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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66화 (766/1,498)

765화 죽어도 웃을 수 있다

"이미 늦었다. 나는 처음부터 이 금술을 펼치려고 준비했다. 다만 너희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일월지광으로 위장했을 뿐이다."

일월검신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날리며 법인을 계속 만들었다.

"저는 삼천여 년의 경지를 대가로 태양의 영, 달의 신께서 창람에 강림하여 세상을 비추기를 바랍니다."

일월검신의 몸에서 일월지광이 터졌다.

웅-!

천지의 큰길은 끓는 물처럼 넘실거렸다.

넓은 대지에서 수많은 얼음 조각들이 솟아오르더니 길이가 사천여 장이 되는 달이 되어 허공에 걸렸다.

달은 두 파란색 거물과 천 리 하늘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촤르륵-!

광활한 하늘에서 불꽃이 강물처럼 쏟아져 내리더니 길이가 육천여 장이 되는 태양으로 변해 수많은 빛을 뿜으며 혼돈 상태를 꿰뚫었다.

남천문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

"안 돼……."

파란색 두루마기를 입은 중년 사내, 무도종의 무신,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파 등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남천문, 이 할의 의지는 영원히 이곳에 묻어두거라!"

일월검신은 고함을 지르며 마지막 법인을 내리쳤다.

쿵-!

허공에 걸린 달과 하늘 깊은 곳에 있던 태양은 살아있는 것처럼 수많은 금빛과 얼음 조각을 뿜어 일월지계(日月之界)를 만들었다.

그리고 남천문과 세 무신을 그 속으로 감고 들어갔다.

남천문과 세 무신 경지 거물들은 엄청난 힘을 사용하고 신술들을 펼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잠시 뒤, 일월지계는 완전히 닫혔다.

남천문의 빛, 무신 거물들의 위압감, 그리고 엄청난 싸움, 혼란스러운 무도규칙, 혼돈 상태의 하늘은 사라졌다.

오직 일월지광이 천 리를 비추었고 모든 것은 평온했다.

* * *

반신지국의 가장 남쪽 땅.

"일월검신, 자신의 모든 경지를 대가로 내 의지를 봉인하다니. 덕분에 제방과 신방이 득을 봤구나."

남천문의 영의 위엄있는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그는 이 할의 의지를 보내 일월검신을 죽이려고 했다.

그리고 스스로 제위에 오르려는 자가 누군지도 알아보고 제방과 신방의 수를 없애려고 했다.

"스승님,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남천문 앞에서 이마에 혈인이 있는 잘생긴 청년이 물었다.

잘생긴 청년은 남천신지의 장문인인데 무도종의 종주, 요신금지의 성주, 요신금지의 주인과 함께 '사대 무신'이라고 불렸다.

"나의 의지가 이 할이나 봉인되었으니 제방과 신방은 경계를 늦출 거다. 그러니 원래 계획을 늦출 필요는 없다. 그러나 사람을 더 보내 마발검신을 감시하거라. 일월검신이 경지를 전부 잃었으니 그는 가만히 있을 않을 거다."

남천문의 영은 말했다.

"무도종과 요신금지 쪽은……."

청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건 괜찮다. 성경천, 장사도, 소청응 셋을 잘 감시하거라. 원도천산에 들어가면 이번 싸움의 승패는 그들에게 달렸다."

남천문의 영은 묵직한 말투로 말했다.

그는 이번에 스스로 제위에 오르려는 자를 죽이고 성경천 등 세 사람에게 원도천산 주인이 장악한 참된 진리를 깨달으라고 할 계획이었다.

그들이 참된 진리를 깨달으면 원도천산을 영원히 봉인하여 후환을 없앨 수 있었다.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 * *

반신지국의 한 허공.

풉-!

흰옷을 입고 연못을 바라보던 마발검신은 안색이 변하더니 세 방울의 금색 피를 토했다.

비범하던 기운은 마치 큰 타격을 입은 것처럼 갑자기 쇠약해졌다.

"이게 무슨 일이오?"

옆에 있던 무연각 청년은 깜짝 놀랐다.

'멀쩡하던 마발검신은 왜 중상을 입은 거지?'

"괜찮소. 예전에 남천문과 싸우면서 입은 내상이 채 낫지 않아서 그렇소."

마발검신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곧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알겠소."

무연각 청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

"일월검신과 자네는 사이가 각별하지 않소? 왜 그자가 경지를 잃는 걸 보고도 화를 내지 않소?"

