그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원도천산에 온 뒤로 이렇게 기쁜 적은 처음이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주를 받아 마셨다.

제명쟁탈전에서 진자래는 마녀천천에게 '졌다'.

그리고 중주를 떠났다.

진남은 그 일들을 알고 있었다.

"지금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냐?"

진남은 화제를 돌리고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며칠 뒤면 원도천산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이건 운명이다. 그때 낡은 절을 만나 부서진 불상을 수리했더니 그 작은 일이 백불(百佛)대제의 검증을 통과해서 원도천산에 오고 십이천강비장(十二天?密藏) 중 하나인 백불전승을 이어받았다."

진자래가 해명했다.

"십이천강비장? 그건 뭐냐?"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너 몰랐느냐? 아 참, 이번에 원도천산의 후계자를 선발하는 거라서 다른 일은 너희들에게 알려주지 않는구나.

원도천산에는 몇백 개의 위험지역과 보물지가 있다. 그중 열두 개의 보물지에 원도천산 주인의 전승 외에 가장 강한 열두 개의 전승이 있는데 이를 십이천강비장이라고 한다. 그리고 삼십육지살비장(三十六地煞密藏)도 있다. 그러나 십이천강비장보다 훨씬 못하다."

진자래는 천천히 말했다.

"그렇구나."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진자래가 나타난 순간 그는 진자래의 몸속에 있는 방대한 불의와 마의를 발견했다.

불의와 마의는 공존하고 서로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진자래는 대제가 되지 못했지만 대제 일 단계에 맞먹었다.

만약 두 힘이 합쳐진다면 더 강해질 것이었다.

그렇다면 십이천강비장은 다른 전승에 비해 훨씬 비범할 것 같았다.

"진남, 미안하다. 백불전승은 내가 이미 가져갔다. 그래도 이 천절용발은 너에게 유용할 거야. 전부 가져가거라."

진자래는 손을 뒤집어서 서른한 개의 천절용발을 꺼냈다.

그는 이미 백불공간의 많은 곳을 살피고 용발을 가져갔다.

"안 돼. 무천도대는 너에게도 이득이 크다. 이 용발은 네가 가지고 있거라."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거절했다.

중주에 있을 때 그는 진자래를 좋게 보았다.

그는 진자래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오늘 다시 만난 것도 좋은 일인데 어떻게 중요한 물건을 그냥 받겠는가?

"진남, 사양할 것 없다. 나는 백불전승을 아직 채 깨닫지 못했다. 다 깨달을 수 있을 때면 원도천산도 닫힐 것이다. 때문에 나는 무천도대에 갈 수 없다. 만약 네가 가지지 않겠다면 나는 이것들을 없앨 수밖에 없다."

진자래는 바로 손을 들어 불광을 드러냈다.

"그럼 받겠다. 내가 너에게 신세 진 셈 치자."

진남은 그 모습을 보자 어쩔 수 없이 용발을 가져갔다.

동시에 그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서른한 개의 천절용발은 원도천산에서 매우 귀한 재산이었다.

"진남, 반신지국에서 마녀를 만난 적이 있느냐?"

이때, 진자래가 숨을 들이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이 질문을 하는 데 큰 힘을 들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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