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8화 호구탈식(虎口奪食, 호구를 털어먹다)
"하하하, 천절용발을 하나 가져가겠다고? 진짜 멍청한 거냐 아님 멍청한 척하는 거냐? 이 세상은 약육강식이다. 나는 대제이니 천절용발은 당연히 내 것이다!"
"고작 무조 경지가 나에게서 빼앗으려고 하다니? 썩 꺼지거라!"
대제 거물은 크게 웃더니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그는 표정이 싹 바뀌고 제위를 풍기며 진남에게 제술들을 사용했다.
사방의 수림이 흔들렸다.
"약속을 안 지키는구나?"
진남은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그는 엄청난 기운을 풍겼다.
사방의 천지 영기들이 들끓고 절세 흉수들처럼 입을 쩍 벌렸다.
"너, 대제 거물이었어? 능신부적(?神符?), 타거라!"
대제 거물은 안색이 변해서 바로 귀한 보명 부적을 부쉈다.
신광이 반짝이며 그를 덮어 허공에 데려갔다.
"반응이 빠르구나."
진남은 고개를 흔들며 기운을 거두고 천절용발을 잡았다.
"방금 연합한 거니 너희들도 공로가 있다. 남은 하나는 너희들끼리 나누거라."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짓고 사라졌다.
세 무조 경지 무인은 제자리에 서서 한참 뒤에 정신이 들었다.
* * *
허공에서 원고금조(?古金雕)는 고개를 숙이고 수막을 바라보았다.
수막에는 진남이 방금 대제가 겨루다가 천절용발을 하나 가져가는 장면이 떠올랐다.
"어떠냐?"
오래되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인님, 이자는 저를 죽이지 않고 일부러 풀어줬습니다. 주인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좋아하는 물건을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방금 두 개의 천절용발이 있었는데 하나만 가져간 것을 보면 약속도 잘 지킵니다. 경지가 강하다고 해서 약속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전 이자의 성격이 마음에 듭니다."
원고금조는 천천히 말하더니 마지막에 한마디 덧붙였다.
"하하하, 마발신검과 무연각의 말이 맞구나. 진남은 인품이 괜찮고 의리와 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떠보는 것을 알고 일부러 그런 행동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 계속 살피거라.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고 해도 완벽하게 연기할 수 없다. 무의식적으로 솔직한 인품이 드러나게 될 테니."
오래되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허공에서 진남은 빛처럼 날아갔다.
"이미 삼백 리를 날았다. 한데 감응이 거의 없는 걸 보니 천절용발을 느낄 수 있는 범위는 삼백 리 좌우인가 보다."
진남은 중얼거렸다.
사소한 부분이었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큰 작용을 했다.
"진남, 원도천산에 들어온 거지? 제심을 움직여서 잘 느껴보거라. 휴, 사마공 이 자식은 아직 두 개의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나야 올 수 있다……."
이때, 우울한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용신의 혼인 소충이었다.
"사마공도 데려올 수 있습니까?"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거리가 엄청나게 먼데도 사람을 데리고 올 수 있는 걸 보니 소충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수단이 강한 듯했다.
진남은 제심을 움직였다.
그는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날아갔다.
진남은 한참 동안 날아갔다.
그동안 천절용발을 통해 세 무인, 두 대제, 한 무조 경지에게 천절용발이 각각 한 명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상대방이 그를 공격하지 않았으니 진남도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
약탈을 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천절용발을 얻을 수 있지만, 진남은 이유 없이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응?"
진남은 표정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의 납계에서 천절용발이 강렬한 반응을 했다.
그리고 전신의 왼쪽 눈으로 멀지 않은 곳에 네 개의 강한 힘을 발견했다.
대제 팔 단계 이상의 거물이 싸워야 생길 수 있는 정도의 파동이었다.
"천절용발의 반응을 보면 네 개의 강한 힘이 있는 외에 몇십 명의 무인들이 더 있다. 그렇다면 가 봐야겠어."
진남은 숨을 들이쉬며 기운을 감추고 천천히 날아갔다.
그의 실력으로는 대제 경지 팔 단계의 거물도 쉽게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 공간에서 경지를 전부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뒤로 갈수록 형세는 불리해질 수 있었다.
"이건……."
잠시 뒤,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몇십 리 앞쪽에 커다란 골짜기가 나타났다.
골짜기에는 대제 거물 세 명이 엄청난 제광을 뿜고 제술을 펼치며 온몸에 뇌정이 가득한 원숭이와 싸우는 중이었다.