"그게 뭐 화낼 일이요? 이 모든 게 남천문을 부수기 위한 일이잖소."

마발검신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럼 우리는 계속 여기서 기다리겠소?"

무연각 청년은 고개를 젓더니 화제를 돌렸다.

"아니요. 어떤 일들은 미리 준비를 해야 하오. 이번에 진남이 난관을 극복하고 무제가 된다면 그때는……."

마발검신은 온몸에 강한 검광이 솟아올랐다.

허공이 부서지고 주변의 길들이 흔들렸다.

"갑시다."

마발검신은 기운을 거두고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는 걸음을 옮기더니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 * *

반신지국 원도천산 산기슭.

아직 청동 아치형 문으로 들어가지 못한 대제 거물들과 천재 무제들 그리고 무인들은 수많은 일월지광을 뿜는 일월지계를 넋을 놓고 쳐다봤다.

그들은 엄청난 싸움이 이렇게 빨리 끝날 줄 몰랐다.

또, 일월검신이 혼자 엄청난 술법을 펼쳐 남천문을 가둘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살았다."

"우리 살았어!"

"안 죽었어!"

혈문, 인염, 뇌호 등 무인들은 정신이 들자 크게 기뻐했다.

그들은 좀 전까지 절망에 빠졌다.

"일월검신 선배……."

진남은 넋이 나갔다.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일월검신이 우리를 구하려고 자신의 경지를 희생했어?'

"도우들."

무덤덤한 목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일월검신은 평온한 표정으로 일월지계에서 나왔다.

"이제부터 나는 일월지계에 융합되어야 하기에 너희들을 보호할 수 없다. 삼대 세력의 대제 거물들과 천재 무제들도 곧 올 거다. 그러니 얼른 원도천산에 들어가거라."

일월검신은 평소와 같은 말투였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혈문, 인염, 뇌호 등은 그 말을 듣자마자 제위를 드러내고 청동 아치형 문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이곳에 잠시라도 머물고 싶지 않았다.

"선배님……."

진남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진남, 나는 이제 경지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진남이 말하기 전에 일월검신은 그를 바라보며 신념을 전했다.

"선배님……."

진남의 단단한 심지도 그 말에 흔들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진남은 잘 알았다.

원도천산이 앞당겨 열리고 반천맹이 원도천산에 온 것은 모두 그가 스스로 제위에 오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일월검신은 위험에 처할 일도 없었고 경지를 희생할 일도 없었다.

그것도 평범한 경지도 아닌 무신 경지를 희생했다.

창람대륙에서 무신 경지 거물이 될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될까?

수많은 천재 무인들 중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무신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할까?

'나 때문에 선배님의 경지가 사라졌어! 창람대륙 최고의 무신에서 순식간에 일반인이 되다니…….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진남, 깊이 생각하지 말거라. 나는 남천문을 부수려고 경지를 희생했다. 스스로 제위에 오르려고 하는 것이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나는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경지는 다시 수련하면 된다."

일월검신은 진남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말했다.

"하지만……."

진남은 더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은 없다. 나에게 고마우면 이번에는 반드시 무제가 되거라. 네가 성공한다면 나는 죽어도…… 웃을 수 있다."

일월검신은 천천히 말했다.

말을 마친 그는 진남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일월지계로 들어갔다.

그의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였다.

일월지광 때문인지 일월검신의 그림자는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는 죽어도 웃을 수 있다……."

일월검신의 따뜻한 그림자가 일월지계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진남은 석상처럼 우두커니 움직이지도 않고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일월검신의 말이 메아리쳤다.

평범하고 그리 감동적인 말도 아니었지만, 진남의 마음속 어딘가를 건드렸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스스로 무제가 되는 길은 혼자가 아니었다.

마발검신, 무연각, 구리거울 등 천하를 놀라게 할 만한 거물들과 묘묘 공주, 강벽난, 당청산 등 벗들 그리고 가족, 전신의 혼이 그를 도와주고 함께 하고 응원하고 기다려줬다.

"일월검신 선배님, 걱정 마십시오. 이번에는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원도천산의 그곳에 가서 뇌겁을 불러오고……. 스스로 무제가 되겠습니다."

잠시 뒤, 진남은 심호흡을 하고 일월지계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했다.

그의 얼굴에는 의연함과 결연함이 가득했다.

이 말은 일월검신, 마발검신, 무연각, 구리거울 모두에게 하는 약속이었다.

"허, 언제라고 아직도 허세를 부리는 거야? 여기서는 공격할 수 없으니 원도천산에 들어가면 기회를 봐서 도리를 가르쳐주마!"

혈문, 인염, 뇌호 등 삼대 고족의 무인들은 진남이 허리 숙여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자 비웃었다.

그들은 청동 아치형 문으로 날아갔다.

다른 세력과 무인들은 진남을 잘 모르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정신을 가다듬고 원도천산으로 날아갔다.

"공주, 우리 함께 들어가서……."

소운절과 맹랑야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진남, 괜찮아?"

묘묘 공주는 그들을 아예 무시했다.

그들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진남의 곁으로 날아가 다정하게 물었다.

방금 벌어진 일에 그녀도 적잖이 놀랐다.

그녀는 무신 경지 거물들과 남천문에게 겁을 먹은 게 아니라 진남이 엄청난 싸움에 휘말려 목숨을 잃거나 다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응? 설마 공주의 동생이야?"

소운절과 맹랑야는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도도하고 여황제 같던 묘묘 공주가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상대방은 무조 경지의 하찮은 무인이었다.

"진남……."

궁양과 당청산도 그의 곁으로 날아갔다.

"당, 당청산이 웃었어?"

맹랑야는 더욱 놀랐다.

그는 철천지원수인 당청산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엄청난 전승을 얻었다고 해도 안면 마비가 온 사람처럼 무표정하던 사람이었다.

'고작 무조 경지 때문에 당청산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어?'

'저 청년이 묘묘 공주의 동생이라고 해도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진남이라고? 설마 중주에서 왔다는 네 번째 무도 규칙을 초월하고 일곱 개의 무수를 가진 그 진남?"

소운절과 맹랑야는 청년의 신분을 알아차렸다.

진남의 소식이 떠돌 때 그들도 한참 주목했다.

그러나 진남이 아직 무제가 되지 못하고 남천문의 삼성 등급의 적이라는 말을 듣고는 흥미를 잃었다.

"공주, 이자가 소문이 무성하던 진남이야? 우리에게 소개해주는 게……."

소운절과 맹랑야는 모두 비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바로 결정을 내리고 진남에게 날아가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진남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더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묘묘 공주의 태도에 둘은 경계심이 생겼다.

"응?"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두 사람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다.

"나는 너희들과 친하지 않다. 이 말을 세 번째로 하고 싶지 않구나. 알아서 꺼지거라. 아니면 나도 내 방식대로 처리하겠다."

진남이 입을 열기 전에 묘묘 공주는 표정이 차갑게 바뀌었다.

그녀는 화를 내지 않아도 위엄이 느껴졌다.

"흠흠! 진남 도우, 우리 신분을 알겠지? 원도천산에서 기회가 되면 무예에 대해 깊이 토론해보자."

소운절과 맹랑야는 마른기침을 하더니 진남을 노려보고 돌아서서 날아갔다.

"진남, 저 두 녀석은 정말 귀찮아. 시도 때도 없이 유실약원에 찾아오려고 해. 이번 기회에 단단히 혼내줘."

묘묘 공주는 툴툴거렸다.

"공주마마, 삼대 세력의 사람들이 곧 몰려올 것 같습니다. 그러니 우리 원도천산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떻습니까? 이곳에 계속 있는 건 진남에게도 유리하지 않습니다."

궁양이 귀띔했다.

"영패로 연락을 하거라."

당청산은 진남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제자리에 사라졌다.

그는 진남을 만나서부터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제 말하지 않아도 잘 아는 사이가 되었다.

"오, 삼대 세력이라. 무서워할 것 없다. 하지만 오늘은 나도 기분이 좋으니 그놈들을 괴롭히지 않으마……."

묘묘 공주는 걸어가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공주마마 말씀이 맞습니다."

궁양은 웃지도 않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월검신 선배님, 저는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들고 일월지계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인사를 했다.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묘묘 공주, 궁양과 함께 원도천산으로 향했다.

요신금지 사람들을 지나칠 때 진남은 잠깐 멈추었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다들 명령을 듣거라. 원도천산으로 들어간다."

소운절은 셋의 뒷모습이 청동 아치형 문으로 사라지자 미소가 사라지고 무표정으로 바뀌었다.

"방금 왜 아는 체하지 않았습니까?"

구미요제와 오창천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용제를 바라보았다.

"소주가 진남을 보는 눈빛을 못 봤느냐? 우리가 아는 체했다가 소주와 진남이 충돌이 생기면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느냐? 이번에도 진남을 다치게 하겠느냐?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모른 척하자꾸나……."

용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십대 무제 중 한 명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왜소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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