골짜기는 싸움으로 인해 흔들리고 수많은 불꽃이 꺼졌다.
위쪽 허공은 듬성듬성 무너져 내려 흉했다.
대제 거물 중 둘은 유혼족이었는데, 대제 팔 단계였다.
나머지 한 명은 해족이었는데 대제 칠 단계였다.
뇌정 원숭이는 더 대단했다.
경지가 대제 구 단계에 맞먹었다.
산골짜기 방원 몇십 리 밖에 대제 오 단계 넷, 대제 삼 단계 셋, 대제 일, 이 단계 여섯이 주변에 몸을 숨기고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응?"
진남은 무언가 발견하고 시선을 아래로 이동했다.
산골짜기 깊은 곳에 커다란 금이 있고 아래에 엄청난 기운을 풍기는 보라색 뇌정이 용처럼 있었다.
뇌정 아래에는 여러 이보들과 천절용발이 있었다.
"서른일곱 개 천절용발?"
진남은 깜짝 놀랐다.
세 대제 거물이 뇌정 원숭이를 상대로 연합을 한 이유가 있었다.
서른일곱 개의 천절용발이면 큰 숫자였다.
"주변의 대제들은 이 세 대제들과 뇌정 원숭이가 싸우다가 서로 다치고 지치면 쉽게 천절용발을 얻으려는 거구나. 그럼 나도 잠깐 떠나지 말자. 저들 눈에는 그저 무조 경지로 보일 테니 크게 방어를 하지 않을 거다. 기회를 봐서 다시 공격하자."
진남은 생각을 정리하고 결정을 내린 뒤 고목에 내려왔다.
쿠쿠쿠쿵-!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발음이 연거푸 들리고 유혼족의 두 대제 거물과 해족의 대제 거물은 계속 연합하여 진법을 펼쳐 뇌정 원숭이를 가두었다.
우우-!
뇌정 원숭이는 겁을 먹지 않고 오히려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원숭이의 온몸의 털이 곤두서자 주변의 뇌정들이 용, 봉황, 도체 등 백 가지 요수의 모습으로 변하며 위력이 늘어났다.
싸움은 점점 격렬해졌다.
쌍방은 부딪힐 때마다 땅과 하늘의 싸움처럼 엄청난 기운이 사방으로 용솟음치고 방원 백 리의 영기가 일렁거렸다.
"삼백, 오백, 팔백, 천사백……."
진남은 나무 위에서 싸움을 지켜보며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왔다!"
잠시 뒤,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뇌정 원숭이의 두 눈에 혈광이 늘어나더니 무상신통술을 펼쳤다.
수많은 뇌정들이 모여 강대한 세 개의 검으로 변하더니 대제들을 찔렀다.
대제 거물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바로 법인을 만들고 강력한 금술을 사용했다.
쿵-!
천지가 흔들리고 수많은 강기 등 힘들이 거대한 폭풍이 되어 사방을 휩쓸었다.
세 대제 거물과 뇌정 원숭이는 몸을 흠칫 떨더니 뒤로 연신 뒷걸음질 치며 피를 토하고 기운이 점점 떨어졌다.
이번 싸움에서 쌍방은 모두 큰 타격을 입었다.
"낙음(落音) 대제, 현허(玄虛) 대제, 구곡(九曲) 대제, 미움받을 짓을 좀 하겠습니다!"
천둥 같은 외침이 울리더니 대제 오 단계의 거물 넷과 대제 사 단계의 거물 셋이 동시에 제망을 뿜으며 비범한 기세로 다가왔다.
뇌정 원숭이는 그들을 보자 비명을 지르며 수많은 뇌정을 등 뒤에 모아 날개로 변하더니 허공으로 사라졌다.
많은 인간족 대제들이 몰려오자 크게 다친 원숭이는 더 싸울 수 없었다.
"하하하, 미움받을 짓? 네 놈들의 꿍꿍이를 내가 모를 줄 알았느냐? 우리가 비록 다쳤다곤 하지만 너희들은 우리의 상대가 안 된다. 죽고 싶지 않으면 천절용발을 내놓거라!"
낙음대제, 현허대제, 구곡대제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크게 웃었다.
그들은 제광을 다시 드러내 사방을 휩쓸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봅시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무제 오 단계의 대제 거물들과 대제 사 단계의 대제들은 이 상황을 예상했는지 표정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일제히 제술을 사용했다.
"선배님들, 죄송합니다!"
두 무리의 대제 거물들이 서로 싸울 때 남은 대제 일, 이 단계들도 더 기다리지 못하고 무혼을 드러내고 제광을 빛내며 제술을 사용했다.
산골짜기는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
대제 거물들은 비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앞뒤를 잘 생각해보았다.
마지막에 누가 웃으면서 천절용발을 가질 수 있을지는 각자의 비장의 무기에 달려 있었다.
"지금이 기회다!"
한참 뒤, 얌전하게 기다리던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조보간을 꺼내 휘둘렀다.
"응?"
대제 거물들은 조보간의 움직임을 느끼고 어안이 벙벙했다.
'고작 무조 경지가 끼어들어?'
순식간에 조보간은 힘을 발휘하여 틈 사이의 보라색 뇌정을 지나 서른일곱 개의 천절용발을 전부 감고 잡아당겼다.
"저렇게 바로 천절용발을 가져간다고?"
대제 거물들은 깜짝 놀랐다.
틈 사이의 보라색 뇌정은 엄청나게 강했다.
대제 육 단계의 거물도 몇십 번은 공격을 해야 파괴할 수 있었다.
'고작 무조 경지가 어떻게 뇌정을 지나 천절용발을 잡은 거지?'
"하찮은 놈이 감히!"
가까이에 있던 대제 이 단계의 대제 거물은 먼저 반응했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허공을 넘어 천신처럼 진남에게 손바닥을 날렸다.
공격은 방원 오리 안에 있던 모든 것을 부술 정도로 강했다.
"그 공격으로 나를 다치게 할 순 없다."
진남은 발끝을 차고 날아올랐다.
수많은 붕멸의지가 그의 등 뒤에 모여 날개로 변했다.
날개가 펄럭이는 힘은 빠르고 강해서 대제의 공격을 피했다.
"이럴 수가?"
대제 이 단계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무조 경지가 대제 삼 단계에 맞먹는 속도를 폭발할 줄 몰랐다.
"진남?"
다른 대제 거물들은 진남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진남은 무도규칙을 초월한 사람이니 대제 삼 단계의 속도를 내는 것도 가능한 일이었다.
"허법만도(虛法萬刀)!"
대제 사 단계인 자가 법인을 만들더니 진남의 머리 위로 몇십 장이 되는 칼이 엄청난 도기를 뿜으며 떨어졌다.
"붕멸의 솥!"
진남이 외치자 수많은 붕멸의지가 쏟아져 시커먼 솥으로 변해 위쪽을 막았다.
퍼퍼퍼펑-!
연거푸 폭발음이 들렸다.
시커먼 솥은 부서지고 진남도 무형의 타격을 받아 뒤로 물러섰다.
그의 입가에 피가 흘렀다.
이 공격으로 진남도 '중상'을 입었다.
"무도 규칙을 초월했을 뿐 아직 대제도 되지 못했으면서 어디 감히 호구탈식(虎口奪食)을 하려고 들어! 죽어라!"
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진남의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다.
유혼족의 대제 팔 단계 경지인 낙음대제가 허공에서 나타나 고검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촤르륵-!
방원 십 리가 흰색으로 물들고 엄청난 검기가 내려왔다.
엄청난 검기는 마치 방원 십 리의 모든 생사를 심판하려는 것 같았다.
대제 일 단계에서 십 단계까지의 단계는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대제의 힘이 훨씬 많이 늘었다.
낙음대제는 대제 팔 단계라서 대제의 힘이 방대했다.
대충 검을 휘둘러도 절세 살초를 사용하는 것과 같았다.
"천황도……."
진남은 육신이 쇳덩이인 양 딱딱하게 긴장하고 솜털이 곤두섰다.
그의 제심은 미친 듯이 뛰고 두 개의 강한 무도의지가 움직였으며 단천도는 다급하게 진동했다.
한 글자만 더 내뱉으면 바로 최강살초인 천황도술을 사용해서 검기를 찢고 틈을 만들어 그 사이로 도망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진남은 마지막 한 글자를 내뱉지 않았다.
그는 공격을 하지 않고 노려보았다.
그는 도박을 했다.
만약 그의 선택이 맞는다면 신분을 드러낼 필요 없이 안전하게 물러설 수 있었다.
그러나 틀린 선택이라면 중상을 입고 심지어 불구가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